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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건전] 언제나 너가 있기에 -1-

백갤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11 00:09:05
조회 368 추천 14 댓글 5
														

순조롭게 단추를 풀어가던 손이 블라우스의 세 번째 단추쯤에서 멈췄다. 단추가 잘 벗겨지지 않았다. 한참을 단추와 씨름하다가, 유정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솎아내며 멋쩍게 웃었다. 유정은 여유로운 듯 웃으며 애써 평정을 가정하려고 했지만, 승연의 미지근한 시선이 목 부근에 박히는게 느껴졌다. 그 시선이 부끄러워서 목덜미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자기가 리드하겠다며 기세 좋게 다가간 유정이었지만 아직은 행동 하나하나가 어색하기만 했다.


승연은 대신이라고 할 것도 없이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블라우스의 단추를 천천히 풀어갔다. 유정ㅇ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주변을 맴도는 게 보였다. 승연은 말없이 계속해서 단추를 풀어나갔다. 다섯 번째 단추를 풀자, 늘어지는 블라우스의 틈 사이로 익숙한 브래지어가 보였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으면 조금 더 귀여운 걸 입고 오는 건데, 자신이 입고 있는 수수한 모양의 브래지어가 승연은 조금 부끄러웠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멍하게 승연의 몸을 바라보고 있던 유정이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유정의 그런 솔직한 반응은 아이 같아서 조금 귀여웠다. 유정의 뺨이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게 보였다.


유정의 시선 속에서, 승연은 블라우스의 단추를 모두 풀었다. 반쯤 벗겨진 블라우스 사이로 들어오는 5월의 바람이 시원했다. 교실에서 교복을 벗는 배덕 감에 몸이 작게 떨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창문 밖에서 들려오던 산 새의 재잘거리던 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따듯한 침묵이 내린 교실을 유정의 열 섞인 숨소리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보고만 있을 거야?”


그 침묵이 무거워서 먼저 말을 꺼낸 건 승연이었다. 그제야 유정은 정신이 든 듯 고개를 붕붕 저었다. 빨개진 얼굴과 대비되는 갈색 머리가 귀엽게 흩날렸다.


“미, 미안해, 승연이가 너무 이뻐서.”


승연은 블라우스를 벗을 때보다 그 유정의 한 마디가 더 부끄러웠다. 유정에게는 빨개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승연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금 시선을 내렸다. 화끈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승연은 다시 시선을 올렸다.

올린 시선의 끝에는, 이상한 모습의 유정이 보였다. 유정은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만세를 한 채로 조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낑낑거리며 교복 조끼를 벗으려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허리에 딱 맞게 줄인 조끼가 뒤로 묶은 머리에 걸려서 잘 빠지지 않고 있었다.


“..뭐하냐?”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승연의 얼굴이 차게 식어갔다. 유정은 승연의 목소리를 듣고는 더더욱 당황한 듯 벗겨지지 않는 조끼를 위로 쭉쭉 당겼다. 머리카락이 걸린줄도 모르고, 자꾸만 쭉쭉 뻗으라는 유정의 짧은 팔이 애처로워 보였다.


“자, 잠깐만 승연아, 미안해, 이게 잘 안되네, 으으으응?”


“하아,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진짜.”


한숨을 쉬면서, 승연은 유정의 묶은 머리를 잡아주었다. 걸려 있던 묶은 머리를 조끼의 목구멍 안으로 넣어주자, 그제야 조끼가 유정의 머리 위로 쑥하고 올라갔다. 조끼가 사라지자, 후아~하고 숨을 크게 내쉬는 소리와 함께 유정의 얼굴이 보였다. 방금의 사투를 나타내듯 땀에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에헤헤, 고마워.”


유정은 젖은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면서, 승연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까의 상기된 얼굴이 거짓말 같을 정도의 상쾌한 미소였다. 승연은 왠지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승연은 괜히 유정의 가슴에 손을 댔다. 블라우스 너머로 느껴지는 유정의 고동은 조금 빨랐지만, 터질 정도는 아니었다. 아까의 흥분이 식은 것은 유정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아무리 유정이라도 이런 분위기에선 할 기분이 안들것만 같았다.


실망한 승연의 손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유정은 승연의 손을 조금 꽉 잡으며, 조심스럽게 다시 물어왔다.


“그, 계속, 할까?”


