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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건전] "심심풀이로 써본 소설인데...어때?"

히이이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10 21:04:13
조회 503 추천 29 댓글 5
														

“유치해.”

한껏 구겨진 자존감을 가까스로 펴낸 A가 내뱉은 말.

“그래..?”

“그래. 요즘 트렌드랑 안맞아. 그리고 너무 뻔한 플롯이고 진부한 클리셰야.”

“프..플리세?”

“뭐야. 기본적인 개념도 모르면서 소설을 쓴다 한거야? 그러니까 이런 근본도 없는 졸작이 나오지.”

“....”

순간. A는 자신이 한 말에 깜짝놀랐다.

이렇게 심한말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사실 B가 써온소설은 재미있었다.

정말로. 질투심과 열등감에 잡아먹힐만큼.

재능이 보였다.

그래서 인정할수 없었다.

업으로 삼고 셀수없이 써온 자신의 글보다 심심풀이로 써봤다는 저녀석의 글을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면..

A는 B의 얼굴을 슬쩍 바라봤다.

윽.

잔뜩 풀이죽은 얼굴.

죄책감에 가슴이 아려온 A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미..미안. 처음치고는 정말 잘쓴건데..말이 심했어”

“아냐. 나야말로 시간뺏어서 미안. 이런거 억지로 읽어줘서 고마워. 이만 가볼게.”

“아…”

A는 급하게 자리를 뜨는 B를 잡으려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혼자남은 A는 B가 두고간 공책을 덩그러니 바라봤다.

“흑...흐윽..”

그리곤 곧 울음을 터트렸다.

뱀의 마음으로 친구를 물어뜯은 자신이 혐오스러워서?

초라해서? 비참해서?

그것도 아니면 한없이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준게 미안해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A는 고개를 떨군채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건 B도 마찬가지였다.

차이점은 B는 즐기고 있었다는점.

“흐으...♡”

소설을 읽는 표정과 살짝 떨리는 손에서 빤히 보이는 머릿속.

그래놓고선 냉정한척 냉철한척.

가면하나 제대로 못쓰는게 너무 귀여웠다.

스스로 내뱉은 독설에 당황한게 너무 귀여웠고,

그 억센 자존심을 꺾고 사과를 한게 기특했다.

인정하기 싫었을 사실을 인정했을땐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굳이 A가 쓰는 소설과 같은장르의 소설을 준비해간것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한번 써본척 연기한것도, 준비하던 공모전에서 떨어져 힘들어하던 시기를 고른것도 보람이 있었다.

‘더보고싶어….더보고싶어’

혼자남은 A를 훔쳐보다가 흐느끼는장면이 눈에 들어왔을땐, 당장 뛰어가 A의 얼굴을 잡아채고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니가 졸작이라고 한거. 니가 떨어진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이야. 자존심때문에 수상작들 읽어보지도 않았지? 그러니까 그모양이지. 계에속.”

하..

저 말을 면전에서 한다면.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본다면.

A는 무슨표정을 지을까. 어떤소리로 울까. 상상만으로도 몸이 달아올랐다.

그런걸 봐버리면 밤을 새고싶어질거야. 그러니 조금만 더 참자.




-두고간 공책 가지러갈게.-

방에 박혀있던 A는 B의 연락을 받고 깜짝놀랐다.

먼저 연락을 해야할지, 무슨말을 해야할지 공책은 어떻게 해야할지

어쩔줄 몰라하던 참이었으니까.

-아냐 내가 가져다줄게. 언제가 편해? 뭐라도 사갈까?-

-고마워. 내일 저녁 괜찮아? 밥은 내가 해줄테니까 몸만 와.-

-알았어!-

“휴우..”

그 뒤로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먼저 연락을 하진 못하고있었다.

이렇게 사이가 틀어진적도 없었고 보통 연락은 B에게 먼저 왔으니까.

말라비틀어던 와중에 B에게서 온 연락은 당연하게 여겼던 평소와는 다르게 정말 반가웠다.

이를 기회로 제대로 사과를 하기로 생각한 A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그려나갔다.

‘일단 B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가자.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는거야. 진심이 아니었다고. 니가 쓴 소설 재밌어서 몇번이나 다시읽었다고.’

B의 공책을 미리 챙겨놓은 A는 며칠만에 단잠에 들었다.







“나왔어.”

벨을 누를까 망설였지만, 새삼스러워 관둔 A는 현관문을 열고 작게 소리쳤다.

신발장에는 종이박스가 놓여있었다.

“딱 맞춰서 왔네? 조금만 기다려.”

