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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흔들리는 꽃 - 애증의 폭풍 속에서 - 24화

1234(39.113) 2021.03.01 22:46:40
조회 85 추천 8 댓글 3
														

한동안 후미나는 이런 저런 아이들 사이에 반쯤 끌려다녀야 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아이들은 후미나를 놔두지 않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 아름다운 미모로 유명했던 후미나다. 개화 이후의 저주와도 같은 매력에 다들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피를 마신다는 흡혈종 특유의 식성은 아무리 아름다운 존재라 해도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덕분에 후미나는 겨우 해방될 수 있었다.


피를 마신다는 행위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직접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거부감이 드는 건 본능적인 반응.


덕분에 오히려 이전보다도 더 그녀를 피하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그저 아름다움에 취해 당사자에 대해서는 생각 못한 아이들은 거리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후미나는 이미 이런 인식에 익숙했기 때문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약간 슬퍼 보이는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건 후미나에게 있어 영원히 가져가야 할 업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흡혈종.


본래라면 생명 그 자체인 피를 마셔야만 생존하는 환상종. 그렇기에 타인에게 미묘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하는 매력은 여전히 눈부셨지만 후미나는 서서히 자신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 와중에 크고 작은 소동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늘, 다시 그녀는 아야메의 곁에서 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늘의 혈액팩은 여고생이 수혈한 것으로 후미나는 오랜만에 그 맛을 즐기며 아야메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아야메는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무게감을 느끼며 미소지었다. 익숙하지만 한동안 잊고 있던 감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느끼는 후미나의 서늘함은 아야메를 기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사유리는 왠지 모르게 입술이 툭 튀어 나온 상태였다.


"아야메를 좀더 놀릴 수 있었는데. 딱 남편이 출장가고 혼자 있는 아내 같았다니까?"


사유리의 말에 스즈메는 깜짝 놀란 듯 잔소리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야메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 동안 그리웠던 무게감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아야메는 오늘의 도시락을 즐겁게 즐겼다.


오늘은 다른 나라의 조리법을 베이스로 그녀의 어머니가 어레인지한 고기찜. 국물도 그렇지만 푹 익힌 덕분에 부드러운 고기의 맛이 아야메를 즐겁게 해주었다.


"하아.... 맛있다."


아야메는 더없이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입 가득 고기의 맛을 즐겼다. 그 모습을 보며 사유리는 아주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스즈메는 그런 사유리를 보며 아무도 모르게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 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채울 수 없는 감정의 구멍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무거운 분위기는 점심 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종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 


학교 생활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후미나의 개화로 생긴 소동도 서서히 끝나간다.


그래도 여전히 후미나를 찾아오는 아이들은 조금씩 있었다. 그렇지만 아야메는 이전처럼 힘들어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으로 아주 조금씩 아야메 스스로도 변하기 시작했다.


둘만의 세상에서 언제까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살짝 열린 문을 통해 이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된 아야메는 빛나고 있었다.


사유리는 그런 모습이 미묘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족의 저주 아닌 저주로 일그러진 자신을 떠올릴 때마다 그 모습이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딘가 알 수 없는 일그러짐 속에서 살아온 자신은 저런 식으로 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건 불가능했다.


언제 다시 자신은 폭주할지 모른다. 그런 위험성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그러니 사유리는 아야메와 후미나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스즈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그녀들에게 너무 다가가는 것도 위험했다.


사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미 두명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또 다시 남길 수는 없었다.


미묘한 거리감.


그것은 사유리에게도 정말 싫은 일이었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앙금을 풀었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했던 짓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찌할지를 모르겠다는 듯 사유리는 늘 어딘가 모르게 겉돌았다. 그녀를 좋게 바라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즈메 이외에는 어리광 부릴 사람도 없다.


그저 이름난 퇴마사 가문의 딸이자 불완전한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야메와 후미나는 그런 그녀를 자신들의 곁에 있도록 허락해주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니 괴로웠다.


그런 사유리를 스즈메는 안스럽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스즈메도 알 수 없었다.


사유리보다 연상이며 그녀를 오랜기간 봐왔던 스즈메는 자신이 사유리의 마음 속 공허를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사유리는 여전히 자신의 과거에 묶여 있었다. 스즈메는 그런 그녀가 쓰러지지 않게 해주는 것 이상을 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힘들었다.


가능한 것은 사유리가 원할 때마다 스즈메가 힘껏 안아주는 것 뿐이었다. 오직 그것 뿐.


그런 그녀들에게 아야메의 초대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 엄마가 표를 구해주셔서...."


아야메는 그렇게 말하며 사유리, 스즈메는 물론이고 후미나까지 모여 같이 수족관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단 한번도 없었던 일.


사유리는 그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가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함께 라는 건 일찍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기뻐하는 사유리를 보는 스즈메는 기쁨 속에서도 무언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에 대한 작은 질투.


감정이란 때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법이다.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스즈메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허나 성장통이란 항상 그런 것이겠지.


아픔 속에서 한발 나아가는 것. 그 속에서 자신도 변해간다는 걸 스즈메는 알고 있었다.


단지 거부하고 싶은 것인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사유리의 일이니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며 스즈메는 사유리와 함께 약속된 시간 수족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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