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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제외 9753자
등장인물 : 카요코
――――
그 후 카요코는 소파에서 일단 잠이 들었다.
하지만,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몇 번이고 몸을 뒤척거렸다.
딱히 환경 변화나 소파에서 자는 게 문제는 아니다.
최근에는 어쩐지 잠을 잘 못 자고, 잠도 얕다.
그러다 한계가 오면 잠들 수 있지만, 거기까지가 조금 길다.
시판 수면제도 먹어봤지만, 부작용으로 낮에는 어딘가 나른하고, 익숙하지 않은 에너지 드링크나 비타민제를 상용하면서, 어떻게든 버티며 지내고 있다.
되돌아보면 꽤나 불건강하고, 무리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선생 말대로, 좀 더 빨리 쉬어야 했었을지도 모른다.
기력으로 버티고 있었을 뿐 무리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실이 뚝 끊어져, 팽팽했던 마음이 급속도로 풀려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 영향은, 다음 날. 해가 떠서 눈을 뜨자마자 찾아왔다.
"으, 으음…… 아침인가……"
커튼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빛.
카요코는 눈을 떴다.
일단 머리만 들어 올려, 멍한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고 싶지 않아. 몸이 나른해.
권태감에 아주 잠깐만 저항하다가,
결국, 다시 한번, 푹…… 하고 쓰러지듯이 소파에 눕는다.
"으으~…… 찌뿌둥해."
카요코는 신음하면서 몸을 뒤척인다.
그사이 선생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카요코는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안녕. 카요코."
"……안녕, 선생."
선생은 그런 카요코의 모습을 보며,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파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몸 상태는 어때?"
"안 좋아."
카요코가 즉시 즉답했고, 선생은 이거 심각하네, 하고 생각했다.
어제의 훈계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약한 소리를 하는 건 조금 예상 밖이다.
카요코는 소파 위에서, 꼼지락꼼지락 몸을 움직이다가, 그대로 웅크려 버렸다.
카요코로서는 선생에게 보기 흉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선생에게 아침밥을 차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를 하려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귀찮았다.
"밥은 먹을 수 있겠어? 쉴 거라면 뭐라도 먹는 게 좋아."
"응…… 미안."
선생은 그런 카요코의 모습을 잠시 동안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돌아오자, 손에는 컵. 안에는 걸쭉한 노란 액체가 담겨 있다.
"이건 뭐야?"
"콩가루랑 꿀을 넣은 바나나 주스. 조금이라도 좋으니 마셔봐."
카요코는 선생이 내민 컵을 건네받고, 한 모금만 입에 머금는다.
바나나의 부드러운 단맛에 콩가루와 꿀 풍미가 더해져 마시기 쉬운 맛이다.
이거라면 마실 수 있을지도…… 하고 한 모금 더 마시자, 선생은 안심한 듯 웃었다.
"선생은 일 가야 하잖아? 오늘은 얌전히 있을게. 나는, 괜찮으니까."
카요코는 선생을 배려하며 말했다.
선생이 바쁘다는 건 알고 있다.
여기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고마워.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선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선생이 일을 하러 가는 뒷모습을 배웅한다.
혼자가 된 카요코는 시간을 들여 어떻게든 바나나 주스를 다 마시고, 다시 소파 위에 누워, 멍하니 그저 천장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로부터 잠시 시간이 지나고, 해가 높이 떴을 무렵, 드디어 카요코는 몸을 일으켰다.
나른함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제 일어나야지……"
카요코는, 나른한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 세면대로 향한다.
"……얼굴이 엉망이네."
무심코 중얼거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엉망이다.
확실히 얼굴에 피로가 드러나 보이고, 안색도 안 좋다.
자신은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선생이 한눈에 상태를 알아챈 게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잠버릇도 심하게 들었기에, 일단 샤워를 하고 몸을 정돈한 뒤 잠옷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그다음, 빨래나 사용한 컵을 씻는 일이라든가, 간단한 청소라든가, 떠오르는 집안일을 해치운다.
