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불티가, 어떻게 화재로 번지는지, 알고 있는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 같은, 보잘 것 없는 물건이, 어떻게 걷잡을 수 없는 큰 화재로 변하는지 아는가?
밀폐된 공간에서 독립 연소하는 작은 불은, 방 안의 가연물과 공기를 매개체로 점점 커져가고 - 이를 성장기라고 한다 - 가연성 가스가 동시에 인화되며 방 전체에 불이 번지는, 흔히 플래시오버(Flashover)라 불리는 것을 기점으로, 최성기로 들어가며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왜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것을 설명했냐면, 이 뒤로 이어질 이야기는, 자그마한 붉은 불꽃과 푸른 불꽃이, 발렌타인에 생긴 어떤 일을 기점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그런 이야기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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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만 해도 평범한 하루였을텐데. 미나토 유키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려 하지만, 이미 촛농처럼 녹아내리는 사고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할 수 없게 된 지 오래였다. 그저, 방금부터 얽혀오는 란의 혀로 입 안을 농락당하고 있을 뿐.
방 안의 공기가 뜨겁다고 느꼈다. 동시에, 겹쳐진 무언가도. 딱히 난방을 틀어두지도 않았는데. 둘이서 몸을 겹치고 있을 뿐인데.
이런 기분이나, 느낌이나, 모든 게 처음이라 무섭다. 약간 까끌한 서로의 혀가 뒤섞이며 나는 질척한 소리도, 갑자기 돌변해 자신을 덮쳐온 란도. 얽히고 설키는 혀 사이에 끼어, 이리저리 구르며 제 모습을 천천히 잃어가는 초코는 덤으로.
숨이 차오르는 감각의 끝, 츄-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혀에서는 초코로 물든 타액이 천천히 늘어나는가 싶더니, 힘없이 처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가느다란 실타래같은데도 체온이 섞여서 그런지 따뜻했다.
- 하아… 미나토 씨….
- 아, 흐….
초코 몇 개를 이렇게 해치우고 나니, 서로에게 남은 건 - 잃어버린 사고, 잃어버린 언어능력, 잃어버린 이성. 그 와중에도 란의 눈동자는 여전히 자신에게 깔린 유키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유키나는 이미 반쯤 눈이 풀려 있고, 짧은 신음과 서로의 이름 외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 미타케… 씨… 흐읏.
거친 숨소리를 동반하며 부른 당신에게 쉴 틈도 없이, 또 다시 입 안 구석구석을 농락당한다. 단 맛이 섞인 타액이 계속해서 넘어온다. 목으로 넘길 때마다, 그 달달했던 초코보다, 수십배는 더 달콤한 감각에 머리가 마비되어 버릴 것 같았다.
마지막 한 조각까지 천천히 녹아가는 이성 속에서도, 서로의 한 손은 깍지를 낀 상태였다. 이미 무의식 중에, 계속해서 빠져드는 늪 한 가운데에서 끊임없이 빠지고 빠져든다.
화끈거리는 감각에 질끈 눈을 감은 유키나를, 란은 반쯤 뜬 눈으로 어떻게든 그 모습을 머리에 담았다. 평소에는 고고한 모습이면서, 이렇게 자기 앞에서 망가지고 더럽혀지는 모습이 너무나 가학적이다.
더, 조금 더, 이대로 완전히 포로가 되어버릴 때까지-.
라고 생각했으나 이미 몇 번이고 한 나머지 호흡이 따라갈리 만무했고, 얼마 가지 않아 얽힌 혀는 풀려 또다시 가느다란 타액을 만든다. 혀에서 혀로 연결된 끈적한 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형태를 잃어 유키나의 입가 아래로 떨어졌다. 란은 애타는 감정을 끌어안고서, 거친 숨으로 진정하려 드는 유키나를 가볍게 안아 일으켰다.
란은 아래에, 유키나가 위에 앉은 모양새가 되고, 란은 유키나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가슴이 맞닿고, 달아오른 얼굴은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숨을 고른다.
서로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이 느껴진다. '미나토 씨….' 하고 부르면, 움찔, 떨면서 내 이름을 불러준다. 그 목소리엔 평소에 없었던 색기가 돌고 있었다.
…또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조금 진정했다 싶은 유키나의 귀에 바람을 살짝,
- 후-.
- …하으?!
껴안은 몸이 살짝 떨리며 반응했다. 건들지도 않았는데, 바람만으로 앳된 소리가 새는 걸 보면, 귀가 많이 민감한 듯 보였다. 별 생각 없었는데, 약한 곳을 찾아버린 걸까. 조금 궁금해진 란은, 그대로 귓볼을 잘근, '아프지 않을거야.' 혼자서 생각할 정도로 깨물었다.