헤헤거리며 수줍은 듯 미소를 지어온다. 그 미소를 보자 조금은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네가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승연은 느슨해진 입가를 가리기 위해,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창밖으로 언뜻 보이는 교문에는 바쁘게 하교하는 듯한 학생들이 보였다. 여름이 다가오며 길어진 태양은 아직 저물지 않았지만, 동아리를 끝내고 집에 가는 6시쯤 되었을 거라 승연은 추측할 수 있었다.


한참을 창밖을 보고 있나니, 뺨에 따듯하고도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왼뺨을 잡은 유정의 손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고개를 돌리려 하는 게 느껴졌다. 그 손길에 맞추어, 승연은 고개를 돌렸다. 다시 한번, 유정의 볼그스름한 뺨이 눈에 들어왔다. 유정은 서로의 숨소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승연은 차게 식은 심장이 다시 한번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키스할게?”


그녀의 갈색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승연이 살며시 눈을 감으려고 할 때쯤, 유정이 얼빠진 목소리로 물어왔다. 무드도 없고, 감동도 없는 질문이었다.

자기가 리드하겠다고 호언하던거 치고는 너무나도 수동적인 아이였다. 승연은 간신히 식어가려는 심장을 막고, 대답 대신 승연의 목 부근에 팔을 감았다.


승연은 유정의 혀가 자신의 아랫입술을 쓸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승연은 굳이 유정의 키스에 큰 호응을 해주진 않았다. 그저 가끔 유정이 애처롭게 아랫니와 입술을 건드려 올 때마다 살짝 혀를 내밀어, 유정의 부드러운 곳에 닿게 하곤 했다. 한번 맞닿을 때마다 유정의 얼굴이 흠칫흠칫하는 느껴져서 나름 재밌었다.

이번이 몇 번째 키스인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횟수에 비해서 유정의 키스는 서툴기만 했다.


조금 촉촉해진 눈동자로, 키스를 끝낸 유정은 반쯤 벗은 승연의 블라우스 사이로 조심스럽게 손을 넣었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승연의 몸이 살짝 떨렸다. 유정의 손은 흥분에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의 손길이 지나가는 자리 자리마다 열이 남아 온몸으로 조금씩 퍼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서툴지만, 따듯한 손길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유정은 부드러운 승연의 허리를, 등을, 배를 살며시 쓰다듬고는 그 손을 조심스럽게 가슴으로 옮겼다. 면으로 된 속옷의 포근한 감촉이 느껴졌다. 유정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떨리는 손으로, 유정은 그녀의 몸을 느끼며 속옷의 라인을 따라 손을 움직였다. 손을 따라서 가까워진 유정의 얼굴이 승연의 가슴에 거의 파묻혔다. 승연이의 몸에선 작약 향이났다. 두근거리는, 승연의 고동 소리가 그 향기와 섞여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단단한, 속옷 후크의 감촉이 손에 느껴졌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서, 자꾸만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하지만, 거기서 유정의 손이 멈췄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 손은 결국 후크를 풀지는 못하고 조금 아래로 내려가 애처롭게 승연의 등을 쓰다듬었다.

유정은 조금 고개를 들어 승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미묘한 얼굴이었다. 이어서 승연의 손이 자신의 가슴팍을 조금 밀어내는 게 느껴졌다.


“응, 오늘은 여기까지.”


그렇게 말하는 승연은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어서, 유정은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뭔가 사과를 해야만 할 거 같아서, 유정은 미안하다고 말하며 승연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여전히 뜨거운 손에는 부드러운 승연의 감촉이 남아있었다. 그것이 부끄러워서, 유정은 괜히 승연의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주었다.


“그, 승연아?”


블라우스의 마지막 단추를 채운 유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승연은 대답하는 대신 유정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우리, 그, 사, 사귀는 거 맞지…?”


새삼스럽게, 사귄다라는 단어가 부끄러운 유정이었다. 유정의 작은 얼굴이, 아까 키스를 할 때 보다 더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연애에 대해선 잘 모르는 유정이었다. 유정은 승연이 동성이라는 사실이, 그리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동성이기 때문에 너무 앞서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연인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


“누구, 너랑 내가?”


승연은 너랑, 에 유정을 가리켰고, 내가, 에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승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야, 신유정.”