그렇게 세탁이 끝난 옷을 베란다에 널고,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그리고, 카요코는 멍하니 베란다 창문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대로 있으면 또 자버리겠어, 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졸리더라도 낮에는 되도록 깨어있어야, 덧붙여서 밤에 잠들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뭔가 할 일은 없을까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렸다.
"어, 엇…,"
벨소리에 조금 놀라면서, 카요코는 스마트폰을 들고, 응답한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선생?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아니, 특별히는. 카요코가 잘 지내고 있나 싶어서. 몸 상태는 어때?』
"음~…… 그냥저냥, 일까나. 지금은, 얌전히 있긴 하지만…, 얌전히 있는다는 거, 어렵네."
카요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선생의 물음에 대답한다.
"뭐, 나는 나대로, 혼자서 딱히 문제 될 건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선생은 일 열심히 해."
『음~…… 그렇다면 좋겠지만 말이지……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카요코가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괜찮다니까. 걱정쟁이시네. 그보다도, 오늘도 나한테 뭘 시키고 싶은 거라도 있어?"
『그거 어제 했던 하루에 하나씩 그거 말이지?』
"응."
『뭐든지 다 괜찮은 거지?』
"……응."
카요코는 고개를 끄덕인다.
뭐든지, 라는 말을 들으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선생이라면 이상한 건 부탁하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답변을 기다린다.
『그럼, 어제 읽고 있었던 만화. 이어서 읽어놔. 돌아가면 감상평을 듣고 싶으니까.』
"……응. 알았어."
예상대로, 딱히 이상한 말은 역시나 하지 않았다.
"의외로 평범한 걸, 부탁하는구나."
『카요코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메이드복을 입어줬으면 한다거나, 바니걸이나, 치어리더…… 아니면, 수영복을 입어줬으면 한다거나, 그런 건 없어?"
카요코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선생이 부탁할 법한 일들을 손꼽아 헤아린다.
실제로, 그런 차림의 아이들이 샬레 당번으로, 가끔 오고 있는 건 카요코도 알고 있다.
카요코 자신도 선생의 요청으로 기모노나 드레스를 입었던 적이, 있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옆에서 보기에는 꽤나 엉뚱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뭐 됐어. 그럼 이만 끊을게, 선생."
카요코는 통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후, 만화책 뒷부분을 집어 들었다.
◇◇◇◇◇
……자, 다시 한번 처음부터 상황을 정리해보자.
히로인은 두 명이다.
첫 번째는, 싸움 속에서만 살아갈 수 없는 주인공과 함께 싸우며 오로지 주인공만을 쫓는 소꿉친구 소녀.
두 번째는, 주인공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알고,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싸움을 모르는 소녀.
두 소녀는 각각 주인공에게 마음을 품고 있지만, 주인공은 살아가는 세계. 보는 세계가 완전히 다른 두 번째 히로인에게 끌리고 있다.
그리고, 그 두 소녀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공과, 세계.
이 만화 자체는 아직 미완결이라, 과연 두 히로인 중 누가 행복해질지는, 지금은 알 수 없다.
아리사는, 분명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돼버리면……… 하지만, 반대로 엘레나와 맺어진다고 해도, 그게 그녀와 주인공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선생의 의견이라면…… 아니, 그렇지만.
우선, 전제로서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유리와 계약하는 수밖에 없고…, 하지만, 주인공에게 그 선택지는……… 아니, 잠깐만. 애초에……
빙글빙글 돌고 도는 사고 회로. 사고의 굴레.
결국, 그날 밤도 평소보다 더 잠들지 못했다.
◇◇◇◇
"아~…… 설마 잠들지 못할 정도로, 푹 빠져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어."
"그, 딱히, 그런 건 아니거든."
말하면서도, 중얼중얼 적은 양의 아침밥을 먹는
카요코의 안색은 좋지 않다.
그다지 읽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만큼 신선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뿐이다. 그저, 그뿐이다.
딱히 푹 빠진 건 아니다.
"나는 시델리카 쪽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에~…… 어제도 말했지만, 그렇게 되면 말이지…… 그래. 역시 아무것도 아니야."
