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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꽃을 피우다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7 22:33:50
조회 352 추천 16 댓글 2
														

타오르는 욕망은 업화. 구석에 내몰린 쥐를 위협하는 공포의 물결. 불 타 사라지느냐 불길 속을 헤쳐나가느냐,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의지.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궁지에 몰려있는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눈을 떠 맞이하는 익숙한 천장, 이불은 언제나의 익숙한 샴푸 냄새가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기억에 남는 라벤더 향. 동생의 침대에서 겪은 비일상의 경험. 그 강렬한 인상은 내 안에서 잊혀지지 않아 더욱 나를 괴롭게한다. 그 날 이후로 특별하게 변한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동생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거부하는 채로, 시시각각 변해가는 마음에 번민하며 동생을 마주한다.


“몸은 괜찮아?”


“응, 쌩쌩해.”


“그러다가 또 쓰러지지나 말고.”


동생은 소파에 앉아 콤비네이션 피자를 먹고 있다. 굳지 않은 치즈가 아직 흘러내리는 따뜻한 피자를. 옆에 앉아 한 조각을 떼 베어 문다. 온기는 생각했던대로 남아있었다.


“요새 우리 피자만 먹는 거 같아.”


“나가지를 않으니까 그런거지 뭐. 안에서 해먹기는 귀찮고.”


“그러게...너도 요새 안 나가고.”


“이상하게 싫더라고, 선배한테 차이고서.”


이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안에서 욕망은 소리친다. 주체할 수 없는 그 마음을 꺼내 동생에게 전하라고, 저 귓가에 달콤한 말을 속삭이라고, 그 선배가 하지 못하는 일은 너라면 할 수 있다고. 씹어 삼킨다. 내 안의 갈등을 억지로 눌러 담는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변명 아래로…


“저기 있잖아.”


“왜?”


“역시 언니는 날 좋아하는 것 같아.”


웃는 얼굴로 보내지는 호의에 가슴이 아프다. 만약 동생이, 네가 나의 사랑을 알게된다면 똑같이 웃어줄까? 똑같이 호의를 보내줄까.


“새삼스럽게 뭔 말이야.”


전하고 싶은 마음과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 만들어내는 평행선. 이젠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갈등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스스로와의 싸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그러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싸움의 근원. 동생을 향한 나의 마음.


겨우내 얼어붙어 피지 못했던 생명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 그 날의 태양은 유달리 반짝여 당장에라도 눈이 멀 것만 같았다. 그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발하고 있는 날. 그 날 동생은 그 선배라는 여자에게 향한다고 말했다.


‘뭐,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만약, 만약 동생이 그대로 선배의 품에 안긴다면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동생의 사랑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축하해줄 수 있을까. 차마 행동하지 못해 고스란히 짊어지는 그 업보를 견딜 수 있을까.


어째서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을까. 나는 그런 것은 절대 견딜 수 없다고,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동생을 볼 수 없다고. 그렇기에 그 날, 동생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 날 입맞춤 할 수 있었다. 그 날에서야 겨우, 겨우내 선을 넘을 수 있었다고.


새하얀 도화지를 칠하지 못했다.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했다. 나름대로 정해놓은 순수를 향한 열망, 깨지않는 금기. 하지만 전부 부질없는 것들, 의미없는 행동으로 퇴색되었다. 동생의 볼에 입맞춤을 하는 것으로 선을 넘었다. 결코 바래선 안 될 것을 바랬기에, 내 마음이 정했던 한계선같은 건 이제 보이지 않는다.


“전부 의미 없다면.”


결심했다. 오늘에야말로 고백하자, 나의 마음을 전하자. 고민하며 바라만 보는 것은 이제 끝이라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자 몸은 저절로 거리를 내달렸다. 가슴은 벅차오른다. 단지 달리기만해서 숨이 가빠오고, 차오르는 것이 아니다. 내 안을 가득 메운 것은 기쁨, 사랑, 동생을 향한 마음. 이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도록 달려나갔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 속에서


“뭐야, 그렇게 뛰어와서는...아, 나 뭐 놓고나갔어?”


만날 수 있었다.


“아니, 그런 건...그런 건 아니야…”


“전화도 없이, 급한 일 있어?”

