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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15

1234(39.113) 2020.10.10 20:02:42
조회 112 추천 12 댓글 1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은 항상 분주한 법이다. 설령 거창한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일 처리가 번잡한 법이다.


일이란 본래 순서가 있는 법, 하지만 요리를 할 일이 거의 없던 유키나에게 요리는 너무나 큰 난관이었다.


재료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두는 것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그릇들을 씻어가며 깔끔하게 준비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다는 마음은 기특했지만 역시 평소에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가정실습 시간에 식칼 다루는 법이라던가 조리하는 법을 일단 배우기는 하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생님의 지도 하에 했던 것이다.


막상 혼자서 해보려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쉽지가 않았다.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제 곧 사유리가 올 것이다. 그 전에 어떻게든 요리를 완성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유키나의 머리 속은 완전 패닉이었다.


그저 재료를 준비하고 볶으면 끝인 볶음밥인데, 그것도 제대로 못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 이리저리 치우고 하다가 사고만 연속으로 칠 뿐.


이대로 완성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 덕분에 고운 얼굴은 눈물로 가득했고 손은 더 이상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으흐흑...."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유키나는 불을 끄고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자신이 한심스러울 수가 없었다.


사실 지난 번에도 한번 해봤으니 조심해서 하나씩 하면 될 터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망해버린 걸까? 공부는 잘한다고 해도 일하는 건 너무 다른 것이란 사실을 절감하며 유키나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눈물로 흘려 보냈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유리가 왔다는 소리. 유키나는 어서 빨리 치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번 주저 앉으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이처럼 울 뿐. 스스로도 꼴사납다 생각하지만 힘이 빠진 다리는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머 유키나...."


부엌으로 온 사유리는 유키나를 보고 깜짝 놀라 무슨 일인지 물었다. 이리저리 흐트러진 도마와 도구들을 보니 대충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였다.


"괜찮아. 처음 하면 잘 안될 수도 있는걸."


사유리는 그렇게 말하며 유키나를 달래었다. 평소에는 야무진 아이가 부엌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사유리에게는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이제 치우고 정리해야 식사를 할 수 있을 터였다. 사유리는 조용히 뭘 할 것인지 정하고는 유키나에게 하나둘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사유리도 칼을 잡았다.


깔끔하게 싱크대를 정리하고 재료를 하나씩 손질했다.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은 일은 유키나에게 순서를 정해 가르쳐 주었고 그것을 써는 것은 모두 사유리의 몫이었다.


탁탁탁탁


식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퍼진다. 퉁퉁 분 눈으로 사유리의 칼질을 지켜보며 유키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자신이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과 사유리의 능수능란함에 대한 감탄이었다.


그런 유키나를 바라보며 사유리는 재료 준비를 마쳤다. 그녀가 오늘 정한 것은 유키나가 하려고 했던 볶음밥.


있는 재료를 버리지 않고 하려면 그것이 제일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유키나에게 부엌 사용법도 가르쳐줘야겠다고 사유리는 생각했다.


"가장 먼저 고려할 건, 우선 순위."


사유리는 자상한 목소리로 유키나에게 하나씩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순위?"


유키나는 당연한 이야기이기에 무슨 말을 할건지 궁금해 하며 되물었다.


"응.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같은 작업 하는거 먼저 하는게 좋거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사유리는 하나 둘 설명을 이어갔다. 유키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하나 둘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자아 이제 마무리! 불쓰는거 항상 조심하구."


사유리는 그렇게 말하며 맛있게 볶아진 볶음밥을 접시에 덜기 시작했다. 다행히 버린 재료 없이 요리는 완성되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볶음밥은 누구라도 군침을 흘릴 만큼 잘되었다. 식탁을 정리하고 그것을 먹기 좋게 놔두면서 둘은 어서 먹을 것을 원하는 배의 요구에 살짝 미소지었다.


생각대로의 맛을 즐기며 둘은 한동안 맛을 음미했다. 평소에 이런 일이 잘 없었기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유키나는 볶음밥을 맛보았다.


"다음에 또 같이 하자. 그래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땐 기대할게."


사유리는 그런 유키나가 그저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유키나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싫지만은 않은 듯 했다.


실수도 많았고 울기도 했지만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한동안 자신들이 만든 볶음밥을 즐겼다. 배가 고팠기 때문일까? 순식간에 접시는 비워졌다.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둘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졌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말한 것이 재밌다는 듯 둘은 한동안 깔깔 웃었다.


"다음에 꼭 같이 하자. 이번엔 제대로 해볼게."


"그래 기대할게."


식탁을 치우는 유키나의 움직임은 한결 가볍다. 다음엔 또 어떤 요리를 함께할까? 사유리는 다음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함께 부엌을 정리했다.


작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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