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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요청번역] 파멸의 군주 아자젤(브금 꼭 들어라)

고래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2.28 17: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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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블로그 : http://whalepop.egloos.com/

출처 : http://warhammerfantasy.wikia.com/wiki/Azazel, Heldenhammer (Novel), by Graham McNeill 





Azazel, Prince of Dam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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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젤은 한때 필멸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운베로겐 부족(Unberogen tribe)의 게리온(Gerreon)이라는 인물로 태어났는데, 트리노반테스(Trinovantes)라는 쌍둥이 형제와 라비나(Ravenna)라는 누이를 두고 있었습니다.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어떤 시어는 둘 중 하나만이 가장 위대한 쾌락과 고통을 함께 누리게 되리라 예언했습니다. 트리노반데트스는 왕의 아들이었던 지그마가 이끄는 원정대에 참여했다가 오크들과 전투를 벌이고 죽음을 맞이하고 맙니다. 그러자 게리온은 자기 형제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명령을 내렸다면서 지그마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게리온은 탐험대가 떠나기 전날, 지그마의 소드-브라더들 중 하나와 다툼을 벌이다 손목이 부러져서 함께하지 못했었습니다.) 지그마는 맹세코 트리노반테스가 스스로 자리를 사수하길 선택한 후 용감하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설명하였으나, 게리온은 달랠 길이 없는 슬픔에 반드시 지그마에게 복수하겠노라고 다짐합니다. 한 마녀 시어의 지시대로, 게리온은 지그마를 용서하는 척 가장하여 그에게 우정과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는 곧 지그마의 수행원들 중에 가장 가치 있는 인물이 되었는데, 이는 그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검술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리온 스스로도 지그마와 매우 가까워졌고 이에 갈등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는 지그마와 그의 형제들이 고귀한 이상을 지니고 있음을 공감하였으며 자신의 복수 서약이 정당한가에 의문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트리노반테스의 죽음 이후 6년이 지나 지그마가 21살이 된 시점에 게리온은 지그마를 죽이려 했습니다. 지그마는 게리온과 트리노반테스의 누이였던 라비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두 연인이 라이크 강(River Reik)을 따라 길을 거닐고 있었는데, 게리온이 암습을 가해 독이 묻은 검으로 지그마를 벤 것이었습니다. 독으로 지그마가 죽어갈 때 라비나는 게리온에게로 몸을 던졌고 격노로 눈이 먼 게리온은 실수로 누이를 찌르고 맙니다. 연인이 죽은 것을 본 지그마도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슬픔에 젖은 게리온에게로 달려들어 목을 졸랐습니다. 그러나 어둠의 힘에 온 몸을 잠식당한 게리온은 지그마를 강으로 던져버립니다.


이제 도피자의 신세가 된 게리온은 북쪽을 향했습니다. 그후 노르시(Norsii)의 생존자들이 모인 피난처를 발견합니다. 이들은 이제 왕이 된 지그마와 그의 동맹과 전투를 벌이고 거의 전멸 직전에 몰려 있었던 것입니다. 노르시의 소서러 하나는 카오스의 위대한 챔피언이 될 자가 도래하리라는 것을 예언했고, 게리온에 축복을 내리며 새로운 이름을 선사해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아자젤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슬라네쉬의 막강한 챔피언이 됩니다. 어둠의 왕자(Dark Prince)에 영원한 충성을 바치기로 서약하였고, 그 대가로 악마로의 승천을 허락받게 됩니다. 그는 슬라네쉬 군단의 최고위 장군이 되었으며 동시의 필멸자의 마음과 영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도 선사받았습니다. 아자젤은 이 능력으로 상대방의 숨겨진 욕망과 가장 뒤틀린 쾌락을 들추어낼 수 있었습니다. 아자젤에 맞설 수 있었던 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와 대적하려 했던 자들 대부분은 그의 언변에 놀아나다가 오히려 카오스의 왕자에 굴복해버리고 맙니다.


