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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건전] 피타고라스적 연애관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01 10:52:01
조회 450 추천 22 댓글 3
														



b + c


"과외, 그만둬도 괜찮지 않아?"


난데없이 들려온 질문아닌 질문에 돌아보니 침대 위에 기울어진 몸이 선명했다. 과외를 그만 두는건 어떻냐며 물은 세하는 여전히 알몸이었다. 느슨하게 기지개를 켜는 몸 곳곳에 정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하나는 마시던 물컵을 내려놓고 침대로 다가갔다. 팔을 뻗고 끌어당기고 살색이 뒤엉켰다. 뒤엉킨 사이로 세하의 목덜미에 파고든 하나는 달래듯 속삭였다.


"안돼요, 용돈 벌어야죠."


"...데이트 비용 내가 다 낼 수 있는데?


"그럼 학원비 벌어야죠."


"그것도, 내줄 수 있는데?"


"월급 받는 거 전부 나한테 쓰게요?"


"...모으기만 하는 것 보다는 써버리는 게 더 좋아."


"애인한테나 그렇게 해요."


"매정해..."


칭얼거리는 세하의 목덜미에 하나는 몇번인가 키스하고는 일어났다. 널부러진 옷을 지나쳐 씻으러 가려는 하나에게 애인은 아니지만 살을 섞은 여자가 말한다.


"그러면 애인이 되는 건 어때?"


"그런 농담 별로인거 알죠?"


"치..."


세하는 입술을 몇번 삐죽이더니 돌아누워버렸다. 능글맞게 농담을 건내다가도 종종 보이는 답지않게 애같은 모습,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귀엽게 느껴졌지만 연애 감정과는 달랐다. 귀엽다고 사귈거면 세상 모든 사람과 연애를 해야했다.


픽 웃음을 터뜨린 하나는 샤워실에 들어갔다. 슬슬 연애가 고프긴 하지만 차세하와는 아니야, 라고 되뇌며 뜨거운 물을 온몸으로 맞았다.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은 홧홧하게 데워졌다.


섹스 없이도 몸을 달궈놓는 애정, 그걸 느낄 수나 있을까. 무미건조했던 지난날의 연애전선을 생각하며 몸을 씻어내리는데 문이 열렸다. 습습한 수증기 사이를 비집고든건 다름아닌 차세하였다.


"아, 잠깐 흣!"


물이 쏟아지건 말건 달려든 세하, 짐승이 사냥하듯 목덜미를 채어물더니 진득하게 빨아올린다. 잘근잘근 씹으며 맛보는 것은 잊지 않고 살살 간지럼태우는게 어지간히 자극적이었다. 쏟아지는 물 아래로 몸은 한층 뜨거워졌다. 하나는 어질거리는 와중에도 세하를 밀어냈다.


"나... 나 과외 있어요..."


"그거 지각 좀 하면 안 되나?"


"좀... 놔요, 빨리!"


"그냥 가지 말고 나랑 놀자, 응?"


"...그런 책임감으로 어떻게 팀장까지 갔어요?"


"빽으로?"


"...나가요, 좀."


능글능글했다. 차세하가 나잇값을 할 때는 딱 두 가지다. 농담을 할 때, 섹스를 할 때. 입맛도 애기 입맛, 성격도 애같으면서 이럴 때만 치사하게 능숙했다. 하나는 얄미운 연상을 흘기며 욕실 밖으로 내몰았다. 내몰린 세하의 시선은 여전히 하나의 목덜미에 꽂혀있었다. 제법 선명하게 남아있는 키스 마크에.


등 뒤에서 신경질적으로 닫힌 문소리에도 세하는 흥겹게 콧노래를 불렀다. 축축하게 들러붙은 습기를 털어내고 다시 침대에서 뒹구는 몸짓은 갖고싶던 장난감을 실컷 갖고논 애들마냥 철이 없었다.



* * *



a + b


"쌤, 샴푸 바꾸셨어요?"


하나는 제 바로옆에 앉아 채점을 기다리던 주은의 말에 흠칫 떨었다. 호텔 애너미티로 씻었으니 당연히 풍기는 향도 다를 터였다. 하나는 애써 침착한척 시침을 뗐다.


