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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현수지] 달이 참 예쁘네요 - 3앱에서 작성

공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03 17:02:34
조회 293 추천 17 댓글 3
														




***

집으로 돌아온 수지는 유일하게 자신을 반기는 현관 센서 등을 지나치고 어두운 거실의 불을 켰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거실, 그곳을 익숙하게 지나 제 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바닥에 적당히 겉옷을 벗어 던지더니, 침대에 몸을 던져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어딘가 얼이 빠져있는 얼굴은 그녀의 현재 심정이 어떠한지 도통 나타내고 있지 않았다.

그때 수지의 뒷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여전히 멍한 얼굴의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느릿한 동작으로 휴대폰 화면을 바라봤다.

[부대입니다. 전화주세요.]

등록되어 있지 않은 번호, 그 위로 같은 문구의 두세개 더 있는 문자.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발신자의 정체를 안 수지가 손가락을 움직여 문자가 온 번호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르르 뚜르르.

형식적인 전화 연결음이 울리고, 몸을 일으킨 수지가 바닥에 앉아 침대에 등을 기댄 순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남수지 너가 웬일이냐, 이렇게 바로 전화주고.]
"어어."

그녀의 귀에 닿은 목소리는 무척 익숙한 것으로 윤호였다. 윤호는 평소엔 귀찮다며 문자를 보내도 한참 후 전화를 걸기 일쑤 아녔냐며 그녀에게 빈정거렸으나, 평소였으면 금방 대꾸했을 그녀가 그러지 않고 있자, 그런 그녀의 상태에 위화감을 느낀 그가 낯설다는 듯 물었다.

[뭐야, 왜 이렇게 조용해?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은 무슨..."
[목소리 들으니 진짜 무슨 일 있었나 본데?]

오래된 친구라 그런가, 금세 자신의 이런 상태를 알아 차린 것에 수지는 보이지도 않는 윤호의 눈치를 살피듯 시선을 자꾸만 바닥을 향해 이리저리 굴렸다. 어두운 침묵이 이어질수록 윤호의 걱정은 깊어졌고, 그가 다시 무슨 말이든 꺼내 보려던 때, 겨우 수지가 입을 열었다.

"있잖아, 너는 늘 같은 사람이 다르게 보인 적 있어?"
[뭐?]

그녀의 질문은 난해하기 다름없었다.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윤호가 되물었다.

[...늘 같은 사람이 다르게 보인 적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왜, 그런 거 있잖아. 늘 같은 사람인데, 오늘따라... 착해 보인다던가, 멋져 보인다던가. 뭐 그런 거..."
[음, 뭐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허?]
"만약에라도 좋아."
[만약이라... 만약... 음, 음... 으음...!]

겨우 질문을 해석한 그는, 이번엔 예시까지 들어야 하는 것에 미간을 좁혀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착해보인다는 건 뭐... 험상궂은 남우락이 길거리의 쓰레기를 주우면 그래 보일테고, 멋져보인다는 건... 평소 바보 같은 너가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이런 특수한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아, 내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그렇지 않을까야...!]

예시로는 좋으나, 말하는 대상으로는 좋지 않았다는 듯 윤호가 만약의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제 문제에 휩싸인 수지는 윤호의 말에 신경 쓸 겨를 따윈 없이 다른 생각에 잠겼다.

"그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어도...?"
[응?]
"상대방이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갑자기... 너무 예뻐 보인다던가, 사랑스러워 보인다던가... 그럴 수 있냐고."
[.........]
"...도윤호?"

갑자기 조용해진 윤호를 수지가 찾자, 그의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천천히 흘러나왔다.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

불과 몇시간 전, 달빛 아래에서 환하게 빛났던 소현을 본 수지는 그 광경이 자꾸만 잊히지 않을 뿐 더러 오히려 그 장면이 선명해지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두근거리던 제 마음이 그녀 본인 조차 알기 어려웠다. 흔히 말하는 흔들다리 효과 같은 걸까, 그렇다면 유독 소현이 예뻐 보였던 것은 달이 예뻐서 일어난 제 착각인 걸까, 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10초 전까지는.

그러나 타인에게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분명한 단어를 듣자, 제 마음이 착각 속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느꼈다. 확인사살을 받는 기분이었다.

"흐아아아..."

육성으로 앓는 소리를 낸 그녀는 제 손으로 얼굴을 가려, 눈두덩이를 꾹 하고 눌렀다. 조금 뒤늦게 찾아온 깨달음이 그녀를 애달프게 울렸다. 손 너머로 느껴지는 제 얼굴은 평소보다 배는 뜨거워진 기분이었다.

한편, 몸소 긍정의 대답을 하는 그녀에게 윤호는 난처하다는 듯 다른 생각에 잠겨버렸다.

'반응을 봐선 나한테 처음 말하는 건가?'
'다른 사람한테도 저런 질문을 했을까?'
'이걸 알게 된 사람은 정말 나 뿐?'