그렇게 말하는 승연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서, 유정은 조금 움츠러들었다. 그런 작은 강아지 같은 행동에 승연은 한숨을 쉬며 조금 목소리를 낮췄다.


“네가 멋대로 덮쳐온 거잖아."


“덮친 건 아니야!”


유정의 갈색 눈이 조금 커지더니, 바닥을 향했다.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서 놀란 눈치였다. 축 처진 유정의 주먹이 의미도 없이 펴졌다 접어졌다 했다.

승연은 그런 유정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가져갔다.


“이렇게, 네가 먼저 만졌잖아.”


말랑말랑한 촉감 사이로 승연의 소악마적인 미소가 흘러들어온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둘만 남았다는 고양감에, 자신도 모르게 키스 중 승연의 가슴을 만진 건 사실이었다. 그러자, 승연이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보고 싶어? 라고 물어오길래, 지금의 사건이 된 거였다. 결국, 그 시발점이 자신의 행동이라 한다면, 유정은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몇 주 전부터 승연이와의 키스는 일상이 되었었다. 키스는, 연인만이 하는 게 아니던가?


“그, 그전에도 키스했잖아! 많이….”


승연의 빨갛고, 부드러운 입술을 떠올리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승연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가 먼저 한 적은 없는데? 난 그냥 네가 해오는 걸 거절하지 않았을 뿐이야.”


그것도, 결국은 맞았다. 키스도 언제나 자신이 주도해서 했을 뿐, 승연으로부터 한 번도 해온 적은 없었던 것만 같았다. 첫 키스도, 돌아가는 길 노을에 비춘 승연이가 너무 아름다워서 충동적으로 했을 뿐, 승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승연으로부턴 아무것도 받은 게 없었다.

유정은 그 사실이 왠지, 가슴이 아팠다.


“그럼, 승연이에게, 나는 도대체 뭐야?”


토해내듯 뱉은 말은, 무거운 침묵 속에 잠겼다. 지금 승연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유정은 차마 볼 수 없었다. 창문 밖에서 산 새가 다시 짹짹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스윽하고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자신의 손을 살며시 잡아 오는 작은 손이 느껴졌다.


“가자 유정아, 너무 늦었다.”


승연은 대답 대신 그 아름다운 미소를 돌려주었다. 유정의 목 끝까지 차오른 원망의 말이, 승연의 미소 속에 녹아서 사라져갔다. 그 완곡한 거부의 말에 유정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보여주는 그 미소가, 자신을 안에서부터 죽여가는 독만 같다고 유정은 생각했다.




...




“너, 신유정이랑 섹스했지.”


갑작스러운 보미의 질문에 마지막 남은 케이크 조각을 집으려던 승연의 손이 멈칫했다. 그 사이 보미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나 남은 케이크 조각을 포크로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갈 곳을 잃은 승연의 손이 조금 강하게 테이블을 내려쳤다. 손에 들린 포크가 나무로 된 테이블에 부딪히며 쨍그랑하는 소리를 냈다.


“뭐? 아니거든? 내가 걔랑 왜 섹스해야 하는데.”


“갑자기 왜 성질이야, 그냥 너희 요즘 한참 붙어 다니잖아.”


보미는 포크에 묻은 크림을 핥으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실 조금 들은 이야기가 있거든.”


보미가 여우 같은 눈을 조금 치켜떴다. 미소를 머금은 빨간 입술이 사뭇 요염했다.


“어떤 년한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그런 거 아니거든.”


“또 그런다.”


보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그녀의 큰 손이 자신의 손을 잡아 오는 게 느껴졌다. 보미는 입가에 영악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은데.”


손에서, 손목을 지나 팔뚝으로 나아가는 보미의 손이, 요염하게 승연의 팔을 더듬어갔다.

카페의 공기가 어딘가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이런 대화 자체가, 승연은 바보 같이 느껴졌다. 승연은 보미의 손길을 가볍게 털어냈다. 그러고는 솔직하게 마음속에 있는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신유정, 내가 걔 그냥 놀아주는 거야,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까?”


승연은 옆자리에 놓인 자신의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분홍색의 귀여운 토끼가 그려져 있는 봉투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스티커도 붙어 있었다. 승연은 봉투를 거꾸로 들고 테이블에 툭툭 쳐서 내용물을 꺼냈다. 척 보기에도 두꺼워 보이는 종이 뭉치가 스르르 흘러나왔다.