"...평소랑 다른가?"


"평소에는 산뜻한? 향이 났는데 오늘은... 어른스러워요."


"나 어른 맞는데."


"아니... 그러니까 음... 그걸 뭐라고하지?"


주은은 손을 휘휘 저어가며 말을 골랐다. 평소에는 풋풋하고 싱그러운데 오늘은... 짙고 취할것같고... 향에 문외한 주은은 구체적인 향을 짚어내지 못했다. 끝내 다다른 표현, 섹시한 향이 난다는 말은 차마 꺼내기엔 민망했다.


"암튼... 그런게 있어요."


"...문제를 풀어야지, 쌤 냄새만 맡고있었어?"


"아, 아, 아니 그건 아닌데..."


아닌데에... 농담처럼 건낸 말에 쩔쩔매는 모습이 딱 어린애였다. 어울리게 귀엽게 구는 모습에 하나는 슬며시 웃고는 주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험공부는 열심히 하고있는거지?"


반짝 들린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새침하게 치켜올라간 눈매 아래에 저런 눈빛이라니, 하나는 어지간히 물러졌다.


"쌤이랑 내기했잖아, 평균 90점 넘으면 원하는거 해주겠다고."


"...하고 있어요."


삐죽, 툴툴거리는 입술. 거기에 아직 귀엽게 잡혀있는 젖살까지, 뭐 하나라도 귀엽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생글생글 웃고있는 하나를 두고 주은은 조심스레 묻는다.


"근데 진짜... 들어주실거에요?"


"응?"


"막상 듣고는... 그게 말이 되냐고 거절하시면..."


"일단 받고 얘기하자?"


"치... 너무해요..."


삑삑거리는 말씨는 여전히 잡담을 이어가고싶은 눈치였으나 하나는 단호하게 굴었다. 차세하가 바래다준다면서 빙빙 돌아 내려준 탓에 10분은 늦었는데 이렇게 수업 시간을 뺏길 수는 없었다.


"이제 책 펴자, 쉴만큼 쉬었는데 이제 진도 나가야지."


"맞아요, 진도... 나가야죠..."


침울하게 종알거리던 주은은 이내 펜을 잡았다. 하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봐, 이 문제는 첫줄부터 나 절댓값이에요 하고 얘기해주잖아? 그러면 그래프를 꺾어올리고, 정 꼼꼼히 하고싶으면 y값 음수 양수에 따라 x값 범위도 나누랬지?


이어지는 설명이며 풍겨오는 향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주은은 거추장스럽게 내려와 하나를 방해하는 머리칼에 시선이 꽂혔다. 머리를 넘길 적마다 찌푸려지는 인상은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우물쭈물 망설이던 주은이 내민건 머리끈이었다.


"머리... 묶으실래요?"


"아, 고마워."


안그래도 방해였다고, 받아든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어올리는데 훤히 드러난 목덜미가 하얗고 예뻐...


"......쌤."


목덜미를 훑던 눈길은 한곳에 멈췄다. 다름아닌 하얀 살결위로 선명히 남은 얼룩에. 울긋불긋 무시할 수 없을만치 남아버린 누가봐도 키스마크인 흔적에. 멍하니 뻗은 손길은 하나의 목덜미 가운데를 쿡 찔렀다.


"이거... 뭐에요?"


"어?"


뭘 얘기하는 거냐며 눈만 깜빡이던 하나는 들썩이더니 목덜미를 가렸다. 뒤늦게 떠오른 모양이었다. 단숨에 달아오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우습지도 않은 변명이 이어졌다.


"아... 이거... 그... 벌레가..."


"...쌤."


"으, 응?"


"제가 몇 살이에요?"


"......열여덟 살이잖아."


그건 갑자기 왜... 말끝을 흐리는 하나를 두고 주은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래, 열여덟, 고등학교 2학년, 미성년자. 그 나이가 하나한테는 한없이 애로 보였겠지. 주은은 읊조렸다. 맞아요, 열여덟이죠. 끝맺는 말은 애들답지않은 서늘함으로 날이 서있었다.


"열여덟이 그런 걸로 속을 나이에요?"