"왜 그래~? 더 얘기하자."
"이 이야기는 길어질 것 같으니까. 자, 늦겠어."
"지각할 정도로는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카요코도 역시 흥미 있다는 뜻이잖아?"
카요코가 화제를 돌리려고 하자, 선생은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몰라. 이제 이 이야기는 끝."
카요코는, 더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끊어버렸다.
"일단, 나는 다시 잘게. 그래서, 오늘은 뭘 해두면 될 일이라도 있어?"
"그러네. 그렇다면, 오늘은……"
말하면서 선생은 일어서더니, 책장에서 미개봉 게임 소프트웨어를 꺼냈다.
"자, 이거 해. 이거."
그렇게 말하며, 선생은 게임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카요코에게 보여줬고, 카요코는 그 게임 소프트웨어와 선생을 번갈아 쳐다본다.
"만화 다음은 게임……?"
게임은 시간 때우기 정도.
퍼즐 게임이나 리듬 게임 정도라면 해본 적이 있지만, 정말 그 정도밖에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은 남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지는 법이잖아?"
"그 마음은, 뭐, 알긴 하지만 말이야."
자신도 선생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게다가, 딱히 게임이 싫은 건 아니다, 해본 적 없는 장르를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선생에 대해 알면 거리가 좁혀지겠지.
그건 카요코에게는 매력적이다.
카요코가 선생에게서 게임 소프트웨어를 건네받자 선생은 기쁜 듯 웃는다.
"일단, 알았어. 선생이 하는 말은 듣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선생의 미소를 보고, 카요코도 덩달아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었다.
"이거, 로봇 게임?"
"그래."
"이거 시키고, 다음엔 이 로봇 프라모델이라도 나한테 만들게 할 셈?"
카요코가 농담조로 말하자, 선생은 아하하, 하고 웃었다.
"예리하네, 카요코."
"시간이 없다고 만들지도 않을 거면서 쟁여두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결국 만들지도 않고, 그대로 놔두면 점점 늘어나기만 할 거잖아?"
어제, 가볍게 방 청소를 했을 때 창고 방에 쌓인 프라모델 상자를 발견했다.
안에는 얇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하지만, 그다지 그걸 지적하는 것도 불쌍할까 싶어서, 카요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원래부터가, 선생이 자신의 시간을 잘 내지 못하는 건, 학생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고 있기 때문이고.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일지도. 사는 건 자제해야겠어……"
"아, 아니, 선생이 번 돈이니…… 쓰는 거나 사는 거에 의미가 있는 경우도 있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카요코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선생도, 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카요코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선생을 위로하는 말로 한 말이었지만, 선생에게서는 대답이 없다. 뭔가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고 나서 일하러 나가는 선생을 배웅하고, 우선 간단한 집안일을 해치운다.
바쁜 선생에게 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라니 무책임한 말을 해버렸나, 하고 조금 반성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선생을 위로해줘야 하는 걸까.
아니, 혹시 이건 에고인 걸까.
애초에 지금의 나는 선생에게 신세를 지고 있고, 선생의 시간을 뺏어 폐를 끼치고 있는 입장인데.
"하아~……"
이대로 생각해봤자, 마이너스한 방향으로밖에 생각은 진행될 것 같지 않으니, 카요코는 일단 거기서 생각을 멈추고, 일단은 게임을 하기로 했다.
약간 먼지를 뒤집어쓴 게임기를 작동시키고, 게임 디스크를 삽입.
디스크를 읽어들여, 설치를 끝내고, 게임을 시작했다.
주인공은 인형 병기의 파일럿. 독립 용병이다.
일을 의뢰받아 출격. 일을 끝내는 것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 같다.
선생에게서는 한 번에 먹는 식사량을 줄여 횟수를 늘리라는 말을 들었으므로, 카요코는 게임 속에서 한 건 일을 끝낼 때마다 휴식과 식사를 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 게임이나 휴대용 게임기밖에 하지 않으니, 이렇게 모니터 앞에 자리를 잡고 게임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러다, 게임은 보스전에 돌입.