“봉투 귀엽다. 승연아”


“이것도 걔가 준 거야.”


“그래서 뭔데 이게?”


“걔가 나한테 지금까지 쓴 연애편지.”


보미는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종이 중 하나를 손에 집었다. 4등분으로 반듯하게 접힌 편지에는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쓴듯한 이쁜 글씨가 빼곡하게 차 있었다.


“승연이에게 보내는 여섯 번째 편지, 어제 얼굴을 봤는데도 집에 들어서면, 또 네 생각이 나서 다시 한번 편지를 쓰고 있어.”


“진짜 부끄러우니까 소리 내서 읽지는 말아줘.”


어설프게 유정의 목소리를 따라 하며 편지를 읽어 가는 보미를 승연은 질색하며 말렸다. 보미는 이번에는 말없이 눈으로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것 또한 승연은 왠지 부끄러웠다. 절반쯤 읽었을까, 보미의 시선이 편지 아랫부분을 향할 때쯤, 승연은 보미의 손에서 편지를 가로챘다.


“뭘 또 진지하게 읽고 그래.”


“아, 읽고 있는데 진짜.”


보미는 약간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사이다를 마셨다. 얼음이 다 녹은 사이다는 싱거워서 못 먹을 정도였다. 보미는 대신 승연의 아이스커피를 빼앗아 마셨다. 얼음이 녹은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커피는 맛이 강한 편이니, 조금은 괜찮았다.


“야, 니꺼 먹어 니꺼.”


승연의 말에 얌전히 커피를 돌려주고, 보미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이런 편지가 몇 개나 있는데?”


“23개.”


보미가 내는 으음, 하는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보미가 집중하는 모습은 오랜만이었다.

보미는 사람을 파악하는 데 능숙했다. 그것이 천성인지, 아니면 자신만의 비법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보미가 하는 말은, 적어도 사람 관계에 관해서는,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그것을 알기에 승연은 보미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유정은 단순해 보이는 아이였지만, 그래도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보미의 눈이 조심스럽게 떠졌다. 승연은 신경 쓰지 않는 척 무심하게 물었다.


“그래서 어떤데?”


“응, 솔직히 모르겠어.”


“도대체 뭔 생각을 하던 거야….”


하긴,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편지 반장 읽었다고 사람을 알 리가 없었다.

승연은 널브러진 유정의 편지를 하나둘씩 모아서 정리했다. 빼곡히 적힌 편지 마지막에, 귀엽게 그려진 하트가 눈에 들어왔다. 유정이는 알기 쉬운 아이다. 만약 숨기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정성이면 받아줄 만하지 않아?”


보미는 반쯤 남은 사이다를 빨대로 휘저으며 물었다. 휘저어진 사이다에선 미약하게 김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탄산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별로, 걔 내 스타일도 아니고.”


얼굴은 조금 귀엽지만, 승연은 무심하게 덧붙였다.


“그럼 빨리 거절해, 이러는 거 너한테도 걔한테도 안 좋아.”


보미의 날카로운 말이 가슴에 비집고 들어왔다. 말의 칼날이 쿡쿡 가슴을 찔러댔지만, 승연은 태연하게 내가 알아서 할게, 라고 말하며 계속해서 편지를 정리했다. 22, 23장 모든 편지가 모였다. 승연은 그 편지를 구겨지지 않게 반듯하게 접었다. 잘 접어진 편지 더미를, 다시 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보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 어색한 침묵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이 승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승연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손뼉을 쳤다. 손뼉 소리에 보미의 시선이 승연을 향했다.


“맞다, 너 아까 그거 누구한테 들었어.”


“그거라니?”


“그거 있잖아, 내가 신유정이랑 했다는.”


“으응~ 그냥 떠본 거야, 너희 요즘 붙어 다니잖아.”


보미는 이미 그 사실에 흥미가 떨어진 눈치였다. 떠본 거치고는 미묘한 확신이 느껴졌었지만, 승연은 굳이 더 캐지는 않기로 했다. 관심도 없었고. 굳이 캐물을 이유도 없었다.