- 흣…?!
튀어오르며 반응하는 유키나의 몸을 란은 어떻게든, 남은 한 손으로 유키나의 등을 감쌌다. 한 손은 여전히 깍지를 낀 상태. 아까부터 한번도 놓지 않고 잡고 있다보니 긴장감에 식은 땀이 찬 것 같아 조금 불쾌했지만, 놓을 생각은 란이나 유키나에게나, 없었다.
아마 유키나는 자신의 귀가 약점일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으리라. 자기도 모르는 미지의 쾌감은 계속해서 마비된 머리로 향하고, 버틸 수 없어지면 본능적으로 도망치려 시도했다. 번번히 '가만히, 움직이지 마세요.' 라며 귓가에 속삭이는 란의 말에 저지당하면서.
- 흡, 흐으으….
억지로 소리를 참는 것 같다. 오히려 그게 더 자극적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유키나는 모르고 있을까? 아니면 이것도 일말의 자존심 같은 건가. 그런게 남아있다면 남김없이 녹여버릴 텐데.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서, 살짝 물고 있던 귀에서 거리를 조금 두었다. 방금부터 유키나는 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서 지친듯 작게 신음한다. 그 얼굴은 이미 붉게 물들어, 대충 봐도 달아오른 상태라는 걸 알아차릴 정도.
- 미타케 씨….
- …네.
'그, 미안해요.' 를 덧붙이며 작게 대답해주면, '후후….' 하고서 작게 웃는 미나토 씨가, 한 손으로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원래라면, 지금 날 애완동물 취급하냐며 화를 냈을 게 분명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그런 여유로움이 전해져 왔다.
이 분위기와 여기까지 해버렸으니, 더 나가도 괜찮겠지. 라는 의문은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 란은 반쯤 확신을 가지고, 유키나에게 말을 걸었다.
- 옷… 불편하지 않으세요?
- …?
- 눈치는 여전히 없으시네요. 미나토 씨.
- …아니거든.
그 말에 시선을 피하고 약간 뾰로통해진 유키나를 보며, 약간 흐트러진 옷, 왜 이런 날까지 와이셔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란이었다.
계속해서 잡아왔던 깍지를 풀고 - 풀리는 느낌이 이상하게도 약간 아쉬웠다 - 손을 단추로 향했으나, 약간 망설여진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건가? …싫어하시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미나토 씨는 무언가를 눈치 챘는지, 자기도 옆에 있던 포장지를 하나 뜯고, 입 속으로 넣었다. 난 그걸 보지 못했고, 갑자기 얼굴 양 옆을 잡히고서,
- 흡-.
그대로 당했다. 미나토 씨가 갑자기 역공을 할 줄은 몰랐기에 어버버하고 있던 사이, 입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동그란 무언가와, 이미 몇 번 느꼈던 까끌한 감촉.
곧 입 안에 달달한 맛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연결점은 금방 끊어졌다. 나는 입안에 약간 녹은 초코를 굴리며,
- 체력이 부족하시네요.
- 시끄러워.
- 게다가 저, 단 건 싫어하는데요.
- 시끄럽다고.
- 읍….
일갈당한 뒤 다시 미나토 씨가 입술을 덮어왔다. 약간 풀린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시선에는 방금의 복수라는 듯, 약간 화났다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방금보다 더 녹아버린 이성을 서로의 혀로,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밀어붙인다.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으나 멈추지 않고 계속했기에, 마지막에 정신을 완전히 놓을 뻔 했다. …기절할 뻔 했어.
혀를 얽을 때마다 타액이 외나무다리를 만들고, 서로의 시선은 그것이 무너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 마침내, 내 안의 무언가도 툭, 끊어지는 것만 같았다. 란이나 유키나나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아마 실날같이 남아있던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이리라.
방금까지 망설였던 손에, 두려움은 없었다. 단지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더 원한다고, 있는 그대로를 탐하고 싶다는 욕망 아래 움직이고 있었다.
- 윽….
유키나가 작게 신음한다. 톡, 톡…. 하나씩 연결점을 잃고, 사이를 벌려가는 와이셔츠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는 살구색이 시선을 강탈한다. 미나토 씨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 잠깐… 미타케 씨….
- 네.
- 괜찮지만, 밝은 건 조금….
- …아.
역시 그럴려나. 아직 시간은 대낮을 막 지난 상태니까, 햇빛이 그대로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란은 내심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역시 싫은 건 싫은 거니까.
- 그럼 잠시,
미나토 씨를 잠시 앉혀두고, 창문으로 가 촤악-. 커튼을 쳤다. 이제 들어오는 햇빛은 거의 없다. 내 얼굴에 일직선으로 비추는 빛의 강렬함에 '읏.' 하고 신음했지만. 이건 별거 아니니까.
