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a4 한장으로 끝내보는 백합

글쓰는병시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18 05:17:38
조회 613 추천 15 댓글 2
														

viewimage.php?id=21b4dc3fe3d72ea37c&no=24b0d769e1d32ca73cec83fa11d0283146e1de228a7923f189a7bc559b2b7e63bd81e8b36c37a7413e10f8dbdfec8cf8bb0696d9fecd5939e2b1d14255a3353c79cd661b



 너를 이 세상에 묶어두던 것은 알량한 나와의 관계 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너와 헤어지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우리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너의 주변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너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 달라고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너는 늘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너를 현실로 불러와 앉히곤 했었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네가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내 말에 반응을 하고 나를 바라볼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희미하게 사라지려는 존재가 내 앞에 선명하게 고정이 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종종 불안했다. 네가 나를 좋아해서 사귀는 것이 아닌, 그저 의무감으로 사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너에게 늘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불안을 너는 알아챘는지 입으로, 몸으로 내 불안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언제나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은 그때 뿐이었다.

 너는 늘 완전히 사라지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네가 그 말을 할 때마다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며 사라지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점점 지쳐갔다. 너의 감정은 늘 같았겠지만 내 감정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연락이 점점 드물어지고, 만나는 횟수도 점점 줄어갔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언제나 내 쪽에서 연락을 하고, 내 쪽에서 만나자고 했다는 것을. 내가 연락을 안하니 너 역시 내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관계는 그렇게 어영부영 사라져 버렸다. 나는 나만 몸이 달아올라서 너를 향해 감정을 들이밀었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적어도 그때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차차 너에 대한 것들을 점차 잊어가기 시작하던 한겨울 어느 날의 오후였다. 너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네가 사라졌다는 연락이었다. 나는 너의 말버릇을 떠올렸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완전히 사라지려고 했던 너였지만, 내 마음 속에는 아직 너에 대한 것들이 잔뜩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정한 이목구비와 투명한 목소리, 내 몸을 어루만지던 부드러운 손과 짧게 정리가 되어있던 손톱, 서투른 솜씨로 만들어온 발렌타인 초콜릿,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던 빼빼로, 그것들 말고도 아직 수많은 기억들이 내게 남아있었다. 나는 너의 친구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듣기로 하였다. 다행히 서로 근처에 있어서 조용한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너의 친구는 매우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그 애가 갈 만한 곳이 있을까요?“

 내게 처음 한 말이 저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뇨, 저도 모르겠어요. 아직 연락이 안되는거죠?“

 "연락은 사흘 전부터 안됐어요. 워낙 연락이 안 닿아서 그러려니 했었는데 집에 가보니 아무도 없더라고요. 직장도 안나온지 이틀째라고 했고요. 일단 그 애 부모님한테도 연락해두었고, 가볼만한 곳들은 저 스스로도 찾아보려고 해요. 혹시 그 애랑 연락이 닿으면 저한테도 연락 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친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한참이고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었다. 약간 어둑한 조명 속에서 나는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바라보았다. 너에 대한 감정은 모두 식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었나 보다.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커피잔을 집으려고 뻗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차갑게 식은 커피는 죽음처럼 쓴 맛이었다. 나는 그 커피를 다 마시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쓴 맛은 내가 카페에서 나오고 나서도 입 안에 오래도록 맴돌았다.




