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무제-123

1234(39.113) 2020.10.18 19:19:50
조회 126 추천 11 댓글 1
														

도시의 삶이란 쉽게 남과 친해지기 어려운 법이다.


자신의 일만으로도 피곤해지는 일상 속에서 남에게 마음을 허락하는 건 어렵다.


앨리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 사회 초년생. 그나마 낭만이라는 것을 아주 조금은 찾을 수 있던 학생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직장 생활 속에 무너지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은 좀더 보람있는 일이었다. 전공을 살리며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가 원한 것은 달랐다.


마치 기계의 부품처럼 앨리스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려고만 했다. 그것은 앨리스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었다.


사회 생활이 그렇다는 걸 머리로는 이미 그녀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경험이 부족했던 앨리스는 아주 조금 꿈을 쫓고 있었던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사회는 냉정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할 뿐이었다. 철컹거리는 오래된 지하철은 불결하고 위험한 만큼이나 앨리스처럼 언제 고장날지 몰랐다.


그런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것은 정말로 싫은 일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앨리스는 그것을 타고 다녔다.


그러는 사이 앨리스는 알게되었다.


매일 자신과 같은 시간에 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 사람은 나이가 약간 있는 부인이었다. 약간 살집도 있고 매일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앨리스를 볼 때마다 살갑게 인사를 해주는 사람이었다.


앨리스도 먼저 다가와 주는 그녀에게 아주 조금 마음을 열었다. 항상 아침마다 얼굴 보는 사람보다 반가운 사람은 없는 법이니까.


혼자 사는 도시 생활.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란 나름대로 친해질 이유가 충분했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름은 물론이고 간단한 생활의 이야기도 나누며 서로 친해지게 되었다.


부인의 이름은 알렌시아. 그녀는 보기와 달리 앨리스처럼 혼자 이 도시에 살고 있었다.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는 앨리스처럼 그녀 또한 회사원이었다. 회사생활에 분노하는 것은 둘다 똑같았기에 친해지는 것도 빨랐다.


단지 한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꽤나 치명적인 것이었다.


바로 서로가 경쟁사 직원이라는 사실이었다.


----------


알렌시아는 사람 좋아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철저했다.


앨리스에게 있어서 그런 그녀의 모습은 어떤 의미로 롤모델과 다르지 않았다. 비록 피로에 쩔어있는건 매한가지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위 있는 그녀의 모습은 무언가 배울 점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경쟁사라는 이유만으로 앨리스는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조건 즐겁지만은 않았다.


회사 이야기 하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다.


잘못되면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녀는 두려워했다.


알렌시아는 그런 앨리스를 이해한다는 듯 미소지어 주었다. 그런 점이 오히려 더 앨리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사이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직장으로 가는 지하철의 시간은 매일 정해져있고 결국 같은 열차를 타야하는데다가 알렌시아는 결코 그녀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참 그렇네요."


어느 저녁.


알렌시아가 저녁 약속을 잡았고 앨리스는 거기에 응했다. 그리고 식사를 함께하며 그녀는 푸념을 하였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본심.


앨리스는 알렌시아를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그러나 역시나 마음에 부담이 큰 모양이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회사는 영원히 나와 함께하는 가족이 아니니까."


알렌시아는 그겋게 말하며 과거 회사에서 짤렸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때론 직급 높은 사람이 그거 가지고 여자의 마음을 가지고 놀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니까?"


"말도 안되요!"


"그치? 그런데 이런 도시에서는 의외로 자주 있는 일이야."


앨리스는 알렌시아의 이야기를 듣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런 앨리스가 귀엽다는 듯 알렌시아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계속 하였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지금 우리가 살아간다는거. 그러니까 이렇게 같이 저녁도 먹는거잖아?"


알렌시아의 말에 앨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살짝 붉혔다. 어떤 의미로 동경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식사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너무 어깨에 힘주지마. 어차피 할 수 있는대로 사는거지."


그렇게 말하며 알렌시아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 


그렇게 두 사람이 같이 지하철을 타며 출근 하는 어느 날이었다.


앨리스는 회사 사정이 나빠져 이른바 정리해고를 당해버렸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저 높은 사람들의 사정으로 이렇게 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하아...."


이제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무언가를 할 것도 없었다.


회사에서 서류는 잘 챙겨주었으니 그것을 가지고 다른 회사에 입사지원을 해봐야겠지.


마음이 복잡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다른 지역으로 가야할지 몰랐다. 여자 혼자서 살기엔 이 도시는 너무나도 차가웠으니까.


"그랬구나...."


해고통보를 받은 날 저녁, 알렌시아는 앨리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었다.


알렌시아도 지금은 간당간당한 상황. 딱히 경쟁사의 직원과 친하다고 문제가 되거나 한 건 아니다.


그저 앨리스의 회사가 힘든 것만큼이나 그녀의 회사도 힘든 것 뿐.


"그래도 어떻게든 살 길은 나오겠지.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그렇게 말하며 알렌시아는 또 다른 경험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런 그녀의 품에서 앨리스는 몇 번이고 울었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여자가 살면서 겪는 수많은 부당함들.


그런 것들과 대변되는, 알렌시아의 따뜻함이 가슴에 사무쳤다. 차가운 도시와 다른 인간적인 따뜻함이 어린 그녀의 상처를 달래주었다.


