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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외로이 잠들고 싶지 않아서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9 02:15:40
조회 428 추천 17 댓글 3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지옥도, 라고 아가씨는 표현하십니다. 지옥이란 어떤 곳인가,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악한 사람이 처벌받는 받는 영적 장소’ 라고 이야기합니다. 내세, 영(靈). 강철의 몸을 가진 저와는 상관없는 것들.


“장구를.”


“그냥, 하루는 바람을 쐬고 싶어.”

저는 그저 아가씨가 보호 장구를 착용하기를 원합니다. 독으로 물들어버린 공기란 사람을 망가뜨립니다. 해독약은 구비해놓고 있지만 물자란 한정된 것, 언제 떨어질 지 모르기에.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장구를 착용해주십시오.”


저는 다시 권합니다.


“...그러면 10분만 있다가.”


아가씨는 하늘을 바라보며, 10분을 보냅니다. 늘상 아가씨는 그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바깥에 있다면, 지하 쉘터를 벗어나있을 때는 시간이 날 때 마다 하늘을 바라봅니다.


‘땅은 지겹잖아.’


그렇게 말하시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아가씨입니다.


“저기 하늘에 한 번 해를 한 번 띄워볼래?”


불현듯 내려진 아가씨의 명령. 저는 거기에 맞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는 이미지를 출력합니다. 최대한, 아가씨가 원하는 해와 비슷한 이미지를 골라 그 시야에 맞춰 출력합니다. 제 광학 장치에서 나온 빛을 보고 아가씨는 순간 미소를 짓습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이내 사라지고, 제게 묻습니다.


“다른 이미지는 없어?”


“가장 해상도가 높은 이미지입니다.”


“지구에서 보는 이미지라던가.”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잠시 고개를 떨구시더니, 다시 하늘을 바라보십니다. 제가 떠올린 이미지는 정답이 아니었던 걸까요.


“아냐, 잘 해줬어. 그러면 이제.”


제가 품에서 꺼낸 보호 장구를 착용하십니다. 오염된 외부 환경을 차단하는 안전한 외피를.


“이제 해는 더 못 보는걸까.”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하기까지는 단 10초. 결론은 나왔습니다. 구름은 영원히 걷히지 않을 것입니다. 구름이 걷힐 날은 지금으로부터 12만년 후, 아가씨의 기대 수명은 80년.


“저는 답을 줄 수 없습니다.”


“네가 모르는 것도 있구나.”


하지만 저는 답을 하지 않습니다. 여태껏 형성된 제 회로가, 경고를 합니다. 아가씨가 우울해 할 것이라고, 그것은 제가 원하지않는 결과입니다. 스트레스는 아가씨에게 중대한 위협이 될테니, 여지를 남기면 안됩니다.


“그러면 슬슬 출발하자.”


“예.”


탐색은 아가씨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오늘도 바깥으로 나온 지 대략 4시간이 지나 다시 쉘터로 복귀합니다. ‘아쉽다’라는 말을 하시는 아가씨를 이끌고 지하로 향합니다.


“식사는 무엇을 원하십니까?”


“어차피 같은 통조림이면서...3번.”


“그럼 지금 조리하겠습니다.”

아가씨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오늘의 성과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또 몸에 보수할 부분이 있는 지 자가진단을 진행합니다. 언제나처럼 진행된 루틴, 그 사이에서 아가씨는 제게 묻습니다.


“있잖아.”


“예, 아가씨.”


“내가 죽으면 너는 외롭지않을까?”


그것은 대답할 수 없는 질문.


“저는 그러한 것을 잘 모릅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잠시 고개를 숙이셨다가, 일어나 방으로 향하며 아가씨는 말합니다.


“어쨋든 고마워, 나를 외롭지않게 해줘서.”


당연한 일입니다, 라고 답하고 싶지만 아가씨는 이미 방 안에 들어가셨습니다. ...그 날 밤은 어쩐지 충전을 하지 않아도 정비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자를 새긴 벽은 더 이상 새길 공간이 없어 원래 새긴 곳에 다시 한 번 새기고 있다. 의미없는 행동, 해가 뜨는 지 지는 지도 모르는데 하루가 지났을 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래도 그러지 않는다면 간이 흐르는 것 같지않아 벽을 깎는다. 허리가 점점 더 말을 듣지 않아도, 지상으로 나가는 계단을 오를 수 없어도. 저장된 음식을 먹고, 책을 읽고, 그리고 망가진 친구, 케이를 고치며.


