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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조난자를 위한 안내자 3화

ㅇㅇ(223.62) 2021.01.03 07:20:28
조회 403 추천 16 댓글 1
														

ㅎ ㅏ... 안써져서 힘들었다...

추천 조회 댓글 너무 고마워 애들아... S2합니다... 사랑합니다...


전작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682632&search_head=20&page=2




*




“그러지 말고. 생각보다 괜찮을 거야.”


“으윽... 무리. 진짜 무리.”



희원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그렇다고 굶을 거야?”



그렇지만 저건 도저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희원이 도리질만 하자 사라가 한숨을 내뱉었다.



“너 배고프다며.”


“그래도 그렇지, 벌레를 어떻게 먹으라는 거냐고..!”



희원의 손이 흙 속에서 버둥거리는 것을 삿대질했다.


손가락이 향하는 곳에서, 살이 오동통하게 오른 애벌레가 뒤집힌 채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손가락만 한 크기가.


희원이 소름이 끼쳐 몸을 떨었다.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자 사라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왜 못 먹는다는 거야? 뿌리벌레는 좋은 식량이야.”



기상천외한 먹방의 달인으로 유명한 생존 전문가가 떠오르게 만드는 톤이었다. 희원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생존 전문가도 우웩 거리며 먹었던 것을 자신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사라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희원이 원망스럽게 사라를 쳐다보았다.


일어났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걸 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설마 벌레 먹방을 하게 될 줄은.



* * *




“윤희원. 윤희원! 일어나.”


“뭐, 뭐?”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희원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그러자 시야에 녹색 머리카락이 가득 들어찼다.

희원이 잠이 덜 깨어 멍하니 눈을 꿈벅거렸다.



“깼어?”



축 가라앉은 목소리가 넌지시 인사를 해왔다. 사라였다. 희원의 앞에 앉아 있는 것이 편안해 보였다.

마치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던 것처럼.


그제야 졸음을 잔뜩 머금은 정신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아.. 맞다. 나 여기 떨어졌었지...’


어제의 일이 희원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불을 피우고 유령에게 이름을 지어줬던 일.

내심 꿈이었기를 바라며 잠들었던 것이 무색하게도 현실이었다. 희원이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벌써 아침이야? 으윽... 온몸이 저려...”



근육통이 온 것처럼 욱신대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던 사라가 조그맣게 웃었다.



“노숙이 편하지만은 않지.”


“그러네... 처음 알았어.”



기지개를 켜던 희원이 하늘을 쳐다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늘이 어슴푸레했다.

해는 뜨지 않았으나 조금씩 밝아지고 있는 새벽이었다. 희원이 어리둥절하게 사라를 쳐다보았다.



“뭐야. 아직 해도 안 떴잖아. 왜 이렇게 일찍 깨웠어?”


“왜긴. 묻은 거 꺼내야 하니까 그렇지.”


“뭐?”


“병 묻어둔 거 말이야. 이따가 해뜨기 시작하면 금방 없어질걸. 순식간에 더워지니까.”



희원이 어젯밤 잠들기 전에 만들어 둔 것을 떠올렸다. 목이 마르다고 했더니 사라가 페트병을 이용해 물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희원은 결국 밤이 늦어질 때까지 돌로 땅을 파내야 했다. 그러고 나서 기절하듯 바위에 기대 잠든 게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모래로 가득한 옷을 털어내며 희원이 투덜거렸다.



“꼭 지금 해야 돼?”


“탈수로 바짝 마르고 싶으면 안 해도 돼.”



그 말에 희원이 터덜터덜 비닐봉지가 덮인 곳으로 걸어 나갔다.

돌로 고정시켜 둔 비닐을 치워내고 페트병을 꺼내든 희원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삼분의 일 가량이었으나 정말로 물이 차 있었다.


‘이게 어디야...!’


기쁜 맘으로 희원이 조급하게 물을 넘겼다. 꿀꺽꿀꺽 몇 모금을 마시던 희원의 눈썹이 찌푸려진 건 그때였다.



“억, 써! 물 맛이 왜 이래?!”


“...그게? 원래 그렇지 않나?”



희원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은 아무런 맛 안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지만 고생해서 얻은 물을 버리기도 뭐했다. 희원은 얼굴을 찌푸린 채로 마저 몇 모금을 더 넘겼다.

