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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

[💡창작] 어떻게든 된다는 안일한 생각앱에서 작성

삼일월야공

2020.10.24 05:37:04

조회 284 추천 15 댓글 0

"미안."

18년이었다. 내가 언니에게 '사랑해요' 라는 말을 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18년이었다. 태어나 지금까지 참아온 말. 흘러넘칠까 조심히 다뤄 겨우 전한 내 마음에 답이 돌아오기 까지는…

"미안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야속하게도, 벅찬 마음을 채 달래기도 전에 답은 돌아왔다.

"아니에요, 내가 더…"

"마음은 고맙게...아니야, 미안. 이만, 이만 가볼게."

언니의 뒷모습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홀로 남은 내 처지가 비참해서, 언니를 보면 다시 달려가서 붙잡을 것만 같아서. 그런 부끄러운 일을 할 것만 같아...그냥 주저앉았다. 지민이가 알려주었다. 언니에게는 분명 애인이 있다고. 들어서 알고 있는 주제에, 사랑하고 고백했다. 거절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애절하게 끝나리라는 환상이 있었다. 이렇게 빠르게 끝나는 것은 너무한 일 아닐까. 아니...그냥 전부 내 탓. 알면서도 말을 꺼낸 내 잘못. 머리로는 합리화시켜도 마음을 달랠 수는 없었다.

"뭘 그렇게 질질 짜고 있어."

이지민, 나쁜 년.

"...그냥 가라."

"내가 말했잖아, 시은 언니, 다희 쌤이랑 사귀고 있다고."

"씨발 안다고…"

말하지않아도 알고 다. 알고 고백하고 차이고 친구 앞에서는 울고. 비참하다.

"그냥 가...혼자 있고 싶어."

"됐어, 힘들면서 괜한 강한 척 하지말고. 음, 그러면 한 대 필래?"

한 대 피자는 말, 너무도 경악스러운 말이었다. 놀라 고개를 들어 지민이를 보니 양손을 피고 있었다. 아무 것도 들지않고.

"농담한건데, 진짜 하고싶었나 봐?"

"이게 진짜...아냐, 됐어."

그래도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 저런 장난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농담때문에 마음을 조금 추스릴 수 있었다.

"..언니는 말이지, 인생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이었어."

"아, 지겨워. 몇 번을 들었는지. 그게 사랑이라는 걸 안 거는 최근이고 네 사랑의 무게는 크니까 성공한다고."

"근데 뭐…"

"실패했고. 그러고 질질 울기나 하고 말야."

질질 울었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대꾸할 수는 없었다. 사실이고, 지금 지민이 앞에서 있었던 일이니까.

"선생님, 지금 생각해보면 예쁜 거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언니와 사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아름다운 선생님이니까 언니도 마음을 빼앗긴 것이 아닐까.

"확실히, 땅딸막한데다가 머릿결도 안 좋은 너보다야 낫지. 네가 선생님 이기는 건 글쎄...시은 언니랑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거."

"그거는 뭐 이긴다고 할 것도 아니잖아."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내 처지가 뭐라 말 할 수 없기도 했지만...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내일 언니 얼굴 어떻게 보지."

"아, 그거 중요하네."

시은 언니는 옆 집에 산다. 그리고 신이 정해준 편리한 운명처럼 우리는 나란히 지향 초 중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언니랑 떨어진 일은 없다. 자연스럽게 등교도, 하교도 같이. 당장 오늘까지도.

"돌겠네"

"긍정적으로 생각해, 어떻게든 되겠지. 분명, 어떻게든 되지않을까?"

환하게 웃는 그 얼굴에서 억지를 느꼈다. 척봐도 무리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를 놀리려고, 그런 것들 종종했었으니까. 생각이 얼굴에 나온 모양이다. 지민이는 억지로 웃는 것을 그만두고 물었다.

"들켰어?"

"그것도 그냥 농담이잖아, 그래도."

울적한 마음은 적당히 사라졌다. 내일 언니를 어떻게 보건 말건 상관없겠지. 그래도 만날 수는 있으니까...영영 헤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음...학원 땡땡이칠까."

"그런 제안이야 언제나 환영이지.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든 된다는 말, 아예 농담은 아니야."

씨익 웃고는 가방을 들어 앞서 나갔다. 지민이의 뒤를 쫓으며, 조금 생각했다. 어떻게든 된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 어쩌면 지민이는.…

"지민아."

"왜?"

"선생님한테 차인 건 괜찮아졌냐?"

"...나쁜 년."

그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도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조금, 울었다. 사랑의 실패자들끼리 길을 걸었다. 청춘에게 조금 괴로운 여름날이 저물어간다.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631907&_rk=eYK&page=1

이거 보고 뭔가 생각이 났어요

고정닉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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