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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17-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2 20: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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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희는 목 띠와 연결된 줄을 화장실 문손잡이 쪽에 묶은 다음, 수족까지 속박해버렸다. 나리가 날뛰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너무 다분했다. 너무나 거칠고 야만적인 방법이었다. 이젠 채희에겐 혐오를 넘어선 알 수없는 감정마저 느껴져 왔다.


 내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채희는 반쯤 풀린 눈으로 손가락을 핥으며 내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이미 뺨은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저 번들거리는 광기를 과연 내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 아니야! 버텨야 해! 여동생도 마주 했는걸!


 "드디어 언니 쪽과 먼저 하나가 되겠네요. 원하는 손가락을 고르게 해드릴게요."


 채희는 드디어 물리고 있던 내 재갈을 벗겨 주었다. 여동생의 몸을 최대한 생각해서 아프지 않게 하려면… 엄지, 검지, 중지겠지만… 나는 녀석의 의도에 순수하게 어울려줄 생각따윈 없었다.


 대답해봤자 뭔가 트집을 잡아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올 것을 너무나 뻔히 알기에! 내 의견 따위 들을 생각 없는 거 이제 다 알았으니까 너 알아서 해!


 "퉷!"


 나는 도발하기 위해 그 기분 나쁜 면상에다 침을 뱉어주었다. 적어도 어그로를 내가 모두 가져가면 그만큼 희생한 여동생은 쉴 수는 있을 테니까. 그리고 뱉어주지 않으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지도 않고.


 "꺄하하하하하하! 이게 답변인가요? 저질러 주셨네요."


 광소를 터트리던 채희는 뺨에 묻은 침을 손으로 닦아낸 다음,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걸 바로 핥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오히려 굳어져 버렸다.


 무슨 짓을 할 지 이젠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동안 여동생에게 당하던 것은 공포도 아니었다는 것을 지금 와서 실감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상냥하게 할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요. 각오해 두세요?"


 그늘진 얼굴이 급격하게 다가왔다. 위험해! 하지만… 내 무력함만을 느낄 뿐이었다. 저 뒤에서 나리가 필사적으로 몸을 버둥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쾅!


 입구 쪽에 엄청난 굉음이 들려와 모두가 순간 멈추고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야?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벌어지고 있는 일을 상상조차 못하는 느낌이었다. 즉, 우리 셋 중 누구도 만든 변수는 아니라는 의미였다.


 쾅!


 굉음이 들릴 때마다 문이 눈에 띄게 어그러지고 있었다. 행동을 멈춘 채희마저 경악에 물든 얼굴이었다. 대강 짚이는 곳이 있는 것일까?


 콰직!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입구에는 여자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 제법 큰 망치를 든… 유리가 거친 호흡을 내쉬며 서 있었다.


 어지간히 힘든 표정이었다. 어째서 저런 걸 들고 찾아올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로 안도감이 밀려왔다. 눈물이 아프거나 슬프거나 절망스러울 때도 나오지만, 안도해서도 이렇게 나온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유, 유리야!"


 "후욱…! 후욱…! 아, 아리야! 무사했구나! 후욱!"


 "여, 여긴 어떻게!"


 채희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저 망치로 망할 머리를 뽀개 줬으면 좋겠지만… 범죄자가 되진 말아줘. 정작 네가 잡혀가면 슬퍼할 테니까!


 "후욱…! 답해줄 의리는 없지만… 신발 깔창 아래까진 후욱… 생각 못했나봐?"


 "응? 무슨 소리야?"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에헤헤."


 유리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주변을 살펴보다가 망치를 바닥에 질질 끌고 카메라 앞까지 저벅저벅 걸어갔다. 쓰, 쓸데없이 무서워. 그리고는 힘겹게 들어 올린다음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풀스윙으로 카메라를 박살내버렸다. 솔직히 통쾌하긴 한데… 뒤에서 채희가!


 "유, 유리야! 위험해!"


 "응?"


 뒤에서 스턴 건을 쥔 채희는 빠르게 유리의 허리부근에 바로 꽂아 넣었다.


 "꺄아아아아악!"


 유리는 망치는 놓치고는 그대로 쓰러져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다 끝났어. 유리마저 이렇게…. 이제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 유리가 과연 경찰에 신고하고 왔을까? 제발!


 "우후후후후후후후! 꺄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겼어! 이겨냈다고! 네 년 얼굴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제법 수요는 있어 보이니까…. 이 자매랑 똑같이 만들어줄게? 기대해도 좋아!"


