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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 여행] 독점욕

ㅇㅇ(49.161) 2020.10.21 19:19:44
조회 1631 추천 40 댓글 10
														

소설판 3권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있으니 주의


야한 씬이 야하지 않더라도 이해좀 해줬으면 좋겟어...야한거 처음 써봐










--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하늘은 이미 까맣게 물들어 있어서, 어느새 밤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스러질 듯 희미한 그믐달이 발하는 달빛은, 방 안을 어슴푸레하게 비추는 등불에도 밀려 산산이 흩어져갔습니다. 창가에서 잠시 바깥을 바라보던 저는, 몸을 돌려 침대 위에 걸터앉아있는 누군가를 돌아보았습니다.


"안녕히 주무셨나요?"

"……네."


언제나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유리색 눈동자는, 총기를 잃고 흐릿해져 초점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항상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로브와 삼각 마녀 모자, 별을 본뜬 브로치는 온데간데 없고, 속옷조차 입지 않은 채 걸친 것이라고는 얇은 네글리제 한 장.

그녀의 자랑인 잿빛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 침대에 흐드러지듯 퍼져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였는데, 저도 모르는 새에 어느새 어엿한 여자가 되어버린 그녀는 누구일까요?


창가를 떠나 저는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다가가는 저를 보면서도 그녀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어깨에 양 손을 짚고, 얼굴을 가까이 해 입을 맞추어도, 그녀는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첫 키스를 받았다는 고양감. 차오르는 죄악감. 그럼에도 더욱 더 커져만 가는 소유욕.

상반된 감정에 떨리는 목소리로, 저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일레이나님…."


그렇습니다. 일레이나님입니다.





이곳은, 말하자면 물건들의 나라입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이 나라에 방문한 일레이나님은, 주위의 숲에서 흘러드는 강대한 마력에 이상해진 이 나라의 물건들에게 지배당해, 빗자루인 저만을 나라 바깥으로 탈출시켰습니다. 사물을 사람의 모습으로 바꾸는 마법을 저에게 건 채로, 사정을 설명하고 자신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적힌 편지와 함께요.


일레이나님의 편지를 읽고, 저는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그것은 주인이신 일레이나님께 명백한 반기를 드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런 사악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저에게 살짝 놀랐습니다. 물건도 주인을 닮는다고, 일레이나님을 닮은 저이니까 이것도 일레이나님 탓이라고 억지로 떠넘겼습니다. 물론 마음 속에서였습니다만.

아무튼 돌아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는 다시 물건들의 나라로 되돌아갔습니다.


약간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다시 만난 일레이나님은, 아직까지도 자유를 찾지 못한 채 물건들의 의사에 지배당하고 있었습니다. 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선 우선 방해가 되는 이 나라의 물건들을 전부 없애버려야 했습니다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저는 마력 하나 없는 빗자루. 저는 자신을 잃은 채인 일레이나님을 종용하여 이 나라의 사물들을 닥치는대로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의 전투 끝에 일레이나님의 지팡이에서 뻗어나간 마법이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막고 있던, 온갖 물건들이 모여 만들어낸 거인의 몸체에 적중하고 거인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 무너져내렸습니다.


"저기, 이제 더 망가뜨려야 할 것은 없나요?"

"아, 네. 수고하셨습니다, 일레이나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습니다만, 이게 저들의 마지막 저항이었던 듯 싶습니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을 뒤로 하고, 저는 일레이나님에게 몸을 돌렸습니다.


이제 그녀를 이끌고 문 바깥으로 나가기만 하면, 그녀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예상 외의 일로 지체된 그녀의 여정도 다시 시작되겠지요.


"…"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는 일레이나님의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 아, 무언가 더 해야 할 일이 있나요?"


아직 생기가 돌아오지 않은 눈으로, 일레이나님은 다가간 저에게 물었습니다.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그녀는 계속 이 상태로 있게 됩니다.

이곳은 물건들의 나라. 찾아온 여행객들은 자신의 의지를 잃고 물건들에게 복종하며, 평생을 그들을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있다지만 저는 빗자루. 본래 사물인 것입니다.

