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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34

1234(39.113) 2020.10.29 22:18:05
조회 126 추천 11 댓글 3
														

나미에는 생각했다.


흡혈을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순수한 소녀의 하얀 목을 깨물어 그 깨끗한 피를 마시는 것은 세상에 다시 없을 즐거움.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즐거움을 즐기기 너무 어려워졌다.


인간 세상은 점점 더 세밀한 감시가 행해지고 있었다.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람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난리도 아니게 될 터였다.


인간들 따위에게 죽을 그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귀찮은 일은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혈액은 간단히 구할 수 있는 시대. 그냥 그거 적당히 사서 마시면 끝인데 뭐하러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하지만 그녀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은 좀더 직설적으로 반응했다.


나만의 소녀가 있으면 좋겠다고.


영원의 소녀.


그것은 물론 위험한 생각이었다. 포옹을 통해 자신과 함께할 자를 만드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그게 좋게 끝난 적은 없었으니까.


그것은 나미에에게 있어 악몽이었다.


자신이 바란 평화란 없다는 사실을 억지로 떠올리고 싶진 않았기에 더욱 그러한 것인지도 몰랐다.


"에휴...."


한숨만 나왔다.


그냥 이대로 조용히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대다. 만에 하나 욕심을 조금만 버린다면 지금은 오히려 과거보다도 살기 편했다. 적당히 신분 세탁을 해가면서 살아간다면 이곳은 나쁘지 않은 땅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흡혈귀는 욕망을 먹는 존재.


욕망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것은 흡혈귀가 아니었다. 나미에는 그렇기에 오늘도 한숨 뿐이다.


"나미에 웬 한숨이야?"


히카루는 그런 나미에를 보며 말을 걸었다. 같은 반의 오지랖 넓은 클래스메이트였다. 나미에가 고등학생 정도로 몸을 바꾸고 전학한 이래 많은 것을 도와준 친구였다.


물론 나미에 입장에서는 고맙긴 하지만 취향은 아닌 친구 아닌 친구였다.


그래도 챙겨주는 사람은 항상 있는게 좋았다. 그런 사람들은 포옹을 하지 않더라도 기억에 남는 법이었다.


먹이라기 보다는 좋은 시종 같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몇 배 낫다. 게다가 나미에가 현대 문물에 익숙하지 못해 고생할 때 도와준 은혜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냥.... 그러고 보니 이거 먹을래?"


흡혈귀가 되었어도 사람이 먹는 음식을 못먹는 건 아니다. 나미에는 피가 아닌 음식들도 즐기는 편이었고 오늘은 간단히 먹을 과자류를 조금 가져왔다.


"응? 우와 고마워!"


히카루는 딱 그 나이에 맞는 반응을 보이며 나미에를 안았다.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나미에는 미소지었다.


"맛있어?"


나미에는 히카루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엄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히카루는 딸 정도가 아니 종손녀, 혹은 그 이상의 차이였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활력을 되찾는 느낌이라 나미에는 종종 이렇게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응!"


딱 나이에 맞는 그 모습이 참 맘에 든다. 자신의 취향은 아니지만. 나미에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 


"아...."


나미에는 새로 온 전학생의 얼굴을 보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부서질 것같은 아찔함이 있었다. 나미에에게 있어서 취향 적격이었다.


"우우.... 나미에는 새로 온 전학생이 그렇게 마음에 드나봐?"


수업을 끝나고 같이 간식을 나눠먹으며 히카루는 불만을 표했다. 마치 강아지와 같은 그 모습에 나미에는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쁘긴 한데, 뭔가 불안한 느낌이야. 너무 아슬아슬해...."


나미에의 손길을 즐기면서도 히카루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나미에는 수긍을 했다. 정말 너무나도 위험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녀를 끌어들이는 매력이었다. 그렇기에 나미에는 기회를 보기로 했다. 언젠가 전학생을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서.


----------- 


분명히 자신은 매료를 사용했을 터였다. 그리고 전학생은 그게 통해야만 했다. 분명 그랬을 터였다.


그런데 자신의 가슴을 꿰뚫는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미에는 크게 당했다는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흡혈귀는 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전학생의 말에 나미에는 상황이 이해되었다. 자신은 얼굴만 보고 실수를 했다는 것을. 이건 꽝이었다. 그것도 아주 큰 꽝.


이 정도로 다친 것도 오랜만이었다. 아마 여기서 좀더 큰 데미지를 입는다면 그대로 죽겠지.


이제까지의 삶을 생각한다면 이것도 아주 나쁘진 않은 끝이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미소녀의 칼 아래 죽는 것도 좋을 터였으니까.


"나미에!"


허나 오늘도 곱게 죽긴 그른 모양이었다. 히카루의 목소리에 전학생은 순간 당황했고 체념했을 터인 나미에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생에 대한 집착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히카루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나미에는 움직였다.


"큭."


무리한 대가는 컸다. 극심한 고통이 나미에를 괴롭혔다. 하지만 히카루를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오늘은 이것으로 가겠습니다. 흥이 깨졌네요."


전학생은 그렇게 말하더니 벽에 박힌 자신의 무기를 회수하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이걸로 오늘은 끝이다. 나미에는 순간 긴장이 풀렸다는 듯 주저앉았다.


"나미에, 나미에....!"


히카루는 나미에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그녀의 눈물은 더 없이 진실했다. 이유 없이 신뢰해주는 사람의 뜨거운 체온에 나미에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마치 바람을 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나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는데 무엇을 찾고 있던 것일까? 나미에는 미안함을 담아 히카루에게 입을 맞췄다.


포옹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대신하여 고마움은 표시할 수 있는 법이니까.


두 사람은 그렇게 처음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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