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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11-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2 17:56:32
조회 622 추천 21 댓글 3
														

 여, 여긴 어떻게 온 거지? 평범한 강도가 아닌 건 다행이지만… 다른 의미로 위험해! 나는 엉덩방아를 찧은 자세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내에서 도망칠 곳은….


 "오랜만이야 언니."


 "으, 으응."


 여동생은 문을 닫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집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눈을 마주치자 미소 짓는 게 살짝 무서워졌다. 맹수 앞에 선 것처럼 몸이 바들바들 떨리지만… 나는 침착하게 질문을 했다.


 "여긴 어떻…게?"


 "너무 간단해서 한숨만 나왔어. 내게서 확실히 도망칠 거면 졸업앨범도 챙겼어야지."


 졸업앨범…. 모든 걸 이해하고 말았다. 같이 기입되어있는 전화번호나 주소 같은 개인정보를 악용할 거란 발상을 못한 내 잘못이다.


 아마 젊은 여자라는 점을 이용해서 경계심을 주지 않고 유리의 부모님과 먼저 접촉을 한 거겠지. 애초에 저번에 유리 집에서 외박했다는 말도 해선 안됐어.


 "아하하하하! 아니지. 언니가 나를 버릴 리 없지. 그저 숨바꼭질을 거하게 하고 싶었던 거지? 찾아주길 원한 거지? 그런 거지? 그래서 단서를 그렇게 남겨두고 온 거지?"


 여동생은 온 몸으로 나를 짓눌러 왔다. 나를 찾은 흥분 때문인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서, 설마 오늘도 이대로 당하는 거야? 유리의 집에서 여동생에게? 아직 유리와 제대로 화해도 못했는데 그것만은!


 "우후후후. 언니. 나를 애타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간만이니까 잔뜩 즐겨보자."


 여동생의 몸을 힘껏 밀었지만, 역시 저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내 옷은 힘없이 차례차례 벗겨지고 있었다. 이렇게 당할 거면… 적어도 유리와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아닌 곳에서….


 아니야! 나리라면 다시 키스마크를 잔뜩 남기거나 하려 들 거야! 무조건 막아야 해! 틀림없이 사이가 다시 급격히 멀어질 거야! 지금 일도 아직 해결도 못했는데! 어디 좋은 생각이…. 아!


 "나, 나리야! 배, 배고프지 않아? 언니가 간만에 맛있는 걸 만들어 줄 테니까! 사, 사랑의 오므라이스 어때!"


 "사, 사랑의?"


 여동생은 아무래도 마음이 동하는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면 못 할 것 따윈 없었다. 사랑이든 뭐든 마음껏 넣어줄 테니까. 여동생은 짓누르고 있던 손에서 힘을 뺐다. 아무래도 먹힌 모양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위험했어.


 "대신 부탁이 있어."


 "뭐든 말해봐."


 나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침을 꼴깍 삼키고는 작게 웅얼거렸다. 잘 안 들려. 뭐지? 갑자기 왜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 나는 나리에게 바짝 붙어서 귀를 기울여 봤다.


 "알몸위에… 앞치마만 걸치고 만들어 줘."


 "뭐엇?"


 "사, 사랑을 담는다며! 그 정도는 해야지!"


 뭐, 뭐야! 그 사춘기 남자애나 좋아할 것 같은 센스는! 하지만 거절했다간 당장 덮치… 려나?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선택권이 없었다.


 미칠 듯이 부끄러웠지만, 저 육식동물을 조금이라도 제어하려면 이것밖엔 없어. 나는 여동생의 요구에 응한 복장을 해 보였다. 막상 하고 보니 알몸보다 더 부끄럽고 야한 것 같아. 아냐. 침착하자. 둔부로 집중된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지지만, 침착해야 해.


 나는 아까 유리에게 만들어주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을 시작했다. 먼저 계란을 풀고…


 "언니. 잠깐만."


 "응?"


 여동생은 내 옆으로 다가가서 풀고 있는 계란에다가 손가락을 가리켜 보았다.


 "여기에 언니의 침을 조금만 넣어줘."


 "뭐엇?"


 뭐야! 그 매니악한 요구는! 먹을 거에다가 장난치는 거 아니야! 정말 항상 내 예상 이상으로 치고 나와서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아이다.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피로감이 밀려온다.


 "싫어?"


 "하, 할게."


 살짝 싸늘해진 눈매에 쫄아서 혀를 살짝 내밀어 타액을 넣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계란이 잘 익을지 걱정했지만… 어찌어찌 익었네. 계란 하나 부치는데도 이렇게 피곤해질 수 있는 거구나.


