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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여행] 어린 시절의 약속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31 21:12:47
조회 947 추천 323 댓글 5
														

딸아이는 어린시절부터 책을 읽는것을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했던건 니케의 모험담, 니케라는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책이였는데 어찌나 좋아하던지, 어린 시절부터 몇 번이고 나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곤 했다. 자신이 쓴 책을 딸아이 앞에서 읽어주기에는 조금 부끄러움이 있었지만, 이렇게나 기뻐하는데 안읽어줄 부모는 세상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 크면 니케처럼 모험을 떠날래!!"


그 말버릇은, 어린 시절 딸의 말버릇이였다. 자신도 크면 니케처럼 훌륭한 마녀가 되어서 여행을 가고싶다면서 귀엽게 조르곤 했다. 그 때 마다 나는 사랑스러운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니케처럼 훌륭한 마녀가 되면 보내줄께, 하고 대답하고는 했다. 어린 시절-모녀끼리만 은밀하게 공유했던, 지금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는 단 둘만의 비밀이였다.


그리고 말버릇이 또 하나.


"나, 크면 반드시 엄마랑 결혼할거야!"


그 나이대의 어린아이들이 종종 그런 말을 한다는건 들어서 알고있었지만 실제로 딸이 내 치마자락을 붙잡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 없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조금 섭섭했다. 이러는것도 전부 어린 시절의 추억, 크면 언제 그랬냐는 마냥 잊을게 분명했기에.


그랬기에 적당히 대답했었다. 동성끼리라서 로베타에서는 무리다 라던가, 모녀지간이라 윤리적으로 힘들다 같은 상식적인 말 대신에, 그저 꼭 껴안아 준 채로


"일레이나가 스무 살이 되면 결혼해줄께."


"진짜? 진짜로?"


"그럼!"


그렇게 대답해주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딸아이는 클수록 그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 대신 마녀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 딸을 응원해줄 겸 방에 들어가서 간식을 챙겨주곤 했다. 가끔씩 놀릴려고 그 때 이야기를 꺼내면,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건지 뺨을 붉히면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말도 하지 않는것이 퍽 사랑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다 컸구나 싶어서 조금 쓸쓸하게 생각했다.


우리 딸의 재능은 상상 이상이였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그래도 대마녀인 내 재능을 물려받은걸까, 14살에 견습생을 따더니 15살, 최연소로 마녀가 되어서 곧장 여행을 떠났다. 딸아이가 떠나서 홀로 남은 집 안을 돌아보았다. 혼자 남은 텅 빈 집은, 어쩐지 모르게 평소보다 조금 더 넓어보였다. 딸아이가 태어나던 해에 그이를 떠나보냈기에 지금까지는 쭈욱, 단 둘이서만 살아왔던 것이다.


"적적해지겠네."


조심히 다녀오기를, 딸아이가 떠난 방향을 향해서 양 손을 모으고 조심스럽게 딸의 안녕과 평화를 기도했다.


딸아이가 없는 일상은 조금 쓸쓸했지만, 평소와 다를건 없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매일 밤마다 딸아이가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내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그렇게 비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 그런 나를 걱정해서일까, 어느 날 딸아이의 스승이자 내 제자기이도 한 프랑이 홀연히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어머, 프랑."


"스승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나요?"


웃으면서 인사하는 프랑은 내 기억속의 모습보다도 조금 더 커있었다. 어쩐 일로 왔니, 내가 웃으면서 묻자 딸의 이야기라면서 프랑이 대답해주었다. 프랑에 따르면 여행 도중, 자신이 있는 나라에 일레이나가 찾아왔다는 것이였다.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니?"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답니다. 정말로 쏙 빼닮아서, 여행 하던 시절의 스승님을 보는 것 같았어요. 곧 돌아간다고 하더라고요."


