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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앱에서 작성

ㅇㅇ(106.101) 2023.09.18 18:36:25
조회 9351 추천 170 댓글 6
														

TED 강연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결정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결정하고 생각하는 것에 가깝다고.

그러니까 뭘 입을지, 뭘 먹을지 고민하는 건 우리가 진짜로 우리의 의지로 생각해서 결정하기보단, 그날의 날씨, 옷장의 옷, 선반과 냉장고에 있는 간편조리식품의 종류 따위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짜로 생각하는 순간은 많지 않다. 특히나 정신없이 출근해야 하는 아침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탁자 위에 있는 포스트잇 크기의 쪽지를 보고 가볍게 넘길 뻔했던 것 역시 패턴화된 일상에서 '쓰레기 발견'의 프로세스를 따른 것이었다.

그 프로세스를 멈추고 진짜로 '생각'하게 된 건 쪽지의 내용을 읽었을 때였다.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프린트된 건 아니었다. 잘 나오는 볼펜으로 정갈하게 쓴 글씨체였다. 그러니까, 내 글씨체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누가 쓴 거지? 그보다 이게 왜 내 집에 있지?

나는 아침을 먹어야 하는 것도 잊은 채 쪽지를 골똘히 들여다봤다.

종이는 두 모서리가 찢어진 듯했다. 재질로 봐선 어느 무줄 노트를 찢은 것 같다.

대충 구긴 게 아니라 정확히 반으로 두 번 접어 십자로 음영이 졌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접었다는 '쪽지'였다.

그렇다면 문제.

이게 왜 내 집에 있지?

어제 어떤 쪽지를 받은 기억이 있나 뒤져봤지만, 없었다.

누군가가 남몰래 내 호주머니에 쪽지를 넣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랬다면 쪽지를 발견한 때가 오늘 아침이 아니라 어제 탈의할 때여야 한다.

하지만 어제 탈의하면서 딱히 쪽지 같은 걸 발견한 기억이 없다. 어쩌면 기억할 만한 가치도 없어서 기억하지 않을 걸 수도 있다.

어제 발견했다면 분명 퇴근길에 지쳐 피로한 상태로 탈의했을 것이고, 쪽지를 발견해도 대수롭지 않게 나중에 읽으려고 탁자에 올려둔 것일 수 있다.

기억은 없지만 그런 가정이라면 기억에 없어도 이해할 수 있다. 어젠 정말 지쳐 쓰러지듯 잠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위화감은 도대체 뭘까. 조금 더 고민해보니 그 답을 알았다.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지 않아서 그랬다.

꿈에서 깨어나라는 말을 쪽지로 전달하다니. 그래서 꿈에 깰 수 있단 말인가?

이 쪽지를 받은 곳이 꿈 속이라면 모를까. 아니, 꿈 속에서 이런 쪽지를 받는다고 깨어날 수 있을까?

직접 몸을 흔들며 꿈에서 깨라고 말한다면 모를까, 언제 읽을지도 모르게 쪽지를 두고 그 내용은 '당장' 꿈에서 깨어나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내가 너무 사소한 것에 몰두한 모양이다. 시간이 벌써 5분이나 지체됐다. 아침은 걸러야겠다.

출근길 내내 쪽지 생각이 났다. 이게 정말로 꿈이라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

솔직히 이게 정말로 꿈이라면 누구의 꿈인지부터 따져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영화에서처럼 이 꿈의 주인이 내가 아닐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난 자각몽을 꾼 적이 없다. 변변찮은 꿈조차 꿔본 기억이 없고. 그러니 이게 정녕 꿈이라고 해도 나는 깨어날 방법을 몰라서 그대로 살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누구의 꿈인지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언제부터 꿈이었는가? 어제 잠들고 그 꿈이 지금까지 선명하게 이어지는 건가? 아니면 일주일 전? 한 달 전?

꿈은 그 시작이 늘 모호하다고 한다. 적어도 오늘 아침은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는 기억이 있으니 괜찮은 걸까? 그렇다기엔 어제 언제 잠들었는지 명확한 기억이 없다. 어제 아침도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패턴화된 일상을 내가 기억할 리 없잖은가. 비슷한 일상의 반복을 일일이 기억한다면 그건 과잉기억증후군이다. 그런 점에서 미뤄볼 때 나는 언제부터 꿈이었는지 내 기억을 뒤져서 알아낼 수 없다.