보글보글, 사이다에 바람을 불어 넣던 보미가 질린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보미를 따라 승연도 일어났다.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잠깐의 데이트를 즐기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들어갔던 카페였다. 딱히 더 할 일도 없었기에, 둘은 이쯤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승연의 집은 여기서 버스를 타고 20분, 보미의 집은 여기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거기에 버스 정류장은 보미의 집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둘은 간단한 작별 인사를 하고 카페 앞에서 바로 헤어졌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이 왠지 길게만 느껴졌다. 절반쯤 왔을 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온 것은 보미의 카톡이었다. 벌써 집에 도착했다는 짧은 말과 함께 귀여운 곰 모양 이모티콘이 꾸벅하고 90도로 몸을 숙였다. 그에 호응하여 승연도 적당한 이모티콘을 찾다가 토끼가 손을 흔드는 이모티콘을 보내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 토끼 이모티콘도 유정이가 귀엽다면서 선물해준 것이었다. 편지도 그렇고, 유정은 확실히 귀여운 부분이 있었다.


그 토끼에 겹쳐서, 유정의 얼굴이 보였다. 홀로 집에 돌아가는 길은 분명 심심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승연은 유정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앞자리는 잘 생각나지 않았지만, 뒷자리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승연이라면 언제라도 쓰면 된다던 그녀의 핫스팟 비밀번호가 유정7123 이였으니까.


7123을 입력하자, 휴대폰에 유정의 이름이 떠올랐다. 핫스팟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뿐이지만,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거 같았다. 전화번호부의 도움 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본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상상조차 들지 않았다.


“여, 여보세요? 응, 승연아 갑자기 무슨 일이야?”


송출 신호가 미쳐 3번 울리기도 전에, 유정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자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은 신속함에 놀라 승연의 말문이 잠시 막혔다.


“..여보세요? 승연아, 안 들려?”


“아, 미안. 잠시 딴 생각하고 있었어.”


“먼저 전화 걸었으면서”


수화기 너머에서 유정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들어도 아이같이 순수한 웃음이었다.

막상 전화를 걸긴 걸었지만 정작 할 이야기가 없었다. 승연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잠시 침묵하던 유정이 먼저 물어왔다.


“응, 그래서 갑자기 무슨 일이야?”


“그냥 갑자기 네 생각이 나서.”


“어, 어어어? 그, 그게 무슨 뜻이야…?”


유정의 당황스러움이 수화기 너머로도 느껴지는 듯했다. 그 솔직한 반응에 승연은 입을 막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숨겼다. 토끼 이모티콘을 보고 유정이 생각난 것은 사실이니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너무 예상대로의 반응이라서 오히려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나도 사실 승연이 네 생각, 하고 있었어.”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입을 막아도 자꾸 웃음소리가 흘러나와서, 승연은 아예 이어폰의 마이크 부분을 손으로 꽉 잡아서 막았다. 만약 그 말을 실제로 들었다면, 조금은 부끄럽거나 심장이 두근거릴만한 대사였지만, 역시 수화기 너머로 들으니까 웃기기만 했다. 이런 반응이 솔직한 부분은 역시 유정이만의 특징이었다.


“저, 승연아, 뭐라고 말 좀 해줘….”


이어폰 너머로 유정의 소심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방금의 대사는 유정도 조금 부끄러웠던 것 같다. 용기를 내서 한 말을 듣고, 자신이 아무 말도 없으니 조금 불안해진 거겠지.

방에 앉아서, 편한 옷을 입고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는 전화기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유정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 미안해. 방금 잘 안 들였는데 뭐라고 했어?”


“에? 아, 그..”


고민하는 듯한 유정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벌써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 안내판에는 집으로 향하는 82번 버스가 8분 후에 온다고 나와 있었다. 그 글자를 보고 승연은 딱 8분만 더 유정과 통화를 하기로 했다.

유정은 아직도 고민하는 듯 수화기 너머로 끄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그녀도 용기를 내서 한 말일 텐데도 못 들은 척하는 건, 아주 조금 속이 쓰리긴 했지만, 그보다는 유정의 반응이었다. 지금은 그냥 유정이를 조금 놀리면서 웃고 싶은 기분이었다.


“쓸데없는 이야기였다면 굳이 말 안 해도 괜찮아.”


“...나도 승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어.”


유정은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솔직히 유정이 그 말을 다시 할 줄 몰랐기에 승연은 조금 놀랐다.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하던 유정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승연은 이 모습을 수화기 너머로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우연이네, 그래서 지금 뭐 하고 있어?”


