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사회주의] 원시적 자본 축적의 기원에 관하여

ㅇㅇ(210.178) 2022.02.08 12:10:55
조회 77 추천 0 댓글 0
														

 옛날 옛적, 그 판타지


 원시적 축적이 경제학에서 하는 역할은 원죄가 신학에서 하는 역할과 같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경쟁의 원리는 능력주의로 바뀌게 됩니다. 이제 신분은 저어도 법률적, 제도적으로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출신성분에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능력은 상당 수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생물학적 유전자는 후천적으로는 통제될 수 없는 요인이니까요. 비록 유전자는 아니지만 문화적 환경은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없으면서 후천적으로도 통제할 수도 없는 요인입니다. 능력을 양성하기에 적절한 환경에서 태어나면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도 더 나은 능력을 가질 수 있고, 반대로 좋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나면 선천적인 능력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근대사회에서 성과의 차이, 더 구체적으로는 경제적인 빈부의 격차는 오로지 능력 때문에 생겨나는 것일까요? 프랑스 제 3공화정의 대통령까지 지낸 아돌프 티에르Adolphe Thiers는 그렇게 생각한 대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제 1권의 마지막 편인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적 법칙」 에서 티에르를 언급하면서 '이른바 원시적 축적과 그 비밀'에 관해 얘기합니다. 원시적 축적primitive accumulation ㅡ 본원적 축적 또는 시초 축적이라고도 번역합니다. ㅡ 은 자본주의 탄생기에 자본-노동관계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탄생하였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원시적 축적 앞에 이른바 'the so-called'라는 말을 붙인 것은 그가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잘 드러내 줍니다. 원시적 축적이란, 자본주의 성립기에 최초에 있었을 것으로 상정되는 부(자본)의 축적에 관한 얘기입니다. 마르크스의 얘기를 들어 보기로 하지요. 

 원시적 축적이 경제학에서 하는 역할은 원죄가 신학에서 하는 역할과 거의 동일하다. 아담이 사과를 따먹자 그와 동시에 죄가 인류에게 떨어졌다. 원시적 축적의 기원도 그것을 옛날의 비사로 이야기함으로써 설명되고 있다. 아득한 옛날에 한편에는 근면하고 영리하며 특히 절약하는 특출한 사람이 있엇고, 다른 한편에는 게으르고 자기의 모든 것을 탕진해버리는 불량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찌 되었든 전자는 부를 축적했으며 후자는 결국 자기 자신의 가죽 이외에는 아무것도 팔 것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원죄로부터 대다수의 빈곤(계속 노동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기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팔 것이 없다)과 소수의 부(훨씬 오래 전에 노동을 그만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증대하고 있다)가 유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낡아 빠진 어린애 같은 이야기가 소유를 옹호하기 위해 매일 우리들에게 설교되고 있다.


 『자본론』 제 1권



.

.

.

.

 마르크스의 결론은 자본주의는 탄생할 때부터 '피와 오물을 뒤집어쓰고 나타났다는 것' 즉, 자본주의 성립기에서부터 근검 절약과 능력을 통해 부가 축적된 것이 아니라 강탈에 의해 축적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르크스가 든 예들은 주로 영국에서 벌어진 인클로저 운동을 통해, 법적인 소유권은 없지만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있던 농노들을 도시로 쫒아 버리는 과정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원시적 축적은 자본주의가 성립한 뒤에도 여러 곳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겨울에 일어났던 용산 참사를 기억하시는지요? 매우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낡은 건물이 늘어선 동네에서 ·····


.

.

.

.

 설사 원시적 축적이 실제로 있었다 하더라도, 자본주의적 축적은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전체 축적의 규모 주에서 원시적 축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다는 것이지요.


.

.

.

 근대 사회에서 부가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실 부나 성공이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명제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존재론적 측면과, 비록 현실은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규범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적 측면입니다. 

.

.

.


 존재론적으로 현실이 그러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많은 사람이 당위론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 나아가 현실도 결국에는 당위를 향해 움직여 갈 것이라고 믿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만약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현실은 물론 그렇지 않거니와 앞으로도 당위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회는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원시적 축적에 관한 이야기는, 그것이 역사적으로 실증되는 것이건 동화처럼 꾸며지는 것이건 간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되는 셈입니다. 능력주의의 신화, 그것은 근대사회에서 성립할 것으로 생각되는 정의의 원칙이 관철되고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

.

.

