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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 Can't Fear Your Own World 1-2

ㅇㅇ(210.178) 2023.01.11 21:33:02
조회 8604 추천 72 댓글 20
														

1-1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each&no=221117&exception_mode=recommend&page=2


1-1 끝부분 좀 더 추가됐으니 다시 한번 읽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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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소사이어티에는, 한 남자가 있다.


과거 자신의 목숨을 구한 사신을 동경하여, 스스로도 같은 길을 목표로 한 남자.


그 남자는, 루콘가 출신의 평민이면서도 진앙영술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석관을 거쳐 부대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의가 두텁고 명령에는 충실,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부상도 마다하지 않으며, 소울 소사이어티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건다.


더욱이, 적대하는 자에게는 비정함도 품고서, 정정당당함을 좋아하면서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스스로 진흙탕에 숨어 기습으로 적을 도살할 수 있는 사내다.


사신.


그는 적에게 죽음을 주는 자.


그는 세계의 죽음을 쫓는 자.


그리고 그는, 현세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죽음』을 『구원』으로 바꿔주는 자였다.


그야말로, 소울 소사이어티에 있어 사신의 템플릿이라 할 수 있는 존재.


좋든 나쁘든, 『호정 13대의 사신다움.』을 체현한 듯한 남자였다.



그 사신의 이름은, 히사기 슈헤이.


9번대의 부대장이라는 지위는 소울 소사이어티의 기록에 이름을 남기기에 충분했고, 평범한 대원들과는 확연히 선을 긋고 있는 강자이다.


그러나, 소울 소사이어티의 『기록』에는 남더라도, 야마모토 겐류사이 시게쿠니나 자라키 켄파치, 쿠로사키 이치고와 같은, 모두의 『기억』에 남는 자들과의 사이에는 명확한 벽이 있었다.


그런 모습을 포함하여, 주위로부터는 『부대장다운 부대장』이라 불렸다.


칭찬으로도 조롱으로도 받아들여지는 그 평가를, 히사기 슈헤이 본인은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알아봤자 그가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자신의 삶의 방식을 골랐기 때문에.


사신에게 목숨을 구해졌을 때인가.


진앙영술원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참백도를 쥔 순간인가.


연습에서 동료를 잃었을 때인가.


스스로 본보기삼는 삶의 방식을 한 남자와 만나, 그 남자에게 부관으로 신명을 바쳤을 때인가.



혹은──자신의 손으로, 그 남자를 베었을 때인가.



어느 시점에서 그가 『사신』이라는 삶의 방식을 받아들였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아마, 길을 걷고 있는 히사기 슈헤이 스스로조차도.





=





정령정 1번대사 앞




「그럼, 뭔가 남길 말이라도 있나?」



총대장의 말이, 죄인 주위에 조용히 올린다.


퀸시와의 전쟁 종결로부터 며칠 뒤.


정령정에 떨어진 수수께끼의 새와도 같은 이형의 배제도 완료되어, 주위로부터 죽음의 냄새가 대부분 옅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현재의 일번대사 앞에서는, 전쟁 도중과도 전혀 다름없는 긴장의 실이 둘러쳐져 있었다.


총대장인 쿄라쿠 주위에 있는 자는, 지하감옥 최하층 『무간』을 관리하는 형군들, 그리고 유사시에 대비해 산개하고 있는 대장급 사신들이었다.


일시적으로 『무간』으로부터 출옥시켰던 대역죄인, 아이젠 소스케의 재수감.


현재는, 많은 사신들이 퀸시와의 전투로 사망했고, 무사한 이들도 대부분 부상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이노우에 오리히메의 조력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던 사신들 상당수가 그 목숨을 부지했지만, 그녀의 『쌍천귀순』의 힘은 잃은 영압의 회복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상처는 고치더라도 원래의 영압까지 완치하기에는, 다른 환자의 목숨도 오리히메의 체력 자체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다른 누구도 손쓸 수 없는 레벨의 중증 환자는 오리히메가 담당하고, 고비를 넘긴 자들은 4번대가 인계받는 형태로 치료가 시작되었다.


