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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천한 계집아이 26

ㅇㅇ(112.156) 2020.12.09 05:26:22
조회 372 추천 13 댓글 3
														

귀족들이 모여 잡담을 하며 친목을 쌓는 무도회. 아마도.. 그때 만났을 것이다. 내가 동경하던 그녀를.

같이 동반한 아버지와 오빠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평소같이 나 혼자 붕 떠서 외롭게 있을 때.

그냥 지금 집으로 돌아가서 한가롭게 책이나 읽고 싶다며 이루지도 못할 생각을 하며 보내고는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지.

혼자 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꼭 찾아와, 그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하니 느긋하게 생각할 여유도 없었으니까.


"아! 찾았다!"

나 혼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내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나 혼자 고립될 때만 되면 사냥감을 발견한 짐승처럼 다가왔다.

즐겁게 놀 장난감을 찾은 어린아이처럼 신나하며 날 부르던 여자아이.

그때 날 부른 여자아이는 온갖 음식을 처먹어 살이 뒤룩뒤룩 찐 가축처럼 보기 추했다.

그녀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지금 와서는 기억이 안 난다. 아마.. 벌써 오래전에 가문이 몰락하여 연을 끊은 여자아이였을 것이다.


"아.. 저.."

"후후, 백발노인네 아니랄까 봐 치매까지 온 거야? 말도 똑바로 못하네."

"헤헤.. 오랜만이에요."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돼지 년이 뭐라 지껄여도 나 자신은 얌전히 있었다.

그때는 백발, 백안으로 태어난 자신을 노인네 취급하며 놀리는 것을 알아도 멍청하게 웃으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지. 그런 대응법밖에 몰랐다고 해야 옳다고 볼 수가 있겠지.

가지고 태어난 본래의 성격이 그런 것인지,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놀림을 당하며 살아와서 그런 것인지.

화내며 거부한다는 선택지를 일말의 생각조차 안 하고 살았었다.


"놀려도 매번 똑같이 바보같이 웃기만 하는 반응도 이제 질린단 말이지..."

"이봐, 그래서 신기하단 것은 어디 있느냐?"

날 바보 취급 하는 여자아이의 말을 자르고 불쑥 뒤에서 당당하게 나타난 적발의 여자아이.

훗날 나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소중한.. 친구가 되는 아델라와의 첫 만남이었다.

엄청 이쁘지만 까칠해 보이는 사람. 처음 보았을 때의 감상은 그랬다.

분명 나와 키도 똑같았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어른처럼 성숙한 매력을 내뿜던 여자아이였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하지만 이쁜 사람을 만났다는 감상과는 다르게 그때의 내 심정은 불편하고 괴로웠다.

어차피 또 나를 괴롭히며 바보 취급 하는 여자아이를 데려온 거라 생각했으니까. 전과 같이.


"아! 아델라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자 이 아이가.."

오델라. 그 이름은 직접 만나기 전에도 한번 들은 적이 있었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그 용모와 지혜가 뛰어나 귀족은 물론 왕족의 자제분까지 아델라님에게 연심을 품고 있다는 소문을.

이분이 그 아델라님.. 이라 생각하며 그 소문은 그저 허무맹랑한 소리도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납득했다.

내가 자기 혼자서 납득하고 있을 때, 나에게서 등을 돌린 돼지 같은 여자아이는 아델라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팔꿈치로 내 몸을 찔러댔다.

처음 보는 사람을 데려오면 언제나 나에게 시키는 장난. 그것을 지금 하라는 신호였다.


"어.. 어서 오려무나~ 이 할미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우리 아가~"

등을 굽히고 얼굴을 구겨 최대한 웃긴 표정을 짓게 하고는 흔히 동화 속에 나오는 늙은 할머니처럼 연기를 하였다.

유치한 장난, 아직 철이 안 든 아이에게 딱 맞는 유치한 장난이었다.

이런 장난을 보는 또래의 아이라면 보통 반응은 두개로 나뉘었다.

어색하게 웃음 지으면서 분위기를 살피는 반응, 웃음을 터트리며 놀리는 반응.


"... 웃기지도 않는 장난은 끝난 것이냐."

"아하하, 이상하네요. 신시아의 이 장기자랑을 보여주면 누구나 좋아했는데."

하지만 아델라는 다르긴 했다. 한치의 웃음을 보이지도 않고 무표정하게 받아들였다.


"신시아? ... 네가 말한 그 백발의 노인네, 신시아가 저 여자더냐? 하, 이게 무슨 노인네냐 노인네는."

"후후, 잘 보세요 아델 라님. 저 백발을 보면 확실히.."

"늙기는커녕 평범한 여자아이만 있지 않느냐. "

날 평범한 여자아이로 취급한 아델라. 간지러운 기분이었지만 기분 나쁜듯한 간지러움은 아니었다.

내 가족들도 나를 평범하게 대하지를 않는데, 처음 보는 낯선 여자가 내 존재를 평범한 일반인과 동일시해줬다.

생기를 잃은 노인네같이 하얀 나를 평범한 여자아이라고..


