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xl 중요하기에

로켄은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한다. 저 아래의 공허, 그리고 불타는 세상을 견딜 수 없다.

“그들이 세계라 칭하는 바위를 보라.”

악마가 그의 귀에 대고 킬킬거린다.

“절대적인 분노가 한 곳에 모여 그 바위를 찢어내고 있나니. 그들은 싸우리로다-”

로켄은 고개를 돌리려 한다. 그리고 악마는 그런 로켄을 더 세게 쥐고 다시 머리를 비틀어 볼 것을 강제한다.

“볼지어다!”

놈이 으르렁거린다.

“세계를 찢어내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로다. 이 세계가 중요하다 여기고 또 여기는 이들인즉. 양쪽에 갈라선 무자비한 살육자들, 반역과 충성의 딱지는 이미 화염 속에 지워졌나니.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살육하는 이 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노니.”

“중요하니까!”

로켄이 비명을 지른다. 악마의 움켜쥠은 너무도 강해 그의 목을 꺾어놓을 것처럼 느껴진다. 로켄은 눈을 감지만, 여전히 저 아래 테라를 불태우는 격노가 보인다. 악마는 그를 장난감처럼 움켜쥔 채, 너덜너덜해진 함체의 구멍 너머로 로켄을 몰아붙인다. 로켄은 놈이 자신을 저 바깥으로 던져 옥좌성이라는 불타는 장작더미에 번제물처럼 던지리라 생각한다. 불에 타 죽는 끔찍한 죽음이지만, 악마의 꽉 쥔 손길과 신랄한 목소리에 고문당하느니 차라리 그게 훨씬 낫다고 느낀다.

“중요하다고 했다.”

로켄이 헐떡인다.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나에게는 중요하단 말이다! 황제 폐하와 프라이마크 전하들께서도… 그 모두가 사고하기를-”

“사고하다...”

악마가 낄낄거린다.

“단어 하나로는 너무도 강한 단어로다. 누구도 이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은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