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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아무에게도 공감받지 못할 이야기를 해봐.

옹기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25 11:14:07
조회 14093 추천 148 댓글 19
														



아무에게도 공감받지 못할 이야기를 해봐.


어렸을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을 못 벗어났을 무렵.


봄의 일이었어.


우연히 친구들하고 놀다 동네 목욕탕 근처에서 개구멍을 발견했어.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깊게 난 구멍이라 호기심이 막 생겼지.


문제는 빛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 너무 어두웠고,


주변에 놓인 철조망들이 무섭게 생겨서 다들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아.


결국 나머지는 망을 보고


나를 포함해 3명만 아래로 내려갔지.


거기에 뭐가 보였는 줄 알아?


이상하게 생긴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었어.


반쯤은 물에 잠겨있고, 축축하고 징그러운...


알아듣기 쉽게 표현을 더하자면 약간 이무기나 용하고 비슷하게 생겼던 것 같아.


초록색 비늘로 덮인 거대한 괴물의 형상이 떡하고 있으니 다들 놀라서 나자빠졌지.


한참 그렇게 난리 치다 옆을 봤는데 이상한 팻말이 보이더라.


[소원을 이루어 주는 수호신]


[한 사람 당 소원은 하나. 신중하게 빌 것. 누군가에게 퍼트리지 말 것.]


나는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만화 드래곤볼이 생각났어.


소원을 이루어 준다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친근하게 보이기도 했어.


정말 무섭게 생긴 괴물의 형상인데도 말이야.


옆에 친구들에게도 드래곤볼 이야기를 하니 막 웃더라고.


경계심이 조금은 없어졌지.


마침 우리도 3명이고 소원도 3개인 셈이잖아.


속는 셈 치고 거기서 소원을 빌었어.


한 명은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해주세요.’


또 한 명은


‘원하는 장난감을 가지게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내가


‘가족 여행을 가게 해주세요.’


지금도 똑똑히 내용이 기억나.


소원을 빌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어.


구멍 밖에서 기다리던 애들한테는 아래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거짓말했지.


누군가에게 퍼트리지 말라는 조건이 걸려 있었으니 당연한 거였어.


행운의 편지 같은 것도 믿는 어린 나이였으니까.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폭력을 당했어.


이유는 잘 모르겠어.


새 학년이 시작되고 서열을 잡고 싶었던 거일 수도 있고


그냥 약해 보이는 애들끼리 어울려 다니는 게 싫었을 수도 있었겠지.


그 나이에는 딱히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맞은 자리가 엄청 아파서 턱을 잡고 주저앉아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


그때 한 친구가 걔들 앞으로 다가갔어.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 친구.


그 친구였어.


한 소심하던 친구라 울고 있던 중에도 이상했지.


근데 걔가 뭘 한 줄 알아?


주머니에 손을 집에 넣더니


볼펜을 꺼내 한 아이의 눈알을 찔렀어.


그래.


눈알.


‘푹!’ 하는 소리가 났어.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그 아이가 뛰어다니는 곳곳이 전부 피로 범벅이 되기 시작했지.


말 그대로 유혈사태였어.


그 뒤로 아무도 우리를 괴롭히지 못했어.


정말로 그 친구의 소원이 이루어진 거야.


비록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그 친구의 강제 전학 명령과 정신과 입원이 결정되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어쨌든 말이지.


사실 그 친구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물어보지를 못했어.


지금도 그 장면을 하면 겁이 나거든.


다음은 원하는 장난감을 가지게 해달라고 했던 친구.


어느 날 그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왔어.


나나 친구들이나 깜짝 놀랐지.


그 장난감. 상당히 고가의 장난감이었거든.


어린이날도 아직 남았고 생일도 아닌데 이런 장난감이 생긴다?


나나 그 친구나 소원이 이뤄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학교에 온 거야.


장난감이 이상하다고.


그 장난감. 완성하면 커다란 성이 되는 완구 세트거든.


그 성의 중앙에 거대한 시계가 달려있는데


그 시계가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거야.


건전지가 달린 것도 아닌데.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런데 진짜였어.


걔네 집에 가서 확인해 봤는데 진짜로 시계가 돌아가는 거야.


빙글 빙글.


정신이 나갈 것 같았지.


걔 혼자서 장난감을 다시 분해해보기로 했고


나는 무언가 두려움이 들어 그 집에서 도망치듯 나왔어.


다음 날부터 친구가 학교에 나오질 않더라.


모르겠어.


그냥 방에 박혀서 밖으로 나오질 않더라.


그 뒤로 쭉.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금도 아마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을 거야.


그쯤 되니까 너무 두렵더라.


내가 소원을 마지막으로 빌었잖아.


그다음이 나였다고.


동네 목욕탕 근처로 미친 듯이 뛰어갔어.


소원을 취소해 달라고 애원할 생각이었지.


그런데 개구멍이 싹하고 사라져 있더라.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깊게 패었는데.


그 자리에서 엉엉 울며 취소해 달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나.


...


어느 날 하굣길이었어.


아파트 단지 입구에 주차된 자동차에


구불구불 징그러울 정도로 심하게 그어진


마치 뱀처럼 보이는 낙서들이 있더라.


아, 이건 흔적이 무조건 남겠다.


싶을 정도로 심한 낙서들이었어.


보기 싫어 바삐 걸음을 옮겼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면 바로 101동이었거든.


101동 앞에 여러 종류의 자동차들이 있었는데


아까 봤던 차처럼 똑같이 구불구불 그어진 낙서들이 보이는 거야.


모든 차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어.


전속력으로 앞을 향해 뛰었지.


102동 103동 104동...


분명 다들 다른 차량들인데


그어진 낙서들은 비슷했어.


뱀 모양.


그때 내 생각은 단 하나였어.


우리 집 차.


아버지는 기름을 아낀다며 늘 107동 앞에 주차를 해두었거든.


차 걱정에 빨리 뛰어갔지.


107동.


거기도 마찬가지로 모든 차들에 심하게 그어진 낙서가 있었어.


...


맞아.


우리 집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말이야.


그길로 이사를 갔어.


부모님이 도저히 사람 눈치 보여서 여기서 못 살겠데.


당시에는 CCTV가 잘 안되어 있어서 증명할 방법이 없었거든.


그냥 이게 다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적응하고,


이후로 나름 괜찮게 살았어.


다 잊고 지냈다고.


그러다 문득 옛 생각에 두서없이 이야기해 보는 거고.


다 말하고 나니 뭔가 후련한 기분도 들어.


그런데 아까부터.


현관문이 왜 저렇게 울리는지 모르겠어.


딩동.


딩동.


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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