뒤돌아 보면, 확실히 커튼을 닫으니 훨씬 어두워졌다. 이정도면, 미나토 씨도 그렇게 창피하진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미나토 씨를 바라보면, 거칠었던 숨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진정했는지 가만히 날 보고 있었다.
- 이제…?
- …응.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대답하는 미나토 씨에게 잘못한 건 없지만, 그래도 어딘가 용서받은 느낌에 기묘함을 느끼며 다가가서, 가볍게 입을 맞추고 멈췄던 행동을 계속한다.
이미 두 개쯤 풀어놓았던 공간 사이로 보이는 검은색의 브래지어. 굉장히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 무심코 피식 웃어버렸다.
- 으….
반대로 미나토 씨는 여전히 시선을 피하고 있다. 부끄러움과 동시에, 연인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허락한다는 느낌은 익숙하지 않으리라.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은 참아달라는 말 밖에는 하지 못하겠다.
조심스럽게, 나름대로 정성스레 모두 풀어버린 와이셔츠는, 가지에서 떨어지는 낙엽같이 아래로 축 처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살결. 양 쪽을 가볍게 잡아 벌리면, 비록 방 안이 어두웠지만 미나토 씨가 새하얗다는 것을 알 정도였다.
후크를 풀고자 양 손을 등 뒤로… 향하니 내 머리는 자연스럽게 미나토 씨의 가슴팍으로 향한다. 빠르고, 강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려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해버렸다. 툭, 하고 풀리는 소리와 동시에 걸쳐지는 브래지어. 이걸 그대로 들어버리면, 들어버리면-.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동자만 위로 살짝 올려 미나토 씨를 바라보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직감했는지, 눈동자에 두려움이 피어있었다.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난 둔하니까, 바보니까, 그 방법을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진정시킬 방법은, 이미 많이 해치우고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한 갯수만 남은 초코. 옆에 놓인 한 개를 집고, 입 안에 넣으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단 맛이 입 안에 퍼진다. 저도 모르게 살짝 찡그려지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 미나토 씨, 혀, 내밀어요.
그 말에 조금 떨면서, 가볍게 베- 하면서 혀를 내미는 모습이 퍽 고양이 같아서, 그 혀를 가볍게 입술로 물었다. '읏.' 하고 신음하는 소리를 흘리며, 다시금 혀를 섞기 시작했다.
자유로워진 양 손으로 다시 어깨를 잡아, 또 밀어서 넘어뜨리면서도 계속되는 입맞춤은, 이미 입 안에서 모두 녹아버린 후임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
깨져버린 분위기는, 다시 만들면 그만이다. 어느정도 되찾은 이성이라면, 다시 녹여버리면 그만이다.
아래쪽이 찡- 하고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멈출 수 없을 거라는 느낌만이 머리를 지배했다.
- 하아… 흐으….
- 읏… 미나토 씨….
몇 번이고 붙었다 떨어진 입술은 이미 새빨개져 있을 거라는 생각은 가볍게 집어치우고, 이제는 살결 위에 얹어져있는, 더이상 제 역할을 못하는 브래지어를 가볍게 위로 올렸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흐릿하지만 색깔이 보이기 시작했고, 살짝 부풀어오른 한 가운데에 혼자 색소가 다른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왼손의 손가락을 살짝 돋아난 부분에 얹어서, 꾹, 눌러본다.
- 흐, 으읏.
귀에다 바람을 불었을 때랑 비슷한 반응. 소리를 참는 건 똑같았지만, 나오는 소리의 농도는 지금이 훨씬 진하다.
꾹 누른 손가락을 빙글, 조금씩 천천히, 맷돌 돌리듯 천천히 돌리면,
- 읏, 으아-.
민감하시구나. 단번에 눈치챘다. 조금만 건드려도 미나토 씨의 반응이 나오니, 나로서는 계속 하고 싶은 것이 당연. 손가락 끝에 조금 침을 묻히고, 다시 빙글, 빙글 돌린다. 처음보다 강하고 빠르게.
- 힉, 안 돼애… 으읏….
이미 녹았지만, 거기서 더 녹아버리는 목소리로 반응해준다. 한 쪽에만 이러고 있는데, 반대쪽은….
- 아… 이미….
딱딱하게 굳어있는 반대쪽의 언덕이, 조금 들어오는 햇빛으로 보였다. 죄책감이 들지 않는, 참으로 역설적인, 참을 수 없는 배덕감이 들어 고개를 그대로 떨궜다. 그러고서, 입으로 물었다.
- 흐앗…!
