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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서양괴담 ~백합향 추가~ 2

글쓰는병시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08 01:23:45
조회 350 추천 12 댓글 2
														



1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704163


쓰다가 설정 어긋나거나 추가해야할 것들을 1편 수정하면서 추가해놨음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생각 안해둔 상태에서 그냥 기세로 써제끼는거라 아직까지 설정이 확고하게 잡히지 않았음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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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자료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사라진 사람은 에이미가 말했던 대로 6명이었다. 첫번째 실종자인 케이시가 2년 전에 사라졌다. 두번째인 조앤이 그 2개월 뒤에, 그 뒤의 실종자들은 4~5개월 간격으로 사라졌다. 실종자들의 성별, 직업, 연령에는 공통점이 없었다. 남자 셋에 여자 셋, 은퇴한 노인이 세명이었고 은행원, 세무사, 제약회사 직원이 나머지 셋의 직업이었다. 나이 역시 20대 후반부터 70대 중반까지 폭이 넓었다. 공통점이라곤 독신이 대부분이고 사라졌을 때엔 집에 혼자 있었다는점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집 하나에 독신인 사람이 연이어 들어온다는 점은 비정상적이지 않나? 나는 고개를 들고  그 점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다.

 “그레이스, 하나만 물어도 될까?”

 캐롤라인이 먼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조앤씨는 2년 전에 실종되었는데 너는 3개월 전에 그 아들한테 의뢰를 받았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 아들이란 놈은 나머지 19개월동안은 뭘 하고 있었던거지?”

갑자기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급하게 지어낸 거짓말이라 그런지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 부분들을 메꿀 이야기들을 미리 만들어두어야 한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거짓말을 들켜버리기 직전의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일단 흐름을 끊기로 했다. 

 “잠깐 커피좀 가지고 와도 될까요? 마시다 남겨둔게 있거든요.”

 나는 그렇게 대꾸하고 2층의 짐을 옮겨둔 방으로 올라와 커피를 꺼냈다. 변명거리를 생각해내야 했다. 조앤의 아들이 19개월동안 무엇을 했을까, 경찰이 주변 수색은 인원이 없어 못한다고 말은 했어도 한 집에서 두명이 사라졌으니 탐문하고 집안 수색은 했으리라. 집 안에서 사라졌으니 집은 샅샅히 뒤졌을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으니 원인불명, 혹은 그럴싸한 이유를 대며 수사에서 손을 떼었을것이다. 아들은 아마 납득할 수 없었을테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탐정이라도 찾아갔을테지만, 경찰도 찾지 못한 흔적을 사설탐정이라고 찾을 수 없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여러 탐정들을 찾아다녔지만 당연히 수확은 없었을 것이고, 개중의 비양심적인 탐정은 지역 신문 하나를 구해다 읽고 신문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읇어줬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양심적인 탐정을 연기하면 될 것이다. 직접 발로 뛰며 증거를 찾는 시늉을 하고, 애나의 부모님이 집에서 떠날때 까지 며칠정도 머물다가 대충 이유를 둘러대고 이 마을에서 빠져나와 애나가 있는 C 마을로 가면 되리라. 나는 휴대전화에 메모를 했다. '여러 탐정들에게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음' , '현장조사를 하다가 중간보고라는 명목으로 마을에서 나올 것.' 내가 메모를 마치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집어넣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레이스, 거기 있지?”

 캐롤라인의 목소리였다. 아마도 내가 커피를 가지러 간다고 했다가 한참이 지나도 안나와서 나를 부르러 온 모양이었다. 나는 커피를 든 채 문을 열고 나오며 캐롤라인에게 말했다.

 “네, 잠깐 생각할 것이 있었어요. 그 집에 독신들만 연속으로 이사를 왔다가 사라졌다는 점 자체가 이상한 것 같아서요.”

 캐롤라인은 그 말을 듣자 아차 싶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했다.