상반신이 날아간 아란칼조차도 재생시킨 적이 있는 오리히메의 힘이더라도, 한계는 있었다.


치명적인 손상으로부터 시간이 너무 지난 자, 완전히 혼백이 소실된 자, 애초에 흔적조차 남지 않은 자와 같은 이들은 쌍천귀순으로도 어쩔 수 없었다.


잃은 목숨은 많았고, 무력감에 마음이 꺾일 뻔한 사신들도 많았지만──그럼에도, 최종적인 승리 소식은 호정 13대를 하나의 강인한 조직으로 다시 세우기에는 충분했다.


아이젠 소스케를 앞에 두고서 『만반의 준비』같은 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하등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최대한의 경계를 가지고서 재수감시키는 장소에 임했다.


그렇다곤 해도, 최종적으로 『무간』의 안까지 들어가는 건 총대장인 쿄라쿠 뿐이다.


형식적으로 『남길 말』을 물은 쿄라쿠였지만, 아이젠에게 섣불리 말을 하게 하는것은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의자에 묶여 신체 곳곳이 봉인당한 지금의 상태에서도 귀도는 발동할 수 있고, 애초에 그가 입에 담는 평범한 『말』조차도 계략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이쪽에서 물었다곤 해도, 불온한 말을 꺼냈을 경우에는 당장 목소리를 막아야 겠다 생각한 쿄라쿠였지만, 그걸 짐작한 듯, 아이젠은 대담하게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저었다.


「유감이지만, 말을 남길만한 가치가 있는 자는 이곳에 없다. 쿄라쿠 슌스이, 자넬 포함해서.」


「그거 다행이네. 네게 가치가 있다는건, 상대에게 있어 불행한 일이지.」


「조금 더 쿠로사키 이치고와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말이지. 우라하라 키스케가 빼돌렸나.」


이치고는 현재, 아버지인 쿠로사키 잇신이나 이노우에 오리히메 등과 함께 루콘가에 있는 시바 쿠우카쿠의 저택에 머물고 있었다.


전력을 생각한다면 아이젠을 봉인하는 장소에 이치고가 있어야겠지만, 이치고 안에 있는 호로 등에 아이젠이 무언가 영향을 줄 수도 있을까 경계한 조치였다.


「이치고 군은 원래 외부인이니까 말이지. 게다가, 무언가 그에게 할 말이 있다 하더라도, 이젠 남아있지 않겠지?」


어물거리듯이 말하며 삿갓을 고쳐 쓰고서, 상처 없는 왼 눈으로 아이젠을 내려다보는 쿄라쿠.


봉인은 우라하라 키스케의 손에 의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구명장치에서 막 나온 쿠로츠치 마유리가 『우라하라 키스케의 처치따위 신용할 수 있을것 같으냐.』 라 말하며 스스로 새로운 구속구를 만들려 했지만, 그것을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그럼, 갈까. 형기를 마친 후에, 네가 소울 소사이어티의 아군이 되어주길 빌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미소를 띄우며, 아이젠은 쿄라쿠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흘린다.


「애초에, 내 형기가 끝날 때까지, 소울 소사이어티가 존재할거라 믿는건가?」


「물론이지. 존속시키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니까.」


「너도 영왕궁에서 보았겠지? 이 소울 소사이어티의 원죄를.」


「............」


기구하게도, 아이젠은 전 부하인 할리벨과 같은 표현을 했다.


쿄라쿠는 알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자신이 영왕궁 대궐 안에서 본 것이라고.


하지만, 굳이 아이젠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그대로 무간의 입구에 선행한다.


아이젠의 물음에 답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무간의 안, 다른 대장들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장소까지 다다른 후에 해야 한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작 아이젠도 대답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쿄라쿠의, 혹은 주위의 사신들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비아냥거리는 말을 입에 담았다.