유정이는 방금까지 TV를 보다가, 이제 방에 들어와서 숙제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 이후는 시답잖은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승연의 어떤 프로그램을 봤냐는 질문에서 시작해 요즘 유행하는 인기 드라마의 이야기, 배우의 이야기. 그리고 숙제를 내준 영어 선생님 이야기, 다양한 주제들이 나오며 또 사라져갔다. 마침내 82번 버스가 도착했을 즈음에는 유정이가 신나는 목소리로 키우는 고양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 이제 끊어야겠다. 푹 쉬고 내일 봐 유정아.”


“아, 응, 승연이도 푹 쉬어, 내일 보자.”


유정은 조금 아쉬운 눈치였지만, 승연을 막아서지는 않았다. 수화기 너머로 유정이가 작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유정은 전화를 먼저 끊지 않았다. 이제 끊겠다는 이야기를 한지 한참이 지나도록, 수화기 너머에선 유정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진짜 끊을게,”


“응, 바이바이.”


혹시나 해서 말을 걸자 역시나 유정이 대답을 해왔다. 두 번째 인사가 끝난 이후에도 수화기 너머에선 유정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가능하다면, 이 침묵이 언제까지 갈지 궁금하긴 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할 마음이 안 들었다. 승연은 마른침을 삼키고는 기계적으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수화기 너머론 유정의 숨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




오늘은 유정이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왜 그리 기분이 좋은지 물어보니, 어제 너가 먼저 전화를 해준 게 기쁘다고 했다. 유정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승연이가 처음으로 나한테 먼저 다가와 준 거니까. 너무 기뻤어.”


그것이 이렇게도 기뻐할 일인지는 잘 몰랐다. 그래도 유정의 밝게 웃는 모습을 보자 승연도 조금 마음이 놓였다. 승연은 그날의 빈 교실에서 있었던 둘만의 시간을 떠올렸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유정은 자신을 피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처음 알았다.


‘이러는 거 너한테도 안 좋고 그 애한테도 안 좋아.’


어제 들었던 보미의 말을 떠올렸다. 그 날카로운 말은 아직도 가시처럼 가슴 한구석에 박혀서 찝찝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가시를 빼내어도 될 것 같았다. 건방진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유정이가 자신을 싫어하게 될 리가 없다고, 승연은 조금 강하게 확신했다.


여전히 유정은 승연의 취향이 아니었다. 뒤로 묶은 머리가 촌스러웠다. 자신을 따라해서 어울리지 않게 줄인 교복이 답답한 느낌을 줘서 싫었다. 화장은커녕 립밤도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 점이 바보 같았다. 바보같이 착해서는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들어주는 점이 답답했다.

그래도 유정의 귀여운 얼굴과 솔직한 성격만큼은 싫지는 않았다.


그러니, 지금 이대로의 거리감이 좋았다. 서로의 그림자는 맞닿지만, 손은 맞닿지 않을 그 정도의 거리. 가까이하자면 멀고, 멀리하자면 가까운 그런 관계. 밀어내도 상처받지 않고, 당겨도 두근거리지 않는 그런 사이.


“승연아 무슨 생각해?”


생각에 너무 빠져있었나보다, 유정이가 눈앞까지 올 때까지 승연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자 유정의 수수한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워서 승연은 유정을 가볍게 밀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유정은 그런 승연의 손을 가볍게 잡아 왔다. 조금은 차가운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승연은 뭐라고 말했다.


승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도, 마땅한 단어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서 있는 유정만이 생각의 전부였다.


그러자, 눈앞의 유정이 키스를 해왔다. 당황스러운 전개에도 머리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냉정했다. 하나도 놀라지 않고, 머리가 기계적으로 그 부드러운 느낌을 분석했다. 그래, 이 감촉은 익숙한 기분이었다. 이 감촉은 분명 유정과의 첫 번째 키스의 기억이다.


그 달콤한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 옛날의 하굣길, 노을의 탓일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유정이가 보였다. 그 낮은 키를 조금 발돋움해서, 조심스럽게 나아갔던 그 수줍은 한걸음이 느껴졌다. 혓바닥을 사용하지도 않고, 그저 입술만을 거듭해서 맞춰오던 풋풋한 키스가 느껴졌다.


추억 속의 그녀도, 지금의 그녀도 키스가 끝나고, 거리를 벌린다.