“사랑해.”


“뭐?”


“자매 사이가 어떻든 그런 건 관계없어...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토해내면, 그저 말 뿐인 것.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나를 경멸할까. 자매를 좋아하는, 동생을 사랑하는 언니를 경멸할까. 이제껏 자매간의 우애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은 좀 더 깊은 것이라는 걸 알게된다면 동생은 나를 싫어할까.


“...집으로 돌아가자.”


“어?”


“길거리에서 할 법한 이야기는 아니잖아.”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온 집은 이전과는 다른, 결코 편안하지 않은 분위기. 동생이 떠다 준 물을 마시고 조금 숨을 돌렸다.


“운동도 안 하면서 그렇게 달리고, 무리하지 말라 그랬잖아.”


“...마음이 급해서.”


“내가 그 선배를 만나러 가는 게 싫었구나.”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밀려오는 부끄러움은 어떻게 참을 수가 없는 것이어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였어?”


“어떤 게?”


“나 좋아하는 거.”


“...태어났을 때 부터.”

그것은 거짓 없는 진심. 오래토록 간직한 마음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나는 전부터 동생이 너무 좋았으니까.


“꽤 로맨틱하구나.”


“...미안.”


“고개 들어, 언니가 미안해 할 건 없어.”


입을 조금씩 오므리면서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추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동생은 말을 만들고 있었다.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만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대답을 재촉할 자격같은 건 없다.


“어쩔까...어떻게 말해야할까…”


“난 그냥 이렇게 말 한 것만으로도 만족해, 그러니까…”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그러니까...잠깐만…”


침묵이 거실을 채웠다. 들리는 건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내 심장이 뛰는 소리. 진정시키고 싶어도 진정할 수 없는 기다림은 순간의 한 마디로 끝이 났다.


“...좋아해.”


그것은,


“나도 사랑한다고, 언니.”


그토록 내가 바라고 꿈꿔온 대답.


“고마워...정말…”

상상이랑은 다르게, 침실로 바로 가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나는 그저 한없이 울었다. 꼴사납게, 하지만 웃음을 잃지않은 채로. 분명 이상하게 보이겠지. 동생은 그런 나를 안아주었다.


“울지마, 사실 기분 좋으면서 뭘 그래.”


그러면서도 떨어지는 눈물이 등뒤로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한동안 그대로 서로를 품었다. 떨리는 마음이 진정될 때 까지, 넘쳐흐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있을 때 까지. 해는 어느덧 지고 창밖으로 어둠이 깔린다.


“언니는 늘상 나를 좋아해준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우린 자매인데.”

“상관없잖아, 그런 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준 것도 언니고.”


“그건 너랑 네 선배랑…”


“지금은 우리 둘만 있잖아.”


그 날 밤은 어찌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서, 늘상 비어있던 퍼즐이 맞추어져 만족할 수 있는 것 처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시간으로 지나갔다. 꿈같은 건 꾸지 않았다. 달콤한 꿈이란 것을 이미 꾸고 있었다.


“잘 잤어, 언니?”


“재우지도 않았으면서.”

목 아래로 선명하게 남은 흔적들을 살펴본다. 달아올라 식지 않은 사랑의 열기가 있다.


“이거 이러면 오늘 나가지도 못하잖아.”


“뭐 어때, 늘상 집에만 있으면서.”

그렇게 웃는 동생이 사랑스러워서, 입을 맞췄다. 꿈에서 그랬던 것 처럼, 어젯 밤에 그랬던 것 처럼. 몸에 남은 열꽃이 조금, 뜨거워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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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643782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645850


어쩌다보니까 이렇게 세 편 뚝딱 됏는데 사실 좀 잘 못한 거 같아요

매편 느낌이 다 다른 거 같고

기본적인 구조는 어려서부터 동생을 사랑하는 어쩌면 금기를 계속 범하는 언니의 고백이야기

처음에는 억지로 아닌 척 하는 거, 자기 마음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에 깨끗한 것에 집착하는 화자가 그 마음을 인정하는 그걸 적고 싶었고

두 번째는 마음을 인정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 이상과의 괴리에 괴로워하는 걸 적고 싶었고

마지막 이거는 고백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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