그와 울릭의 템플러들에 대한 전설적인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그들이 섬기는 신의 불꽃 앞에서 아자젤을 무찌르지 못하면 차라리 죽고 마리라고 서원한 열정 신도들이었습니다. 허나 그들은 슬라네쉬의 악마 장군에 일격 한 번을 가해보기도 전에, 아자젤과 그 주인의 사소한 변덕에 의해 헛소리를 지껄이는 바보천치가 되어버리거나 노예가 되어버렸습니다. 퀘스팅 나이트에 대한 다른 일화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귀도 드 브리용(Guido de Brionne)이라 불리던 이 기사는 도전을 신청해보기도 전에 데몬 프린스에게 무릎을 꿇게 됩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목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그 행동이 정당하다고 철석 같이 믿으며 미동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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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애툴프(Lord Aetulff)는 죽음을 맞이했고, 그들은 마을에서 부족장의 시신을 운반하고 있었습니다. 파도가 내려치는 해안선까지 눈을 뚫으며 긴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그를 섬겼던 이들, 복수심에 사로잡힌 적들의 칼날에서 도망쳐야만 했던 긴 여정에서 자기들만 살아남아 모멸감을 감당해야만 했던 바로 그 자들이 이 장엄한 운구 행렬을 따라갔습니다. 이들은 박살난 검을 앞세우고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들의 삶은 몰수되었어야 마땅했습니다. 허나 이젠 이 해안을 따라 걷는 자들 사이에는, 그들의 비겁함의 죄를 물어 사형을 내릴 수 있는 자도 얼마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부족장이 가장 아끼던 허스칼들이 부서진 방패들을 가마로 삼아 시신을 옮기는 중이었습니다. 시신은 저 남쪽에서 가져온 넝마조각 깃발들로 둘둘 싸여 있었습니다. 시체는 몹시 가벼웠습니다. 그의 삶은 그 재앙 같았던 전쟁에서 귀환한 이후 점점 질병에 의해 갉아 먹혔던 것입니다. 제크 아스카하(Zhek Askah)는 이를 신벌이라 했습니다. 그 누구도 이 말을 부정치 못했습니다.


패배 이후 완전히 총기를 잃은 애툴프는 그 망가진 육신으로만 여섯 계절을 버티다 마침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는 그토록 강인한 자였으나, 죽음만은 몹시 길고 고통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의 아들들도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마치 천명이었던 것처럼 전투에서 모조리 도살되었습니다. 이제 그의 혈통을 이을 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이제 저 미래까지 살아서 본인의 이름을 가져갈 후손이 없다는 사실을 절절히 느끼다 절명하였습니다. 그의 죽음은 기억해줄 혈족도 없는 것이었으며, 그의 지독했던 업적들도 한 세대 안에 다 잊혀지고 말 것입니다.


가문의 여인들은 그의 시신을 따르지 조차 않았으며, 이것이 그의 수치에 화룡정점이 되었습니다.


방패 운반자들은 바닷물로 난 길까지 따라갔습니다. 동토를 파헤친 구덩이 하나에 불이 피어올라 있었습니다. 대양의 물은 어둡고, 차가왔으며, 용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폭풍에 이리저리 망가진 배 하나만이 조류에 따라 위 아래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배는 목재와 타르를 여러 겹으로 단단하게 짜 올린 것이었으며, 선수에는 울부짖는 늑대 머리가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한 때 위풍당당한 선박이었고, 신들만이 저 하늘에서 쏟아낼 수 있을 법한 최악의 폭풍에서도 그들을 실어 나르던 전우였습니다. 마땅히 더 나은 대우를 받았어야만 했습니다. 허나 지난 일 년 하고도 그 반의 세월이 정착민들에게 가르쳐 준 게 하나 있다면, 이 세상은 그런 정당함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비정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운구 행렬을 따르던 전사들은 배에 승선한 뒤 몸을 돌려 죽은 부족장을 배로 옮기는 작업을 도왔습니다. 이들은 강건한 이들이었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부족장을 여러 줄로 쌓인 귀중한 목재들과 불쏘시개 위에 안치할 수 있었습니다. 전사들은 하나하나씩 본인들의 부러진 검을 들어 그 날로 자신의 팔목을 그었습니다. 그들은 피를 죽은 워 치프 위에 쏟으며, 이젠 필요가 없어진 무기들을 갑판 위에 떨어뜨렸습니다. 피가 흐르고 검들이 바닥을 나뒹구는 가운데, 전사들은 이젠 뭔가 횅해 보이는 건널뱃전을 타고 올랐습니다. 줄지어 세워져 있던 카이트 쉴드들도 없었고 투사들이 끌어당기던 노들도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까마귀의 깃털로 날개 장식된 투구를 쓴 전사 하나가 다른 이들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길 기다렸다가 유리병을 뒤집어 시체 위에 기름을 쏟았습니다. 그는 남은 기름으로 배에 실린 목재까지 충분히 적신 뒤 병을 갑판으로 던졌습니다. 까마귀 투구의 전사는 메인마스트에 묶여있던 로프를 세게 잡아 당겼습니다. 그러자 새까만 돛이 펄럭이며 큼직한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그는 뒤돌아서서 배의 측면에서 뛰어내리고는 버림받은 그의 전사 무리 가운데로 돌아가기 위해 애써서 해안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들의 워 치프는 죽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살아서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이 수치는 결코 씻을 길이 없을 것입니다. 여인들은 그들을 기피할 것이고 어린 아이들도 그들에 침을 뱉을 것입니다. 그리하여도 불평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빚을 청산할 때까지 신들의 영원한 저주를 짊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돛은 싸늘한 바람을 그대로 받았고 배는 느긋하게 해안에서 멀어졌습니다. 방향을 잡아줄 조타수나 힘을 실어줄 노군 없이는 그저 휘청거리며 갈 곳 몰라 할 뿐이었습니다. 조류와 바람은 금세 배를 해안에서 끄집어내더니, 대양 위에 떨어진 나뭇잎처럼 희롱하였습니다. 이 해안 지역은 변덕스러운 물길과 세찬 조류로, 방심하던 선박들을 수차례 절벽에 박아버리곤 하던 곳이었습니다. 허나 로드 애툴프가 탄 배는 완만한 너울을 받으며 먼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갈매기들이 돛대 저 멀리 위를 선회하며 까옥하고 울었고, 이는 마치 우두머리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했습니다.