몇 번이고 재도전해도 이길 수 없어서, 식사 휴식도 잊고 카요코는 게임에 몰두했다.
결국, 몇 번을 도전해도 그 보스의 2 페이즈를 돌파하지 못하고, 그날은 끝났다.
◇◇◇◇◇◇
"카요코. 어제도, 그, 별로 못 잤어?"
"……………응."
"역시 잠을 못 자? 병원 가볼래?"
"……, 말해야 해?"
카요코는, 조금 주저하더니, 선생을 곁눈질한다.
선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이유가……?"
"……뭐, 조금…… 있어."
카요코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이 말했던 게임. 도중에 막혀서 말이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건지, 장비라든가, 포지셔닝을 생각하다 보니… 그, 잠들 수가 없게 돼서……"
카요코가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선생은 조금 안도한 듯 숨을 내쉬더니, 즐거워하며 웃는다.
"뭔가 의외네. 카요코는 의외로 푹 빠지기 쉬운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열중하기 쉬운 타입이었구나."
"응, 그건 나도 조금 놀라고 있어."
카요코로서는, 근본이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건 어렴풋이는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게임에도 발휘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단순히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는 물건이라 소위 말하는, 내성이 없다는 것도 있겠지.
"자, 나는, 일이 들어와서 조금 바빠지니까, 오늘은 늦을지도 몰라."
카요코가 무심코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딱히 카요코 때문은 아니야. 나는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그것만은 믿어줬으면 좋겠어."
라고, 선생은 덧붙였다.
"알았어. 그럼, 오늘은 어떻게 하면 돼?"
"음~…… 실은, 카요코한테 부탁할 게 하나 있어."
"새삼스럽게, 무슨 일이야?"
"실은 말이야, 학생 한 명한테, 지금은 집에 가고 있다고 이야기 했거든. 흐름상, 카요코가 집에 와 있다는 이야기도 하게 돼서 말이지, 아~…… 그러니까."
선생은 잠시 말을 더듬는다.
"엣, 내가 있다고 이야기 한 거야? 그럼, 이제 나가 있는 게 좋겠네?"
"아니, 괜찮아. 본론은 그게 아니고, 그 학생도 내 집에서 하룻밤 묵어보고 싶다고 말해버려서 말이지."
"그거, 더더욱 내가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 부분은 괜찮아. 오는 건 오늘이고……"
"에, 오늘 온다고……!?"
"뭐,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어. 나는 오늘 아침에 들어온 일 때문에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 아이를 카요코한테 맡기고 싶어."
선생은 거기서 일단 말을 끊고, 머리를 긁적였다.
"거절하면 되잖아? 선생이 없으면 그 애도 그만두지 않겠어?"
"아니, 하룻밤만 묵어보고 싶을 뿐이니까, 내가 없어도 문제는 없어. 확인은 했고, 카요코랑 하룻밤 묵는 것도 기쁜 모양이더라. 일단, 나는 밤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애초에, 그 애는 누구야? 나랑 같이 있어도 괜찮다는 건, 내 친구, 란 뜻이겠지?"
"그렇겠지. 응, 그래."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카즈사? 시로코? 호시노? 아야네?"
떠오르는 친구 이름을 몇 명 열거하면서, 카요코는 선생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본다.
"선생, 퀴즈하는 거 아니니까."
쓴웃음을 지으며 카요코가 말하자, 선생은 드디어 그 학생 이름을 밝혔다.
◇◇◇◇◇
점심을 넘긴 시각.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카요코는 인터폰 소리에 눈을 떴다.
카요코는 소파에서 일어나 인터폰 모니터를 확인한다.
"어서 와. 지금 나갈게. 기다려."
『네-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온다.
마치 작은 동물 같다.
카요코는 현관으로 향해, 문을 열어 그 학생을 맞이했다.
캐리어를 뒤에 두고 있는 그 학생은, 카요코에게 넙죽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든 그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었다.
"응. 잘 부탁해, 이부키."
놀러 와준 것은 탄가 이부키.
선생이 카요코 이야기를 해버린 것도 왠지 납득이 간다.
