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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옛날에 써놨던거,,,,보구가,,,,줘,,,,!

dd(175.123) 2020.11.15 15:40:31
조회 934 추천 32 댓글 16
														

이것도 3년 전에 쓴 거던데 대체 3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요즘은 이때만큼 못 쓰는 거 같아 자괴감이 엄청 든다,,,,ㅠ


성별 명시를 안하긴 했지만 우리 백붕이들은 다 알거라 생각해

나도 같은 마음으로 써내려 간 거니까

안 궁금하겠지만 제목은 '모노크롬의 색'이야

잘 봐줬으면 좋겠다


==========


1.

철썩, 철썩.

바다를 좋아해서 나는 바닷가에 살았다. 나를 좋아해서 너는 함께 바닷가에 살았다. 바다는 이따금 솨 소리를 내며 뭍에 제 몸을 던졌고, 그 모습에 나는 모래사장에 하염없이 서 있곤 했다. 너는 나를 위해 함께 바닷가를 거닐었고, 바닷바람이 헝크는 네 긴 머리칼을 바라보며, 처음 그 날처럼 또 한 번 반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너를 보노라면 나는 늘 후회로 가득 찬 연못이었다. 너를 만나기 이전에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는 네게 조금 더 잘 해줄 걸 그랬다고, 그렇게 너와 보내온 나날을 후회했다. 여태껏 작별인사 그 한마디를 듣기 싫어 쩔쩔매던 시간들이었다. 지나간 그들에게 했던 것만큼이나 네게 해주었더라면. 그 부질없는 방랑자들에게 했던 노력을 갖고 와 지금의 너에게 쏟았더라면. 하지만 마음과 달리 나는 네게 온갖 투정을 부리곤 했다. 까칠까칠한 말들도 서슴없이 말하고는, 사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네가 알아주길, 아니면 이미 알고 있길 바랐다.


그 모든 떠난 이들에게 남긴 속삭임. 아예 잊기보다는 다만 조금이라도 기억나지 않기를 바랐다. 분명히 아름다운 기억이면서 동시에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 매도하고 싶진 않았다. 덮어놓고 증오스러워하기 싫었다. 알고 있었는지, 너도 강요하진 않았다. 그 대신 너는 내게 항상 고맙다고만 말해줬다.


고마워, 고마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눈에선 괜스레 눈물이 고였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그 눈물에 너는 나를 꼭 껴안아줬다. 잔잔한 너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나는 후회를 줄여도 어쩌면 괜찮을 것이라고, 너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막연히 안도했었다. 그제야 나는 네게 사랑한다고 네 마음에 대고 말해주었다.


나와 달리, 너는 내게 사랑한다고 곧잘 얘기해주었다. 내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그저 말하기에 말했다. 싸고 싼 사향도 결국은 그 내음이 퍼지듯, 암만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너의 마음은 작은 네 입술 사이로 그렇게 삐져나왔다. 나 역시 네게서 듣고자 하여 들으려 하지 않고, 그저 들리기에 들었다. 그리고 행복해했다. 마치 주문에 걸린 강처럼, 나는 너에게로 세차게 흘러갔다.


2.

나는 때때로 너를 잃을까 두려움에 사무치곤 했었다. 진 개펄을 바라보며 더럭 겁을 먹기도 했다. 지친 네가 떠나버리진 않을까, 저 썰물처럼 자고 일어나니 너는 손도 닿지 않는 저 멀리 물러나 내 곁에 없지 않을까. 네 잘못이 아니었다. 너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나의 탓이었다. 


하루는 너무 슬프고 두려워 무작정 바닷가로 뛰쳐나온 적이 있었다. 그 슬픔으로부터, 두려움으로부터 멀리멀리 도망쳐버리고 싶어서. 그들이 나를 더 이상 집어삼키지 못하게. 너는 신발도 못 신은 채 맨발로 날 쫓아왔다. 그런 너에게 나는 말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사랑이란 없어. 결국 모두 같은 사랑일 뿐이야. 항상 생각했었지만 답은 하나였어.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나에게 다가온 너는 말했다.


