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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2편, 자매백합) 신이시여 저희 자매에게 자비를

magnifi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8 22:15:51
조회 1528 추천 32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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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 [프롤로그] [1편]


* 작중에 등장하는 모든 단체나 인물은 실제와 무관한 허구의 존재임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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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후, 나는 부모님이 아직 교회에 계신 시간을 노려 언니의 방 앞에 섰다.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똑. 똑. 똑.


"언니 방에 있어..?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아무런 대답이 없자 나는 문 앞에서 사과를 이어갔다.

"저기.. 정말 미안해.. 내 장난을 언니가 그렇게 받아 들일 줄은 몰랐어.."
"...."

"다음부터는 그런 장난 안 할게. 그러니까 화 풀어줘.."
"저리가.."

"언니.. 부탁이야.."
"더 이상 너랑 말하고 싶지 않아"

언니의 단호한 대답에 나는 희망조차 잃어버린 것 같았다.

"... 알겠어 언니"

시간이 조금 흐르면 언니의 화가 조금은 풀리지 않았을까 하는 나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


내 침대에 누워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핸드폰을 꺼내 언니에게 보냈던 카톡을 확인해봤지만 오늘도 메세지 옆의 숫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언니는 요즘 나와 말을 섞기는커녕 바라봐주지도 않는다.

말을 걸어 보아도 돌아오는 건 단답형의 대답 뿐이었고.


"이 시간에 혼자 있으니까 이상해.."


언니는 매일 점심만 먹으면 밤까지 내 방에 눌러앉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에게 하루 종일 붙어있었다.


그때는 그런 언니가 조금은 어이가 없고 귀찮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립고도 그리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솔직히 알고 있다. 아니 처음부터 느껴졌지만 외면 해왔다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답은 너무나 아프고 쓰라려서 차마 생각하기도 싫었다.


"언니..."


나는 그저 쓸쓸하게 침대에 누워 언니를 되뇌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




지루한 성가대 연습 시간의 막바지에 선생님은 공지할 게 있다며 입을 열었다.


"자 이번 달 마지막 주는 우리 학생 성가대가 11시 예배 때 모든 찬송가를 불러야 하는 거 알지?"


하.. 또 귀찮은 시기가 다가왔다.

우리 교회의 학생 성가대는 두 달에 한 번씩 신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예배에서 찬송가를 불러야 했다.

성가대의 역량을 높인다나 뭐라나.. 아무튼 별 시덥지 않은 이유였다.


"선생님이 악보 미리 뽑아왔어. 입례랑 찬송, 찬양곡들은 우리가 전에 했던 것들인데.."


지휘자 선생님은 악보를 들척이다가 어느 페이지에서 멈추었다.


"이번에는 묵상곡에 듀엣 부분을 넣어 보려고 해"


갑자기 뭔 듀엣일까.. 그냥 합창이나 해서 쉽게 쉽게 가지..


"너희들도 아는 곡이야. 'You Raise Me Up' 이라는 곡인데.. 해보고 싶은 사람? 없어?"


선생님.. 그 예배 시간에 모이는 신자만 적어도 천명인데.. 그걸 부담스러워서 누가 하려고 하겠어요..


"없으면 선생님이 정한다? 흠.."


하.. 누가 하든 상관 없으니까 빨리 그냥 집에나 보내줬으면 좋겠다..


"그럼 서현이하고 서윤이가 해볼래?"

"네..?"

"서.. 선생님 저 노래 잘 못 부르는데요.."

"괜찮아. 언니한테 배우면 되잖아. 둘은 끝나고 잠깐만 남아 봐."


아... 내가 부르는 것도 모자라서 언니랑 듀엣을 하라고..?

그것도 언니한테서 배우라고..?


"아무튼! 오늘 연습은 이만하고 다음 주에 봅시다."


어떡하지.. 아직 언니랑 화해도 못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서 집으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머릿속에 도망갈 동선은 그려져 있으니까 들키지만 않으면..