이 아이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순수하고 꾸밈이 없고, 그것은 안면이 짧은 카요코에게도 일목요연했다.
알게 된 것은 이전에 선생의 지휘 아래 일을 했을 때로, 나츠메 이로하와 전차에 탑승해, 화포 지원을 해준 것이 이부키였다.
전투 종료 후 사후 처리 때 심심해 보여서 놀아줬더니, 그것을 계기로 따르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샬레에서 만나면 이야기하거나, 놀아주는 정도의 사이는 되었지만, 오늘처럼 하룻밤 묵는 것은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실례하겠습니다~."
"응."
카요코는 이부키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자, 이부키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역시 여기가 선생 집이라 여러 가지 신경 쓰이는 거겠지.
"이부키. 선생은 없는데, 정말 괜찮겠어?"
"에? 뭐가?"
"나랑 하룻밤 자는 걸로 괜찮아?"
"응, 당연히 좋아? 카요코 언니는, 이부키랑 하룻밤 묵는 거, 싫어?"
이부키가 아주 살짝 표정을 찡그린다.
"아니야. 안 그래. 이부키가 와줘서 나는 기뻐."
"에헤헤. 그렇구나! 이부키도 카요코 언니랑 같이 놀 수 있어서 기뻐."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카요코는 이부키를 거실로 안내한다.
"자, 뭘 하고 놀아볼까?"
"저기, 그러니까, 이부키, 놀 거 가지고 왔어! 가지고 올 테니까 기다려!"
이부키는 현관에 둔 캐리어에서 보드게임 판을 꺼내 가져왔다.
세트된 게임 판을 바꾸는 것으로
체스나 장기, 리버시, 종류 다양한 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녀석이다.
지략 싸움이라면 평소와 다르게 체력을 그다지 쓸 것 같지도 않아서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부키가 상대라면 어느 정도 봐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 우선 리버시부터 할까~."
이부키가 첫 게임을 고른다. 카요코도 딱히 이의는 없다.
둘이서 리버시 판을 사이에 두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 잠시……
"……이부키."
"왜, 카요코 언니?"
리버시는, 일시 중단.
카요코가 말을 걸자, 판을 보고 있던 이부키는 활짝 웃으며 얼굴을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흑돌이고, 이부키는 백돌, 이지?"
"맞아!"
판은 거의 대부분 백돌로 물들고, 흑돌은 판 위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카요코 흑돌은 이부키 백돌에 거의 뒤집히고 말았다.
엄청난 전략안. 월반해 고등부. 만마전에 소속되어 있는 건 폼이 아니었다.
중간부터 조금 진심을 내봤지만, 그래도 따라갈 수가 없다.
아마도, 돌을 놓을 장소를 계산해, 카요코가 다음에 돌을 놓을 장소를 유도하고 있다.
"강해. 압도적이야."
"에헤헤~. 이부키 그렇게 강해?"
"응. 엄청 강해. 솔직히, 이빨도 안 들어갈 정도야."
"에헤헤. 모두한테 단련받고 있어서 그럴까~?"
딸깍, 하고 마지막 장소에 이부키가 돌을 놓자 게임은 종료되었다.
서로의 돌을 회수해 수를 세기까지 할 것도 없이, 백돌이 많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결과.
정말이지, 승부가 안 된다.
어쩔 수 없지, 여기는 하나, 어른스럽지 못하게 자신의 특기를 골라야겠다.
"……좋아, 다음은 체스를 하자. 룰은 알아?"
"응! 알아."
"……좋아. 그럼, 내가 선공이야."
다음은 카요코가 게임을 골라, 체스.
판을 교체해, 서로 말을 초기 배치로 정돈해, 게임 시작.
서로 사고에 집중해 묵묵히 말을 움직이고, 한 수, 또 한 수 게임은 진행되어 간다.
카요코가 생각해서 말을 움직이자, 이부키는 바로 다음 수를 놓는다.
(한 수 한 수가 빠르네.)
카요코는 눈앞의 이부키를 힐끗 쳐다본다.
이부키는 카요코를 일절 보지 않고, 판면에만 집중하고 있다.