「자네 치고는 말 수가 적군. 나와의 대화가 사신들에게 변절을 불러 일으킬까 겁나는거냐? 토센 카나메처럼.」


그러자 다음 순간, 분노에 찬 목소리가 1번대사 앞에 울려 퍼졌다.


「개소리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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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찬 소리를 지른 것은, 쿄라쿠가 아니었다.


숨을 헐떡이며, 여기까지 겨우 달려온 모습의 사신이었다.


얼굴의 상흔과 문신이 특징적인 젊은 사신──9번대 부대장, 히사기 슈헤이였다.


전신에 붕대로 보아, 아직도 만신창이라고 말할 상태로 보였다.


실제로 그는, 4번대의 요양원에서 막 빠져나온 참이었다.


유하바하의 친위대인 리제 바로에 의해 쏘아져, 사신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쇄결과 백수가 손상되어 빈사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리제의 『디 익스액시스』의 힘이 워낙 날카로웠기에, 뚫린 구멍 이외의 신체조직이 파괴되지 않고 끝나,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것이다.


오리히메로부터 치료를 받아 상처만은 회복된 히사기였지만, 백수를 손상당했을 때 잃은 영압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아직 완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봉인되려는 아이젠을 찾아간 것이다.


억지로 달려온 이유 중 하나는, 9번대 부대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히사기의 상사인 9번대 대장, 무구루마 켄세이는, 신체가 좀비화되어 가사상태가 되어 있어, 원래 상태로 회귀시키기 위해 12번대의 특수 치료 캡슐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기에,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자신만이라도 현장의 경계에 임하려 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이것은 반쯤 무의식이었지만, 과거 그의 상사였던 토센 카나메의 원수인 남자가 수감되는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싶었던 사적인 감정 때문이다.


사실, 그는 마음 속으로는 납득하고 있었을 터였다.


이로써 아이젠이 다시 수감되면 모든 것이 가라앉는다.


내 사적인 원망으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어선 안된다고, 히사기는 주먹을 강하게 쥐며 자신을 다스리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각오는, 달려오자마자 들려온 아이젠의 말에 붕괴었다.


「토센 대장님이...... 네 말 따위로 신념을 굽혔다고 말하고 싶은거냐......」


「묘한 말을 하지 말거라, 히사기 슈헤이.」


분노를 드러내는 히사기의 앞에서, 아이젠은 태연자약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너는 토센 카나메가 마음을 고치는 순간에 있던 적이 없지 않나? 네가 사신이 되었을 쯤에는, 이미 토센 카나메는 내 부하였으니까.」


「.........!」


그러자, 쿄라쿠가 다그치듯이 입을 열었다.


「슈헤이 군, 네 분노는 정당한 것이야. 그래도, 미안해. 지금은 억제해줘야겠어.」


「......예, 알겠습니다, 총대장님.」


히사기는 참백도에 손을 뻗을 것 같은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며, 아이젠에게 대답했다.


「너는 쿠로사키와 공투해서 유하바하를 쓰러뜨렸을지도 모르지만......뭘 하더라도, 내게 있어서는 영원히 토센 대장님의 원수다.」


원수.


그 단어를, 아이젠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몇번을 떠올렸는가.


하지만, 그것은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마음 속으로는, 분명히 토센을 잘못된 길로 인도해 파멸시킨 아이젠에 대한 증오가 있었다.


한 편, 강한 부정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에 대한 의구심과 초조함도 휘몰아치고 있었다.


복수심에 사로잡혀, 길을 잘못 든 토센을 멈추기 위해 움직이던 히사기로부터 보자면, 자신이 그 『복수』를 입에 담는 것은, 함께 싸운 코마무라를 비롯한 사신들, 그리고 무엇보다 토센 본인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 없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런 그의 가슴 속을 꿰뚫어보는 듯이, 아이젠이 옅은 미소와 함께 잔혹한 말을 늘어놓는다.


「영원따위를, 가볍게 입에 담는건 아니겠지? 토센 카나메의 신념조차도 영원하지 않았으니.」


「......큭! 네가 그걸......」


격앙된 히사기의 노성을, 아이젠은 계속되는 말로 짓눌렀다.