정신없이 꿈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어느새 내 몸은 사원증을 찍고 회사 건물로 들어왔다. 이젠 일에 집중해야지.

......

"평오 씨?"

"네?"

"무슨 메모를 그렇게 봐요?"

"아...... 별것 아닙니다."

"별것 아닌 걸 그렇게 뚫어져라 봐요? 혹시 연애 편지?"

"농담하지 마세요. 누가 사내에서 그런 걸 전달합니까."

"평오 씨 너무 진지하게 받아친다. 그러니까 더 의심 들잖아요."

"진짜 아닙니다. 슬슬 점심 시간 끝나가니까 먼저 들어가볼게요."

"평오 씨!"

"네?"

"언제 한 번 밥이라도 먹어요."

"아, 네. 그러죠."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탁자에 있던 메모가 왜 내 호주머니에 들었던 거지? 이걸 출근길 내내 발견하지 못했다고? 오전 근무 동안?

아니, 애초에 난 호주머니에 뭘 넣고 다니는 쪽이 아니니까. 오늘 출근길은 꿈에 대해 생각한다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을 생각도 못했다. 오전이야 늘 메일 쌓인 거 확인하고 마감하고......

찢어진 부위는 똑같다. 아니, 똑같나? 어느 부분이 찢어졌었지? 인접한 두 모서리가 찢어진 건 기억하는데, 그게 어느 방향이었지?

이게 탁자 위의 같은 쪽지인지, 아니면 새로운 쪽지인지 헷갈렸다.

내가 탁자 쪽지를 버렸었나?

기억이 모호하다. 모호할 수밖에 없다. 내가 쪽지에 관한 생각을 중단한 그 순간, 내 의지는 패턴화된 출근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라갔다. 선택과 집중. 쪽지의 행방 따위를 한가로이 기억할 정도로 여유로운 출근길이 아니었다.

탁자 쪽지와 같은 쪽지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버린다고 해놓고 그냥 주머니에......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 그때 나는 옷을 입지 않았다. 팬티 바람이었단 말이다.

탁자 쪽지랑 같으려면 내가 쪽지를 버리지 않고 '굳이' 옷까지 다 갈아입은 후에 주머니에 넣어야 한다. 그런 번거로움은 패턴화된 일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부자연스럽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건 새 쪽지란 말인가? 누가? 왜? 도대체...... 언제?

이 옷은 어제 입고 옷걸이에 걸어둔 옷이다.

어제 내가 주머니를 뒤져봤나?

기억이 없다. 모호하다. 한 번 쯤은 뒤져봤을 것 같다가도, 금요일도 아닌데 굳이 안 뒤져봤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어제 누군가가 메모를 전달한 기억도 없다. 명함 교환이야 했었는데. 적어도 그때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쪽지는 없었다. 하지만 주머니는 왼쪽에도 있고 외투에도 있다.

내가 지나치게 신경 쓰는 걸까? 누군가의 장난질에 너무 쉽게 과몰입하는 걸까? 하지만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위화감이, 어딘가 모를 불쾌한 찝찝함이 계속 남아있다.

그야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당장 꿈에서 깨어나라는, 아무런 설명도 맥락도 없는 문장만을 쪽지에다 써서 내게 줄 리 없잖은가?

날 겁주게 한다면 좀 더 직접적인 위협 문구를 작성했을지 모른다. 널 지켜보고 있다. 퇴근할 때 조심해라 등등. 하지만 당장 꿈에서 깨어나라는 문장은 경고 외엔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

문장의 목적만 놓고 봤을 때 날 겁주기보다는 급하게 경고해주는......

하지만 역시 이해할 수 없다. "당장"과 쪽지는 맞지 않는다. 아침 7시의 당장과 오후 12시 47분의 당장 또한 맞지 않는다. 일련의 두 쪽지는 설명이 안 맞는 모순과 설명할 수 없는 공백으로 가득하다.

"평오 씨. 뭐가 그리 심각해?"

"네?"

"뭐 심각한 메일이라도 받았어? 그런 거 받으면 나한테 째깍째깍 말하라니까."

"아, 아니요. 그런 것 아닙니다. 개인적인 일이에요."

"그래? 그럼 회사에 개인적인 일을 끌고 오지 마."