둘은 똑같은 얼굴로 물어왔다. 이 거리감이 좋다면 왜 키스했어? 라고.

추억 속의 유정이 물어왔다. 이 거리감이 좋다면, 왜 나랑 섹스하려고 했어? 라고.

지금의 유정이 묻는다, 이번에는 조금 울고 있다.


“그럼, 승연이에게, 나는 도대체 뭐야?”

아, 한번 들었던 질문이었다. 대답도 분명히 준비해 뒀었다. 너는 분명.


너는



----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도 못하고, 조금 눈이 떠졌다. 조금 몽롱한 기분이었다. 승연은 반쯤 감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교실은 텅 비어 보였다. 교실 한구석에 걸린 작은 시계가 5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하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이 시간이 되도록 아무도 깨워주지 않았다니, 승연은 자신이 학교생활을 잘못한 거 같아서 왠지 울적해졌다.


“승연아, 일어났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심장이 멎는 줄만 알았다.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돌아본 뒷자리에는 유정이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유정은 풀고 있던 참고서를 조용히 덮었다.


“아, 미안, 놀랐어?”


걱정스럽게 다가오려는 유정을 손으로 제지했다. 유정의 얼굴을 보자, 승연은 방금 꾸었던 이상한 꿈을 떠올렸다. 그 꿈은 현실과 겹쳐있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꿈인지 잘 몰랐다.


“아, 미안…. 유정아 오늘 며칠이지…?”


엉킨 실타래를 한 줄씩 풀어가듯이 질문을 통해 조금씩 꿈과 현실의 경계를 그어보기로 했다.

승연의 질문에 유정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23일인데? 갑자기 왜 그래?”


보미를 만난 게 22일이니, 오늘은 23일이 맞았다. 맞는데도 무엇인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 아니야. 너무 오래자서 그런가 머리가 아프네."


승연은 고개를 돌리며 정신을 바로 잡았다. 23일. 시간은 5시 40분. 나는 잠에서 일어났고, 텅 빈 교실에는 나와 유정이만.

여전히 정신은 아득하게만 느껴졌지만, 상황을 정리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다면 방금 키스의 기억은 자신의 꿈일 터였다. 꿈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했지만, 눈 앞의 유정이는 언제나와 같았고 동요하는 기색따윈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런 꿈을 꾸다니, 욕구불만인가? 이상한 꿈이었지만, 그리 나쁜 기분 만큼은 아니었다.


"그럼 돌아가자. 늦었어."


"뭐야, 나 기다려 준거야?"


"응, 혼자는 외로우니까."


외로움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져서 승연은 조금 가슴이 미워지는 느낌이었다.


"일어날까?"


어느새 참고서를 정리한 듯 승연의 곁으로 다가온 유정이 승연에게 손을 뻗었다.


"..아, 그.."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고맙다는 말이 목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대신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승연은 뻗은 유정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유정은 언제나처럼 싱글거리며 힘을 주어 승연을 일으켰다.


유정은 가까이 있으면 어딘지 좋은 냄새가 난다. 그리고 그 좋은 냄새는 꿈과 다를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 이건 꿈 때문이다. 승연은 혼자서 생각하고 만족하며 유정의 손을 꼭 잡고 발 디딤을해 유정의 입에 살짝 입을 맞춰 주었다.


"읍?"

유정이 다운 바보같은 소리와 함께 시간이 멈춘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승연에게서의 키스에 놀란 듯 유정은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 붙었다.


하지만 그 키스도 잠시, 이내 자신의 가슴을 밀치는 유정의 거친 손길이 느껴졌다.


"어, 유, 유정아?"

"뭐하는 거야."

밀쳐진 채로 올려다 본 유정의 얼굴은 분노와 당혹감이 뒤섞인 이상한 표정이었다.


"아니, 그게.."

"왜 또 키스를 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내가 너랑 사귈리가 없잖아. 싫다고 말했잖아."

유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가방을 고쳐 매고 거친 발걸음으로 출구를 향했다. 그 발걸음에는 완고한 거부가 담겨있어, 승연은 그저 지켜볼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날자는 23일. 언제나의 23일. 하지만 무엇인가 다른 일상의 시작이었다.



-------------




2편이 완성인데 초고만 잡혀있어서 내일 모레쯤 올릴게요.


대학 시험이라 겹쳐서 늦었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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