「너는 한가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구나.」


조용한 목소리.


하지만, 히사기의 외침을 압도하는, 명확한 『힘』이 담긴 목소리였다.


「나는 토센 카나메를, 벌 해야할 패잔병으로서 처리한 것이 아니다.」


한 순간 사이.


아이젠은 주위의 곤혹을 아랑곳하지 않고서, 자신의 의사를 짧은 말에 담아 내뱉었다.


「그것은, 내 나름의 자비다.」


그 말에,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는다.


히사기 뿐만이 아니라, 쿄라쿠나 주위의 사신들도, 아이젠이 하는 말의 의미를 즉시 이해할 수 없었다.


근소한 침묵을 두고서, 움켜쥔 주먹을 휘두르며 히사기가 입을 열었다.


「자비......라고?」


태연한 모습의 아이젠에게, 히사기는 한층 더 분노가 끓어올랐다.


아이젠에 대해서가 아니다.


이런 남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토센 카나메를 죽게 둔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분노였다.


「어디까지...... 네놈은 토센 대장님을 바보로 삼아야......」


그런 히사기에게, 아이젠은 어디까지나 담담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대로의 상황이었다면, 나중에 도착한 이노우에 오리히메도 우노하나 레츠도, 토센 카나메를 구하려고 했을 것은 명백하지.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 있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희는 알지 못할 것이다.」


「.........?」


「토센 카나메가 그대로 살아남아버리면, 그는 이윽고 비할 바 없는 절망을 그 몸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이 썩어버리고 말지. 그토록 아름다운 각오를 가진 자가, 더욱 절망에 휩싸여 죽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가장 충성심이 높았던 부하를 위한 자비로서 죽음을 주었다. 그저, 그뿐이다.


히사기에게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적당한 핑계로 사람들을 속이려는 것 같지도 않았다.


당황하는 히사기를 내버려두고서, 아이젠은 계속해서 사신들에게 말을 던졌다.


「자네들도, 언젠가 알 때가 오겠지. 이 소울 소사이어티가...... 사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환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거기까지 해둬. 자네 치고는 말 수가 많아.」


아이젠의 말을 끊은 쿄라쿠가, 그대로 형군에게 지시를 내려 무간 입구로 아이젠을 이송시키려 했다.


「기다려주십쇼 총대장님! 아이젠 놈은 대체 무슨 말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기색의 히사기 앞에, 2번대 대장인 소이퐁이 가로막아섰다.


그리고, 등 뒤로 돌아가며 순식간에 히사기의 한쪽 팔을 비틀어 올린다.


「적당히 해라! 녀석에게 지기를 빼앗긴 자가 네놈 하나라고 여기지 마라!」


「극......! 하지만 소이퐁 대장님......!」


「네놈 정도로 원수를 갚을 수 있었다면, 벌써 우리들이 놈을 처단했을 것이다! 네놈의 행위는 헛되게 주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을 뿐이다!」


「............」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통감하고 있는 것은, 히사기 자신이었다.


자신으론 아이젠이라는 강대한 존재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이젠이 발하는 단순한 『말』에 동요하고 있는 자신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증오를 품어봤자 죽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해서 용서할 수도 잊을 수도 없다. 그런 것을, 히사기는 이미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자, 몸을 속박당한 채 의자째로 끌려가던 아이젠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히사기에게 시선을 향했다.


「──『책임만을 검에 실어 검을 휘두르는 것이 대장이다. 증오로 검을 휘두르는 것은 더러운 폭력이다』. 히츠가야 토시로가, 과거 내게 던진 말이다.」


「윽......」


하사기는, 그 말에 입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역시 대장에는 꽤나 떨어진다고 듣는 것도 느끼고 있었지만, 스스로도 그 말대로라 생각했기에, 반론 대신에 눈을 내리깔고 이를 악 문다.


하지만, 아이젠은 그런 히사기의 분해하는 마음조차 부정했다.