"넵, 죄송합니다."

"일 해, 일."

"넵."

후, 표정 관리. 표정 관리. 일에 집중하자. 공백은 차치하더라도 모순이 시사하는 건 하나다. 신경 쓸 가치가 하등 없다는 것. 아침 7시의 '당장'에 나는 깨어나지 않았고,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전 근무는 멀쩡히 돌아갔다. 의심할 것 없는, 익숙한 흐름과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니 쪽지 따위, 한낱 두 건의 쪽지에 일상을 무너뜨릴 이유는 없다.

집중하자.

......

"고생하셨습니다."

"어, 먼저 퇴근할게. 평오 씨도 그것만 마무리하고 퇴근해."

"넵. 마무리하면 메일로 보내놓겠습니다."

"어, 그래그래. 아, 맞다. 평오 씨."

"네?"

"그 점심 시간에 심각했던 거, 괜찮은 거야?"

"아...... 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 기우였어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냐, 됐어. 괜히 사무실 분위기 망칠까 걱정해서 한 말이었어. 괜찮다니 나도 안심이네. 그럼 진짜 간다."

"안녕히 가십쇼!"

후. 오늘도 무사히 보냈다. 야근......이랄 것도 이거 하나만 마무리하면 되고. 정시 퇴근을 놓친 건 아무래도 오후 근무 내내 쪽지 생각에 집중력을 뺏겨서 그렇다.

하지만 이걸로 증명된 게 하나 있다. 쪽지는 그냥 질 나쁜 장난질이란 것이다. 내게 아무런 위협도 주지 못했고, 일상은 그대로 지켜졌다. 오후 12시 47분의 당장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아침 7시의 당장 또한 마찬가지로.

집으로 가는 길엔 민 대리님이 먹자고 한 식사 얘기에 마음을 쏟았다. 아무래도 나한테 호감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

씨발.

기껏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집 문 앞, 현관에 떡하니 포스트잇으로 붙었다.

이전과 같은 쪽지라고 의심할 것도 없다. 난 아직 그 쪽지를 버리지 않았으니까. 주머니를 뒤지자 잔뜩 구겨진 쪽지가 나왔다.

글씨체가 같다. 그리고 미묘한 차이는 사람이 쓴 게 분명하다. 볼펜도 같은 걸 쓰는지 굵기나 잉크의 색감이 비슷했다. 모나미 같은 싸구려가 아니라 만년필처럼 잉크가 안 끊기는 좋은 걸 쓰는 듯했다.

도대체 왜? 그런 좋은 볼펜으로 이따위 장난질을 왜 하는 거지?

대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내게서 얻어갈 게 뭐가 있다고? 날 이렇게 괴롭혀서 얻을 소득이 이런 수고를 들일 만큼 값어치가 있나?

내가 꿈에서 깨어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이게 꿈은 맞아?

지금 내가 매트릭스에 빠져있단 말이라도 된단 건가?

하지만 내겐 빨간약은커녕 파란약도 주어지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건 쪽지뿐이다.

포스트잇을 자세히 살폈다. 아래에 어느 학원 상표가 인쇄된 걸로 봐선 문방구에서 산 게 아니라 학원에서 나눠주는 걸 가져다 쓴 듯했다.

희문수학학원. 익숙한 이름이다. 이 근처에 있는 학원은 아니지만 학창 시절에 종종 무줄노트와 광고지가 낀 노트를 나눠줘서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이 학원에 다니기는커녕 학원 건물에 방문한 적도 없다. 내 주변에 이 학원 관계자 또한 없는 걸로 안다. 자신할 수는 없지만, 포스트잇의 주인이 학원 관계자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 것이다.

그러다 문득 어이가 없어졌다. 내가 왜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멀뚱멀뚱 서서 이러고 있는 거지? 지금은 피곤하니까 나중에 경비실 찾아가서 CCTV 기록 볼 수 없냐고 물어봐야겠다.

그래, 그러면 모든 게 명확해진다. 누군지만 명확해진다면......

......

탁자 쪽지는 쓰레기통에서 발견했다.

......

주말이 찾아왔다. 쪽지는 문 앞에 붙었던 걸 마지막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나로서도 다행인 일이었다. 하지만 일은 분명히 끝내야 직성이 풀리기에 경비실을 찾아갔다.