 나는 접시 위에 계란을 세팅한 다음, 아까 유리에게 해준 것처럼 해주기 위해 밑 준비를 하고 있는데….


 "히약! 뭐, 뭐하는 짓이야!"


 여동생은 손가락놀림만으로 에이프런으로 가려지지 않은 부위를 집중적으로 희롱해나가기 시작했다. 요리하는 데 방해되잖아! 나는 필사적으로 버티려 했지만, 야채를 미처 다 볶기도 전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여동생은 끈적끈적하게 젖은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눈을 반짝여보았다. 어쩐지 또 불안한 생각만 든다. 설마… 아니겠지? 그런 생각은 아니겠지?


 "언니. 이것도 넣어서 만들어줘."


 "미쳤어?"


 넣는 순간 더 이상 식사가 아니야! 그런 걸 누가 먹어! 내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서 절대 넣고 싶지 않아! 절대! 내 나름 요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그걸 넣는 순간 요리가 아니라 그저 변태일 뿐이야!


 "싫어? 나는 이게 들어가지 않으면 사랑이 들어가 있지 않은 건데? 아니면 혹시 이걸로 부족해?"


 여동생은 뻔뻔스럽게 손가락을 유연하게 찌걱거리며 살살 끝을 긁었다. 마음은 싫지만… 몸만은 정직해서 쏟아지는 쾌감에 젖어 온 몸에서 힘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여동생의 손은 흠뻑 젖기는 했는데…….


 "움직일 힘이 없나보네. 그럼 내가 넣어서 이어서 해볼게."


 미쳤어. 정말 미쳤어! 방금 전까지 내 몸의 일부였던 액체가 치이익 소리를 내며 야채와 함께 볶아지는 걸 보니 복잡한 마음만 들었다.


 냄새도 맡으면 더욱 안 좋은 의미로 실감하게 될 까봐 코를 틀어막았다. 내 복잡한 마음을 모르는지 여동생은 흥얼거리며 야채들을 볶고 있었다.


 "나 이 이상은 할 줄 모르니까, 이제 언니가 마저 만들어 줘."


 이미 뭔가를 만들 전의를 모조리 상실해버리고 만 뒤였다. 이 오므라이스는 그냥 오므라이스가 아니라, 변태 매니아 층을 위한 음식이 될 뻔했던 무언가일 뿐이야!


 하지만, 만들지 않는다면 저 뒤에 있는 짐승을 제어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살면서 가장 의욕 없는 마음가짐으로 코를 틀어막고 음식을 만들었다. 여기엔 그게 들어가지 않았어. 들어가지 않았어. 


 어찌어찌 정신력을 소모해서 다 만들고 나자, 여동생은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오므라이스?를 받아들었다. 나는 아까 유리에게 해줬던 창피한 주문을 외워줄까 고민했지만… 그럴 의리는 없어!


 "언니. 맛있어지는 주문을 외워줘."


 내 속을 읽은 거야? 나는 의욕은 없었지만, 나리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과장된 몸짓으로 손을 머리에 붙이고 고양이흉내를 낸 다음,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사랑아 담겨라! 마, 맛있어져라. 얍!"


 그다음 케첩을 쥐고 바들바들 떨리는 글씨로 NA♥RI 라고 적어주었다. 하트는 보일락 말락 작게 만들어야지. 그러나 눈썰미 좋은 여동생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트 좀 더 크게 그려줘. 사랑이 이것밖에 안 돼?"


 하트 모양으로 오믈렛 부위를 아예 덮어버릴 정도로 그리고 나서야 나리는 만족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남기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라면 저거 절대 못 먹어. 절대!


 "이게 언니의 맛! 행복해!"


 "말로 하지 마!"


 나리는 정말 맛있다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그걸 싹싹 비워나갔다. 그걸 본 나는 속이 메스꺼워졌지만, 간신히 티내지 않을 수 있었다. 반드시 설거지 빡빡하게 할 거야. 반드시!


 사랑을 담아 음식을 만들어준다는 말을 정말 크게 후회하고 말았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었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버리고 말았다. 나는 이제 나리를 어떻게 내보내야 하나 고민 할 때였다.


 "디저트는 없어?"


 그걸 그 사이 다 비운 모양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스크림 집에서 직원할인을 받아서 사주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밖으로 나오는 김에 쫓아내자.


 "내가 알바하는 아이스크림집이 있는데."


 "필요 없어."


 "응?"