* * *



c + a


"너구나? 하나가 맡았다는 과외학생이"


아, 귀엽긴 하네. 하나가 왜 계속 과외 하려고 하는지 알겠다. 마주한 안주은을 보며 세하는 유리잔 밑바닥에 깔린 초코 시럽을 휘적거렸다.


"여기까지 찾아온게 나 때문은 아닐거고."


공통점이라고는 하나의 지인이라는 점 외에는 없는 둘이었다. 그러면 하나가 문제인데 왜 나한테 왔담? 눈앞의 어린애가 보인 우스운 행태에 세하는 다 들리도록 콧노래를 불렀다. 그게 불쾌하기라도 했는지 발끈한 말씨가 들려왔다.


"그쪽 만나러온거 맞는데요."


"나한테 볼 일이 뭐가 있다고?"


"하나 쌤이랑 무슨 사이에요?"


직구. 딱 그 나이에 어울리는 솔직함이었다. 세하는 달착지근한 음료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여유를 부렸다. 속이 다 보이잖아. 하나와의 관계를 티내면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줄로 알았는데 예상 외로 재밌는 상황이었다.


"너, 하나 좋아하지?"


직구에는 직구였다. 함무라비의 오랜 원칙에 따른 세하는 그 틈새에 본인의 심술을 섞었다.


"좋아하는데 고백은 못 했지?"


난 했는데, 차였지만. 굳이 덧붙이지는 않았다. 차였다면 자기에게 기회가 있을거라 생각할게 뻔했다. 그러나 세하가 봐온 하나는 골키퍼는 커녕 골대가 없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내 고백을 거절하겠어. 아예 연애 생각이 없는거라고 확신하며 세하는 말을 이었다.


"하나 걔 연애는 관심 없어."


섹스면 몰라. 그 말에 들썩이는 몸을 본 세하는 승리감에 취했다. 연애와 섹스를 동일시하다못해 연애의 달성점 중 하나를 섹스로 생각할 10대 애들이면 이 말이 명치를 파고드는 직구일 터였다.


"무슨 소리인지 못알아듣니?"


확실한 걸 좋아하고 끈질긴 성격. 세하를 최연소 팀장 자리까지 올려준 성격이 쐐기를 박았다.


"미성년자가 낄 곳은 없다고."


둘 사이엔 침묵이 감돌았다. 세하는 음료를 다 비워가며 주은을 기다렸다. 일어나서는, 엉엉 울면서 달아나기를. 그리고 하나한테서 떨어져 나가기를. 얼음만 남은 음료잔을 빨대로 휘휘 돌리며 장난을 치는데 언뜻 섬짓한 말씨가 들려왔다.


"...진짜 없다고 생각해요?"


적의 가득한 말씨가 으르렁거리듯 낮았다. 예상 밖의 반응에 세하는 손 안의 빨대를 구겼다.


"하나 쌤이, 정말로 연애할 생각 없어보이냐구요."


"없어보이는게 아니라 없다니까, 걔?"


"섹스만 했지 대화는 안 했나봐?"


"...뭐?"


사실을 꿰뚫는 물음에 세하는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발끈해서 뭐라 대거리를 하려는데 주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년 안남았어요, 많이 즐겨요."


교복을 입은, 책가방을 챙겨드는 주은에게서 이해할 수 없는 여유가 돋보였다. 나이를 생각하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 태도에 세하는 놀랄 새도 없었다. 주은은 픽 웃고는 한마디를 남겼다.


"하나 쌤이랑 연애."


똑똑히 들으라며 또박또박 끊어내는 말마디는 확신에 차있었다.


"해볼게, 내가."




A (안주은) : 18세

고등학교 2학년, 누구보다 성숙하게 반하나 짝사랑 중


B (반하나) : 24세

대학생, 휴학하고 돈 버는중, 연하와 연상 사이에 끼어 고통받음


C (차세하) : 30세

잘나가는 직장인, 반하나와는 엔조이지만 집착이 있다, 은근 애새끼




각자의 나이가 A² + B² = C² 를 만족하는 피타고라스 백합입니다.

다 필요없어 삼각으로 보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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