하지만 퇴짜 맞았다. 사소한 일로 CCTV 기록을 열람하는 건 금지라나 뭐라나. 요새 길고양이 관련해서 CCTV를 자꾸 요구하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게 내 알 바인가 싶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고작 문 앞에 쪽지 붙인 게 누군지 확인하자고 대뜸 찾아와 CCTV를 요구하는 것도 진상 주민 같았다. 적당히 사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대로 유야무야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끝내 진상을 알 수 없는 고약한 장난으로 치부하면 될 일이다.

전화다.

"여보세요."

"평오 씨, 전화 돼요?"

"아, 민 대리님. 네, 됩니다."

"주말이고 회사도 아닌데 대리님은 떼주세요."

"아...... 네, 민예슬 씨."

"전에 식사 얘기 말인데요. 저 빈말로 한 거 아니거든요?"

"네, 언제가 좋을까요?"

"혹시 오늘 점심 될까요? 2시에, 위치는 제가 톡으로 보낼게요."

"아, 오늘 2시요?"

"안 되나요?"

"아뇨, 전혀요. 오늘 아무 일정 없어요. 2시인 거죠?"

"네, 그냥 가볍게 먹고 헤어지는 거니까 차려입을 필요 없어요."

"하하, 차려입을 정장도 없어요. 드라이클리닝 맡겨서. 네, 그럼 2시에 뵙겠습니다."

"네, 이따 봬요."

내 인생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하던 여자가 있던가? 이게 꿈은......

기분이 확 불쾌해졌다. 농담이 아니라 갑자기 이틀 전의 그 쪽지들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아닐 텐데. 그 모순덩어리 공백덩어리 쪽지가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만,

하지만 그게 정말로 의미를 가진다면?

정말로 경고하는 것이라면? 모순은 차치하고서라도 그게 진실하다면?

내 인생에 최초이자 최후일지 모를 기회를 이딴 고민에 허비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나는 고개를 내젓고 곧바로 입을 옷부터 찾기로 했다.

차려입지 말라고 했지만 그게 진짜로 후줄근하게 입거나 동네 마실 나가듯 입으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서로에게 부담 안 되게 꾸안꾸 하라는 얘기겠지. 날도 적당한데 맨투맨에 청바지면 될 것 같다.

청바지를 꺼내고 정말 자연스럽게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내게 남은 일말의 의심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그리고 그 결과는 새로운 쪽지의 발견이었다. 세 모서리가 찢어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새 쪽지.

나는 급하게 주머니가 있는 옷들을 죄다 뒤졌다. 적어도 쉽게 꺼낼 수 있는 옷은 전부 꺼냈다. 그리고 주머니를 모조리 탈탈 털었다.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당장 꿈에서......'
'당장......'
'당......'
......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8개의 바지, 3개의 후드집업, 가슴 주머니가 달린 셔츠들, 그 전부에 쪽지가 있었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쪽지들의 글씨체는 일정했다. 같은 사람이 썼다. 볼펜도 똑같은 걸 쓴 듯했다. 찢어진 부위는 모조리 모아봤다.

이전에 버렸던 두 개의 쪽지도 묶어둔 일반쓰레기 봉투를 풀어서 다시 찾아내 꺼냈다.

퍼즐 맞추듯 최대한 비슷하게 찢어진 부위들을 맞춰봤다. 대충 찢은 게 아니라 잘 접고 접은 선을 따라 찢은 거라 정확하게 맞출 건 없었다.

그냥 내가 직감한 게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

하나. 하나가 빈다. 한 페이지를 통째로 뜯어서 만든 이 쪽지들은 오른쪽 귀퉁이, 그러니까 왼쪽과 아랫쪽이 찢어진 쪽지 하나만 없었다.

그런데 이 페이지 크기, 질감, 그리고 볼펜......

어딘가 익숙하다. 위화감이 들 정도로 불쾌한 익숙함이다. 단순히 내용과 형식에서만 위화감을 느낀 게 아니었단 말인가?

이 쪽지들을 모아놓고 보니 페이지의 한 모서리는 깔끔하게 찢어놨다는 걸 알았다. 아마 노트에 붙었던 걸 뜯어내서 너저분한 부분을 찢은 것이다.

이 사실에서 뭘 알아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아니, 잠시만. 잠깐만.

아니, 말도 안 된다. 그럴 리가 없다. 어떻게?