 그러나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요? 앞서 지적한 문화적 환경의 차이는 경제적 환경의 차이에 비례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부를 많이 축적한 사람은 교육이나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았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그의 자녀는 출발점에서부터 유리한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은 교육이나 문화적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그의 자녀는 다시 제대로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장학제도나 무상교육과 같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출발점에서의 격차를 줄여준다 하더라도, 그래서 순순한 의미에서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를 비교적 공정하게 제공한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으로 성과가 결정되는 원칙 그 자체가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류동민 -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책읽다가 너무 공감되서 가져와봄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73647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837 무정부 아래글 쓴 놈은 그냥 아나키즘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없음. 심장중의강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23 123 2
836 무정부 국가의 철폐 6장까지 읽다가 빡쳐서 포기함 [97] ㅇㅇ(182.221) 22.02.22 436 0
834 무정부 아나키즘에 종착지는 없다 [2] 사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22 150 1
833 무정부 걍 신안섬이 아나키즘의 한계임 [39] ㅇㅇ(182.221) 22.02.22 339 3
832 무정부 이것은 권위적이라고 할수있나? [25] ㅇㅇ(210.178) 22.02.20 340 0
830 무정부 공산당갤에서 이민왔다. ㅇㅇ(211.57) 22.02.15 94 2
828 무정부 아고리즘 받아주나요 ㅇㅇ(58.230) 22.02.14 51 0
827 무정부 박근혜 사면이 왠 말이냐 ㅇㅇ(223.222) 22.02.13 48 1
826 무정부 궁금한게 있는데 [1] ㅇㅇ(118.235) 22.02.13 41 0
825 무정부 한국 군대에 대한 질문 [2] ㅇㅇ(118.32) 22.02.13 93 1
824 무정부 아나키즘이 이런느낌임? [2] ㅇㅇ(1.227) 22.02.12 178 0
823 무정부 아나연 로자갤 친구들은 왜 이곳을 장악하려함? ㅇㅈ(118.235) 22.02.12 329 15
822 사회주 사람의 상품화 ㅇㅇ(210.178) 22.02.10 74 0
821 무정부 아나키즘이 실현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함? [2] 랑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08 123 0
사회주 원시적 자본 축적의 기원에 관하여 ㅇㅇ(210.178) 22.02.08 77 0
819 무정부 자본주의의 하향세가 몰락으로 이어진다 는 ㅇㅇ(223.39) 22.02.05 65 0
818 무정부 아나키즘에 대해 자세하겐 모르지만 [2] ㅇㅇ(223.39) 22.02.05 109 0
817 무정부 이거 그래서 결론이뭐임 [1] ㅇㅇ(211.109) 22.02.04 74 0
816 무정부 아나키도서관 프루동 내용 있잖아 [5] ㅇㅇ(210.178) 22.02.02 114 0
815 무정부 이거는 진짜 반박이 불가능한거같다 [6] ㅇㅇ(210.178) 22.02.02 201 4
814 무정부 "민주주의"라는 이름. [1] 심장중의강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01 73 2
813 무정부 민주주의 국가는 반대하지만 민주주의 사회는 가능하다? [2] ㅇㅇ(210.178) 22.02.01 164 1
812 무정부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걸까... ㅇㅇ(210.178) 22.01.30 63 0
810 무정부 크로포트킨의 예견 ㅇㅇ(210.178) 22.01.28 78 1
809 무정부 애초에 아나키즘은 하나의 목표점을 찍고가는게 아님 심장중의강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8 78 2
808 무정부 배관공의 딜레마 ㅇㅇ(210.178) 22.01.28 75 0
807 사회주 아나키즘 사회에서 과연 이런일이 벌어질까? ㅇㅇ(210.178) 22.01.28 120 0
806 무정부 아나키스트는 선거에서 투표하나? 사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7 164 0
805 무정부 국가철폐를 주장한 웨인프라이스가 누구임? [2] ㅇㅇ(210.178) 22.01.26 69 0
804 무정부 뭐임 이갤 왜살아남? [1] 심장중의강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6 187 0
803 무정부 아나키스트가 바라보는 차별금지법 사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6 142 1
801 무정부 주딱 필요없다 [2] ㅇㅇ(39.7) 22.01.25 87 0
800 무정부 아나키즘 갤러리는 [19] myoj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5 717 11
796 사회주 오늘자 자본주의 3승 ㅇㅇ(210.178) 22.01.25 73 1
795 사회주 장광설 사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5 25 0
794 사회주 공정하다는 착각 [1] ㅇㅇ(210.178) 22.01.24 107 0
793 사회주 아나키스트만큼 사람을 맹목적으로 혐오 ㅇㅇ(210.178) 22.01.24 81 0
792 무정부 통합에 관하여 사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3 26 0
791 사회주 입주민외 어린이 출입금지? 이것도 사실상 ㅇㅇ(210.178) 22.01.23 55 0
790 사회주 국민들의 혈세가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림 ㅇㅇ(210.178) 22.01.23 41 0
789 사회주 근데 아나키즘이 왜 현실성없다고 생각하는거임? [6] ㅇㅇ(210.178) 22.01.23 162 0
788 사회주 출생률 반토막의 결정적 이유는 걍 자본주의인듯 ㅇㅇ(210.178) 22.01.23 41 0
786 무정부 아나키스트 총동맹의 조직적 강령 사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1 41 0
782 무정부 카페에서 사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0 27 0
780 무정부 아나르코 생디칼리즘: 이론과 실천 사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9 44 0
779 무정부 빵의 쟁취 사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8 67 0
778 보수주 아나키즘은 안이뤄질꺼같음 [1] ㅇㅇ(106.101) 22.01.18 127 0
777 무정부 신안섬이 아나키즘 실현 사례 아님? [2] ㅇㅇ(182.221) 22.01.18 109 1
776 무정부 대한민국은 실제로 존재하는 국가가 아니다 [1] ㅇㅇ(211.35) 22.01.17 93 0
773 무정부 아나키즘 입문 필독서 모음 사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23 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