 여동생은 곧바로 내 앞치마 안으로 얼굴을 파묻고… 내 반들반들하게 젖은 곳을 핥짝 거리기 시작했다. 가, 간지러워! 혀로 집요하게 핥고, 톡톡 두들기면서 다채롭게 자극을 변화시켜 나갔다. 아까 두 번이나 나왔는데 설마…? 안 돼! 위험해!


 나리의 머리를 밀면서 떼어내려 했으나, 목 힘으로 버티면서 혀를 끈적하게 놀리고 있었다. 크, 큰일이야!


 유연하게 움직이는 혀는 매끄럽게 내 안을 휘젓듯 핥아나가고 있었고, 뜨거운 콧김이 닿아 여러 의미로 자극이 강했다. 여동생에게 당하는 건 너무 간만이라 위험했다. 유리와는 전혀 다른 계열의 자극.


 등 뒤에 전류가 타고 흐르는 듯한 감각이 지나가며 온 몸에 힘이 쫙 풀리고 말았다. 잠시 후 고개를 든 여동생은 끈적한 액으로 번들거리는 입가를 혀로 매끄럽게 훑은 다음 미소지어보였다. 이상하리만치 만족스러운 표정.


 "최고의 디저트였어."


 "꺼, 꺼져!"


 급격히 창피해진 나는 주변에 있던 베개를 집어던졌으나,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결국 유리네 집에서 저지르고 말았어! 어쩌지? 집을 옮겨야 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찾아와도 절대 안 열어 줄 생각이지만, 이대로라면 유리에게도 폐가 될 수도 있었다.


 "오늘은 이정도로 만족해서 돌아갈 생각이긴 한데… 선택권을 줄게. 이번엔 처음부터 세 개야."


 이제 저 선택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미칠 것만 같았다.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을 주지도 않으면서 선택권이라니.


 "하나, 나와 이대로 집에 돌아간다. 둘, 이 집의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셋, 지금 잠깐 따끔한 경험을 한다. 골라봐."


 "셋 다 거절한다면…?"


 "유리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쉬지 않고 언니를 범할 거야."


 그리고는 그 말이 진심이라는 듯 힘으로 나를 누르기 시작했다. 방금 온 몸에 힘이 빠져서 저항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저 세 번째 선택지 어딘가 낯이 익은데… 역시 아직도 노리는 것일까? 아니 평생 노릴 지도. 그냥 지금 버리고 편안해질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 번째 선택지를 고른다 해도 끝이 아니었다. 나중에 나리가 택배를 이용해 침입을 하거나 아르바이트 출퇴근 중을 노린다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이 집 주소가 까발려진 시점에서 나는 다시 붙들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역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 하지만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퇴근했더니, 텅텅 비어있을 때의 유리의 심정을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지금 상처를 받고 있을 텐데.


 그렇다고 집 비밀번호를 알려준다면, 유리와 나의 관계를 부수려고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었다. 비번을 바꾸면 출퇴근길이 위험해질까? 결국 어느 쪽도 고를 수 없었다. 아니, 각오를 하자. 도망치는 것은 자기합리화일 뿐이야.


 "조건을 들어준다면 세 번째를 고를게."


 "정말이야? 가능하면 뭐든지 들어줄게. 에헤헤헤헤헤헤헤."


 노골적으로 좋아하고 있다. 젠장! 절대 이것만은 고르기 싫었는데. 아니야. 이걸로 해방되는 거라면 싸게 먹히는 거야.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바로 말을 내뱉었다.


 "다신 날 찾아오지 마."


 그 말을 듣자, 나리의 표정은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그리고는 거칠게 나를 덮쳐누르며 고함을 질러댔다.


 "무슨 소리야! 그러면 맺어지는 의미가 없잖아!"


 미안하지만 정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그 사고를 도저히 못 쫓아가겠어. 내 정조만 노리는 게 아닌 거야?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나도 이제 모르겠어.


 "아니야. 언니가 나를 버릴 리 없어. 맞아. 찾아주길 원하니까 졸업앨범도 두고 간 거잖아?"


 나리는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이것대로 무서워. 그리고… 창피하게 내 멍청함을 상기시켜주지 말아줄래?


 "그래. 다음에는 반드시 언니를 만족시켜서 같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들 테니까. 선택지로 억지로 묶는 건 비겁하지. 그래. 지금은 이대로 물러나 줄게. 반드시 다시 찾아 올 거야."


 그렇게 폭풍과 같았던 나리의 방문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고민거리가 두 가지나 생기고 말았다. 하나는 이 사실을 유리와 상담해야 하느냐고, 다른 하나는 나리의 침입대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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