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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08

1234(39.113) 2020.10.03 11:42:03
조회 84 추천 10 댓글 1
														

리에는 귀찮았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혼자서 고독을 즐기는 타입이었다. 책이나 읽으면서 조용히 있는 것이 제일 편했다.


학교에서도 그런 이유로 일부러 제일 뒷쪽에 앉아서 수업을 받으며 책이나 읽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귀찮게 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이름은 치에.


전형적인 갸루라고 해야 할 아이였다. 그저 노는게 좋아서 학교 오는 아이. 최신식으로 꾸미고 다니며 자신의 즐거움을 모든 일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래도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단지 자기 감정에 너무 솔직한 주제에 사람 귀찮게 하는게 문제다. 그렇지만 막상 치에를 놔둘 수도 없었다.


리에에게 있어 치에는 자신이라도 돌보지 않으면 언제 선넘길지 모를 아이였으니까. 그녀는 수업시간에 잠만 잘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수업은 다 들어왔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리에는 치에를 돌보곤 했다. 밥도 챙겨주고 일단 준비물 같은 것도 신경 써줬다.


그게 고마운 건 아는지 매번 같이 놀자면서 치에는 리에에게 달라붙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리에는 그게 딱 질색이었다.


오늘도 그랬다. 수업 끝나고 자신하고 같이 가자며 치에는 딱 달라붙는다. 그런 치에에게 리에는 결국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냥 집에 가고 싶은데...."


"같이 놀면 좋잖아!"


리에의 말을 치에는 한번에 부정했다. 그런 그녀에게 리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결국 그녀의 페이스에 말리게 되었다며 한숨만 내쉴 뿐이다.


그러고 보면 어떻게 리에는 치에에게 신경을 이렇게나 쓰게 된 것일까? 치에의 손에 이끌려 가면서도 리에는 스스로도 신기하게 생각했다.


마침 그날 우산 없이 비맞고 교실로 온 치에가 너무나 불쌍해 보여서였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기에 언제나 조용히, 아침 일찍 학교에 오는 리에는 비를 맞고 완전히 젖어버린 치에를 위해 선뜻 자신의 수건을 빌려주었다.


그때부터 치에를 챙기기 시작한건지도 몰랐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외로워한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그래서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챙기게 된 것이겠지. 귀찮은 일은 질색이라면서도 리에는 치에가 이끄는대로 갔다.


----------- 


"하아...."


도대체 몇 곡이나 부른 것일까? 리에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치에 덕분에 재미있게 논 것은 좋았지만 저 체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치에는 정말 즐겁다는 듯 눈을 반짝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잘부르는 그 모습이 맘에 들었기에 리에도 그녀답지 않게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허나 평소에 놀지 않는 사람이 그렇게 놀고나니 완전히 방전된 상태. 그래서 지금은 카페에서 당분 보충 중이다.


"재밌지?"


마치 엄마에게 칭찬받기를 원하는 아이와 같은 표정을 짓는 치에의 말에 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응 고마워."


고맙다는 말에 감격한 것일까? 치에는 정말 기쁘다는 표정으로 오도방정을 떨었다. 그 모습이 왠지 많이 귀여웠다.


"우우 맨날 이렇게 놀면 좋겠다."


치에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 쉬었다.


"다른 사람들하고도 같이 놀잖아?"


리에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던 치에를 떠올리며 물어보았다.


"걔네들은 날 귀찮아 한단 말이야."


치에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에 업드렸다. 뭔가 맘에 안드는 모양이었다. 그런 치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리에는 쓰게 한숨을 내쉬었다.


꾸며도 남들과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따라했지만 결국 남는 건 외로움 뿐이겠지.


리에는 그런 치에를 보고 있으니 귀찮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챙겨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외로워할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물론 귀찮았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강아지 한마리 키우는 기분이라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주면 주는대로 잘 먹고, 자신을 항상 좋아한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런 아이를 놔두기엔 리에는 생각보다 더 사람 챙기는 것이 좋은 모양이었다.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어 치에?"


그런 그녀들 곁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반 갸루들의 리더인 사에였다. 딱히 화려하게 꾸미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그런 아이다.


"요즘 우리랑 같이 안 놀더니 이런 재미없는 애랑 지내는거야?"


사에는 치에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와 같은 유치한 감정의 발현으로 보였다.


"무슨 일로 그러나요 타치바나양?"


리에는 그렇게 말하며 사에를 바라보았다. 그건 불안감을 느꼈기에 한 행동이었다. 자신의 친구를 빼앗기기 싫었기에 생각보다 먼저 몸이 반응했다.


리에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원래라면 조용하게 있을 사람이 이렇게 나오니 사에는 상당히 불쾌한 모양이었다.


"원래 우리랑 놀던 애가 너같은 애랑 같이 있는데 기분 좋을리가 있냐?"


그랬다. 치에는 원래 사에와 함께했다. 거기에 리에가 둘 사이를 갈라놓은 꼴이었다. 사에는 리에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싶었다.


"그래서 치에를 혼자 놔둘 순 없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도 모르게 리에는 치에를 뒤에서 안았다. 마치 강아지를 안는 것처럼.


치에는 그런 리에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분위기를 보니 마냥 기뻐할 순 없지만 리에가 이렇게 해주는게 좋은 모양이었다.


"쳇."


사에는 도저히 그런 모습을 못봐주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뒤로 돌아보는 사에의 눈빛은 결코 상냥하지 않았다.


"잘 해보라고. 치에는 내꺼니까."


전혀 예상 못한 말이었다. 리에와 치에 모두 눈이 동그랗게 변해버렸다. 이건 무슨 상황인지 둘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앞으로 편한 시절이 갔다는 것은 둘다 이해할 수 있었다. 리에와 치에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치에는 배웠다.


리에가 자신을 껴안아준 그 순간, 편안하고 따뜻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에 또한 자신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것을 그저 좋은 일로 받아들이며 치에는 살짝 리에의 뺨에 입을 맞췄다. 아이들 사이의 친교의 표현처럼.


"!!!"


리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멍하니 치에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것이 난장판의 시작이 될줄은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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