애초부터 그녀가 저의 말에 따라 이 나라의 온갖 물건들을 부수기 시작한 것도 제가 사물이기 때문에, 저의 말에 복종한 것이겠죠.

처음 일레이나님이 저를 이 나라에서 한 번 내보냈을 때, 그녀가 쓴 편지를 읽고 저는 줄곧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이 나라에서라면, 제가 일레이나님을 독점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온갖 사물들이 자신의 의사를 가지고 몸을 움직일 수 있을만한 방대한 마력이 숲에서 공급되어 옵니다.

일레이나님은 제 말에 복종할 테니, 그 마력을 이용하여 제 인간화를 유지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면 저는 언제까지고 사람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사람의 모습을 계속 유지한 채로, 일레이나님을 독점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일레이나님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는 짓입니다. 하극상입니다. 어쩌면 이 나라로 흘러드는 마력에, 저도 어딘가 이상해져 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대로 이 나라를 나가게 되면, 다시 빗자루의 모습으로 돌아가 일레이나님의 여행을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한다는 것이 훨씬 더 견디기 괴로웠습니다.

사물을 사람으로 바꿀 수 있었다면, 사물이 사람의 말을 하게 만들 수 있었다면, 진작에 그렇게 해 주셨다면.

그랬다면 제가 일레이나님을 얼마나 사모하는지, 사랑하는지 전할 수 있었을텐데요.


그러니, 저는 제게 찾아온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비록 그것이 추악하기 그지없는 소유욕, 독점욕이라고 해도.


"일레이나님은 방금 전 전투로 굉장히 지치셨습니다. 우선 제가 사람의 모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마법을 다시 걸어주시고, 그 후에 쉬도록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지팡이를 휘둘러 저에게 마법을 걸고, 일레이나님은 다시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밤이 되어 잠에서 깬 일레이나님에게 첫 키스를 빼앗은 순간, 끓어오르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그녀를 침대로 밀어 넘어뜨렸습니다.

저항하지 않고 침대에 몸을 맡긴 일레이나님에게 다시 입을 맞춥니다. 닿기만 할 뿐이었던 첫 키스와는 다르게 깊고 깊은 키스를.


"…흐읏."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요, 숨이 막힌 듯 일레이나님이 팔다리를 버둥거리는 모습에 입술을 떼었습니다. 멀어지는 입술 사이로 실처럼 이어진 타액이 불빛을 반사해 반짝였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외설적인 광경.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일레이나님의 붉게 상기된 얼굴에 더더욱 마음은 고양되어갑니다.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저도 속옷 차림이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저는 어떤 속옷을 입고 있었던 걸까요? 저를 사람의 모습으로 만든 건 일레이나님이니, 옷이나 속옷도 일레이나님의 취향이 반영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에에…."


제 속옷은 그야말로 수수한 디자인의 하얀색 속옷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 일레이나님은 옷이 너무 수수한 것이 아니냐며 그녀의 어머니에게 불평을 했지만, 사실 그건 단순한 투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일레이나님의 가슴에 손을 살짝 대어보았습니다. 천 너머로 덜 여문 가슴을 살짝 주무르자, 흐응, 하고 약한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저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기분 좋으신가요?"

"…모르겠어요. 등이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 이건 기분 좋은 일인가요?"

"일레이나님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손길에 몸을 맡기시고, 자신의 기분에 솔직해주세요."


일레이나님에게 성적인 지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를 자신의 손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네요.

제 말을 들은 일레이나님은 불만이라는 듯 볼을 부풀리고 말했습니다.


"…지금 그 말은 넘겨들을 수 없네요. 저는 항상 솔직합니다만."


농담도 잘하셔라.

일레이나님이 솔직하지 못하다는건, 어릴때부터 항상 곁에 있었던 제가 제일 잘 압니다.

아무튼 다시 일레이나님의 가슴에 집중했습니다. 말은 저런 식으로 했습니다만, 사실 저도 그냥 지식이 있을 뿐입니다. 애초에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것도 오늘이 처음이고. 당연히 긴장도 하고, 실수도 합니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를 좋은 징조라고 해석한 저는, 조금 더 손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러자 꺄아, 하는 비명소리가.