미나토 씨의 몸이 떨리며 앳된 교성이 방 안에 울리고, 마비된 사고에 박차를 가한다. 부풀어오른 언덕을 혀로 핥으면 이상하게도 초코향이 배인 단 맛이 났다. 입 안에서 녹아내린 초콜릿이 이유일까? 그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달달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 기여어요… 미나토 씨….
- 그러언, 말, 하짓, 으읏… 마…!
입으로 문 상태 그대로 웅얼거리며, 귀엽다고 말하면 반응이 오는지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정말로, 그렇게 하시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미치도록 귀여운데요.
괜히 약이 오르는 바람에, 반대쪽 언덕을 왼쪽 검지랑 엄지를 세우고 약하게 꼬집었다.
- 흐으읏…!!
튀어오르는 몸을 필사적으로 눌렀다. 거봐, 제가 말했잖아요. 귀엽다고. 그러게 얌전히 인정하시지 그랬어요.
- 잠, 까안…! 너무, 강햇…!
- …기분 좋으시면서.
물었던 입을 떼고 미나토 씨의 필사적인 항의를 애써 돌려버린다. '아-' 하고 다시 입 안에 붉게 충혈된 언덕을 담았다. '하윽…!' 다시 질척해진 소리를 높이는 미나토 씨를 무시하고 혀로 이리저리 건드리고 농락한다. 끝으로 톡톡 건드려도 보고, 가볍게 잘근 씹어 보기도 하고. 말이 되지 못한 신음이 나오는 것도, 좋은 구경거리였다.
반항도 못하고 이러고 있으니 잡아먹고 있다는 생각 말고는 들지 않는다.
당신은 고양이. 나는 고양잇과에 속하는 맹수. 지금 상황만으로는, 적어도 그랬다. 그것도 한 번에 급소를 물어서 제압할 수 있으면서, 일부러 그 부분을 피해 조금씩 건드려가며 먹잇감을 제압하는 모습마저 비슷해.
혀에서 이리저리 굴러가는 그 느낌이 좋다. 미나토 씨의 반응도. 핥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초콜릿. 이제 남은 건 2개 정도려나. 왼손으로 괴롭히던 언덕을 잠시 해방시키고, 포장지를 한 손으로 손쉽게 제거한다. 손에 닿으니 물렁, 들어가는 걸로 보아 슬 녹기 시작한 것 같기도.
녹아버린 초콜릿을 그냥 먹기에도 심심하고, 그렇다고 또 입으로 녹이기엔 이미 너무 많이 녹였다.
'…!' 문득 떠오른 생각. 어짜피 먹어야 한다면… 입으로는 계속 오른쪽 언덕을 굴리면서,
왼손에 살짝 녹은 초콜릿을 주먹으로 꽉, 쥐었다. 끈적해진 손은 영 좋은 느낌이 아니었지만,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는, 이제 내 마음대로다. 이것만 처리하면, 더이상 남는 건 없다.
잠시 쾌락의 늪에서 건져올린 왼쪽 가슴을, 초콜릿으로 물든 손으로 가볍게 쥐었다. 착, 하는 소리와 함께 나오는 미나토 씨의 교성은 덤.
새하얀 살결과 유두는 이내 초콜릿으로 물들어가고, 곧 보기좋게 움찔거린다.
'푸하.' 하면서 떼어냈다. 입을 굴리던 오른쪽에는 이미 침으로 질척해졌고, 봉우리의 끝은 조금씩 움찔거렸다. 가슴팍이 심하게 들썩거려서 그런걸수도 있겠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고개를 조금 들어, 미나토 씨를 바라보며 지금 자신의 몸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미나토 씨에게 말을 걸었다.
- 미나토 씨, 방금 말했듯이 전 단 걸 싫어하지만.
- 하지…만?
- 이런 거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미나토 씨의 대답을 듣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숙여 반대쪽 유두를 입으로 물었다.
- 힉…!
또 갑작스럽게 물린 영향일까, 조금씩 움찔거리던 몸이 크게 떨려왔다. 혀를 가져다 대면, 바로 끝에서부터 단맛이 올라온다. 확실히, 이렇게라면 싫어하는 거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덕 말고도 주변 살결에 묻은 것을 정성스레 혀로 닦아내듯 핥는다. 조금 익숙해졌는지 '흐으….' 하는 가벼운 신음만이 들려왔다.
이대로 조금 쉬면서, 나는 가슴에 묻은 초콜릿을 계속해서 찾아냈다. 이쯤되면 충분하겠지. 나름대로 깨끗해진 것 같아 만족하며 고개를 들었다. 여기는 그나마 괜찮아졌지만, 아직도 왼손에는 조금 남아서 찝찝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 손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 엇…. 미나토 씨, 엑…!