나는 절대 안 떠날 거야. 내 마음 속 이 사랑, 꼭 네게 다 줄 거야. 나의 마지막 숨이 떠나갈 때까지. 사랑해. 평생토록.


너는 무척 단호하게 말했다. 노을이 저무는 바닷가에서, 너는 나에게 입을 맞췄다. 눈물이 다시 왈칵 쏟아졌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이외에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모든 것이 명백해졌던 것이. 내 안의 어둠이 너라는 빛으로 밝게 물드는 순간이었다.


3.

낮의 바다는 잔잔했다. 해무가 걷히고 햇볕이 내리쬐자 파도는 백사장에 고이 부서졌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하얗게 일어나는 물거품 대신, 너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늘과 맞닿은 것만 같은 대양. 저 끝 어딘가에 두 손 꼭 잡은 너와 나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이제는 더 이상 썰물이 두렵지 않았다. 아니, 썰물이 두려웠지만, 그 후에 올 밀물을 기다릴 수 있었다. 사랑이란, 밀물과 썰물 같은 것이라고, 너는 내게 알게 모르게 알려 주었다. 그 동안 뾰족하게 굴었음에도 너는 그저 썰물처럼 잠시 솨 밀려났던 것일 뿐이지, 절대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너는 다시 밀물처럼 밀려와 그런 나를 보듬어 주었다.


다시 바다를 바라봤다. 밀물이 지나간 것인지, 썰물이 지나간 것인지도 모를 너른 바다다. 방금 전이 밀물이었든, 썰물이었든, 바다는 그저 바다였다. 너의 사랑 역시 그러한 것이었다. 멀어져도, 가까워져도, 변함없는 너의 사랑이었다.


사람들은 바닷가를 거닐었다. 바닷가에 막 도착한 사람들,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들도 한데 뒤섞여 모두 바닷가를 거닐었다. 그 많은 인파 속에서도 나는 너를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너는 크게 팔을 흔들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절대 떠나지 않을 단 한 사람. 너.


4.

너는 흑백 사진을 좋아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바다도, 모두 흑백 사진으로 너는 간직했다. 그런 네게 나는 괜스레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색도 없는 모노크롬이 뭐가 좋다는 거야.


그러면 너는 빙긋이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회색은 참 멋진 색이야. 회색 하나만으로 이렇게 우리의 얼굴도 칠할 수 있고, 바다도 칠할 수 있고, 나뭇잎도 칠할 수 있고. 근데 그 회색 하나만으로도 이 사진은 참 다채로워 보이잖아.


너는 그러면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다채롭게 칠한 사진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색이 바래지 않고 변함없이 있어 주기도 하고. 그래서 난 모노크롬이 좋아. 회색이 좋아.


회색과 너는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었다. 너는 너 자체로, 너의 변함없는 그 바다로, 사랑으로, 나를 그렇게도 찬란하게 또 눈부시게 칠해주고 있었다. 너를 만남으로써 나의 삶은 어쩌면, 진정한 모노크롬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해, 사랑해.


그런 네게 나는 이 말을 바치고 싶다. 나의 변함없는 바다, 모노크롬, 그리고 나의 행복. 너. 나는 흑백 사진기로 바다를 담고 있는 네게로 얼른 다가가 너를 안았다. 그리고는 그 벅찬 마음을 네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너는 조금 놀란 것 같았지만, 이내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변함없는 사랑에 눈 뜨게 해준 너. 항상 공연히 뒤돌아보던 나에게 앞을 보는 법을 가르쳐준 너. 그리고 간조와 만조,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이 거쳐 가도 내 곁에 있어 주는 너. 앞으론 네게 이 말을 이 모노크롬이 빛바랠 때까지 해 줄 거라고, 그렇게 나는 다짐했다.


철썩, 철썩.

오늘도 노을빛에 물든 밀물이 바닷가에 들어온다.


=========


보자마자 느낌이 오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예전에 Keren Ann의 Not Going Anywhere 듣다가

삘받아서 적어본거였었음


그런 내용의 가사가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상상했던 3년 전의 나란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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