거실에서 요리를 하고있던 B는 A에게 살갑게 대꾸했다.

응.이라고 짧게 말하며 큰방에 들어간 A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다행이야. 마음에 담아둔것같진 않네.’

주섬주섬 공책을 꺼내 탁자위에 올려둔채 뻘쭘하게 앉아있던 A를 B가 부른건 조금뒤였다.

“으...응!”

황급히 공책을 가방에 넣은 A는 후다닥 식탁으로 달려나갔다.



“어제 마트에서 장을보는데, 고기가 너무 신선하더라!”

“그래서 바로 사버린거야?”

“응! 맛있지?”

“응. 맛있어”

밥을 먹으며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는 즐거웠지만, 신경이 계속 쓰이는건 어쩔수 없었다.

‘공책을 가지러온다한건 너잖아. 그 얘기는 왜 입도뻥긋 안하는거야?’

뜬금없이 아끼던 공책에 쓴거라며 헤실거리던 B의 얼굴이 떠올랐다.

으윽..

A는 숟가락을 입에 문채 B를 살짝 올려봤다.

만족스러운 얼굴. 잘된 요리에 B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공책얘기는 하지말자. 밥을 다 먹고 큰방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꺼내는거야.’



밥을 다 먹고 먼저 탁자앞에 앉아있던 A는 B가 들어오자 가방에 넣어둔 공책을 꺼내며 말했다. 

“이거...돌려줄게.”

“아. 이거?”

어?

차가운 음성. 밥을 먹을때와 딴판인 그 목소리에 A는 화들짝 놀랐다.

무심코 쳐다본 B의 얼굴에 드러난 냉기는 A를 한번 더 놀래켰다.

“으..응” 

떨리는 A의 손에 쥐어진 공책을 바라보던 B는 공책을 아무렇게나 집어들고 짧게 말했다.

“어.”

그리곤 곧바로 공책을 찢어버렸다.

손에 잡히는 페이지들을 몇번씩이나 갈기갈기.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있는 A를 내버려두고 자리를 비운 B는, 신발장에 있던 종이박스를 가져왔다.

“깜빡했네. 이것도 같이 태워야하는데 말야.”

열려진 종이박스 안에는 글자가 빼곡히 적혀있는 공책들이 아무렇게나 구겨지고 찢겨있었다.

아..

눈앞에서 찢겨진 공책이 탄생하기 위해서 쓰여졌을 흔적들.

심심풀이로 써봤다는건 거짓말이었다.

“미안...미안해”

공책이었던것들을 종이박스에 옮겨담는 B에게

A는 울먹이며 사과했다.

“왜? 가망없는 꿈을 빠르게 포기하게 해줬잖아. 난 고마운데?”

“아..아냐아… 난 그럴생각은 없었..히끅”

흐느낌으로 변한 A의 울음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은 B는 새어나오는 일그러진 미소를 참지 못할뻔했다.

“내가...아.내가 미안해애..”

쾅!

“이제와서 그렇게 사과하면 어쩌란건데? 이미 찢겨나간것들은 어떻게할건데!”

“읏!...으..흐윽…..”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를 지른 B는 곧바로 A의 얼굴을 노려봤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떨던 A는 B와 눈이 마주쳤고, 황급히 시선을 돌렸지만

눈가에 맺힌 눈물은 제 자리를 지켰다.

B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A에게 걸어갔고, A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은채 몇초간 바라봤다.

씨익.

아. 망했다.

이 상황을 조금 더 즐기려했는데 그만 웃음이 나와버렸다.

아쉽지만 어쩔수 없지.

계획을 바꾼 B는 그대로 A를 안아버렸다.

“미안. 장난좀 쳐봤어, 많이놀랐어??”

“므..므으...뭐?”

벙찐 A는 커진 눈을 깜빡거리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장난??연기였다고? 전부? 어떻게...왜???’

“나 아무렇지도 않아. 종이박스에 있는건 그냥 아무글자들이나 적어놓은거구”

A는 B를 밀쳐내며 소리쳤다.

“너무해! 왜 이런장난을 치는거야??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정말로. B가 이런장난을 치다니. 그 목소리와 표정이 전부 연기였다니.

B는 대꾸하지 않고 불꽃이 서린 A의 눈을 조용히 바라봤다.

분노로 감춘 안도.

B는 미안한 표정을 지은채 A에게 다가가 A를 다시한번 안았다. 조용하게.

“미안. 미안해.”

“.....”

떨리는 B의 목소리에 A도 눈을 감고 B를 안았다.

B가 히죽히죽거리며 웃음을 참느라 목소리를 떨고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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