까마귀 투구의 전사는 자갈 해변에서 활 하나를 집어 들더니, 시위에 살을 먹였습니다. 그는 옷감이 말린 화살촉을 불꽃 속에 집어넣고는 잠시 불이 붙길 기다렸습니다. 그러고는 힘껏 시위를 당겼습니다. 바람이 잠시 가라앉아, 그는 화살을 쏘아 보냈습니다. 불길 어린 화살은 잿빛 하늘을 관통하며 우아한 호를 그리더니 배의 돛대에 그대로 안착했습니다.


불길은 처음에는 느릿느릿하게 번졌으나, 기름에 불이 붙자 배는 격하게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불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포효하며 죽은 이의 썩은 살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는 기름 젖은 목재들도 삼켜버립니다. 잠시 후 배는 이물에서 고물까지 모두 타올랐고 새까만 연기가 애도하듯 하늘로 줄을 그으며 솟아올랐습니다.


전사들은 배가 심장 고동 같은 소리를 내며 쪼개지는 순간까지 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배는 측면으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마지막 물결에 잠겨 물 밑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로드 애툴프는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누구도 이를 애도하지 않는 죽음이었습니다.






을 위로 높게 치솟은 절벽 위에는 동굴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넝마가 된 모피와 깃털로 된 외투를 걸친 남자 하나가 서있었습니다. 그는 파멸을 맞이한 늑대선의 마지막 항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수염이 덥수룩했으며, 기다란 머리채는 헝클어진 밧줄마냥 늘어져 있었습니다. 이 털들은 한 때 짙은 흑옥의 색이었으나, 진흙과 먼지가 엉겨 붙어 이젠 그 원래의 색을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남자의 피부는 동굴 생활에서 발생한 온갖 오물들이 뒤덮고 있었으며, 그의 팔에는 타는 듯이 고통스러운 할퀸 자국이 줄지어 나 있었습니다. 이는 동시에 쾌락이 느껴질 정도로 따끔거리기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윌트고온(Wyrtgeorn)이라 불렀습니다. 허나 남자는 그 단어의 뜻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남자가 골치 썩이며 배운 이 부족민의 언어로는 간신히 기초 대화만 가능한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그 이름은 일 년 반 전에 숭배 상징물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던 샤먼 하나가 뱉어낸 것이었습니다. 그때 남자는 주름투성이의 불멸자와 지금 불타 재가 되고 있는 저 늑대선에서 함께 걸어 나왔었습니다. 남자는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으나, 이 이름은 그를 그림자 속에 숨겨주었습니다. 그가 진명으로 저질렀던 만행들을 가려주는 방패였던 것입니다.


