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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흔들리는 꽃 - 애증의 폭풍 속에서 - 26화

1234(39.113) 2021.03.03 22:08:43
조회 86 추천 9 댓글 3
														

시간이 흐르면 어떤 사람이라도 변해간다. 그것은 환상종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수족관의 일 이후, 4명은 아주 천천히 자신들의 벽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툭탁거리면서도 이해한다.


때때로 별 것 아닌 것으로 싸우기도 하며 그녀들은 천천히 가까이 다가갔다. 그 나이 또래들이 그러듯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녀들의 시간은 서서히 흘러갔고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알아갔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대로 좋은 관계 속에서 서로 함께하겠지. 그것은 누구라도 바랄 해피엔딩.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불안감은 남아 있었다.


바로 사유리 본인이었다. 그녀에게 새겨진 일족의 의무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았다. 비록 현재는 억누른 상태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것이 터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직접 술법을 행한 치즈루부터 언제든 봉인이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는 봉인한 만큼 더욱 강하게 폭발할지도 모른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치즈루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순수하게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또 해결해야만 했다. 그것이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제까지 해온 것을 그대로 이어가면 그만이다.


아니 그게 문제일지도 몰랐다.


자신이 개입했기 때문에 각자가 극복할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니까. 퇴마사 가문의 힘을 그저 억누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극복하지 못한 채로 쌓인 힘은 점점 더 위험하게 변해갔다.


만에 하나 사유리가 그 저주받을 힘을 극복한다면 그것으로 모든 것은 끝날지 모른다.


그렇지만 치즈루는 계속해서 극복의 기회를 미루기만 했을 뿐이다. 그건 지나친 간섭이었을까?


어쩌면 정말 아이들을 믿지못한 것은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치즈루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사랑했기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인연에 괴로워하고 이후 연인의 자손들을 돌봐왔다. 그게 오히려 상황을 천년 동안 미루는 것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치즈루는 오늘 처음 느꼈다.


자신이 이제까지 해온 것은 모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독립을 방해한 부모랑 다르지 않은 것일까?


알 수 없었다. 그저 가슴이 무거울 뿐이었다.


불안감.


천년의 세월도 이 순간에는 어찌할 수 없었다. 전부 자신의 잘못일까? 아니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쌓인 감정은 큰 것일까?


"할머니 역할도 힘드네...."


치즈루는 교무실에서 아이들이 모여 식사하는 것을 바라보며 한숨 쉬었다. 환상종도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지켜보는 것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 그 아이들이 정말 어른들이 하지 못한 것을 해낸다면 그때는 자신이 더 이상 연인의 아이들을 돌볼 이유는 사라질 것이다.


"내가 쓸데없는 집착만 부리지 않았다면...."


이제와서 뒤늦은 후회.


그렇지만 치즈루는 어쩔 수 없었다. 그녀 또한 혼자 남은 것을 두려워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것이 집착이 되어 이렇게까지 내려왔다. 그것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


그러지는 말자고 생각하며 치즈루는 한숨 쉬었다.


"저녁에 한잔 하자고 세츠코에게 말해야겠네."


갑갑함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치즈루는 중얼거렸다. 나이들면 걱정만 늘어난다는 불평을 덤으로 붙이면서.


---------- 


욕조에 들어가는 건 하루를 마무리 하는 행위. 사유리는 따뜻한 물 속에서 전신욕을 즐겼다. 피로가 풀리는 듯한 기분 속에서 그녀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하루 하루가 충실해지는 만큼 욕조에 들어가는 기분도 각별했다. 이전의 그녀와 달라진 모습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사유리는 요즘 학교가는 것이 즐거워졌다. 자신의 힘이 처음 폭주하고 아야메에게 상처를 준 그날, 그녀의 삶은 변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힘이 폭주했을 때, 후미나를 유혹하였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자신을 받아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어찌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게다가 스즈메는 매번 자신의 잘못에 잔소리를 하지만 그녀 덕분에 사유리는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사유리는 평범한 학생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스즈메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그녀와 한동안 끌어안고 울기도 했다.


주변이 아주 조금씩 바뀌어갔다. 이전과 다르게 따뜻함이 그녀의 주변을 부드럽게 감싸주며 사유리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물론 여전히 일부 환상종들은 그녀를 위험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사유리는 잘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전히 자신의 몸에는 퇴마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기운이 언제든 폭주할 수 있었다. 치즈루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사유리는 여전히 폭탄이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사유리는 우울했다.


학교에서의 즐거운 시간과 별개로 그녀는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매 순간 자각했다.


그것을 후미나와 아야메에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었다. 이야기를 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면 좋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할 수 없었다.


불안했다.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


이미 그 아이들은 알고 있다. 그러니 도움을 구해도 좋을 터였다. 그러나 억누르기만 하고 제대로 풀지 못하면 안되는데 이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우우...."


갑갑함에 사유리는 괜히 입까지 들어가 숨을 불어본다. 보글거리는 거품을 보며 그녀는 감정을 추스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복잡한 마음은 쉽게 어떻게 되지 않았다. 친구들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처음 생긴거니 더욱 그랬다.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는 마음 속에서 사유리는 슬슬 몸을 일으키려 했다. 스즈메의 온기가 그리웠다. 매번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그만큼 자신을 아껴주는 스즈메와 함께 하고 싶었다.


두근


가슴이 크게 뛰었다. 단순히 탕에 있다가 나왔다고 이런 건 아니었다.


"서, 설마...."


사유리는 절망감이 자신을 지배하는 것을 느꼈다. 절대 원하지 않던 일이 이렇게 터질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아니었다. 이래서는 안되었다.


하지만 사유리는 어찌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의식이 흐려졌다. 그것이 그녀가 기억하는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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