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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흔들리는 꽃 - 애증의 폭풍 속에서 - 2화

1234(39.113) 2021.01.28 23:47:18
조회 163 추천 12 댓글 3
														

대립.


아무도 오지 않을 공간에 더 없이 차가운 살의만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한 사람의 소녀를 사이에 두고 두 명의 소녀는 서로를 향해 용서없이 살의를 보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후미나는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야메는 이쪽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단 한번도 보인 적이 없는 얼굴을 보여 주었다.


허나 사유리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후미나에게 등을 돌린 만큼 그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명확한 적의를 아야메에게 보이고 있었다.


"그때도 넌 그랬지. 내게서 그녀를 빼앗아 갈 때도!"


아야메는 분노를 감추지 않고 소리쳤다. 허나 사유리는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당신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존재 곁에 있으려고 했으니까요."


사유리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자신만이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소녀의 목소리에 가득 담겨 있었다.


후미나는 단 한가지 사실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둘 사이에는 자신이 모르는 은원관계가 있다는 것을.


그저 책을 사랑하는 괴짜 늑대인간 소녀 아야메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싷은 일이다.


그렇지만 후미나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감히 말을 붙일 수 없을 만큼 살의는 농후했다. 후미나는 감히 상상도 못할 정도의 살의 앞에서 몸은 마치 얼어버린 것 같았다.


후미나는 흡혈종임에도 불구하고 수혈팩을 제외한다면 직접 흐르는 생피도 마셔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살의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그랬기에 더욱 극심한 공포를 느낀 것인지도 몰랐다.


이대로라면 후미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를 정도로 지독한 공포가 그녀를 한계까지 몰고 갔다.


"이 녀석들 뭐하는거야!"


그때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살의는 사라졌다. 대신 사유리는 혀를 차며 그대로 사라졌을 뿐이다.


"후미나!"


아야메가 달려왔다. 아까까지의 살의는 거짓말 같이 사라지고 언제나의 아야메였다.


털썩


긴장이 풀린 탓일까? 후미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목소리의 주인도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좀 해주겠니?"


수학 담당인 치즈루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들에게 물어보았다. 후미나는 그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이곳은 양호실. 후미나는 아직도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었기에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 그녀를 안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양호 교사인 세츠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살의라니.... 많이 놀랬겠구나."


그렇게 말하며 세츠코는 자신의 손을 후미나의 이마에 가져갔다. 설녀인 그녀의 손은 아직도 진정되지 않던 후미나를 조금이나 편안하게 해주었다.


"무엇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전 잘 모르겠어요. 그저 무서워요."


후미나의 말에 세츠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괜찮아. 선생님들이 알아서 처리할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세츠코는 후미나를 일으키더니 사람의 체온 정도로 데운, 약용 성분이 듬뿍 담긴 특수혈액을 컵에 담아 그녀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아직도 충격이 그녀의 몸을 떨리게 만들었지만 따뜻한 피의 맛이 후미나를 진정시켜 주었다.


"원래라면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을 왜 그 아이는 한건지...."


세츠코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후미나는 그런 세츠코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아니 걸 수 없었다.


아직도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생히 기억나지만 반대로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단지 반에서 어느 누구도 다가가지 못하던 사유리가 자신을 유혹했고 아야메는 그런 사유리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었다는 것만 기억 날 뿐이다.


두려웠다.


전혀 생각 못한 비일상이 자신에게 다가왔다는 사실이 후미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살의 자체도 경험한 적이 없지만 그토록 지독한 살의 속에서 미치지 않은 것이 다행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섭기 그지 없었다.


"그, 그런데 어떻게 치즈루 선생님은 저희가 있는 곳을...."


후미나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렇게나 지독한 살의가 퍼지는데 우리같은 환상종 선생들이 모를리가 있겠니?"


당연하다는 듯 세츠코는 말했다. 세츠코를 비롯한 이전 세대의 환상종들은 지금과 같은 평화가 당연하지 않던 시대를 살았다.


그런 그녀들이 살의에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고작 200년 밖에 안되었어. 우리가 이렇게 평화롭게 생활한 것도."


그렇게 말하며 세츠코는 씁쓸하게 웃었다. 잊었다고 생각한 지독한 기억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부모님이 오실거라고 했으니까 기다리렴."


세츠코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다시 서류작업을 시작했다. 후미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방금 마신 피가 온 몸을 타고 도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졸음이 오는 것을 느꼈다.


약의 성분 중에는 흡혈종을 졸리게 하는 성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후미나는 천천히 눈이 감기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곁에는 아야메가 있었다. 언제나의 아야메와 달리 지금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 후미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


아야메는 후미나에게 사과했다. 아마도 오늘의 일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것은 아야메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 후미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후미나는 살짝 손을 뻗어 아야메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흡혈종인 자신과 달리 뜨거운 피가 흐르는 아야메의 피부는 언제나 그렇듯 후미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괜찮아. 많이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나나 아야메 너도 무사하면 된거지."


후미나의 말에 아야메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울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히 후미나가 크게 다친 곳이 없다는 사실에 안심했기 때문 만은 아니었다.


"아야메...."


"미안....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아야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울먹였다. 후미나는 그런 아야메에게 어떤 것도 물어보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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