 “아 그거, 우리가 실종자 명단을 만들긴 했는데 그렇다고 거기에 그 사람들만 산건 아니야. 중간중간에 몇몇 가족이 이사와서 살고 그랬는데 한달도 안되어서 이사를 가고 그랬어. 지하실 쪽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던지, 물건 정리를 해두고 자도 아침이 되면 누군가 뒤적인 흔적이 생겨있다던지. 그래서 다들 길어도 한달 안에는 다 나가버렸지.”

 그쯤 되면 경찰이 아니라 엑소시스트를 불러야 하는게 아닐까. 하지만 지하실쪽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는 점은 신경이 쓰였다. 어제 내가 들었던 소리도 지하실 쪽에서 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지하실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이상 섣불리 단정은 못할 것 같았다. 

 “지하실은 짐 정리할 때 마을 사람들이 들어가보기도 하고 그랬나요?”

 “지하실? 거기 문 잠겨있는건지 고장난건지 뭘 해도 안열리더라고. 경찰들도 안 열고 싶어하던거 마을 사람들이 거의 빌다시피 해서 한번 열고 들어갔었지. 그런데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더라. 아 문 하나가 더 있었다는거 빼고. 그래서 우리도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또 문이 잠겨서 못들어가봤어.”

 “그 문은 경찰들이 안 열어본건가요?”

 “지하실도 우리가 애원해서 들어간 놈들이 그 안에 문 하나 더 있는걸 열고 들어가보고 싶어했겠어? 지하실에 문 말고 아무것도 없다고 하고 바로 돌아가 버렸지. 세번째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부턴 그냥 형식적으로 와서 둘러보기만 하고 가더라고.”

 어지간히 일 하기가 싫었나보다. 나는 다시 거실로 돌아가며 캐롤라인에게 방금 지어낸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의외로 먹혔는지 캐롤라인은 아들이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며 딱한 듯 이야기 했다. 

 “어떤 탐정들은 실제로 조사는 안하고 그냥 신문에 나온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꾸며서 전달해주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성실하게 조사를 하는 탐정들도 같이 피해를 입는거죠. 정말 증거를 찾을 수 없어서 원인불명이라고 이야기를 해줘도 믿지를 않아요. 탐정들 전부가 홈즈가 아닌데 말이죠.”

 캐롤라인은 그 말을 듣자 크게 웃기 시작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소설가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 했었다. 사회에 대한 개혁이나 약자의 권리신장 같은 정치 사회적 주제들을 엔터테이먼트 소설작가인 자신에게 요구를 한다나. 

 “나는 그런거 관심 없어. 근데 만나는 사람들 중에 꼭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왜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없냐던가, 약자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고집하는거 아니냐고, 미쳐버릴 것 같았지. 나는 글로 사회를 바꾼다던가 하는 사회운동을 하려고 글을 쓰는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로 밥먹고 살기 위해서 글을 쓰는거라고.”

 소설가 치고는 너무 속물적인가? 캐롤라인은 말을 덧붙이며 나를 앞서 거실로 향했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다시 내가 앉아있던 자리로 향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에이미가 웃으며 내게 아무 일도 없었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에이미는 캐롤라인을 가리키며 캐롤라인이 호시탐탐 나를 덮칠 기회를 노릴 것이니 앞으로는 캐롤라인과 둘이서 있게 되면 긴장을 풀지마라고 말을 했다. 캐롤라인은 쓸데 없는 말을 한다며 에이미의 등짝을 때렸다. 아옹다옹하는 둘의 모습을 보니 애나 생각이 났다. 나도 제시간에 맞춰 애나한테 갔으면 저렇게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애나의 부모님이 애나의 집에 오지 않았으면 지금쯤 애나의 집에 있지 않았을까.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자료에 눈을 돌렸다. 