"잠깐만. 이서현? 혹시 집에 가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내 계획은 금방 보기 좋게 실패해 버렸다.

모든 사람이 다 나가자 선생님은 우리 자매에게 각자의 이름이 적힌 악보와 작은 키 하나를 건네주었다.

미리 이름이 쓰여 있는 걸 보니 어차피 우리였잖아..


"이건 성가대 연습실 키야. 내가 미리 음원도 준비해 놨으니까 열심히 연습 해야 한다? 알겠지?"

"선생님.. 저 이거 못해요.."

"왜 서현아?"


지휘자 선생님의 '왜?' 라는 질문에 '언니한테 장난으로 키스하려다가 사이가 안 좋아졌어요' 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적당한 변명거리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장로님하고 권사님도 자매끼리 듀엣 하는 거 알고 계시니까 열심히 해보렴"

"네..."


부모님이 알고 계신다면 지금 어떤 변명을 늘어놓아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지휘자 선생님도 이제 본인의 선택권은 없을 테니까.


갑자기 주어진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하..."




------------------------





"이번 주일에 너희가 묵상 곡 부르는 거 알고 있다. 연습 열심히 하고 있니?"

"네.."


대답은 했지만 사실 그때 키를 받은 이후로 단 한 번도 연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언니는 나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을 해 왔다.


"가자 연습"

"응.."


마지막 주가 돼서야 미루고 미뤄왔던 연습을 위해 언니와 교회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계속 대화할 기회를 엿보았지만 언니는 나랑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저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는 언니의 얼굴에는 슬픔이 묻어 나오는 듯했다.



교회에 도착한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

우리 교회는 성가대만 세 개라서 아예 방음이 되는 연습실이 따로 준비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간 언니와 나는 말 없이 선생님이 준 악보를 꺼내어 바라봤다.


1절은 언니 솔로, 2절은 내가 합류해서 화음을 맞추는 방향으로 하자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언니의 악보에는 쓰여 있지 않을 작은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언니랑 싸웠니..? 만약에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언니랑 잘 해봐!'


선생님은 물론이고 그 누구한테도 말한 적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시작할게"


언니는 단상 위에 있는 오디오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오디오로 음원이 나오자 언니는 박자에 맞춰서 노래를 시작했다.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내 마음이 우울하고, 나의 영혼이 많이 지칠 때)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어려운 일들을 만나서 마음이 무거울 때)


언니가 평소에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들어본 건 처음이였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당신은 나를 높이 올려 산꼭대기에 설 수 있게 해주고)


노래를 들으며 한참 멍을 때리던 나는 언니의 눈치에 내가 들어갈 2절이 다가왔음을 깨닫고 준비를 했다.

곧이어 2절이 시작되자 나는 박자에 맞춰서 화음을 넣기 시작했다.


"There is no life, no life without its hunger"

(갈급함을 느끼지 않는 삶은 존재하지 않고)


"Each restless heart beats..."

(쉴 틈 없이 뛰는 심장 박동은..)


노래를 부르던 중간에 언니는 오디오 플레이어를 멈추었다.


"하..."


언니는 한숨을 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박자랑 음정은 맞는데.. 소리를 목으로만 내면 소리가 제대로 안 나와. 호흡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언니는 나의 물음에 잠깐 멈칫하더니 내 몸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설명해 주었다.


"배로 숨을 쉬어야 해. 그리고 여기 목에서 시작된 소리를 코뼈 아래에서 울리게 만들지 않으면 성량도 나오지 않아"

"응.. 알겠어.."


"다시 한번 해보자"


언니는 오디오 플레이어를 처음부터 재생했다.



얼마나 했을까.. 하늘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된 연습에 지친 나는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언니.. 오늘은 그만하자.. 나 힘들어.."

"응. 여기까지 하자."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었는데 어깨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났다.


"이거 마셔"

"응.. 고마워.."


언니도 내 옆에 앉아서 같이 물을 마셨다.

그리고 둘 다 말없이 창밖으로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이 사과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언니.. 그때는 미안했어.."

"괜찮아. 장난이었다면서."