 채희는 승리에 취한 건지 천장을 향해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근데… 곧바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벌어졌다. 쓰러져서 꿈틀대던 유리는 스윽 일어나더니 채희가 쥐고 있던 스턴 건을 빠르게 빼앗고는 바로 목 뒤에 꽂아 넣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반대로 채희가 쓰러져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감전 영향이 이렇게 빨리 풀리는 거였어? 한번 겪어본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건 정신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감전된 척 연기를 한 거라고 봐야하는데?


 "어째서? 라는 표정을 짓고 있네? 호신용 도구는 뻔하잖아? 당연히 대비하고 왔지."


 유리가 겉옷을 벗어버리자, 꽤나 두꺼운 고무패드가 후두둑 떨어졌다. 도, 도라X몽이야? 처, 철저해. 감전된 연기도 만점이었어!


 유리는 주변에 있는 도구로 먼저 채희를 속박하기 시작했다. 제법 능숙하게 속박하는데… 유리의 새로운 일면을 본 느낌이었다. 다시는 유리하고는 싸우지 말아야지.


 "기다렸지? 풀어줄게."


 유리가 속박을 풀어주자, 드디어 몸이 움직이…진 않고 저려서 그대로 누워 있어야 했다. 하지만 드디어 사건이 일단락되었다는 느낌이었다.


 "나, 나리도 부탁할게."


 "응."


 나리까지 속박이 풀리자 이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 타이밍에 유리까지 나타나다니 이거 정말 꿈 아니야? 비현실적이기까지 해서 볼을 꼬집어보았지만, 역시 현실이었다.


 극적으로 몰려있던 만큼 비현실적으로 행복해졌다. 유리는 내 몸에 살짝 달라붙어오며 팔을 껴안아주었다.


 "몸이 저리지? 마사지해줄까?"


 "아, 아니야. 지금 보는 눈도 많고…."


 "…그러네."


 어딘가 아쉬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근데 보는 눈도 많으니까… 지금은 자중해줘. 유리는 묶여있는 채희를 본 다음, 나를 한번 쳐다보았다. 설마 처우를 나에게 맡길 생각인 거야?


 "어떻게 할 거야?"


 "겨, 경찰에 넘기자! 현행범으로!"


 "응."


 그렇게 일이 일단락되었다. 동영상이 실시간 송출이었는지, 평범한 녹화였는지 정도가 신경 쓰이지만, 정말 신경 쓰였지만 나중에 경찰 조사 같은 걸로 알 수 있겠지. 제발 평범한 녹화였기를…. 그것만 배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무사해서 다행이었다.


 다시 내일이면 유리와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고, 나리와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제야말로 정말 한동안 다시 행복하게 지낼 생각이었다.


 근데… 어딘가 이상했다. 이제 채희에게서 해방된 여동생이 유리에게 감사인사를 하거나, 나에게 안겨오거나, 채희에게 뭔가를 하는 리액션이 있음직 한데… 가만히 누워서 엄지손가락을 쪼옥쪼옥 빨고 있었다. 어딘가 불안한 느낌…….




 "유아퇴행입니다."


 "네에?"


 다음날 아침 우리 가족들과 유리는 여동생을 데리고 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진단을 받은 뒤에 들려온 답변은 충격 그 자체였다. 드라마나 그런데서 나오는… 기억상실 비슷한 거라고 알고는 있는데…. 그걸 나리가?


 "자, 잠깐만요! 그게 어떻게 된 거죠? 어릴 때나 나타나는 거 아닌가요?"


 흰 가운을 입은 의사는 고개를 숙이고 안경을 고쳐쓰며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는 무거운 분위기속에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사실 애정을 못 받는 아이가 걸리는 것은 맞습니다만… 성인이라도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그 현실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그러니까 자기보호를 위해 간혹 발생하기도 합니다."


 '애정을 못 받는 아이'와 '정신적 충격'이라는 말은 내 가슴에 매우 날카롭게 꽂혀왔다. 내가 그동안 지나치게 밀어내고 방치했던 후회, 결국 채희가 벌일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슬쩍 유리에게 넘기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다가 납치당하고 일을 키운 후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리를 말린답시고 카메라의 존재를 알린 후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내 책임이었다. 회피할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벌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절로 눈물이 뺨을 흘러 타고 내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당장이라도 놓아버리고 싶었지만 필사적으로 붙들어야 했다. 만약 나까지 이렇게 되면… 나리가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충격으로 다시 이렇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부모님도 이 사실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테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큼은 반드시 정신을 부여잡아야 했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나리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곧장 울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맑은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어 언니야? 왜 울어? 울지마! 응? 으아아아아앙!"


