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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60-16

1234(39.113) 2020.12.09 18:26:52
조회 111 추천 10 댓글 3
														

졸업식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정리하고 떠나는 것 뿐. 미유는 자신의 짐을 챙기며 복잡하면서도 한편으론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시즈카의 졸업. 그것은 그녀의 학창 시절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학교를 떠나 미유는 그녀의 곁을 지킬 터였다.


이제까지 살던 세상에서 떨어져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것은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일 터였다.


그러고 보면 마지막까지 시즈카는 시즈카였다.


시즈카의 마지막 모습은 더 없이 아름다웠고 그녀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숨만 내쉬었다.


시즈카를 사모하던 여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통곡하였고 덕분에 분위기가 묘하게 변한 것은 미소지을 수 있는 작은 헤프닝이었다.


시즈카 뿐만이 아니다.


미유가 그만둔다는 사실에 몇몇 여학생들은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그 사실에 미유도 조금은 당황하였다.


자신이 그런 식으로 기억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아마 그녀들의 마음은 앞으로도 가슴 속에 남아있겠지.


"하아...."


그렇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인사도 다 끝났고 이제 미유는 학교 밖으로 나갔다.


오늘 당장 시즈카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녀도 그녀대로의 일정이 있다. 그러니 오늘은 조용히 자신만의 마지막을 보낼 터였다.


"저, 저기 서, 선생님."


이제 교문을 나서는 미유에게 기다리고 있었던지 레이나가 말을 걸었다.


"레이나 양 무슨 일인가요?"


미유는 부드러운 얼굴로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레이나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이제 학교에서는 더 이상 뵐 수 없겠네요?"


"네. 시즈카님의 곁에서 이제 일할 거니까요. 레이나 양도 졸업하고 하루 빨리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미유의 말에 레이나는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물론 미유는 그녀가 왜 얼굴이 붉어졌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시즈카에게 묶인 사람들간의 감정 정도로만 여겼을 뿐이다.


"그, 그렇네요...."


레이나는 그렇게만 말하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나 양은 이제 집으로 가야 하지 않나요? 슬슬 시간도 시간인데...."


미유가 학교에서 나왔을 때는 제법 시간이 흘러 있었다. 이제 학생이라면 집으로 가야 할 시간. 비록 이제 학교는 그만두었지만 여전히 교사의 자각이 있는 미유는 당연히 그녀의 귀가를 종용하였다.


"저기.... 오늘 뿐인데 같이 있으면 안될까요?"


레이나는 잔뜩 각오한 표정으로 미유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 함께 하고 싶다는, 그녀 쪽에서의 제안이었다.


"네?"


미유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레이나가 왜 자신에게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 시즈카님은 오늘 뵐 수 없으니까요. 마음이 너무 허전한 걸요."


레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차마 미유를 바로 바라보고는 이야기 하기 어렵다는 모습이었다.


"하아 그런겁니까?"


시즈카의 이야기가 나오면 미유는 왠지 모르게 무르게 변했다. 게다가 레이나의 경우라면 자신과 같은 위치라는 것도 있기에 미유는 쓰게 웃을 뿐이었다.


"그럼 제가 살거니 같이 저녁이나 함께할까요?"


미유는 레이나에게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네!"


레이나는 무엇이 기쁜지 그녀답지 않게 큰 소리로 답했다.


---------- 


"하아.... 죄송합니다. 이렇게까지 하실 건 아닌데...."


레이나는 정말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유가 데려간 곳은 평범한 식당보다는 훨씬 격이 큰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레이나는 많이 미안한 듯 보였다.


"괜찮아요. 저에게 있어서도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까요. 약간의 기념식 정도는 괜찮겠지요."


미유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그 표정을 보며 레이나는 다시금 약간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낮과 달리 이제는 어느 정도 납득을 한 얼굴이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이제는 모두가 떠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시간.


레이나는 한층 편안해진 얼굴로 미소지었다.


"선생님을 뵐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아쉬워요. 시즈카님도 그렇지만 말이에요."


미유는 그 말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이제 확실히 그녀는 학교를 떠났다는 사실이 다가왔다.


"그러게요. 그래도 시즈카님이 원하신다면 언제든 오실거니 또 볼 수 있을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미유는 택시를 잡았다. 아주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레이나를 혼자 보내기는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괘, 괜찮습니다.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레이나는 이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유는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의 말은 들어야지요. 안그렇나요?"


"...네."


학교를 그만두었어도 미유는 미유였다. 그녀의 말에 레이나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동안 둘은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지금은 이걸로 충분했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레이나의 집 앞까지 미유는 바래다주었다. 그리고는 언젠가 다시보자는 말과 함께 조용히 몸을 돌려 자신의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하아...."


레이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마음이 그녀의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흐음.... 레이나는 미유가 마음에 들었나봐요?"


"시, 시즈카님?"


언제 어떻게 왔는지 기척도 내지 않고 시즈카는 레이나의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레이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집안 어른들과 함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시즈카가 무려 자신의 집에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기 때문이었다.


"난 화내거나 하지 않아요. 단지 재밌네요. 당신이 나 이외의 사람에게 호의를 보일 줄이야."


그렇게 말하는 시즈카의 얼굴은 흥미로 가득 차 있었다. 허나 마치 바람을 핀 것을 걸린 것처럼 레이나는 벌벌 떨 뿐이다.


"레이나는 누구의 것인가요?"


"시, 시즈카님의 것입니다."


시즈카의 질문에 레이나는 벌벌 떨며 답했다.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든다는 듯 시즈카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내일. 재미난 시간을 즐기도록 해요."


그렇게 말하며 시즈카는 조용히 레이나의 뺨에 입을 맞췄다. 따뜻한 입맞춤이지만 레이나는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에 떨었다.


"그럼 내일 봐요. 제가 연락할게요."


시즈카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가문의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레이나는 멍한 눈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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