평소의 천진난만함은 모습을 감추고, 마치 다른 사람 같다.
카요코는, 그 모습에 무심코 미소가 흘러나온다.
이부키는 조금 전까지 카요코와 이야기하고, 팔색조처럼 표정을 바꾸고 있었는데, 그 달라지는 모습에는 확실한 재능을 엿볼 수 있다.
판이 종반에 가까워질수록, 서로 장고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저, 서로 눈앞의 판면을 열심히 바라보며 진행해나간다.
그리고, 게임은 종반에 접어든다.
"체크메이트."
이부키가 조용히 선언.
카요코는 그 한 수를 받아, 다시 판을 확인한다.
몇 번이나 체크를 선언받고 막아왔지만, 드디어 체크메이트 선언.
어떻게 움직여도 킹은 잡힌다. 꼼짝없이 잡혔다.
"윽………졌어."
"해냈다! 체크메이트! 이부키 승리-!"
이부키는 손을 들어 킹을 집어 들고, 매우 기뻐하고 있다.
"아아~…… 졌네~."
동시에 카요코는 크게 기지개를 펴고, 힘이 쭉 빠진다. 이 정도 승부는 할아버지와 했던 승부 이래로 오랜만이다.
흥신소 68 모두 체스 룰은 알고 있지만, 카요코와 승부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 이거 정말 오랜만에 보는 호적수다.
하지만…… 설마 질 줄이야, 하고 카요코는 머리를 긁적인다.
"후우~…… 다음엔, 뭘 할까? 장기라도 할래?"
카요코는 숨을 돌리자, 이부키에게 물어본다.
아직 저녁 식사 준비를 하기에는 이르다.
뭔가 한 번 더 승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부키는 눈을 빛냈지만, 잠시 뭔가 생각하고,
"음~…… 이부키, 머리 썼더니 지쳤어. 낮잠 자고 싶어~."
이부키는 조금 부끄러운 듯 말했다.
"……그런가. 그럼, 잠깐 쉴까."
"응! 카요코 언니도 같이 쉬자."
이부키에게 이끌리는 대로, 이끌려 카요코는 이부키와 함께 껴안고 자게 되었다.
둘이서 소파에 눕자, 이부키는 카요코의 팔을 껴안고, 바로 잠에 빠진 것 같았다.
"……따뜻해."
아이 특유의 높은 체온. 따스함이 카요코의 졸음을 불러온다.
그대로, 바로 카요코도 잠에 빠졌다.
◇◇◇◇◇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카요코는 눈을 떴다.
어느샌가, 방에는 등이 켜져 있고, 커튼도 닫혀있다.
꽤나 많이 자버렸나, 하고 카요코는 멍하니 눈을 깜빡인다.
누가 커튼을 닫고, 전기를……?
선생은 돌아와 있는 걸까.
"어라, 이부키. 지금 몇 시…… 이부키?"
대답이 없어서 품속의 이부키 쪽을 보자, 거기에 이부키는 없었다.
그 대신 품속에는 곰 인형이 들어가 있었고, 어느샌가 카요코는 그걸 안고 자고 있었던 것 같다.
"바꿔치기……?"
카요코는 졸린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그랬더니, 왠지 소리가 들려, 카요코는 그쪽으로 눈을 돌리자, 이부키가 주방에서 발판을 밟고 디디고 서서 밥을 만들고 있었다.
"이부키……?"
"앗, 카요코 언니 일어났어?"
이부키는 카요코가 일어난 것을 눈치채자, 손을 멈추고, 카요코에게 미소를 지었다.
"밥 거의 다 됐어. 먹을 수 있지?"
어딘가 몸 상태를 신경 쓰는 듯한 말투에 카요코는,
"선생한테 들었어? 알고 있었던 거야?"
라고, 되물어본다. 선생에게 요양 중이라는 것을 들었던 걸까, 그런 기색은 없었고, 이부키가 이미 알고 있었던 거라면, 하룻밤 묵는 것을 거절했을 것 같았을 텐데.