"아, 에?"

"저기, 그, 아픕니다만."

"아, 죄송합니다. 처음인지라."


조금 기세를 타버린 듯 합니다. 꾸벅, 하고 저는 고개를 숙인 뒤, 다시 애무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은 간질이듯이 약하게, 가슴 바깥쪽부터 자극해갑니다. 언덕이라고 하기엔 조금 낮은, 구릉의 정상을 오르듯 조금씩 가슴 중앙을 향해. 미지의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나오려는 신음을 일레이나님이 억누르려는 듯이 보였기에, 쇄골을 핥아보았습니다.


"히얏…! 하앙…!"


갑자기 터져나온 비명에 놀라, 저는 가슴을 만지던 손에 힘을 주고 말았습니다. 아차, 싶어 손에 힘을 빼려는 찰나, 비명의 뒤를 이어 색기어린 신음소리가 일레이나님의 입에서 나온 터져나온 것이었습니다.


"일레이나님, 대답해주세요. 기분 좋으신가요?"

"흣,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런, 하앙, 것 같기도."


어느새인가 제 손은, 일레이나님의 가슴 중앙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천 너머의 작은 돌기.

모습을 보고싶어 참을 수가 없어진 저는, 일레이나님의 네글리제를 벗겨버렸습니다.


"저기, 말없이 벗겨주지 말아주실래요. 부끄러운데요."

"아, 죄송합니다. 벗기겠습니다."

"사후통보입니까, 그렇습니까."


다소 질린 듯한 일레이나님의 말에, 저는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눈앞에 드러난 일레이나님의 태초의 모습에 눈을 빼앗겨버리고 말았으니까요.

하얗다 못해 비쳐보일 듯 투명한 피부. 자기주장이 약한 가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듯 그 끝에 꼿꼿이 선 돌기.

식사는 제대로 챙겨먹는지 걱정이 될 만큼 가느다란 허리. 아니, 정말 제대로 먹고 있는건가요?

그 아래에는 자기는 가슴과 다르다는 듯 자기주장이 확실한 골반을 지나 엉덩이, 허벅지.

그리고, 일레이나님의 비부.


"……."

"에잇."

"아, 앗!"


말을 잃고, 정확히는 넋을 잃고 일레이나님의 알몸을 바라보고 있으니, 일레이나님은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제 속옷을 벗겨버린 것이었습니다.

당황해서 일레이나님의 얼굴을 바라본 저였습니다만, 정작 그 일레이나님은 뭐가 불만인지 제 가슴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크네요."

"…제 외향을 정하신 건 일레이나님입니다만."

"…솔직해지자면, 조금 더 지나면 이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서 한 겁니다."

"아, 네…."


갑자기 흐르기 시작한 어색한 기류를 없애고자, 저는 다시 그녀의 위에 몸을 실었습니다. 서로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맞닿은 피부는 화상을 입을 듯이 뜨겁고, 입술을 겹치자 설탕보다 달콤했습니다. 제 손길이 피부를 스칠때마다 일레이나님은 안타까운 교성을 흘렸습니다.

이마에, 눈썹에, 눈꺼풀에, 콧잔등에. 새기듯 입을 맞춥니다. 있다고는 말할 수 있는 수준의 가슴골을 지나 배, 배꼽으로 혀를 미끄러뜨리며 위를 올려다보자 일레이나님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귀여웠습니다.


꼿꼿이 선 유두를 괴롭히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문지르고, 튕기고, 닿을 듯 말 듯 애를 태우다 강하게 잡아당기자.


"흐아아앙!"


일레이나님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큰 소리를 내며 허리를 휠 듯 뒤로 젖히며 몸을 떨었습니다.

가볍게 가 버린 것일까요. 일레이나님의 허벅지를 살짝 벌리고 음부에 손을 가져다 대자, 질척,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손을 꺼내보니, 일레이나님의 체액이 손가락에 묻어나왔습니다. 살짝 핥아보자, 형용할 수 없는 맛이 났습니다. 애초에 먹는 용도도 아니고 빈말로도 맛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중독될 듯한 맛이었습니다.