너무 쉽게 받아들여진 사과에 또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있잖아 언니.. 언니가 내 방에 없으니까 외롭더라.."

"...."

"집에 들어가서 같이 백합 애니라도 보지 않을래..?"

"안.. 이제 그런 건 관심 없어"


"나 먼저 갈게. 너도 늦기 전에는 돌아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언니의 팔을 붙잡았지만 나를 바라봐주지 않았다.


"어째서야..? 언니 지금까지 좋아했잖아.. 나랑 같이 백합 보는 거 좋아했잖아..! 이제 와서 왜 그러는.."

"더는 싫다고!"


"언니..."


나는 처음 듣는 언니의 큰 목소리에 놀라고 말았다.


"소리쳐서 미안해.. 놔줘.."


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해왔지만 나는 놓을 수 없었다.


"여기서 놓으면.. 정말로 끝이잖아.. 싫어.."


내 말에 언니는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나도 싫어..! 나도 너랑 같이 더 있고 싶어..! 그치만.."


이제야 뒤를 돌아 나를 바라봐 주는 언니의 얼굴에는 달빛이 반사되며 흐르는 눈물이 보였다.


"그치만 이제는 너를 가족으로 바라볼 수가 없어.. 같은 곳에서 나고 자란 자매에게 이루어지면 안되는 사랑이 느껴진다고.. 역겹잖아 이런 거.."


"그러니까... 너를 위해서야.. 이만 날 놔줘.."


슬퍼하며 자기 자신을 자책하는 언니의 태도에 나는 더욱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안 놔줘.. 아니.. 못 놔줘.."

"왜.. 어째서야..!"


"내가 언니의 마음을 모를 줄 알았어? 지금까지 백합을 구실로 나에게 다가와 놓고.. 내 마음을 마음대로 흔들어 놓고는.."

"서현아..."

"이제 와서 이루어 지면 안 되는 사랑이니까 놓으라고..?"



"정말 나에게서 떠나가려면... 적어도 책임은 지고 가"


나는 언니의 팔을 힘껏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언니는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당황한 듯했지만 곧 숨이 넘어갈 정도로 깊은 키스를 함께했다.





------------------------





대망의 주일이 찾아왔다.


언니의 특훈으로 지휘자 선생님께 최종 합격점을 받은 나는 결국 찬송가를 부르게 되었다.

물론 연습실에서 연습만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얘들아, 예배 10분 전이다. 평소에 연습한 대로 한다면 문제없을 거야. 화장실 다녀올 사람은 미리 다녀오고"


예배당에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대충 가늠해봐도 천명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언니.. 어떡하지..? 나 떨려."

"잠깐만 뒤로 나와볼래?"


언니는 나를 데리고 성가대 준비실로 들어갔다.


"서현아 떨려?"

"응..."


"그럼 내가 안 떨리게 하는 주문을 걸어줄게"

"주문..? 갑자기.. 읍..!"


언니는 다짜고짜 나에게 키스를 해왔다.

그것도 서로의 혀가 뒤섞이면서 위험한 소리를 내는 키스를 예배당 안에서 말이다.


"이게 무슨 주문이야..! 강제로 하는 키스지!"


나는 작은 목소리로 따졌지만 언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거봐. 이제 좀 괜찮지?"

"아니? 그대로거든..!"


솔직하게 언니의 키스로 진정이 되긴 했지만 분한 마음에 죽어도 인정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예배가 시작되고 곧이어 묵상 시간이 다가왔다.


"묵도송은 성가대에서 찬송하겠습니다"


나와 언니만 성가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휘자와 연주자가 눈빛을 교환하자 예배당 뒤편에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주가 시작되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언니의 호흡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언니라고 강한 척하기는..


나는 한쪽 손을 뻗어 떨고 있는 언니의 손을 잡아 주었다.





------------------------ (2화 끝)





아.. 글 상태가 좋지 않네.. 밤을 세서 그런가..


3편부터는 프롤로그에 나온 내용이 시작 될거야.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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