쓰레기봉투를 다시 뒤졌다. 그리고 발견했다.

페이지의 너저분하게 찢어진 한 모서리 귀퉁이를 말이다.

난 그제야 이 익숙한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아니, 깨달으면 안 된다. 좀 더, 좀 더 확신할 증거가 필요했다. 나는 거실 책상 위 만년필을 꺼냈다. 그리고 노트 한 권을 꺼냈다. 쪽지와 수상할 정도로 같은 크기, 재질의 노트였고 그 위에 아무렇게나 적었다.

펜 굵기, 노트에 찍히는 잉크의 색깔.

쪽지와 같다.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된 거지?

혼자 사는 집이다. 근래 누구를 집에 들인 적도 없다. 이런 걸 쓰고 찢고 넣을 정도의 시간과 여유를 허락한 적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쓴 건가? 왜? 기억도 없다. 최근엔 회식도 없고 술도 안 마셨다. 기억의 공백이야 늘상 있지만 따지면 패턴화된 일상을 보내서 무의미한 기억이라 없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자신할 수 있나?

기억이 정말로 없다. 이걸 썼단 기억도 없고, 내 알리바이를 증명할 과거의 기억들도 없다. 공백이 존재한다. 그 공백에 내가 그랬다고 하면 충분히 들어맞겠지만, 거기엔 결정적으로 이유가 결여돼있다.

내가 왜?

타인이 했다고 하면 "왜"는 차치하고서 "어떻게"가 문제다. 내가 했다고 하면 "어떻게"는 차치하고서 "왜"가 문제다.

어떤 설명도 명쾌하지 않다. 아니, 하나 남았지.

이게 정말로 꿈이라면?

나는 볼을 꼬집어봤다. 별로 아프지 않았다.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프긴 했는데 딱히 깨어나진 않았다. 하긴, 이걸로 깰 수준이면 이전에 핸드폰을 발등에 떨어뜨렸을 때 깼어야 했다.

꿈이라면 일련의 일들이 그냥 일어났다고 이해할 수 있다. 애초에 이정도의 개연성을 챙기는 게 꿈으로 따지면 부자연스러운 일일 테니.

하지만 꿈이어도 의문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의문 자체는 여전히 남는다. 그 내용만 바뀔 뿐이지.

민 대리님한테서 문자가 왔다. 아, 여긴 전에 맛집이라는 얘기만 듣고 가본 적 없는 곳인데. 그보다 지금 준비해서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할 것이다.

그래, 내 일생일대의 기회를 어처구니 없는 쪽지로 망칠 순 없다. 나는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

"그거 아세요?"

"네?"

"방금 시키신 세트 메뉴요. 평오 씨는 그걸 선택하실 때 본인 의지로 골랐다고 생각하세요?"

"어, 음. 그렇죠?"

"이유는요? 파스타 하나 시키는 것보다 더 싸게 먹혀서?"

"네. 싸게 많이 먹으면 좋잖아요."

"하지만 이 메뉴가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문제의 파스타가 없다면, 이 세트 메뉴를 고르실 것 같아요?"

"잠시만요. 저 이거 어디선가 본 것 같아요."

"혹시 TED 강연 보셨어요?"

"아! 이거 그거네요. 제 수많은 의사결정이 사실은......"

"주어진 환경에 의해 이미 결정된 것이라는 거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선택지를 넣음으로써 다른 선택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 근데 되게 충격 받으신 얼굴이네요?"

"아...... 아하하. 전에 봤던 걸 알면서도 이렇게 당하니까 되게 충격적이네요."

"하하, 그렇죠? 저도 주문하고 나서 눈치챘어요. 다 드실 수 있죠?"

"그럼요. 예슬 씨 것도 뺏어먹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하하. 괜찮아요."

"하하."

......

"잘 먹었어요. 월요일에 회사에서 봬요."

"네, 저도 덕분에 맛집 알아가요."

민예슬과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 나는 잠시 공원 화장실에 들렀다. 그리고 급하게 얼굴을 세안했다. 찬물을 뿌리지 않고선 표정을 풀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민예슬이 나랑 같은 TED 강연을 보고 그걸 식사 자리에 언급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식사 장소도 내가 평소에 들어 알고 있지만 실제로 가지 않았을 확률은?