"하아…, 하아…."

"기분 좋으셨나요, 일레이나님."

"네…. 기분 좋았어요…. 이런 건 처음인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제 질문에 긍정하는 일레이나님의 모습에, 저는 묘한 달성감을 느꼈습니다. 이래서 인간들은 성행위에 몰두하는 것일까요.

땀에 젖어 흐트러진 일레이나님의 머리카락을 살짝 정돈해주며, 저는 일레이나님께 말했습니다.


"지금보다도 더 기분 좋은 것, 해보실래요?"

"…지금보다도, 더요?"

"네. 분명히 기분 좋을 거에요."


조금 망설이는 듯 했지만, 일레이나님은 고개를 끄덕여주었습니다. 저는 일레이나님의 비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아플지도 모릅니다만, 금방 기분 좋아지실 거에요."

"네? 아니, 아픈 건 싫습니다만."


이제와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늦었답니다.

저는 단숨에 손가락을 안쪽으로 삽입했습니다.


"꺄아아아!"


파과의 고통에 일레이나님은 새된 비명을 질렀습니다. 고통이 잦아들 때까지 저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있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생각 외의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이건, 큿, 무슨, 당신, 대체 누구…?"

"일레이나님…?"


아무래도, 일레이나님이 제정신을 되찾은 모양입니다.

이 나라를 다시 찾아왔을 때, 안내를 해준 책이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지요. 이 나라에 온 지 얼마 안 된 일레이나님은 가끔씩 제정신을 되찾는다고.

물론 그렇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신이 돌아온들 몸까지 완벽하게 움직일 수는 없을테고, 일레이나님의 지팡이는 다른 장소에 보관 중이니까요. 지팡이만 없다면 일레이나님은 제게 어떤 해코지도 할 수 없겠지요.


"나는, 흐윽, 왜 알몸으로…?"

"이런 상황에서 인사를 드리게 될 줄은 몰랐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일레이나님. 저는 당신의 빗자루랍니다."

"으읏,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죠?"


고통을 견디며 묻는 일레이나님에게, 저는 대답했습니다.


"길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니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일레이나님은 예전에 사람의 모습이 된 지팡이에게 덮쳐질 뻔한 적이 있었지요? 그것과 같은 것이랍니다."

"……."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을 이해한 것인지, 총기를 되찾은 일레이나님의 유리색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습니다.

고통이 점차 잦아들고 있는지, 억누르던 신음소리가 점차 작아지고, 이윽고 일레이나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휴우, 그럼 여기는 아직 물건들의 나라겠군요. 제 몸도 아직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 하고요."

"그렇답니다."

"몸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데 고통은 느껴야 한다니 이 무슨 불합리함인가요."

"그냥 자신을 잃고 계시는 편이 나았을텐데요."

"누구 때문에 제가 제정신을 찾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건가요, 이 음란 빗자루가."


질책하듯 노려보는 그녀의 시선을 피해 얼굴을 돌렸습니다.

이런 반응은 사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엄청나게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니, 화를 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너무 담담하셔서 오히려 이쪽이 안절부절 못하게 되잖습니까.


"그래서, 앞으로 당신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일레이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이 맞다면, 저는 이대로 자신을 잃은 채로 있는게 낫겠지요.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하아…."


다시금 깊은 한숨.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물러설 거였다면, 애초에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제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금세 마력이 저를 잠식할 테니까요. 죄송하지만 즐기시는 건 조금 미뤄주세요."

"…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야 그렇겠죠."


그러고는, 일레이나님은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둘 사이에 내려앉은 깊은 침묵.

생각해보면 우스운 상황입니다. 일레이나님의 성기에 손가락은 삽입한 채인데, 양쪽 다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없는, 정지화면 같은 상황.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무거운 침묵에 깔려버릴 것만 같은 상황에서.


"…저기."

"네, 말씀하세요, 일레이나님."