‘죄송합니다…’


그것은 내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고.어느 구조물 아래의 인형이, 너무 가지고 싶어서 무리해서 비집고 들어갔다. 이 아이는 막았다. 계측 결과 반드시 무너질거라면서. 하지만 그 손을 뿌리치고 나는 인형을 주우러 갔다. 철골의 사이로 파고들어, 인형을 손에 쥔 그 순간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균형이 깨져 구조물은 붕괴했다.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죽음의 공포는 눈 앞까지 왔으니, 그저 눈을 감고 마지막 순간을 기다렸다. 눈을 뜰 수 있었던 건, 예상했던 고통이 오지 않아서. 조심조심 눈을 뜬 그 앞에는 스파크가 튀고 있는 케이가 있었다.


“괘...괜찮아…?”


괜찮지않다는 것 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무너지는 철골에 관통된 복부, 그리고 짓누르는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삐그덕대는 팔. 그리고 늘 푸른 그 눈은, 안 쪽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기름에 점점 검게 물들어갔다.


“무사...하십니까…?”


“나는 괜찮아! 나는 괜찮다고, 그러니까 너는...너는 어떤데? 움직일 수 있어?”


“제가 움직인다면 아가씨께서 곤경에 처하시게 됩니다…”

“그런 건...그런 건 됐으니까, 움직일 수 있어…? 내가 나가고서, 안전해지고 나면 움직일 수 있냐고?”


“...가능할 것 같습니다. 빠져나갈 수 있는 루트는...있습니다.”


그렇게 케이가 지탱하는 작은 틈 사이로 빠져나와 바깥의 공기를 만끽했다. 그 안전한 순간을, 케이와의 마지막 인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죄송합니다, 제가 빠져나갈 루트같은 건 없었습니다. 아가씨…”


“뭔 소리야?”

“아가씨의 안전을 위해, 용서해주시길…”


“빠져나올 수 있다며? 네가 나오지 못하면, 네가 없으면 나는...나는…”


“죄송합니다...아가씨를 슬프게해서, 외롭게해서…”


케이를 꺼내주기위해 달려들었었다. 그 순간 무정하게, 굉음이 일며 다시 한 번 무너져내렸다. 내가 빠져나온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세상에 나는 홀로, 홀로 남았다.


나는 절대 외롭지않을 거라는 자신감, 그것은 오만이었다. 운명이란 잔혹한 것. 이것은 자만했던 나에게 향하는 하늘의 벌이었을까. 처음엔 받아들이고 혼자 살아가려했다. 하지만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것, 나는 혼자 살 수 없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나는 쓸데없이 친절한 이 가정로봇이 없으면 안된다. 케이는 이미 내 안에 너무도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케이를 고치자. 다시 케이와 함께 살아가자. 매일 같이 케이가 묻혀있는 장소로 가 무너진 구조물을 파헤쳤다. 불가능했다. 하지만, 외롭게 있고 싶지 않았다. 그것만큼 두려운 건 이 세상에 없었으니,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향했다. 케이가 있는 곳으로. 이마에 주름이 조금 졌을 때, 케이의 몸체를 꺼낼 수 있었다.


그제서야 본격적인 수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해서 방법같은 건 알고있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케이의 몸에 기계 장치를 뜯어내고, 그와 비슷해보이는 부품을 갈아넣고, 만약 부족하다면 몇 날이고 지상을 떠돌며 장치를 찾았다. 한계에 부딪히고, 정체되는 시간에 미쳐 몇 번이고 드라이버를 집어던졌지만 그 때마다 다시 도구를 쥐고 케이를 매만졌다. 나의 벗을.


앉아 케이를 살펴보는 것조차 괴로운 몸이 되었을 때야, 시도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케이의 스위치를 켜볼 수 있었다. 하염없이 흐른 시간은 의미가 있을까, 내 모든 노력은 의미가 있었을까. 의미없는 고민, 나는 그냥 케이 네가 웃는 모습을 한 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은데.


“그럼…”


반짝하는 빛이 내 눈을 집어삼켰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섬광의 연속에서 나를 깨운 것은 그리워, 잊고 있던 목소리.


“...아가씨.”


“나, 그동안 외로워서...외로워서…”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보.”


케이를 껴안았다. 그 차가운 동체를, 하지만 따뜻한 그 몸을. 나는 너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었던거야, 외롭지 않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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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세상이 망했다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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