불멸자는 이미 마을을 떠나 있었습니다. 남자에게 북녘의 황무지로 여행하길 간청했었으나, 남자는 요청을 거절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절벽을 올라 이 동굴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삼았던 것입니다. 남자는 사실 그때 떠났어야만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에 머무른다면 언젠가 사냥꾼들을 불러들이는 결과만 나을 것이었습니다. 허나 보이지 않는 족쇄가 남자를 붙들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무언가가 그를 떠나지 못하게 막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런 음울한 생각들을 털어내려는 듯 머리를 흔들고는, 미끄러지며 파도 밑으로 사라지는 늑대선을 응시했습니다. 해무가 남쪽에서부터 짙게 껴있었고 수평선이 흐릿했습니다. 또한 대기에서는 축 젖은 옷감의 맛이 났습니다. 남자는 눈을 뚫고 마을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전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들과 남자 모두 수치스럽게 살아남았다는 치욕을 앉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깨너머로 자신을 내려 보는 죄책감을 털어냈습니다.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들이 오래된 고통을 토해내자 그도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멸자는 그들이 함께 대양을 건널 때 남자에게 천으로 감싼 꾸러미를 건네주었습니다. 남자는 그 꾸러미를 풀어보지도 않았으나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어찌 이것을 가져올 수 있었는지가 수수께끼였을 뿐입니다. 남자는 패배를 당한 이후 그 것을 집어던졌었던 것입니다. 허나 이렇게 다시 그의 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남자는 꾸러미를 이 동굴 후면의 갈라진 틈바구니 안에 보관해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것을 바다에 던져버려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동시에 자신이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 안개 너머에서 무언가가 움직였습니다. 남자는 한 손을 들어 겨울 햇빛을 가리며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이슬비의 환영? 혹은 그보다도 더 불길한 것?


그의 오른손은 대학살에 대한 기억으로 경련을 일으켰고, 눈은 저 아래 정착지를 향했습니다. 오랜 본능과 새로운 감각들 모두 위험을 예고하듯 찌릿했습니다.


안개를 뚫고 열두 척의 선박이 나타나더니 바로 마을을 향해 바다를 가로질러 왔습니다.





선박들은 노를 세차게 저으며 전진했습니다. 갑판 위에는 무장한 인간들이 가득했습니다. 철제 흉갑 방호구와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청동 투구가 빛을 번쩍였습니다. 그들은 도끼와 검과 창을 쥐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이 높은 절벽 위에서도 그들의 분노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동굴로 시선을 돌리고는, 눈을 감고 심호흡했습니다. 남자는 이 해안에 발을 디딘 이후로 죽 이 순간이 찾아오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허나 이 공포가 실제로 닥친 순간, 남자는 자신이 실로 완벽한 고요함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일전의 대결에서 그가 느낀 그 고요함이었습니다. 일전에 그의 살해에서 느낀 것과 같은 고요함이기도 했습니다.


남자는 배들이 흰 포말의 파도를 뚫고 들어와, 자갈 해안으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마을의 얼마 남지 않은 전사들은 어깨 높이 도끼를 쳐들고 적을 맞으러 뛰쳐나왔습니다. 주로 늙은이나 어린 애들뿐이었습니다. 검을 들 수 있는 나이의 남성 50명이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남은 전부였습니다.


결코 충분한 숫자는 아니었습니다.


흥분에 찬 전쟁의 고함 소리가 돌투성이 해안에서 메아리쳐 오자, 여인과 아이들은 절벽 쪽을 향해 달아났습니다. 허나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저 불가피한 결말을 잠시 연기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저 전사들은 생존자를 남겨 두지 않을 것입니다. 놈들은 결코 그랬던 적이 없었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동굴에 고립되어 있는 생활을 하면서도,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저 바다 약탈자들의 이야기를 드문드문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대양을 넘어온 살인마들이 복수심을 불태우며 대살육을 자행해 전 부족들을 쓸어버리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이 올린다는 흰 빛과 핏 빛의 돛은 해안 지대의 공포가 되었습니다. 과거 이 대양의 지배자였던 이들이 이제 그 관경에 겁을 집어먹게 된 것입니다.