갑자기 미나토 씨가 내 손을 붙잡고서, 그대로 자기 입에 물었다. 손가락에 혀의 감촉이 느껴져서, 팔이 조금씩 떨렸다.
- 손, 더러운데…! 읏….
반 쯤 뜬 눈으로 녹아내린 유키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따금씩 거친 숨을 내뱉는 행위만 하면, 곧바로 내 손가락을 핥고 있었다.
손바닥에도 혀가 슥슥 가는가 싶더니, 이윽고 손은 타액으로 가득해졌다. 이러나 저러나 놔두면 끈적해질텐데. 주변이 더러워지지 않으니까, 다시 왼손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이건… 나쁘지 않네.
- 미타케, 씨….
- 윽….
굉장히 풀린 목소리, 풀린 눈으로 마주치는 시선 속에서 무언가 뒤섞이는 감각이 든다. 마치 자기도 해주고 싶다는 것 마냥.
그 전에, 먼저 할 일이 있었다.
…하의. 생각해보니 그냥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에 순서를 생각하지 않았었다. 역시 바보구나. 나….
- 미나토 씨. 이것부터….
미나토 씨의 치마 끝을 가볍게 잡고,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해야하는데. 부끄러워서 시선이 저절로 내려간다.
- …응.
- 에…?
의외로 알아들으신 건지, 자기 손으로 아직도 입은 상태였던 치마를 천천히 내렸다. 그냥 본다면 선정적이지만, 이미 질척해진 분위기에 그런 모습은 치명타였다.
- 흐….
저도 모르게 나오는 신음을 꾹 참는다. 아래가 꾹, 울리는 느낌이 든다. 미나토 씨의 몸 위에 남은 천이라고는, 이제 속옷 뿐….
방금은 아랫쪽이 울렸다면, 이젠 머리도 동시에 아파온다. 어떻게 이 광경을 맨정신으로 버틴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이젠 내 차례인가 싶었다. 방금 미나토 씨가 그런 눈빛으로 봐서 그런지, 아니면 이 분위기에 내 정신도 조금 혼미해지는 느낌인지. 눈 앞이 멍해진다.
…미나토 씨에게 벗겨지는 건 좀 수치스럽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니니까. 그런 생각이 들기 무섭게 난 와이셔츠와 바지를 벗어, 이미 옆에 던져진 미나토 씨의 옷가지 위로 집어던졌다. 이제 서로 남은 건 속옷 뿐이다. 그런 생각으로 저 옷가지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으려니,
- 미타케 씨…!
- 으앗…!!
갑자기 미나토 씨가 날 덮쳐왔다. 미나토 씨의 체중에 실려 뒤로 쓰러지며, 저절로 밑에 깔리게 되었다. 미나토 씨의 향기와 주변의 초콜릿 향으로 가득차게 된 머리로 드는 생각은,
'나도, 당하는구나.'
그저 그런 생각뿐이었다. 미나토 씨의 손길이, 내 브래지어로 향한다. '예쁘네, 미타케 씨….' 그 한마디와, 위에서 쳐다보는 시선에 버틸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차고 있는 건 앞에 후크가 있는 브래지어였기에, 미나토 씨가 금방, 풀었다. 툭 하고 풀리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더 세게 감았다.
살짝 눈을 떠보면, 여전히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이 지경까지 몰아붙여 놓고서, 여기까지 해 놓고서 멈추다니, 짜증이 조금 나서,
- ㅇ, 왜 그렇게 뜸을 들여요?!
- …….
- 흐아…!
아무 말 없이, 유키나는 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자기 딴에는 그냥 자기가 받았던 걸 돌려주는 행위겠지만.
곧바로 한 손으로 유두를 자극한다. 란이 자신에게 해 준 것처럼, 눌러보고, 돌려도 보고….
- 으읏….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참는 란의 반응은, 유키나에게는 그저 다음 행동의 발판이 되어 줄 뿐이었다.
- 미, 나토, 흐읏… 미나토 씨…!
- ….
- 키… 스으….
미처 닫히지 않은 란의 입은, '흐읍.' 하고 막혔다. 저렇게 흐트러진 모습으로 애타게 졸라대면, 안 해줄 수가 없지 않은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는 혀가 뒤섞여 타액을 만들어내고, 손으로는 유두를 괴롭히면서 타액을 넘겨주는 유키나에게도, 당하는 란에게도 의식이 증발해버릴만큼 충분한 쾌락이었다.
- 읍, 으읍…!
막혀버린 입에서 나오는 신음은 귀를 통해 온 몸의 신경을 자극하고, 맞닿은 서로의 맨살에서 전해지는 체온은 멈출 줄 모르고 달아올랐다.
차오르는 숨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면, 미처 넘어가지 못한 타액은 란의 쇄골을 걸쳐 아래로 떨어진다.