내가 맛집이라고 느낀 게 진짜 맛집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내가 맛집이라고 기대한 무의식 때문에 그렇다고 느꼈을까?

이게...... 이게 꿈이 아닐 수 있는 걸까?

찬물로 세안해도 꿈에 깨지 않는다. 전날 샤워해도 깨지 않았는데 당연하다. 아니, 이게 진짜 꿈이긴 할까? 그냥, 그냥 우연히 잘 겹친 것이지 않은기?

너무 민감하게 굴고 있나?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 쪽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그런데 쪽지와 내게 일어난 일들은 별개 아닌가?

그래, 잘 생각해보면 쪽지는 그저 내게 사건을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공했을 뿐, 그 자체로 무언가 일어난 건 아니다.

내가 했는지 누가 했는지 몰라도 그저 내 노트를 찢어 내 만년필로 쪽지를 써서 내 옷에다가 넣어두고 문 앞에 붙여두고 탁자에 올려뒀을 뿐이잖은가.

단지 그뿐이다. 회사에서 누가 나한테 쪽지를 전달해주지 않았다. 민예슬과의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집 안에서만 일어난......

집 안에서만?

왜?

왜 하필 집 안에서만 일어난 거지? 현관문도 집 안이라고 할 수 있나? 쪽지의 제작이 집에서 이뤄졌으니 당연히 집에서만 일어나는 건가?

그렇다면 더더욱 범인이 나라는 얘기잖은가? 누군가가 내 집에 몰래 살고 있는 게 아닌 한.

기억이 모호하다.

이젠 확신이 없다. 정말로 내가 그러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게 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면 왜 꿈에서 깨어나야 할까?

어째서 이런 쪽지들로만 내게 전달하는 것일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니 집 앞에 도착했다. 관성적으로 집에 온 모양이다. 현관에 포스트잇은 없었다. 나는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집을 정리하고 나갔던가?

기억이 모호하다.

꿈은 시작 지점이 모호하다.

집은 깨끗이 정리돼있다.

탁자에는 쪽지 하나가 있다.

왼쪽과 아래쪽이 뜯긴, 익숙한 질감의 재질과 익숙한 잉크의 글씨체로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라고, 그렇게 쓰였다.

핸드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9월 16일 토요일.

나는 왜 날짜를 확인한 거지? 관성적으로? 무엇에 대한 관성적 반응이지? 그게 아니면 무언갈 직감해서? 뭘 직감했기에?

분명 나가기 전에 옷가지 정리를...... 내가 했나? 책상 위 정리를 했나? 기억이 없다. 모호하다. 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안 했다. 분명 급하게 나왔다. 더 늦으면 안 돼서 나왔다. 그렇다면 이건 다른 누군가가 정리했다는 건가?

내 집에 살거나 드나들 수 있는 누군가가?

기억이 모호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꿈 속 기억인지 진짜 기억인지 어떻게 확신하지?

아니, 내가 너무 과민하게...... 머리가 너무 아프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어떻게 꿈에서 깨라는 거지?

대체 뭐가 '당장'이라는 거야?

어떻게 쪽지를 만들어서 넣어둔 거지?

언제부터 내 집에 드나든 거야?

내 집에 사람이 드나드는 게 맞긴 해?

내가 그러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어?

기억이 모호하다. 내가 어떻게 집에 왔지?

내가...... 내가 이렇게 들어온 게 오늘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일 수도 있지 않나? 들어와서 정리하고 깜빡한 게 있어서 나갔다가 들어온 것일 수 있지 않은가.

언제 헤어졌지? 톡을 봤다. 딱히 집에 들어갔다고 문자한 적이 없다. 하지만 2시간 전에 민예슬 씨가 집에 들어갔다고 한 문자를 봤다.

내가 건망증이 심한 건가? 내가 왜 기억을 못하는 거지? 왜 모호하지? 왜 공백으로 남아있는 거야? 고작 몇 시간의 기억이?

나는 비틀거리며 책상 앞으로 갔다. 왠지 모르게, 관성적으로 그리 향했다.

"......"

아직 버리지 못한 너저분하게 찢어진 노트 모서리가 보였다. 만년필이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다.

정갈하게 찢은 쪽지들은 한결 같은 문구가 적혔다.

'당장 꿈에서 깨어나세요.'

그러니까 어떻게?

왜?



*****



원조 느낌 살리기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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