무장한 남성들 수십이 선두 선박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이들을 이끄는 자는 반짝거리는 은빛 갑옷과 황금 왕관 투구를 한 전사였습니다. 그자는 전능한 워해머 하나를 쥐고 있었습니다.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망치를 휘둘러 마을 전사들 중 하나를 단 일격에 곤죽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더 많은 선박들이 하선을 실시하자 순식간에 백여 명의 전사들이 해안을 밟았습니다. 적 선박들의 갑판에서는 화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삐죽삐죽한 화살들은 긍지 넘치던 이들의 생살을 도려내었고, 화염을 품은 미늘촉이 부시깃처럼 메마른 마을 주민들의 집으로 날아들었습니다.


매초가 지나갈 때마다 전사들이 수십 명 씩 파도 속으로 내려섰습니다. 정착지의 방어자들은 완전히 희망을 상실할 정도로 수에서부터 압도당했습니다. 허나 이들은 이 싸움을 죽음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이고는, 전사의 분노를 담아 투쟁했습니다.


활을 든 경무장 병력들이 해변에서 부채꼴로 산개하더니, 도망치는 주민들을 겨누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치명적일 정도로 정확한 사격에 우수수 쓰러져 내렸습니다. 해변에서는 마지막 방어자가 도살될 때까지 강철의 충격음이 울려 펴졌습니다. 남자는 까마귀 투구의 전사가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도끼를 내리찍으며 저 바다로부터 찾아온 파괴자의 지도자에 달려드는 장면을 바라보았습니다. 상대는 워해머를 거칠게 들어 올렸고, 도끼날은 그 자루를 강타하였습니다. 그 정도의 일격이었다면, 평범한 무기는 그대로 산산조각 나 버리고 동시에 상대의 두개골까지 쪼개졌어야 마땅했습니다. 허나 까마귀 투구 전사는 그제 서야 저것이 범상한 워해머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이를 쥐고 있던 적도 결코 시시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워해머는 상대 전사의 손에서 빙글 회전하였습니다. 그만한 질량과 힘이 실린 물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빠르기였습니다. 망치의 대가리는 그대로 까마귀 투구의 얼굴 부분을 강타하여 머리뼈를 수십 조각으로 분쇄해버렸습니다. 이에 전사는 붉게 물든 눈밭 위로 쓰러져 버립니다.


“당신을 위해서 화장을 벌일 수 있는 사람도 남을 것 같지 않군.” 남자는 바다에서 온 전사들이 정착지로 들어서는 것을 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마을의 건물들은 불타올랐고 그 사람들도 죽었건만, 약탈자들은 모든 것을 박살내고 있었습니다. 저들은 이 만이 한때 누군가의 고향이었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을 작정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황금이나 노예 혹은 약탈물을 노린 습격이 아니었습니다. 철저히 파괴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침략자들은 바다에서 싸웠던 방어자들의 시신을 끌어내더니 그들의 투구를 벗겨내었습니다. 워해머를 든 전사는 그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살펴보았습니다. 허나 매번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습니다.


윌트고온은 그 전사가 고개를 저을 때마다 킬킬거리며 웃었습니다. “너는 죽은 자들 사이에서 네가 쫓는 것을 발견할 수 없을 거야.” 쉿소리를 담아 말했습니다.


그때 남자는 절벽 저 아래에서 소음이 나는 것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즉시 동굴 입구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호리호리한 여인 하나가 이를 악문 채 한 쌍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동굴로 향하는 얼음장 같던 절벽 길을 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걸음을 내딛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여인의 등 뒤에 한 쌍의 화살이 삐죽 튀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인은 남자를 보더니 뭔가를 말하려 시도했습니다. 허나 그 입에서는 언어가 아니라 피 거품만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녀는 동굴 앞의 암붕까지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으며 무너져 내렸습니다. 여인의 두 눈은 미친 듯이 번뜩였습니다. 그녀의 삶은 이제 고작 몇 초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고, 그녀 역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윌트고온,” 여인은 자신에 익숙지 않은 언어로 말을 건넸습니다. “구해줘... 내... 아이들.”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여인에게서 물러섰습니다.