- 하, 아아….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지쳐버린 란을 영차, 일으켜 앉혔다. 유키나는 그대로 란을 끌어안았다. 맞닿은 맨몸은 불덩이같이 뜨거웠다.
- 미타케… 씨… 이제….
그 뒤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여기까지 했던 행위와 분위기를 조금만 알아도, 말하지 못한 뒷내용은, 뻔했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란은 유키나를 다시 눕혔다. 이번엔 강압적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 …으.
내가 낸 신음인지, 미나토 씨의 신음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이미 눈으로만 봐도, 미나토 씨의 아래를 가리고 있는 천은 제 역할을 못할 정도로, 망측하게 젖어서 약간 비칠 정도.
…의외로 미나토 씨가 끈으로 된 속옷을 입을줄은 몰랐기에, 적잖게 당황하긴 했지만.
리본 모양으로 묶인 실을 잡아당…길려고 했지만, 미나토 씨의 손이 그것을 저지했다.
- …?
- 이번엔… 미타케 씨 먼저…
…. 어짜피 둘 다 벗게 될 텐데 여기서도 순서를 정하나? 무시하고 그대로 잡고서, 당겼다.
- 아…!
스륵, 하고 풀렸지만, 누워있어서 그런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다. 결론만 말하면, 더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리라.
- 허리, 들어주세요.
- 읏….
수치심에 가득찬 옅은 신음을 내고서, 정말 살짝 허리를 들어올린 미나토 씨의 속옷을 그대로 치운다. 쌓인 옷가지 위로 그것을 던지면서, 무언가 투명한 실이 늘어졌다 끊어진 것 같지만, 아마 내 쪽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앉은 상태로, 나도 마지막 남은 속옷을 벗어서 던져버렸다. 속옷은, 이게 내 안에서 나온 것인지 신기할 정도로 푹 젖어있었다.
…그리하여 서로의 아래를 가리고 있던 천조각도 마침내 사라지고, 태초의 상태 그대로.
혼자서 해본 적은 있지만, 지금은 혼자도 아니고, 서로에게 온 몸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건 분명 미나토 씨라도 다를 게 없을거고.
시작은, 방금까지 그랬듯 키스부터. 가볍게 입맞춤을 한 뒤, 손을 아래로 내려 허벅지에 올렸다. 순간 눈이 커지며 떨려오는 미나토 씨에게는, 더이상의 자극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손을 천천히 올려, 가장 약한 곳에 도달하자, 방금 속옷을 치우면서 본 게 헛것은 아니였다는 걸 증명하듯 촉촉한 소리를 내었다.
- …!?
허리가 떴다. 건드리기만 했는데도, 지금까지 보인 반응 중에서 가장 큰 반응. 그래서인지 갑자기 무서워졌다. 이제 시작인데.
스륵, 손을 위아래로 쓰다듬었다. 허리는 붕붕 뜨고, 표정을 찡그린 채로 '아, 으흐읏…!' 하는 소리가, 눈 앞에서 들려온다.
맨 처음에 확인했던 미나토 씨의 귀에다 다시 바람을 불어넣으며, 꽃을 다루듯 조심스레, 행여나 상처가 생기지 않게, 이미 닳아서 없어져버렸겠지만, 한 눈 팔면 끊어질 이성이라는 놈이, 아직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 ㅁ, 미타케 씨…! 그거… 흐읏!
- …좋아요?
지금의 유키나는, 그 질문의 대답은 할 수 없는 상태일 것이 분명했다. 누구에게도 허락한 적 없던 연약한 꽃봉오리를, 지금 다른 사람에게 - 그것도 나에게 - 허락하고, 만져지고 있었으니. 그 쾌감은 어떨까. 나로서는 아직 모르겠다.
이미 넘치고 있었을 그 사이를 조금 벌려서, 중지의 끝을 조금 넣어본다. 안 보고 하려니, 해매는 느낌도 있었지만 금방. 스스로 해본 적이 있었기에, 나름 순조롭게 손가락의 한 마디 정도가 들어갔다.
- …~~!!
아, 또 허리가 튄다. 이렇게만으로도 굉장히 헐떡거리는 유키나를 본 란은, 대체 안 민감한 곳이 어딜지 궁금할 정도였다. 아니면 지금까지 해왔던 오늘의 행동을 이런식으로 보답해주는 건가. 이렇게 되면 뭔가 이상했지만.
- 미나토 씨… 하아….
조금 더 넣을게요. 라는 말을 이었지만 유키나는 그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입술 밑을 앙 다문 상태로 신음을 참고 있었다.
- 아, 미타, 케… 씨…! 안…!