숨 쉬는 것도 잊을 만큼 생각에 잠긴 그는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는 누군가가 자꾸만 떠올라서 미칠 것 같았다. 그 누군가를 떠올리는 순간 그녀의 슬퍼하는 얼굴이 자동 떠오를 것 같아 그랬다. 그러나 안 하려고 생각하는 것 조차 생각을 하는 것이기에 결국 그 누군가가 떠올라 버렸다.

'그럼 소현이의 마음은...?'

젠장, 결국 떠올린 순간 그녀의 슬퍼하는 얼굴이 상상되어 윤호는 눈가를 찌푸렸다. 만일 이 사실을 소현이 알게 된 다면... 그녀라면 수지의 앞에선 해맑게 웃으며, 뒤에선 슬프게 울 것만 같아 가슴이 저렸다.

"어떡하냐, 도윤호..."

그녀의 심각한 목소리에 누구인지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던 윤호는 자연스레 숨을 삼켰다.

"나... 전쏘 좋아하나 봐."
[...어...?]

그리곤 전혀 예상지 못 한 말에 방금까지 죽상의 윤호가 자신이 응원하고 있는 팀의 역전승을 보기라도 한 듯 기쁜 얼굴로 외쳤다.

[야, 잘됐다!!!]
"뭐?"

그러나 그것은 전혀 좋지 못한 외침이었다. 소현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은 윤호 뿐이었기에, 이런 반응을 한다는 것은 무척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혹시 너 내가 장난 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언짢은 목소리로 수지가 말했다.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게... 그러니까. 그, 너희 둘은 친하니까... 분명 잘 될 거라는 의미로...]
"허, 넌 친하면 다 잘되냐? 그럼 너랑 남우락이랑도 친하니까, 어느 한쪽이 마음만 생기면 금방 잘 되고 그러겠다?"
[야, 그게 무슨...! 아니다... 방금은 내가 너무 경솔했어...]
"......"
[그리고 난 너가 이런걸로 장난치는 애 아니란 거 알아...미안.]
"... 아니야. 나도 괜히 예민해진 바람에... 너도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닐 텐데... 미안..."

서로 사과를 주고받는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옅은 웃음을 터트렸다. 금세 싸우고, 금세 화해해버린 이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웃음이 잦아들쯤, 다시 한 번 윤호가 입을 열었다. 매우 진중한 목소리로.

[있잖아, 남수지... 나 믿고 얘기해줘서 고맙다.]
"...!"
[그리고 난 정말 진심으로 응원해,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 이게 내 마음이야.]
"응, 정말 고마워."

그의 진심이 담긴 말에 수지는 깊은 감명을 받은 듯,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이 마음 절대 비밀로 할 거야. 그러니 이 사실을 아는 것도 너 한명으로 끝."

강하게 쥔 주먹과 달리,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윤호가 당황하며 물었다.

[뭐? 왜... 해보지도 않고 벌써 포기해?]

소현의 마음을 알기에, 그렇기에 적잖이 당황한 윤호였다. 그러나 그것을 전혀 모르는 수지는 오히려 제가 다른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도윤호,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전쏘 잘 보면 되게 꽉 막혀 있어."
[뭐?]
"그러니 해보지 않아도 알아. 걔가 어떤 대답을 할 지."
[아니, 잠깐 그게 무슨 말이야?]

그녀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여긴 윤호는 그녀를 연신 캐물었다. 그런 그에게 무언가를 꾹 억누른듯한 수지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전쏘는, 기분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이런 거."

윤호는 제 귀를 의심했다. 마치 그녀에게서 지구평평설을 들은 기분이었다. 무슨 일인진 몰라도 남수지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한 윤호는 아직 그녀가 완전 포기한 것은 아닐 터니, 어서 그녀를 설득하고자 생각했다.

솔직히 남수지 같은 거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녔다. 하지만 이제서야 마음이 통했는데, 남수지 넌씨눈이 제 착각으로 이렇게 끝이 나게 된다면 그건... 그건 소현이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현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데...!'

[남수지...!]

그러나 그 순간, 그의 휴대폰 반납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타이밍 한 번 지랄 같다 생각한 그가 입 속 살을 살짝 깨물었다. 한편 제 이름을 불린 수지는 윤호가 다음으로 꺼낼 말에 귀를 쫑긋하고만 있었다. 윤호는 최대한 짧지만 굵게 말해야만 했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거다, 병신아.]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응원이었다.

다음에 다시 연락하자는 그의 말을 뒤로하고 둘의 통화는 결국 끝이 났다. 통화가 끝나고 검은 창이 휴대폰 화면을 채우자, 수지는 목을 뒤로 꺾어 침대에 누였다. 밝은 조명에 눈이 부셔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병신..."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곧 허탈하게 웃었다.

윤호의 응원이 같잖아서인지, 이제서야 찾아온 제 첫사랑이 기네스급으로 빨리 끝이 난 게 서러워서인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전쏘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



+) 요즘은 군대의 휴대폰 사용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몰라 적당히 지어냈습니다.

++)1월2일까지 완결낼 거 라고 말한 거짓말쟁이 이제야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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