“당신이 그럴 순 없어!” 그녀는 자식들을 그를 향해 떠밀면서 소리쳤습니다. 남자는 그 둘이 쌍둥이임을 알아차렸습니다. 하나는 소년 다른 하나는 소녀였습니다. 두 아이 모두 슬픔을 주체 못하며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여인은 눈을 감았습니다. 죽임이 마침내 그녀를 차지하자 남은 몸뚱이가 휘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딸아이는 팔을 벌려 제 어미의 목을 끌어 앉았고, 그 둘은 함께 절벽에서 떨어져 내리고 맙니다. 저 아래 바다 속으로 추락했습니다.


해안가에 있던 전사들도 모녀가 떨어지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이윽고 그들의 시선은 절벽 위에 난 동굴로 모였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모습은 그림자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음을 알았으나, 암붕 위에 선 소년만큼은 벌건 대낮처럼 분명하게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해안에 있던 전사들 중 넷이 절벽 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욕지거리를 쏟아냈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모피 조끼를 잡아당기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그가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싸늘한 벽안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소년은 주먹으로 남자의 옆구리를 치며 서있었습니다. 소년은 남자와 시선을 마주치자 절박하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윌트고온이군요,” 소년은 남자의 모국어로 말했습니다. “어째서 당신은 저 아래에서 놈들과 싸우러 오지 않은 거죠?”


“왜냐하면 난 자살 따윈 하고 싶지 않거든.” 그가 답변했습니다.


“저들이 내 부족을 죽였어요.” 소년은 흐느꼈습니다. “저들을 죽이지 않을 건가요?”


“나는 나를 죽이려 드는 놈들만 상대한다.” 남자가 입을 열었습니다.


“잘됐군요.” 소년이 말했습니다. “제크 아스카하는 당신이 위대한 전사라고 말해주었어요.”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당신에게 윌터고온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샤먼이에요. 로드 애툴프께서는 당신과 당신의 친구를 죽여 버리길 원하셨죠. 하지만 제크 아스카하가 당신이 인간들의 살해자이며 이 동굴에서 살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때 그가 그랬다고?” 남자는 반문했습니다. “왜 그랬던 건지 이유를 알 수가 없군. 아마 네 목숨을 구할 했던 것일지도.”


전사 넷이 위험천만한 절벽 길을 조심스레 오르며 그들에게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저들은 거치적거리는 도끼를 내버려두고 검을 쥔 채 가파른 암붕으로 들어섰습니다. 남자도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건방지고 무례하며, 제 능력도 채 모르고 거드름 피우는 그 모습들을 말입니다. 그는 저들이 해안에서 싸우는 모습을 유심히 살폈었습니다. 그들은 유능한 전사였으나, 결코 그 이상은 아니기도 했습니다.


“동굴 뒤에 샛길이 있다.” 남자가 말했습니다. “암석을 통과하는 길인데, 마을에서 북쪽으로 몇 마일 떨어진 지점으로 연결되어 있어.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어라. 곧 합류하마.”


“난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 소년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소년의 공포 뒤에 자리 잡은 맹렬한 결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남자가 동의했습니다. “허나 때로는 도망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일 때도 있는 법이지.”


“그게 무슨 뜻이죠?”


“별거 아니야,” 남자가 말했습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이제야 내가 이 동굴을 떠나지 못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구나.”


소년이 뭔가를 더 물어보려하기도 전에 동굴 입구의 빛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전사들 중 두 명이 남자의 누추한 보금자리에 발을 들인 것입니다.


“내 뒤에만 있거라,” 남자가 소년을 멀리 밀며 말했습니다.


첫 번째 전사는 암적응을 하며 조심스럽게 걸어들어 왔습니다. 두 번째 전사도 바로 그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쥔 검의 날이 희미한 빛을 뿌리며 반짝였습니다.


“이게 다 뭐야?” 전사는 묵직한 억양으로 말했습니다. “은둔자 하나와 겁에 질린 애새끼 하나라. 친절하고 상냥하게 가자고 제군들.”


“이곳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남자는 한 점 떨림 없이 고요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지금 헛소리하고 있는 건 잘 알지?” 전사가 말했습니다.


“물론.” 남자는 동의하며 거의 흐릿해져 보일 정도의 속도로 도약해 들어갔습니다. 전사는 공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기도 전에, 남자의 손날에 목젖을 강타당했습니다. 숨통이 파열 당하자 전사는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고는 그대로 질식사했습니다.