언뜻 들으면 잘못 들었나 싶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일레이나님이 침묵을 깼습니다.

불편한 침묵을 깨는 목소리에 반색하며 대답한 제게, 일레이나님은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마지막은 아닐 텐데요. 앞으로도 가끔씩은 일레이나님은 자신을 찾게 될 테니까요."

"두 번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거에요. 그냥 들으세요."

"…네."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기색에 저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습니다.

일레이나님은 짧게 숨을 들이마쉬고는, 말했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그리고 미안해요."



"……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일레이나님은 다시 정신을 잃은 듯 보였습니다.

유리색 눈동자가 다시 초점을 잃은 채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험삼아 손가락을 조금 움직여보자, 식어버린 몸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을 기대하는지 색기어린 교성이 일레이나님의 입에서 새어나올 뿐이었습니다.


"……."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 알고 있습니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이겠죠. 재색의 마녀의 마지막 수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제 죄책감을 자극하여, 제가 스스로 제 계획을 무너뜨리고 그녀의 자유를 되찾아주게 만드려는 속셈일 테지요.

아무 말 없이, 저는 손가락을 더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흐응, 갑자기, 격ㄹ, 격렬하게에, 하앙!"


어쩌면, 그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일레이나님은 그저, 이제까지 함께 여행을 해준 데에 대한 고마움과,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음에도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것을,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던 것을 사과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명히 그게 맞을 테지요.


일레이나님이 그런 상냥한 사람이니까, 저는 그녀를 좋아하게 된 것이니까요.


"솔직하게 대답해주세요, 일레이나님. 기분 좋으신가요?"

"하앙, 네, 좋아요. 흣, 손가락, 좋아아…!"


점점 더 격렬해지는 제 움직임에, 일레이나님의 교성도 점점 높아져만 갔습니다. 이제 곧이겠지요.


"자, 일레이나님. 마음껏 절정해주세요. 기념비적인 첫 절정. 저에게 확실하게 보여주세요."


붉게 상기된 피부.

격렬한 움직임에 흩날리는, 땀에 젖은 잿빛 머리카락.

쾌감에 젖은 유리색 눈동자.


첫 경험인데도 이렇게 쾌락에 물들어버린, 야하기 그지없는 이 여자아이는 누구일까요.


"하응, 뭔가, 이상한, 흐읏, 하아아아앙!"


……그렇습니다. 일레이나님입니다.







처음으로 겪은 절정에, 일레이나님이 지쳐 잠든 새벽.

저는 일레이나님의 짐을 뒤져, 한 권의 책을 꺼냈습니다. 일레이나님의 일기장이었습니다.

잠든 일레이나님의 옆, 침대에 걸터앉아 저는 일기를 읽었습니다. 일레이나님의 여행의 시작부터 가장 최근의 일까지. 어떤 것은 세세하게, 어떤 것은 적당적당히.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모두 제가 함께한 일레이나님의 여정이었습니다.


"……."


이대로 일레이나 님이 여행을 계속해서, 언젠가 일레이나님의 여행이 끝을 맞게 되었을 때, 이 일기장은 [일레이나의 모험담] 같은 이름의 책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 하면 너무 [니케의 모험담]을 따라하는 것 같지 않냐며 싫어하실지도요. 간단명료하고 알기 쉬운 것을 좋아하는 일레이나님이니 단순하게 [마녀의 여행] 같은 제목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럴 일은 없겠지요. 일기장을 덮고, 저는 등잔을 가져와 일기장에 불을 붙였습니다.

끝부분부터 타들어가 재로 변해가는 일기장이 마치 제 죄책감인 양, 저는 무심하게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일기를 쓸 일레이나님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일레암네 일레사야 팬픽 올라오는데 빗자루쟝이 안올라와서 직접 써봣어


원작에서 나오는 잔혹동화같은 꿈도 희망도 없는 느낌의 이야기로 좀 해보고싶엇는데 망함ㅎ



1인칭 써본적 없음&야한거 써본적 없음 + 글 안쓴지 3년도 더 됨




이다보니 글이 너무 조잡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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