여전히 맛이 별로였으나 갈증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하, 살 것 같다. 이런 식으로도 물이 생기는 줄은 몰랐어.”


“그래?”


“...넌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희원의 물음에 사라가 입술을 오므렸다. 잠시 무언가를 고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흠 하는 소리가 이어지고 사라의 입이 열렸다.



“그냥 떠올랐는데.”


“...뭐 하던 사람이었던 거야, 도대체.”


“글세, 이런 걸 즐겨하던 사람? 기억나는 게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다.”



사라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전처럼 무심한 태도였다. 희원이 그러한 모습에 눈을 굴렸다.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만약 자신이 사라의 처지였다면 불안하고 초조해서라도 기억해내려고 애쓸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기억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언급이 나올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뭐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꾸르르륵-


어색한 공기 사이로 희원의 배가 울렸다. 희원이 머쓱하게 배를 문질렀다.



“배고파?”


“...어제 사탕 먹은 게 다였잖아. 그것도 다 먹어버렸고 이제 어쩌지.”


“그럴 것 같더라. 아까 뭐 찾았는데 그거 잡으러 갈래?”


“뭐 진짜?”



희원이 반색하며 묻자 사라가 빙긋 웃어 보였다.



“응. 운 좋게 찾았어.”


“언제 또 그런 걸 찾아봤데? 가자, 가자.”



사라가 안내하는 대로 10분 정도 걸어가자 희원은 삐죽 솟아있는 황록색의 식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그란 가시가 촘촘히 박혀있는 게 선인장의 종류처럼 보였다. 어쩐지 묘하게 금빛이 섞여 있어 헷갈리는 모양새였다.



“선인장? 네가 말한 게 이거야?”


“맞아. 거기 밑에 좀 파다 보면 나올 거야.”



사라가 뿌듯하게 말했다. 희원이 의심스럽게 선인장의 밑을 훑어보았다.


‘...선인장도 감자처럼 땅에서 열매가 생기나?’


어쩐지 다른 선인장과 달라 보이기도 했다.

결국 희원이 바닥에 널려있는 돌 중 하나를 집어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파냈을까.


희원이 누런색의 길쭉한 뭔가를 발견했다. 사라가 말한 게 이건가 싶어서 물으려던 차였다.

뭔가가 꿈틀거렸다. 희원이 기겁해서 뒤로 물러섰다.



“아악! 이게 뭐, 뭐-”



희원이 부들거리는 손가락으로 흙 속을 가리켰다. 누런색의 애벌레가 흙 속에서 꿈틀거리며 바둥거리고 있었다.



“벌레! 존나 큰 벌레! 벌레잖아, 저거!”


“...그게 왜? 내가 말한 게 저건데.”


“뭐?!”



사라는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듯 말했고 오히려 희원이 사색이 되었다.



“미친, 저걸 먹으라고? 진짜로?”



사라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희원은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절규를 지르고 말았다.



“시, 싫어! 죽어도 싫어-!”




* * *




“저거 아니면 그냥 굶어야 해.”



사라가 조금 엄하게 말을 했고 희원은 여전히 완강히 거부하는 중이었다.



“... 차라리 선인장을 먹고 말겠다, 저걸 어떻게 먹어!”



울분에 찬 희원이 선인장을 가리키자 사라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기가 차는 것처럼 보였다.



“저거를 먹겠다고? 저건 목은 축일 수 있어도 삼키면 안 되는 종류 같은데, 독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

먹을 수 있는 게 있으면 그거라도 먹어둬야지. 언제 식량을 찾을지도 모르는데 그때까지 굶겠다는게 말이 돼?

그러다가 쓰러지면 그대로 죽는 거야, 희원아.”



사라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었다. 희원은 다시 한번 울고 싶었다.



“그러지 말고, 저거 구우면 그래도 먹을만할걸.”


“...진짜?”


“진짜로. 내가 알기로는 그래.”



그 말에 결국 희원이 운명을 받아들였다. 차마 애벌레를 손으로 집을 수 없어 미적거리자 사라는 다시 한번 조근히 설득해왔다.


희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벌레를 들고 바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끝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냥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으니 머리와 내장을 떼어내라는 말에 애벌레 해체까지 해야 했다.


타닥이며 구워지는 애벌레 꼬치를 들고 있는 희원의 모습이 모든 걸 하얗게 불태운 복서처럼 멍했다.



