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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 여행 팬픽] 야심한 밤에 올리는 일레사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9 23:40:42
조회 1052 추천 21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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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둔 창문을 통해 싱그러운 내음을 싣고 들어온 미풍이 앞머리를 간질이고 지나갑니다. 창밖을 보지 않아도 오늘은 방 안에 있기 아까울 정도로 맑고 상쾌한 날씨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날씨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여관의 침대 위에 누워있습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복장으로 어울리진 않지만 검은 로브에 별을 본뜬 브로치를 하고 있는 마녀가 한 명. 나이는 10대 후반 정도이지만, 그 나이대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외모인 이 마녀는 대체 누구인가.

네. 저─가 아니고 나예요, 사야입니다! 어째서 이런 좋은 날씨에 평상복을 입은 채로 침대 위에 누워 있느냐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팔베개를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누구의? 그렇습니다. 비단 같은 잿빛 머리카락을 새하얀 침대 시트에 드리운 잿빛의 마녀, 일레이나 씨의 팔베개입니다.


─스륵


오른쪽에서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아아아아아아.

잠시 실례했습니다. 그곳엔, 속이 살짝 비쳐 보이는 네글리제 차림의 일레이나 씨가 내 머리 쪽을 향해 팔을 뻗고 눈을 감은 채로 있었습니다. 나를 향해 돌아누워서 소리가 난 것입니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아니, 여기에 다다르게 된 과정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현재를 살아가고, 욕망에 충실한 저돌적인 인간입니다. 내 옆에! 그 일레이나 씨가! 나에게 팔베개를 하고! 속이 비쳐 보이는 네글리제 차림으로! 이 사실만 있으면 세상의 대부분의 수수께끼에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쩌면 우리에게 산재해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최종적인 해답을 내놓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야 씨?”


무언가와 트랜스하려는 나의 사고를 깔끔하게 잘라내고 만 것은 일레이나 씨의 살짝 잠긴 목소리였습니다. 일레이나 씨를 바라보니 잠에서 막 깬 듯 눈을 비비고 있었습니다.


“안 자고 있었나요?”


“헷, 엣, 아 일레이나 씨. 그, 아직 졸리지 않다고나 해야 할까, 잘 수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런 상태가 되어서…….”


일레이나 씨는 약간 뺨을 부풀렸습니다. 아, 귀엽다.


“그럼 제가 모처럼 해준 팔베개가 쓸모없어지지 않았습니까. 사야 씨를 쉬게 해주려고, 팔 저린 것도 참은 건데.”


“아뇨아뇨아뇨. 쓸모없지 않다구요. 일레이나 씨의 팔베개를 받은 것만으로도 앞으로 100년은 더 살 수 있습니다.”


“당신은 바다거북인가요?”


헤헤하고 멋쩍게 웃음을 지으니 일레이나 씨도 따라서 웃어주었습니다. 이 무슨 궁극의 행복.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일레이나 씨가 꼼지락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거라면, 사야 씨는 어째서 가만히 있는 건가요?”


나는 일레이나 씨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어째서 가만히 있다니, 무슨 말일까요? 그녀의 팔을 베고서 가만히 누워 있는 이 극상의 상태에서 벗어나기는 싫습니다.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아니면 둔한 표정으로 드러난 것인지 일레이나 씨는 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내 머리를 받치고 있던 팔이 스르르 빠져나가면서 일레이나 씨는 내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어라?

나는 당황해서 몸을 일으켰습니다.


“저어, 일레이나 씨?”


일레이나 씨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슬쩍 몸을 굽혀 일레이나 씨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는데, 일레이나 씨는 조금 더 옆으로 몸을 움직여 내가 일레이나 씨의 얼굴을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어라?

나는 다급해졌습니다.


“이, 일레이나 씨. 잠깐, 저 제가 뭔가 잘못했나요? 제가 잘못했다면 사과할게요! 미안해요! 그러니까 제발 이쪽을 봐주지 않으실래요……?”


여전히 나에게 등을 돌린 채로 일레이나 씨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치만, 저 이런 차림에, 침대에서 단 둘이 누워있는데.”