마지막에 어떻게든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신 것 같았지만, 이미 작게 소리를 내며 중지가 거의 끝까지 삽입되었다. '흐으읏…!' 하는 소리를 내며 몇 번 튀어오르는 허리를 간신히 제지했다.
미나토 씨의 대답을 기대할 수가 없어졌으니, 내 맘대로 시작해버릴 속셈. 천장으로 향한 미나토 씨의 시선을 옆으로 돌려, 질척하게 벌어진 입을 빼앗는다. 하나만 깊게 들어간 아래쪽도, 조금씩 움직여본다.
두 마디 정도 들어간 손가락이 더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일련의 동작 하나하나에, 유키나는 움찔거리며 반응해준다.
평소에 그 자태는 온데간데 없고,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참 행운아구나. 방금도 느낀 생각이지만, 지금에서야 그 형태가 더 강렬해졌다고, 란은 그렇게 생각했다.
들어간 손가락을 굽혀, 약하게 벽을 눌러보면 '흐읍?!' 하는 신음과 함께 감았던 눈은 다시 크게 떠진다. 혀를 섞고 있었기에 소리가 제대로 나올리는 없었다. 난 살짝 눈을 뜨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번에는 손가락의 속도를 조금 올려서, 움직이면 곧 한계인 것 마냥 신음이 격렬해져 갔다. 위에서는 떨어지기만 하면, 다시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아래쪽은 이미… 총체적 난국이다. 멀쩡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이미 사람 대 사람이라는 어색한 관계는 사라지고,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만 있었다.
- 흣, 흐아아…! 미타, 케 씨…! 가, 가아…!
- ….
참으라는 말을 할 수도 없이 녹아버린 뇌가, 눈 앞의 이 사람을 보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상태였기에, 이미 빨라진 손가락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 아, 흐앗…!
그 말을 끝으로 절정했는지, 허리만 튀었던 방금과 달리 온 몸이 튀었다. 몇 번 반복해서 튀더니, 손가락을 빼자 축 늘어지는 미나토 씨는, 거친 숨을 내쉬며 방금까지의 여운을 느끼는 듯 했다.
- ….
나도, 방금부터 질척해졌는데. 이대로 미나토 씨만 느낀다면 억울할 것 같았다.
- 미나토… 씨… 저도….
- 읏… 하아… 미타케 씨….
미나토 씨의 다리 한 쪽을 잡아 들어서, 내 다리를 밑으로 넣는다. 아마… 히마리가 저번에 가져온 성인 잡지에서 어렴풋이 본, 밴대질…? 아마 그런 쪽일 것이 분명했다.
처음 봤을 때는, 눈을 가리고 왜 이런 걸 보냐며 소리를 빼액 질렀을텐데…. 결국 이럴 때 쓰는구나. …고마워, 히마리.
평소에 그런 생각은 일도 담지 않았으면서, 허리를 앞으로 움직여 서로의 부분이 바로 맞닿기 직전까지 밀어붙였다. 이 앞으로 가게 되면, 나도….
- 미타케 씨….
- 미나토, 씨….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좁혔다. 이미 아래가 젖은 상태라 그런지 이거, 꽤… 민감, 해….
- 흐읏….
- 아…!
서로의 교성이 겹쳐진다. 혁명 듀얼리즘을 같이 커버한 뒤로 둘의 소리가 합이 된 건 이게 처음이었다. …조금 이상하게 된 표현이지만, 결과만 보면, 윽… 그랬다.
맞닿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느낌에 아득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았다. 머리에 어떻게든 힘을 줘서 제정신을 차려볼 생각이었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무언가 돋아난 게 스치는 감각이 무척이나 괴롭다. 고통스러운 쪽의 괴로움이 아닌, 오히려 그 반대쪽.
잡지에서만 본 대로 한 것 뿐인데, 생각을 훨씬 뛰어넘은 쾌락에 그저 밀어붙이고 싶다는 감각만이 지배했다.
- 흑, 미나토, 씨….
- 흐읏, 앗.
맞닿은 아래쪽이 쾌락에 그대로 녹아서 없어져버릴 것 같아 무서웠다. 무서운데, 동시에 올라오는 기분은 오히려 밀어붙이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뿐이었다.
이거, 이렇게나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왜, 왜 아무도 안 말해준거야. 대상 없는 원망을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동안 관계에 진전이 없었던 이전의 시간이 후회스럽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눈 끝에 맺힌 방울이 천천히 떨어진다.
그런 후회를 하는 와중에도 아래에서 계속 올라오는 감각은 의외로 빠르게, 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란은 곧 뭔가 커다란 게 올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 ㅁ, 미나토 씨… 저, 더느은…!