“다 된 거 같다.”



희원이 더 이상 대꾸할 여력도 없어 고개만 끄덕거렸다. 노릇하게 구워진 애벌레 너머로 해가 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막의 일출과 함께하는 벌레 먹방이란 분명 특별할 것이다.



“배 고플 텐데 어서 먹어.”



다정한 말을 이어졌고 희원은 눈물을 삼키면서 애벌레 꼬치를 들어 올렸다.

이제는 애벌레의 몸통만이 남아있는 상태였지만 여전히 징그러웠다.



“안 먹을 거야?”



그 말에 희원이 결연하게 입가로 애벌레를 가져갔다. 다행히도 냄새는 나쁘지 않았다. 어쩐지 번데기의 냄새가 났다.


‘그러면 뭐해, 시발... 시발! 빨리 끝내자. 그냥 대충 씹고 삼키는 거야, 윤희원.’


눈을 질끈 감은 희원이 주저 거리며 몸통을 한입 베어 씹기 시작했다. 희원은 자신의 후각이 생각보다 정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번데기와 비슷했다. 톡톡 뭔가가 터져나가는 식감과 입 안에서 굴려지는 감촉이 엇비슷했다.


시큼하고 떫은맛의 번데기 말이다. 희원이 황급히 물을 찾았다.



“물 아껴야지. 내일까지 저 물로 버티려면.”



사라가 희원을 막아섰다. 희원은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삼키기지도 못하고 헛구역질만 하고만 있자 사라가 재빠르게 타일렀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토하면 탈수 와!”



입가를 손으로 다급히 막아낸 희원이 몇 번을 더 헛구역질을 했다. 마침내 희원이 삼켜내고 초췌하게 중얼거렸다.



“...이거는 먹을게 아니야. 도저히 못 먹어.”


“그렇게 맛이 없었어?”


“네가 먹어보던가. 존나 끔찍해...”



희원의 투정에 사라가 눈을 굴렸다. 자신은 그럴 수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표정이었다. 희원이 우울하게 남아있는 애벌레의 몸통을 힐끗거렸다.



“...내가 왜 이런 꼴이 되어버렸지.”


“그런 생각하면 우울하기만 할걸.”


“그건 그렇지만...”


“그냥 빨리 먹어버려.”



희원이 내키지 않은 몸짓으로 꼬치를 향해 시선을 던지려던 때였다.

희원의 눈에 모래들이 조금씩 흔들리는 게 들어왔다. 희원이 얼떨떨하게 중얼거렸다.



“왜 모래가 흔들거리는 거 같지?”


“뭐?”



희원이 다시 한번 설명하려던 때였다. 작게 흔들리던 모래가 점점 크게 튀어오르더니, 발 밑에 있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순간 희원이 눈이 커다래졌다. 땅이 진동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희원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무언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느낌과 함께 다급하게 외치는 사라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피해-!!”



희원의 몸이 비틀거리며 옆으로 굴러 떨어졌다.



“씨발, 이게 뭔..?”



희원이 얼떨떨하게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앉아 있었던 자리에 땅이 푹 꺼져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알 수 없었다.


희원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순간이었다. 희원의 몸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졌다. 뭔가가 자신의 위에 있었다.

희원이 경직된 몸짓으로 느리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거대한 지렁이가 희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망쳐!”



사라의 목소리에 절박함마저 서려 있었으나, 희원은 얼어붙은 건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고 있지 말고 움직여! 얼른!”



사라가 달려와 희원을 일으키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희원이 부들거리며 사라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잡히는 것은 없었다.

사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한번 희원의 손을 잡아채려 하지만 그대로 통과해버릴 뿐이었다.



“이럴 때만 지랄이지, 좆같은 몸뚱이...!”



사라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처음으로 듣는 거친 말에 희원이 움찔거렸다.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든 희원이 덜덜 떨리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애쓰려던 때였다.


거대 지렁이의 앞 주름이 꿈틀거리더니 쫙 벌어지며 구멍이 생겨났다.



“일어서! 일어서라고! 뛰어, 윤희원-!!”



사라의 고함이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시발... 지렁이한테 입이 있었을 줄이야...’


죽음을 앞에 둔 순간, 희원이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막았다.



그리고.


쿵-!


땅이 커다랗게 울리며 지렁이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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