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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도미노 현상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13 18:50:54
조회 161 추천 13 댓글 0
														

“과제 좀 도와주세요!”


라며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 전혀 아는 사람이 아니다.


“음...누구니?”

입고 있는 옷을 보건데 한 학년 아래의 후배.


“아, 저 그 유니라고 해요, 소유니.”


역시 처음 듣는 이름, 다른 사람의 입으로도 듣지 못했다.


“저기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자기 소개를 하는 게 예의 아니겠니?”


“죄송해요, 그래도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몰라서. 마음이 급해서…”


다짜고짜 본론부터 이야기 한 당돌한 아이,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싫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원래 반골 기질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 이름은 소이야.”


“예?”


“처음부터 다시 부탁해볼래?”


그렇게 나와 유니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학교를 나올 때가 되면, 유니의 집에 가는 나날의 연속. 처음 부탁받았던 과제는 금방 끝이 났다. 애초에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만남이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구실이 없어도 나의 몸은 어느새 유니의 방으로 향했다. 그 날 사온 디저트를 함께 먹는 날도 있고, 그저 시시콜콜한 담화를 나누기도 하고. 마치 태어났을 때 부터 정해져있었던 것 처럼 자연스럽게 나의 일부로 만들어졌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컵에 담긴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보던 중.


“저기 언니, 이거 봐요. 예쁘죠?”


그런 말을 하면서 유니는 내 눈 앞에 대뜸 자신의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화면에 비친 것은 도미노가 쓰러져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모습. 그저 손가락을 툭 하고 민 것에 불과했는데도 조각은 일제히 쓰러져 하나의 작품을 그린다.


“멋있네.”

“예쁘다니까요.”


성공했다는 듯 웃음짓는 얼굴.


“이런 거 한 번 만들어보고 싶지 않아요?”


“같이?”


“예!”


유니는 방금 전 같은 영상을 이것저것 보여주고 있다. 도미노로 만드는 것에 한계는 없는 듯 했다. 꽃, 일러스트, 메세지, 유명한 화가의 작품 등. 재료와 시간만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값을 충분히 하는 예술품.

“근데 이런 거 만들 수 있을까?”


“처음엔 작은 것 부터 해보면 되죠.”


그런 말을 들은 다음 날, 유니는 정말로 도미노 블록 쌓기 놀이 세트를 하나 사왔다. 언제나 먹던 조각 케이크 대신으로.


“쨔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얼굴로 상자를 들고 있었다. 어릴 적 흔하게 가지고 놀던 찰흑 놀이 상자와 같이, 어린 아이가 그려진 상자를 손에 쥔 채로. 상자를 열어 블록들을 꺼낸다. 적, 청, 녹, 백, 황의 5색의 향연. 새로운 장난감을 눈 앞에서 본 아이처럼, 우리는 나이도 잊은 채 연신 탄성을 자아냈다.


“재밌겠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내뱉은 순수한 감상.


“한 번 만들어봐요.”

아이처럼, 흩뿌려진 블록을 하나하나 세워가면서. 그러면서도 장난기가 동해 유니가 세운 블록을 무너트리기도 하고. 하지만 무엇인가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 중간부터는 서로 집중해서 블록을 차근차근 쌓아 나갔다.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도록,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영상에 보았던 멋진 것을 만들 수 있도록.


“...다 만드셨나요?”


“그러는 너는?”


유니는 씨익 말없이 씨익 웃었다. 그것은 성공을 암시하는 거겠지. 마침 흘겨 본 방 바닥에는 어느새 일렬로 블록이 늘어서 있었다. 서로의 시작점에 있는 것은 작은 백색의 블록. 손가락으로 툭 치기만 하면 무너져 완성되는 완공 직전의 구조물.


“막상 이렇게 만들고 보니까 무너뜨리기 아깝네.”


“그래도 어딘가 기대되지 않아요?”