그 날 밤, 제자한테서 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물론 편지를 통해 주기적으로 소식을 전해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자한테 직접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매일 한 기도가 효과가 있던건지 딸아이는 무사히 여행을 떠난데다가, 상처하나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잘 다녀서 탈인 것 같았다. 잠시 내 눈치를 보더니 프랑이 속삭였다.


"가는 곳 마다 여자를 홀리고 다니더라고요."


"어머나."


그건 돌아오면 주의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다니던 시절, 여러 여자한테 손을 대다가 끝이 좋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프랑의 말은 빈말이 아니였는지, 그녀가 떠나고 몇 달 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나가요, 대답하면서 문을 열자 검은색 단발 머리의 마녀가 서있었다.


"여기가 일레이나 씨의 집이 맞나요?"


"네, 저희 딸아이 집인데요..."


갑작스러운 마녀의 방문에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거기다가 소녀의 가슴팍에는 마법 통괄 협회 소속임을 인증하는 달모양 브로치도 달려있었다. 설마 딸아이가 나쁜 짓을 해서 잡으러 온걸까? 하지만 아니였다, 역시나! 하고 대답한 소녀가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저, 사야라고 합니다! 일레이나 씨 덕분에 무사히 마녀 시험에 합격을 해서, 그 감사를 드리기 위해..."


"어머나."


그 말에 내 표정도 살며시 풀렸다. 우리 아이도 참, 어느새 선생님 노릇까지 하게 된걸까! 후후 웃으면서 오느랴 고생했다고, 간단하게 뭐라도 차려줄테니까 딸 아이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자 사야라는 소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 손을 꼭 붙잡았다.


"어머님! 따님을 제게 주세요!"


못들은 척 하면서 아이를 안으로 들여보내서, 딸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딸이 정말로 인기가 많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편지도 그렇고, 직접 인사하러 온 사야라는 소녀도 그렇고, 저번에 보니 프랑도 은근 마음이 있는 것 같았으니. 가는 곳 마다 여자를 홀린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구나 싶었던 것이다.


-나는 커서 엄마랑 결혼할거야!


어린 시절 일레이나가 자기밖에 모르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 쓸쓸하기는 했지만, 딸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면 오히려 이 쪽이 더 나았다. 언젠가 데려올지 모르는 신붓감을 대비해서 나도 착실히 정신차려야지. 대체 어떤 아이를 데려올까...


[엄마에요.]


하지만 모두 착각이였다. 딸아이는 가는곳마다 여자아이를 홀리고 다녔지만 신붓감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았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내 앞으로 온 편지의 겉봉투에는, 신붓감을 데리러 간다고 적혀있었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어서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열자, 첫 마디에 그렇게 적혀있던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크면 엄마랑 결혼할거라고.


어머니는 늘 저를 달래면서 대답해주었습니다, 제가 스무 살이 되면 결혼해준다고.


저는 열 아홉, 그리고 내년이면 스무 살이 된답니다. 여행은 할만큼 했고, 어머니...니케처럼 묶어서 [마녀의 여행]이라는 책도 만들었어요.


하고싶은건 모두 이루었으니 어린 시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로베타로 떠나려고 합니다.


정확히 스무 살이 되는 해, 집에 도착해서 어머니랑 결혼식을 올릴거에요!


Ps. 지금 여행도중에 하루마다 기억을 잃는 저주에 걸린 소녀와 조우했어요, 무슨 저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고향에 데려다주려 합니다. 그래서 조금 늦을수도 있어요.


사랑하는 어머니한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딸이]


아무래도 딸은 어린 시절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던 모양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편지를 반으로 접은 내가 근처 의자에 주저앉았다.


딸아이가 스무살이 되기까지는, 앞으로 채 일 년도 남지 않았다.


*


크면 엄마랑 결혼할거에요! -> 진짜로 성인되서 니케랑 결혼하러 오는 일레이나 이야기


올해 마지막 글은 이걸로 끝


새해 3시간도 안남았는데 이런거 쓰는 내인생이 ㄹㅈㄷ


뱅드림 새해특집도 써야되는게 ㄹㅈ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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