 순수하게 나를 생각하며 울어주는 모습. 예전 고압적인 성격의 나리가 선의로 이래주었다면 고마울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니었다. 나리가 순수하게 맑은 눈물을 흘려주는 만큼, 내 가슴속엔 잔혹하게 피가 맺혀 찢겨져나갔다.





***


 같은 대학교에 다니던 나리는 모두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받는 인기인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사랑을 받는 데 익숙하고, 그걸 남들에게도 베풀 줄 아는 아이. 그렇기에 과에서도 자연스럽게 중심에 위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는 희미하게나마 나와 동류의 냄새가 났다. 틀림없이 여자를 좋아하는 냄새. 


 "요즘… 아니 전부터 고민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동류인 나에게 고백해오는 줄 알고 승낙할 마음이었다.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기만 한다면… 나리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보다 내가 우월해지니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마음은 내게 향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어. 그것도 꽤나 오래 전부터."


 "어떻게 생긴 사람인데?"


 "그게 중요한 걸까?"


 "관상이라는 걸 무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조금 충격이었지만… 반대로 이쪽에서 정보를 캐낼 기회였다. 내가 이쪽 경험이 많은 동류라는 걸 알고 상담해오는 것일 테니까. 반드시 뺏어 보일 생각으로 나는 그 모습을 해보였다.


 마침 키도 체형도 비슷한 것 같았으니까. 근데도… 나를 봐주지 않았다. 네가 원하는 모습인데 어째서!


 "요즘 알게 된 건데. 나 같은 사람이 취향이 아닌 것 같아. 그…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우연히 그 사람의 파일에 모아놓은 취미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전부 나랑 엇나가고 있었어."


 "그래? 그 사람의 취미에선 '주인공'이 어떻게 하고 있었어?"


 나리는 얼굴을 붉히고는 대답을 주저했다. 하지만, 이건 나리의 사랑을 깨버릴 찬스일 수도 있기에 재촉해보았다.


 "보통 주인공을 이입한다고 하니까."


 "어, 엉망진창으로 당하고 있었어."


 "그럼 엉망진창으로 대해주면 되겠네."


 "뭐? 틀림없이 미움 받을 거야."


 당연히 상대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미움 받겠지. 보통 그런 건 판타지 같은 느낌으로 보는 거니까. 하지만 미움 받아야지? 차여야 나랑 맺어지잖아? 그래. 여기까진 분명 내 계획과 조언대로였을 것이다.


 "우으… 열심히 노력해볼게. 상담해줘서 고마워."


 "만약… 상대가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네 본능에 따라 더욱 강하게 나가. 대개 그런 건 싫어하는 척 하면서 가학적인 모습을 유도하는 거니까."


 "본능?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그쪽 계열인데."


 그래. 나리는 딱 봐도 S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에 응답해서 M이 되어줄 마음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분명 스위치가 들어가면 엄청나게 가학적인 모습을 보이겠지.


 기대하고 있었고, 역시 그대로 행했던 모양이었다. 당당하게 모두의 중심에 서는 사람인데도 갭으로 순진한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채희! 너, 너 때문이야! 네가… 네가 조언해 준대로 했을 뿐인데 완전히 미움받아 버렸어!"


 "그게 왜 나 때문이야? 결국… 본능에 따라 행동한 건 너잖아? 언젠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란 보장 있어? 네 그런 모습조차 받아주지 못한다면… 애초에 이어질 수도 없었던 거겠지."


 그리고 그날 밤이 운명의 날이었다. 내 탓이라고 화냈던 나리는 사과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이 기회에 사로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리가 좋아할 행동을 해보였다.


 외모를 이미 제대로 꾸민 것은 물론이고, 녀석의 취향에 맞춰 피학적이고 줏대 없어보이는 모습으로 유혹했다. 한번 번태적인 스위치가 켜졌으니 어지간한 자극 없이는 살 수 없을 테니까. 결과는 성공이었다.


 끌어안고 '언니'를 부르며 울면서 입 맞추었다. 그래. 내가 한살 위니까 일단 언니역할도 해줄 수 있으니까… 이대로 내 것으로 만들고 행복한 캠퍼스라이프를 보낼 예정이었다.


 "아냐. 역시 넌 언니가 아니야. 너로는 안 돼. 반드시 내 힘으로 언니를 되찾을 거야."


 그리고 나리를 손에 넣기 직전 그녀는 나와의 연락을 끊어버렸다. 매정한 년. 반드시 후회하게 해줄 거야. 반드시… 내 눈에서 눈물이 나온 만큼 네 눈물에서 피눈물을 뽑아줄 테니까.