“아.”


아무리 쑥맥인 나라도 이쯤 말하면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아니, 여기까지 듣고서도 모를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범인은 이 안에 있습니다. 뭐, 나입니다만.

나는 일레이나 씨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내 쪽을 향해 살며시 움직였습니다. 이번에는 일레이나 씨도 순순히 제 움직임에 응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시선은 내 쪽을 향해 있지 않았습니다.


“일레이나 씨. 지금 낮인데, 괜찮나요?”


그러자 일레이나 씨는 팔로 얼굴을 가리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면 일레이나 씨의 얼굴이 안 보이잖아요.”


나는 일레이나 씨의 팔을 약간 힘을 주어 아래로 끌어당겼습니다. 일레이나 씨의 얼굴에는 새초롬하게 살짝 홍조가 띄워져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네글리제를 입은 일레이나 씨의 어깨를 잡고 침대 위에 쓰러트린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상상해보니 흥분됩니다. 한때 내가 마녀 견습생 시험으로 우울하고 낙담해 있을 때, 나를 보듬고 감싸주신 분. 그런 분이 지금 내 밑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웠습니다. 사고가 거기까지 이르자 제 안에서 무언가 툭하고 끊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야말로 짐승과 같이 일레이나 씨의 새하얀 목덜미에 연달아 키스를 했습니다. 어쩐지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지만 신경 쓰지 않고 이어서 일레이나 씨의 볼과 입을 탐했습니다. 뭔가 일레이나 씨의 반응이 약한 것 같지만, 기분 탓일 겁니다. 나는 일레이나 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일레이나 씨. 네글리제, 벗겨도 될까요.”


일레이나 씨는 눈을 감고 조용히 끄덕였습니다. 자칫 입꼬리가 귀에 걸릴 뻔 했지만, 나는 평정을 가장하고 일레이나 씨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리본을 살며시 풀고 네글리제를 벗겨내었습니다…….

어라? 잠깐 잘못 본 것은 아닌가하고 눈을 비볐습니다. 어라? 벗겼을 터인 네글리제가 벗겨지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네글리제 안에 또 네글리제가 있었습니다. 으음. 네글리제 한 벌만으로는 조금 쌀쌀한 날씨여서 겹쳐 입은 걸까요? 확실히 네글리제 한 벌만으로는 조금 추울지도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이제부터니까요. 이 리본을 풀면……. 응?

어라라? 아니, 괜찮을 겁니다. 이 다음 리본을……. 으으응? 에에잇!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다흐으으으음!”


“우왓. 언니 뭐해?”


“핫!”


……. 현실을 파악하기까지 5초. 지금 시간은 밤. 침대 위에는 나 혼자. 옆에서 나를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내 동생 미나. 그렇습니다. 다 내 꿈이었구나. 아하하하.

하아아아아.

나는 땅이 꺼져라 푹 한숨을 쉬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형편 좋은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습니다. 어쩐지 일레이나 씨의 반응이 미묘했고, 그렇게 속이 비쳐 보일 듯한 네글리제인데도 미묘한 빛의 산란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도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으니……. 멀쩡한 정신으로 생각해보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발상 자체는 꽤나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가할 때에 일레이나 씨에게 네글리제를 입혀서, 단 둘이, 낮잠을 가장하고, 팔베개를 졸라서, 크흐흐흐흐. 음흉한 미소와 함께 다가올 미래를 그리면서 나는 꿈속에서 본 네글리제와 비슷한 것을 구입할 계획을 머릿속에 세웠습니다. 미나가 어쩐지 나를 벌레 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사소한 일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나는 내가 일어났던 자리에 다시 기분 좋게 드러누웠습니다.


-----------


두 번째로 쓰는 일레x사야임


사야 시점으로 쓰려고


참고삼아 5권 사야 시점 묘사를 봤는데 인칭을 나로 하면서 존댓말을 쓰더라고


원서는 어떻게 나와있는지 읽어보질 않아서 모르니까 일단 번역을 따랐는데


그것 땜에 문장이 좀 어색한 거 같애.. 양해빔..


암튼 일레 정실은 사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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