「안심하도록. 네가 품고 있는 것은 증오가 아니야. 사라진 토센 카나메와 그 족적에 대한 감상(感傷)에 지나지 않아.」


「뭣......」


「기억해 두도록. 아무리 강한 결의를 그 몸에 안고 있더라도, 단순한 감상으로는 강자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것을.」


「......!」


그러자, 그 대화를 끊어내듯이 쿄라쿠가 세차게 손뼉을 쳤다.


「자 자, 거기까지라고 말했지? 영압으로 운반하는 아이들을 협박하는 짓은 멈춰주지 않겠어? 이 자리에서 말을 남길 가치따위는 없다면서?」


그 말에 사신들이 눈을 돌리자, 의자에 봉해져 움직일 수 없는 아이젠을 나르는 형군들이, 전신에서 눅눅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저 여흥이란거지. 앞으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게 될 터이니, 내 사소한 말로 조금이나마 소울 소사이어티의 미래가 변할지 어떨지, 그걸 헤아려 즐기기 위해.」


「이거 참, 취미가 좋다고는 할 수 없겠네.」


그제서야 겨우 영압에서 해방된 형군들이, 호흡을 필사적으로 헐떡이며 다시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하로 사라져가는 잠시 사이에, 아이젠은 처음과 다름없는 조용한 목소리로 주위의 사신들에게, 무언가를 시험해 보려는 듯한 말을 던졌다.


「진실을 내려다보고 싶다면, 스스로의 혈육과 영혼을 제물삼아 발버둥치거라.」


그리고, 최후에 한 가지, 사족이라 할 만한 한 마디를 망연히 서 있는 히사기 슈헤이에게 덧붙인다.



「적어도, 토센 카나메는 그러했다. 그건 너도 아는 것 아닌가?」



이리하여, 쿠로사키 이치고와 함께 유하바하를 쓰러뜨린 대죄인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세계를 달관한 아이젠의 말은 도저히 붙잡힌 자의 말로는 여겨지지 않았고, 많은 사신들은 불손하게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거라 여기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일부 대장급은 『허언을 하는 남자여도, 무의미한 말을 하는 남자는 아니다.』 라고,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정신을 긴장시켰다.


히사기는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였고, 아이젠의 말은 천천히 듣는 독이 되어 마음 속에 줄곧 남게 되었다.



그 독이 히사기의 마음을 일그러뜨리지는 않았지만, 대신 운명 그 자체를 갉아먹고, 마침내 그를 하나의 투쟁으로 이끌게 한다.


어쩌면 그것은, 아이젠이 남긴 독이 없더라도, 그가 토센의 길을 좇는 사신인 한, 반드시 도달해야 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히사기 슈헤이는 예언자도 전지전능도 아니고, 당연히 자신의 미래를 알 길이 없었다.


그는 쿠로사키 이치고와 같은 기억에 남는 영웅도 아니고,


자라키 켄파치와 같은 순수한 힘도 없고,


우라하라 키스케와 같은 지혜도 없고,


쿠로츠치 마유리와 같은 기술도 없고,


쿠치키 뱌쿠야와 같은 격도 없고,


히츠가야 토시로와 같은 재능도 없고,


야마모토 겐류사이와 같은 경험도 없고,


쿄라쿠 슌스이와도 같은 화려함도 없고,


코마무라 사진과 같은 기백도 없고,


무구루마 켄세이와 같은 호담도 아니다.



그렇듯이, 『대장을 목표하더라도, 이대로 부대장을 계속 하더라도, 내게 부족한 것은 셀 수도 없다.』 라 술자리에서 자조하는 듯한 그가 가진, 얼마 안되는 자질.


즉, 사신으로서의 긍지.


히사기 슈헤이는, 아직 모른다.


대부분의 호정 13대가 자신의 기반으로서 가지고 있는, 그런 뻔하디 뻔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세계의 운명을 짊어지고 싸우게 되는 것을.



그가 그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대전이 끝난 지 불과 반년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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