완전히 사라지고 싶었던 여자와 그녀가 남긴 흔적들을 간직하고 있던 여자 이야기


저렇게 쓰니깐 a4 한장 분량이더라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5

고정닉 6

1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2026년 사주나 운세가 제일 궁금한 스타는? 운영자 25/12/29 - -
- AD 함께하는 즐거움! 명품 BJ와 함께~ 운영자 25/10/24 - -
- AD 겨울 스포츠&레저로 활력 충전 운영자 25/12/22 - -
1641564 공지 [링크] LilyAni : 애니 중계 시간표 및 링크 [7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26 63335 101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3241 121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32] <b>&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37930 21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2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8660 3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4327 40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20]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5557 72
1331450 공지 공지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0407 54
1758962 공지 삭제 신고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16727 13
1758963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13879 10
1873041 일반 아직도 와타텐 안봄 [3]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0 14 0
1873040 🖼️짤 와타타베 정실 [1] ㅇㅇ(122.42) 18:19 14 3
1873039 일반 와타나레 10권에서 보고 싶은거 << 렌즈 빼고 등교한 카호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8 23 0
1873038 일반 짭타텐 이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쿠지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7 22 0
1873037 일반 렌즈뺀카호<<좀 좋았음 [6] ㅇㅇ(61.83) 18:11 62 0
1873036 일반 근데 사사코이는 애니는 쳐박앗으면서 성우랑 노래에는 돈왤캐 많이씀? [4] ㅇㅇ(210.223) 18:10 71 0
1873032 일반 셋이 러브호텔 가서 보빌 예정 [3]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7 113 0
1873031 일반 유입들 기강잡기 [4] resi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7 74 0
1873030 일반 약간 지능 낮아진것 같은 히나코 [7] RB-7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5 81 1
1873029 일반 와타나레 잘나온거 보면 사사코이도 기대되네 [3] ㅇㅇ(158.220) 18:05 53 0
1873028 일반 올해는 닌기야우가 스쿨존과 마법소녀만화를 동시연재할 것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 21 0
1873027 일반 레나코는 나중가면 르네도 꼬시지 않을까 [2]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3 51 0
1873026 일반 이거 미나미 아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 39 0
1873025 일반 애기 낮잠자고 일어났다 [10]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0 73 0
1873024 일반 마이는 르네가 트윈테일 로리라 [3] resi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8 92 0
1873023 일반 신경쓰이면 지는 것 [1]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56 0
1873022 일반 와타나레 세계관: [2] 그레고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5 63 0
1873021 일반 “금발거유로리 음침이” 특징이 뭐임? [1] ㅇㅇ(175.122) 17:54 37 0
1873020 일반 와타나레가 제일 건전한듯 [2] Radian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4 77 0
1873018 일반 마재스포)에슝좍 이 미친 서큐버스가 [8] 모녀백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65 0
1873017 일반 와타나레 세계관 남자들 미칠듯 코하루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109 0
1873016 일반 마녀갤돚거)새해 첫참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26 0
1873015 일반 시오리상 정도면 레나코와 좋은 승부 가능할거 같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1 42 0
1873014 일반 오늘따라 왤케 올라온 번역들이 쉽지 않지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9 99 0
1873013 일반 우우... 레나코는 쓰레기 아닌데... [4] 코코리제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9 89 1
1873012 일반 설레이는키차이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40 0
1873011 일반 하스동 아직 카호 라인까지밖에 모르는데 [4]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51 0
1873010 일반 성라 너무 재밌다 [8] liliacea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6 45 0
1873009 일반 아니 이 라노벨 본적없어서 하나도몰랐는데 [6] ㅇㅇ(122.42) 17:43 125 0
1873008 🖼️짤 너구리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3 47 2
1873007 일반 넥스트 샤인콘 이 장면도 넣어줘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2 51 1
1873006 일반 2026 마법동경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1 94 4
1873005 일반 [속보] 전 스쿨아이돌 오토무네 코즈에 결혼 발표 [8] LilyYur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135 0
1873004 일반 와카바 똥차련 키안커서 코마키님 페도 음해당하게하고 [2] 타입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43 0
1873003 일반 공포) 이중 한명이 엄마래...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111 0
1873002 일반 근데 레나코가 왜 양다리임 [2]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4 77 0
1873001 🖼️짤 마동경 정실 ㅋㅋㅋ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4 86 0
1873000 🖼️짤 자매근친좋아 [6] 렝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90 3
1872999 일반 여아 신정부터 알바끝내고 왔으니 마재 2회차 마저 해야지 모녀백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22 0
1872998 일반 "시오리상, 미코쨩 결혼 축하해♪ 결혼식에는 나도 초대해줄거지?"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69 6
1872997 일반 넥스트샤인콘 의견접수중 [14] 파운드케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2 8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