"하아.. 이게 뭐가 신기하단 거지? 차라리 네 뱃살을 보는 게 더 신기하겠구나."

"뭐.. 뭐라고요?!"

"이건 지방만 가득 차서 먹지도 못할 거 같구나."

아델라가 돼지의 뱃살을 꼬집으며 비꼰 이후에는 아델라와 돼지의 말싸움이 시작되어 버렸고, 결국은 소란이 커져버려서는 어른까지 개입하고 말았다.

다행히도 소란은 금세 진정되었고 돼지는 울면서 어딘가로 갔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조용히 지켜보던 나는 그제야 아델라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가.. 감사합니다.. 그... 아델라님.."

처음으로 한말은 감사 인사였다.

자신을 괴롭히던 돼지에게 나 대신에 물리쳐준 것.

또한 나 자신을 평범한 여자아이라고 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흠? 왜 네가 감사를 전하는 거지? 난 그저 화풀이를 했을 뿐인데."

"화풀이요..?"

"오늘 아침에 내가 아끼는 찻잔을 어떤 멍청한 년이 깨버려서 말이지. 이 화를 풀만한 돼지를 마침 딱 발견해서 욕을 했던 것뿐이다."

"그, 그렇군요.."

말하는 바는 아무리 좋게 말해줘도 여자아이가 입에 담을만한 내용이 아니었지만.

그런 직설적인 내용들이 나는 마음에 들었고, 날 다른 사람과 똑같이 취급해 주는 그 태도에 호감은 이미 최대치로 쌓여있었다.

이때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혹시 이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라는 생각을.


"후후.. 그나저나 아까 그 돼지 같은 년. 전부터 계속 들러붙어서 귀찮았는데 마침 잘 됐구나."

"헤헤.."

친구가 되고 싶다. 같이 얘기하고 싶다. 어딘가로 단둘이 놀러 가고 싶다.

친구라는 존재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나는 소설 속의 이야기들에 의존하여 이 아델라와 친구가 되면 어떤 느낌일까 하며, 잠시 상상도 했었다.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내 심장은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때가 처음으로 용기를 내 말을 낸 순간이었다.


"저기.. 괜찮다면 저랑 친구.."

".. 그리고 방금 그 돼지 같은 년은 정말 질색이지만, 너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구나."

그 용기를 아델라는 갑자기 산산조각 내버렸지만.


"아까부터 넌 무슨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냐?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병신 같은 낯짝을 만드는 게 네 특기더냐?"

"... 네..?"

"화내고 싶다면 화내거라. 누군가 널 병신 취급해도 웃기만 하며 넘길 것이냐? 방금처럼?"

"아니.. 그게.."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그 꼴도 더 이상 보기 싫으니 이만 가지."

아마 아델라는 억지로 표정을 만드는 것을 그만두고 자연스럽게 굴라는 뜻으로 말했던 것이겠지.

조금만 상냥하게 말했다면 어린 나도 상처를 받지 않고 울지도 않았을 텐데. 하긴 그 아델라가 상냥하게 말하는 게 가능할 리가

나와 친구가 되기 싫어 욕을 하는 것인 줄 안 그때의 난.. 지금도 회상하기 싫을 정도로 추하게 굴었다.

처음으로 용기를 내 친구가 되자는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욕을 하는 것이 너무 서러워서 그만.. 천장이 무너질 기세로 울어버렸다.

과연 그 울음소리의 크기에는 천하의 아델라도 당황하였는지, 아니면 여자아이의 눈물에는 약한 것인지.

이만 간다는 말을 전하고 등을 돌려 떠나던 아델라가 울음소리를 듣고는 급히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이 눈물 때문에 흐린 내 시야 속에서 보였다.

이윽고 우는 것에 바쁜 나를 안고는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 주는 것이 애델라라는 것을 알았다.

자기가 먼저 심한 말을 하고 뭐 하는 짓거리인지, 울음이 진정되었을 때는 바보 같다고 생각해 웃어버렸다.


아델라라는 여자는 정말 바보 같이 뜻과는 다르게 험한 말을 일삼고, 그건 바뀌지를 않은 거 같다.

예전과 똑같이 그 말과 속마음은 전혀 다른 것이겠지.

그것 때문에 나 자신도 처음에는 아델라가 날 미워하는건가하며 엄청 고민했지만.. 이제는 괜찮다.

아까처럼... 짐 덩어리를 처분해 준다는 내 제안을 싹 잘라 더 이상의 발언은 용서 안 한다는 말을 했지만..

하마터면 나도 오랫동안 보지 못한 탓인지 아델라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뻔했다.

분명 그 속마음은 다를 텐데 말이야.


"신시아님? 그 나이프는 어디에 쓰시려고.."

"흠,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주방용구들의 상태를 점검하려 한 것일 뿐이다."

그래,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아델라의 범상치 않은 분위기와 눈빛에 나도 잠깐 혹해버렸나 보다.

날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그 눈빛.. 내 착각이겠지.


나이프를 원래 자리로 다시 되돌려놓고는 난 다시 밖으로 아델라를 찾으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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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안가고 집에서 1년을 날로 먹는 이 기분. 저같은 아싸한텐 최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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