"힘내자고."


"네...."


바에서 나오며 알렌시아는 그렇게 말했다. 앨리스는 그녀의 말에 겨우 답을 하며 쓰게 미소지었다.


아마도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뜨겠지.


비록 지금 너무나도 힘들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둘은 집으로 돌아갔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정 속에서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면서.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1

고정닉 3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영포티룩도 멋지게 소화할 것 같은 40대 스타는? 운영자 25/10/27 - -
- AD 은퇴한 걸그룹 출신 엑셀방송 출연 후 수익 공개 운영자 25/10/24 - -
- AD 월동준비! 방한용품 SALE 운영자 25/10/23 - -
1641564 공지 [링크] LilyAni : 애니 중계 시간표 및 링크 [7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26 51782 100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1049 120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30] <b>&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37260 21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2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6887 3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3414 39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4655 68
1331450 공지 공지 [3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9207 53
1758962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6978 10
1758963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5358 9
1819850 일반 ㄱㅇㅂ)물 하루에 2리터 먹는사람 대단하네 0000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0 0
1819849 일반 드디어 사츠키도 잡지 나오는구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1 18 1
1819848 일반 키보드 세척하고 키캡 떼서 씻고 HairuCrea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0 15 0
1819847 📝번역 번역) 쓰레기 재수생, 인생이 힘들어서 밤의 언니를 불러보았다 110화 [2] 외계인성애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9 31 5
1819846 일반 4권 이후부터는 사츠키 떡밥도 흥미롭기는 했어 만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9 21 0
1819845 일반 지피티한테 물어봤음... [9] 0000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9 48 0
1819844 일반 8권에서 대미코님 오타니급 플레이로 대역전 드가자~~~ [4] 이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8 36 0
1819843 일반 일클메 최신화 보고 도저히 못참겠어서 지름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8 34 1
1819842 🖼️짤 생선 먹는 미코 ㄷㄷ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8 25 1
1819841 일반 마보아가 [4] ply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7 26 1
1819840 일반 9권을 7권만큼 써주면 깔끔하게 해결되는 문제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5 43 0
1819839 일반 무리열차(극장판) 관전포인트 [9]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5 50 0
1819838 일반 아 맞다 와타타베 e북 나왔지!!!! [6] 이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4 35 0
1819837 일반 일클메 코믹스가 또안나왔구나 렝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4 26 0
1819836 일반 근데 인어공주님은 스피노 아니지 않나 [2] 문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4 23 0
1819835 일반 무리무리 애니화까지만 볼거얌 소설안볼거얌 [10] 소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2 65 0
1819834 일반 어떻게해야 다죽이나 고민중 ㅇㅈㄹㅋㅋㅋㅋ [4] 공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2 62 0
1819833 일반 닌마뭇의 뒤를 잇는 신세대 분탕 누구임 [2] 깡계백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2 20 0
1819832 일반 난 테렌 싫어하지 않아 [2] 이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1 40 0
1819831 일반 뉴비들 4권 후기 찾아보면 꼭 보이는 내용 만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1 48 0
1819830 일반 격달연재라고생각하지뭐.. [7] 쿄아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0 44 0
1819829 일반 인어여우는 티라노스피노 같은거임? [6] ply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9 31 0
1819828 일반 아논 빈유<<장점임 단점임? [2] ㅇㅇ(103.50) 00:09 20 0
1819827 일반 지능 8분의1 같은 네죽사 보고싶다 RB-7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8 24 0
1819826 일반 이거 봐본 백봉스 잇니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8 34 0
1819825 일반 절대로 노출하지 않는 히나코 [7] AGBM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7 76 0
1819824 일반 뭐야뭐야 테렌 패는 갤이야?(헐레벌떡) [2] 이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6 51 0
1819823 일반 와타나레는 농구가 문제가 아님 [7] ply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5 68 0
1819822 일반 마보아가 잘렸네 ㅋㅋㅋㅋ [12]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5 65 0
1819821 일반 ㄱㅇㅂ)맨날 망갤들만 하다가 화력좋은 갤 가봣는데 [14] FelisKa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4 90 0
1819820 일반 일본은 대체 얼마나 치안이 나쁜거지 [1] 이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3 61 0
1819819 일반 속보) 일클메 코믹스 없뎃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3 97 0
1819818 일반 원신 산드로네 콜롬비아 애네땜에 복귀함 기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1 21 0
1819817 일반 코믹스 업뎃...없다...? [2] 이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0 65 0
1819816 일반 백합계의 렌고쿠 쿄쥬로, 레제 [4] ㅇㅇ(122.42) 10.28 88 0
1819815 일반 그래그래. 난 념글 중 짤 하나를 저장했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63 0
1819814 일반 사신도련님 작가가 만력이 있긴하네 [1] ply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52 0
1819813 일반 처형소녀 이거 뭐야 왜 내 머리 읽었어 [1] 백합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57 0
1819812 일반 슴북공정단들 이제 대놓고 활개치는구나… [11]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115 1
1819811 일반 극장판 제발 각색하라고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103 0
1819810 일반 와타나레 극장판 나오면 유입들 반응 기대되긴해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13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