그에 비해, 카요코 질문에 이부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여서, 이부키랑 놀고 피곤해진 걸까나 해서…, 괜찮아요?"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는 듯하다.
카요코는 안도하며, 소파에서 일어난다.
"조금 쉬었더니, 이제 괜찮아. 미안해, 걱정 끼쳐서."
"……그렇구나……."
"그런데, 뭘 만든 거야?"
"우동!"
이부키가 냄비 뚜껑을 열자, 김이 올라오며, 훅하고, 육수 좋은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
그 냄새에 무심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얼마 만인지, 오랜만에 잊고 있었던 공복을 느꼈다.
배가 고프다는 것, 그러고 보니 이런 느낌이었지, 하고, 멍하니 생각한다.
"배고파?"
"응. 고파."
"그럼, 손 씻고 와."
"후훗, 네-에."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카요코는 세면대로 향해, 손을 씻고 돌아온다.
테이블 위에는 그릇에 담긴 우동.
토핑으로 마와 달걀, 다진 파가 올려져 있었고,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모양새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
카요코는 일단 자리에 앉아,
"미안해. 모처럼 놀러 와줬는데, 밥까지 만들게 해서."
"아니야. 카요코 언니. 모르겠어?"
이부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요코는 이부키 말에 잠깐, 무슨 말이지, 하고 의아한 얼굴을 하자, 이부키는 슥, 손가락을 세워 가르쳐준다.
"다른 사람한테 뭘 받았을 때는 미안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이부키는 싱긋 웃자, 카요코도 덩달아 미소짓게 되었다.
"그러네…… 고마워, 이부키. 잘 먹겠습니다."
카요코는 손을 모으고, 우동을 후루룩 먹는다.
"응, 맛있다."
"에헤헤~, 그렇지~."
이부키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고 있기에, 그 미소가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온다.
그사이, 다 먹은 두 사람은 뒷정리를 시작했다.
만들어줬으니까 카요코가 설거지를 하고, 이부키는 목욕 준비를 시작한다.
당연한 흐름으로 끓인 물에, 둘이서 사이좋게 목욕하는 형태가 되었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둘이서 마주 보는 듯이 욕조에 몸을 담근다.
"……있잖아, 카요코 언니."
이부키가, 카요코에게 말을 건다.
"응? 왜? 무슨 일 있어?"
"저기, 이부키랑 또, 같이 놀아줄 거야?"
이부키는 조금 외로운 듯한 표정으로 카요코 얼굴을 들여다본다.
왜, 그런 당연한 듯한 것을 묻는 걸까, 하고 카요코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응. 그건 당연하지. 무슨 일이라도 있어? 뭔가 걱정돼?"
이부키는, 카요코 말에 조금 생각에 잠겼다. 말을 고르고 있는 걸까.
"이부키랑 놀면…… 승부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재미없다고, 더 이상 놀아주지 않으니까. 카요코 언니도, 그렇게 되면 싫어서……"
하고, 말했다.
…천재라서 생기는, 고뇌. 고독. 그런 경험으로부터 오는 트라우마일까.
이부키와 나이가 비슷한 친구는, 그녀의 머리 좋음에 따라오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그녀의 일면을 섬뜩하게 생각했던 걸까.
어떻게 됐든, 고등부로 월반한 것으로 그 경향은 더 현저해졌을지도 모른다.
이 대화만으로, 배경을 전부 상상하는 것은 어렵다.
"떠날 리가 없잖아. 모처럼 호적수인데. 이긴 채로 도망치게 하진 않을 거니까."
하고, 카요코가 너스레를 떨자, 이부키는, 조금 전까지의 외로운 듯한 얼굴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활짝 웃더니, 카요코를 껴안아 왔다.
그 후에는 목욕을 마치고, 머리를 드라이어로 말리면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즐겼다.
"여담이지만, 만마전에서는 누가 제일 체스가 강해? 역시, 이부키가 제일이야?"
"음~? 아니~. 이부키는 2인자~!"
"그렇다는 건, 1인자는 이로하?"
"아니야."
"엣? 그럼, 누구?"
"마코토 선배야!"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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