이미 한 번 당하고, 연이어 두 번째로 느끼는 감각에 유키나는 이미 대답은 커녕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로 헐떡거렸기에, 란은 그저 유키나의 이름을 부르며, 그 묵직한 느낌과 함께 한계에 도달했다.
- 읏, 흐으으…!!
- 아, 앗…!
침대 커버를 움켜쥔 유키나의 손이 더 강하게 힘이 들어가고, 란은 맞닿은 아래를 세게, 밀어붙인 상태로, 서로 몇 번이고 부들거렸다. 이마 동시에, 간 것이리라.
여운에 잠겨 지친 허리를 천천히, 조금만 움직여 자극해도, 방금 절정한 서로에게는 뒷풀이가 아니라 자극 그 자체였다.
- 하아… 하아….
- 미타케 씨….
미나토 씨의 눈에 맺힌 방울에, 같이 기분 좋아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뭔가, 기쁘다. 이전까지만 해도 미나토 씨랑 같이 있는다고 눈에 보일 정도로 기뻐한 적은 없었는데.
그래서, 란은 약간 들뜬 마음을 안고서 유키나에게 말했다.
- 한 번만, 더….
- …응.
대답을 듣기 무섭게, 나는 지친 허리에 다시 힘을 실었다. 이대로, 오늘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고 생각하며, 란은 그제서야 본능대로, 유키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하루는 꽤, 길어질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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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타케 씨.
- …네.
- 이전까지 봤던 미타케 씨랑, 오늘은 뭔가 다르네.
- 뭐가 다르다는….
- 완전 짐승이야.
- 뭐라고요?
그 말에 순간 빠직, 해서 어깨에 배고 있던 고개를 들어 유키나를 노려봤다. 그런 유키나는 살짝 웃으며 '농담이야.' 라고 대답한다. 아무리 봐도, 농담과는 좀 거리가 있는 말투다.
말을 말자…. 부끄러움은 저 뒤로 넘기겠다고 자신만만 했지만, 그게 오늘, 그것도 지금 후폭풍으로 몰아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게 가장 컸다.
맨 몸 그대로 지금 붙어있는 것도 엄청 부끄럽다. 몸 에 덮은 이불을 얼굴로 끌어와 가리고 있으면, 미나토 씨가 한 번 해줬던,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느낌이….
- 그, 오늘… 미안해요.
- ?
내 말에 미나토 씨는 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듯 바라본다. 그렇게 바라보시면, 오히려 미안해진다구요. 그냥 물어봐주세요….
- 미나토 씨, 사실 이런거 원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단지 제 마음대로 해버린 게….
- 그게 무슨….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이불에 얼굴을 묻고 말해서 소리가 작게 들리겠지만, 어짜피 방 안에는 둘 말고는 없으니 그냥 그대로 말했다.
- …나쁘진 않았어.
- 그거, 제 대사….
- 그러니까, 나쁘지 않았다고.
그 말 직후, 뺨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고, 금방 떨어졌다.
- …?!
- …내 나름대로의 대답이야. 싫으면 말고.
- 으아아아니에요엄청좋았으니까그런말은하지마세요
- 그럼 됐어.
하아…. 주변에 어질러진 옷가지며, 초콜릿 포장지며….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이건 나중에 정리하도록 할까.
지금은, 지금은- 이 여운을 즐기고 있으면, 그걸로 층분해. 누군지 모르지만, 발렌타인이라는 걸 만들어준 사람에게 조금 고맙다고 느꼈다.
어깨에 기댄 머리로부터 온 몸이 무리해서인지, 서서히 눈이 감겨왔다. 조금만, 잘래…. 조금은,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느끼며. 란은 약간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유키나는 작게 들려오는 숨소리에, 란이 잠들었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챘다. 그렇게 무리해놓고, 자기 앞에서는 티를 안 내려고 하는 그 자체가 너무 귀엽다고 느꼈다.
나도 조금만, 잠을 자둘까. 수도 없이 당해서 그런지 피곤하다. 어깨에 기댄 미타케 씨의 머리를 발판 삼아, 살며시 기댔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기분 좋아.
갑작스럽게 일이 일어났지만, 오히려 이렇게 된 게 더 좋지 않았나, 문득 생각이 들었고.
- 후후….
작게 웃으며, 유키나도 휴식을 위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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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기가 너무 민망한 나머지 노트에 싹 복사한 다음 긁어왔어
오타 있으면 알려줘 나중에 수정할게
사실 이전 이야기도 있는데 안 읽어도 야스하는 거 읽는데에는 문제 없었을거라고 믿어
중간중간 초콜릿이 언급되는 건 원래 이 글이 발렌타인 기념 글이라 그래
암튼 이걸 읽는다면 다 읽은거겠지
모자란 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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