길게 쭉 뻗은 손가락을 보여주며 유니는 웃는다.


“그러면 이제.”


그렇게 천천히, 내가 세운 백색의 블록을 향해 유니는 손가락을 뻗었다. 아주 자그마한 충격으로도 무너지는 구조물을 향해 천천히 손가락을 가져간다. 그 후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경쾌한 접촉. 그와 동시에 도미노는 무너진다. 무너져 쓰러져가면서 세워져 있을 때는 알아볼 수 없었던 그림을 그려나간다. 푸른 바탕 사이로 드러나는 것은 하나의 해바라기.


“아름다운 꽃이네요.”


“찾아보니까 어떻게 도면을 찾을 수 있었어. 계획대로 되서 다행이네.”


블록을 세우고 나서도 긴가민가했지만 이렇게 완성된 모습을 보니 마음 한 켠에서 안심할 수 있었다. 헛된 일을 한 건 아니라고.

“그러게요, 생각한대로 되셨다니.”


이렇게 웃어주는 유니가 있으니 괜찮은 것 아닐까. 그렇게 조금 해바라기를 보며 감상에 젖어있던 찰나 유니는 내 손을 잡아 자신의 블록으로 이끌었다.


“이제 언니 차례에요.”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하지만 그 볼은 어딘가 붉게 물들어있었다. 어떤 것을 준비했길래 유니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을까. 그리고 나를 잡아 이끄는 이 손은 따뜻한 것일까. 쥐고 있는 내 손마저도 뜨겁게 흐르는 피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 사이에 왜인지 모르게 내 얼굴도 붉게 상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어서요.”


그런 인도의 아래에서 내 손은 서서히 유니가 세운 블록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가슴 한 켠에서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낄 때, 나는 어느새 새하얀 블록을 무너뜨렸다. 하나의 자그마한 충격, 그것을 시작으로 차례로 쓰러져가는 블록의 사이로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흰색 바탕의 검은 글자로 된 메시지.


‘I Love You’


“사랑해요, 언니.”


그것은 사랑의 고백이었다. 점차 붉게 물들어만 가는 서로를 보며,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상상의 현실화.


“이렇게 말을 하기까지, 그리고 이런 고백을 하기 까지.”


“...많이 준비했구나.”


“언니에게 말을 걸고, 집에 초대할 구실을 만들고, 서서히 언니의 곁에 스며들어 이렇게 고백하기까지. 계획하고, 준비하고, 노력하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유니는 잠깐 입을 닫았다. 그래도 터져나오는 감정을 어쩔 수 없어서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이걸 완성하는 언니에요. 도미노의 블록을 쳐 그림을 완성하는 것처럼, 그런 자그마한 충격이라도 좋으니까.”


그렇게 말하곤 유니는 천천히 나를 응시하며, 대답을 기다린다. 고민은 찰나, 사실 이렇게까지 와있다면 내가 해야할 대답은 정해져있지 않을까. 숨기려해도 숨겨지지 않는 고동소리가 나의 귀로 그리고 나의 몸에서 느껴졌으니.


“나도 너를…”


마음을 정하고 입을 떼는 그 순간. 툭하고 등 뒤로 충격이 느껴졌다. 무척이나 자그마한 알 수 없는 힘, 하지만 그 충격에 나는 쓰러져 유니의 위로 풀썩하고 넘어졌다. 서로의 눈에 비친 것은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우리의 모습.


“...미안.”


“이것도 대답으로 받아줄게요.”


그렇게 포개진 채, 우리는 손을 맞잡은 채로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겼다. 언제까지고 바닥에 흩뿌려진 채로 있는 도미노처럼. ...나중에 알았지만 그 날은 유니네 부모님이 집을 비우는 날이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https://www.youtube.com/watch?v=MW_TVkBm1jI


도미노도 툭쳐서 무너트리기는 쉬운데 그렇게 세우기가 함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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