 그런 다짐으로 그 학기를 취소하고 등록금의 일부를 반환받았다. 녀석의 얼굴을 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으니까.


 곧바로 원룸으로 틀어박힌 나는 잠시 기분전환을 위해 바깥공기를 마시러 나왔을 때, 나와 똑 빼닮게 꾸민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희미하게 나리의 얼굴이 남아있는 얼굴. 거기서 운명을 느꼈다. 저 녀석이 나리가 사랑해선 안 된다던 언니란 녀석일지도 모른다는 그 운명. 나는 그녀를 따라가 보았다.


 평범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 가슴이 아팠지만, 이겨내기 힘들었지만, 저 여자와 하루라도 빠른 접촉을 할 필요를 느꼈다. 심증을 확증으로 만들고 싶었으니까. 곧바로 나는 지원해서 면접을 보았다.


 나리를 생각할수록 미칠 듯이 힘들었지만, 그녀와 근무를 해서 성씨와 이름의 돌림을 통해 나리의 언니라는 유력한 정황을 얻고 파멸시킬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녀를 손에 넣으면 나리는 반드시 나를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었다.


 처음엔 근무가 겹치지 않았지만, 다행히 빠르게 회식 날까지 참아내고 알바 내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취한 척 슬쩍 나리에 대한 정보를 흘렸지만, 전혀 눈치 챈 기미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눈치채주길 원했지만, 눈치 못챌 정도로 멍청하다면 그것대로 의외로 일이 너무 간단하게 풀릴 것 같아서 좋았다.


 먼저 연인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취해 뻗은 척 하고 있을 때 부축하던 그 사람이었다는 판단이 옳았었다. 그 사람이 보는 앞에서 키스를 해오자, 분위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이대로 관계를 삐걱이게 만들고 저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면 계획에 진전이 생길 것이란 계산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나리의 언니를 어떻게 꼬드겨서 파멸시킬까 계획을 진행하던 차에, 윗집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나리의 목소리였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찾아갔는데… 역시 나리가 와 있었다.


 그 사람이 나리의 언니라는 확증을 얻은 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다시한번 나를 잔인하게 찼지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 놔 주었다.


 그러나 방해꾼이 있었다. 그녀의 연인이었던 여자. 보기보다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잘못 접근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 것조차 무서웠다.


 계획은… 안전하게 진행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하고, 집 앞에 도청기도 설치하면서 계획을 파악해보았다.


 돈이 제법 모여 촬영 장비를 구하고, 쉬는 날엔 인적이 드문 장소를 물색해서 반쯤 버려진 건물의 지하를 하나 정말 저렴하게 빌릴 수 있었다.


 이제 유리라는 년의 직접적인 감시가 없을 날… 도청 정보에 따르면 서로 서프라이즈를 준비할 크리스마스이브 밤이 가장 적격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게도 기념일이 되기 좋은 날.


 계획에 맞춰 언니 쪽을 납치하는데 성공하고, 나리를 영상통화를 이용해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다른 곳에 연락할 수 없도록 영상통화를 유지하라고 명령을 한 다음, 내 대사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이어폰 착용까지 시켰었다. 급하게 움직이도록 잠든 언니 쪽을 희롱했더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달려왔다. 너무 단순하고 편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날 내가 받았던 굴욕만큼 마음껏 되돌려 줄 수 있었다.처음엔 기꺼이 M이 되어줄 생각이었지만, 내가 굴욕을 당한 만큼… 내가 참은 시간만큼은 돌려줘야 속이 편하니까 원 없이 괴롭힐 수 있었다.


 마침 언니 쪽도 마음에 들어서 양쪽 다 내 것이 되는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나중에 그 영상유출을 빌미로 협박하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년이 튀어나와서 망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깔창 아래? 고작 위치추적기를 설치하려고 신발까지 몰래 개조했다고? 3개를 붙인 걸로 만족을 못한 거야? 아니면 그 쪽은 미끼? 그리고 고무패드? 내가 스턴 건을 가지고 있을 걸 예상하고 왔다고? 그년은 미쳤어! 그래! 그 년만 아니었어도! 그 자매는 내 것이 될 거였어! 지금 이렇게 구속수사를 받게 될 일은 없었다고!


 제길! 아마 잠깐 감방에 들어가겠지만, 그 안이라면 그년과 얽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생길 테니까. 나온 뒤에 두고 보자고 나리야? 그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내 것으로 만들 테니까.


 카메라는 부숴졌어도 메모리칩이나 하드디스크만 멀쩡하다면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으흐흐흐흐흐흐흐.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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