 

 조앤하고 케이시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먼저 그 이외의 사람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먼저 조앤 다음에 들어온 니콜라스 였다. 70살의 은퇴한 회사원이며 남성, 이사온지 사흘만에 사라졌다고 한다.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이유는 매일 전화를 하던 딸이 아버지가 사흘째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경찰서에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세번째 실종이었기 때문에 경찰은 찾는 시늉만 하고 야생동물의 습격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네번째 실종자는 마리안으로 26살의 무직 여성이었다. 40살의 남성과 사실혼 관계였고 마리안이 먼저 그 집에 가 있고 사실혼 관계의 남성이 원래 살던 곳에서의 일을 끝내고 이사온 주 주말에 올 예정이었다. 사라진 것을 안 이유 역시 주말에 도착한 남성이 집과 마을 그 어디에도 마리안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월의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이었기 때문에 경찰은 일찌감치 수색을 포기했다. 남성은 이에 분노해 자기 혼자서라도 마리안을 찾으러 숲 속으로 갔다가 며칠 뒤 절벽 아래에서 추락사 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악천후에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가 폭설에 시야를 제한받고 절벽에서 실족한 것이라고 수사를 종결했다.

 나는 여기까지 읽고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자료에서 눈을 떼고 에이미와 캐롤라인쪽을 보니 그들도 자료를 집중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내가 피로해진 눈을 마사지 하며 잠깐 쉬고 있자 에이미가 고개를 들고 내게 말했다. 

 “그래도 개인이 조사한거 치고는 꽤 자세하지? 우리야 소설 소재 얻는다고, 칼럼에 쓸 의견을 구한다고 말하고 다니면 마을 사람들이 조심스럽게나마 이야기를 해주니깐 이정도까진 알아낼 수 있었어.”

 실제 탐정이 아니니 자료가 얼마나 자세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둘을 칭찬했다. 

 “에이미, 캐롤라인. 자료 고마워요. 원래대로라면 닥치는대로 탐문을 해야했겠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둔 자료가 있어서 한결 수사가 쉬워진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휴대전화 화면을 켜고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11시가 넘었다.

 “그래도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깐 이 자료들은 방에 올라가서 살펴봐도 될까요? 둘도 자야할거 아니에요.”

 내 말에 두명도 각자의 휴대전화 화면을 켜보더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난 것을 놀라워했다. 그리고는 탁자에 널부러진 자료들을 한데 모아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그들이 건네준 자료를 받아 방으로 올라갔다. 밑에선 두런두런 에이미와 캐롤라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방에 도착한 나는 자료를 바닥에 내려놓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하나의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선 10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와서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이 곳의 경찰력 대부분이 A시로 증원을 가 있어서 이름까진 밝힐 수 있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수사에서 단서가 한두개라도 더 나온다면 애나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그것만은 막고 싶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거실로 내려갔다. 에이미는 이미 방으로 들어갔는지 캐롤라인만 노트북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무언가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캐롤라인은 노트북에서 시선을 거두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캐롤라인, 혹시 종이 있나요? 두세장 정도요.”

 “종이? 내 작업실에 있을텐데 가져다 줄까?”

 “아뇨 그냥 제가 가져갈께요 작업실은 어딘가요?”

 “설명하기 복잡하니깐 그냥 따라와. 이 집도 쓸데없이 넓어서 설명해주기 힘들어.”

 그렇게 말하며 캐롤라인이 자리에서 일어서 거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캐롤라인의 작업실 에 도착하자 나는 왜 캐롤라인이 설명하기 복잡하다고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먼저 거실에서 나와 2층으로 올라가는 것 까지는 평범했다. 하지만 내가 짐을 풀은 방 반대편 복도엔 똑같은 문의 방 여러개가 복도 양 옆으로 죽 늘어서 있었고, 그 중 오른쪽 열의 세번째 방에 들어가 천장으로 연결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했다. 캐롤라인은 다락방에 불을 켜고 종이를 몇장 집어 내게 건네주었다. 

 “그레이스, 혹시 아까 에이미가 한 말 신경쓰고 있어?”

 그러고보니 에이미가 캐롤라인과 단 둘이 있을땐 긴장하고 있으란 말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요, 에이미가 있는데 캐롤라인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죠.”

 “그렇게 생각해? 하긴, 에이미는 날 놀려먹는걸 좋아하거든.”

 “그러면 종이도 받았으니깐 저는 돌아가서 정리를 좀 해볼께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사다리를 타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거짓말은 안해.”

 캐롤라인이 나를 뒤에서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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