남자는 그가 떨어뜨리던 검을 바로 낚아채어 두 번째 전사의 목통을 꿰뚫어 버립니다. 칼날은 철제 흉갑과 투구의 면갑 사이를 놓치지 않고 도려내었습니다. 그자는 꼴깍대는 소리를 내며 땅바닥으로 고꾸라졌습니다. 그러면서 쏟아져 나온 피분수가 살해자와 동굴의 벽을 흠뻑 덧칠했습니다.


뜨뜻한 피비린내가 남자의 콧속을 자극하자 열렬한 복수심과 함께 살인 본능이 되살아났습니다. 본인이 깨닫기도 전에, 남자의 두 발이 먼저 나머지 두 전사에게로 향했습니다. 남자는 부츠채로 쇠사슬 갑옷을 한 전사의 가슴에 발차기를 먹였고, 이에 맞은 전사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듯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암붕에서 추락해버립니다.


남자는 다시 가볍게 두 발로 착지했고, 마지막 전사는 남자의 배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습니다. 남자는 옆으로 스윽 피하면서 자신의 팔로 상대의 팔을 묶어버립니다. 그러면서 훔친 검을 번개처럼 휘둘러 투구 면갑에 두 번 찌르기를 가합니다.


“이젠 울릭의 전당에 가도 영광스러운 경치는 못 보게 되겠어.” 남자는 시체가 암붕에서 떨어져 저 밑의 암붕에 충돌하도록 떠 밀면서 야유했습니다. 그는 이제 동굴 앞에 툭 튀어나온 암석 위에 서있었습니다. 그의 팔과 상체는 피로 흥건했습니다. 그의 심장도 마땅히 벌렁거리며 뛰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했습니다. 남자는 마치 청명한 하늘 아래의 초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해변을 내려다보자, 약탈자들이 공포에 차서 이쪽을 응시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남자는 저들 중에서 황금 왕관 투구의 전사와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그는 검을 던져버리고 동굴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는 준엄한 필연을 느끼며 동굴의 갈라진 틈으로 향했습니다.


남자는 재빨리 역청으로 새까맣게 변한 옷감 꾸러미를 꺼냈고, 조심스럽게 이를 감싸고 있던 썩어 문드러진 직물을 풀어헤쳤습니다. 소년은 경이에 차서 상앗빛 자루에 금이 세공되어 있는 검이 번쩍거리며 모습을 드러내는 관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칼날은 탈로이튼(Taleuten) 기마병의 양식처럼 약간 굽어져 있었으며, 용광로에서 막 새롭게 뽑힌 순은처럼 빛났습니다.


남자는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를 만지는 것처럼 검 자루에 손을 가까이 댔습니다. 그리고 마치 야심한 밤에 연인을 맞이하는 것처럼 한숨을 뱉었습니다.


“제크 아스카하가 옳았군요,” 소년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위대한 전사가 맞았어요, 윌트고온.”


“나는 가장 위대한 전사야.” 남자는 그가 제일 먼저 죽인 자에게서 소드 벨트를 풀어내며 말했습니다. 그는 검집에 자신의 검을 슥 집어넣었습니다. 이는 찌르기에 특화된 운베로겐의 검집인지라 약간 헐렁였습니다. “그리고 나를 윌터고온이라고 부르지 마라. 그건 내 이름이 아니다.”


“아니었나요?”


“그래. 내 이름은 아자젤(Azazel)이다.” 그는 자신의 혀에 이 이름을 담으면서, 지금 이 순간에야 이 이름이 진실로 자신의 것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소년은 경이의 경계가 섞인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아자젤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을 소년의 어깨에 얹었습니다. 그리고 암석 틈으로 난 비밀통로로 인도했습니다. 그들을 뒤쫓아 올 전사들도 이 입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라고 해도 그 너머에서 펼쳐질 터널의 똬리에서는 아자젤과 소년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소년은 동굴 입구에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을 바라보며 망설였습니다.


“돌아갈 길은 없단다.” 아자젤이 말했습니다. “결코 그랬던 적이 없었지.”





(중략) 
울프가르트(Wolfgart)와 지그마는 남자가 게리온이었음을 확신한다. 지그마는 게리온을 쫓고자 했으나, 울프가르트가 이를 만류한다. 제국은 자신을 인도해줄 황제가 필요했다. 이젠 지그마의 조언자들 중 남은 이는 울프가르트가 유일했다. 일 년 반 전 가장 지혜로웠던 덴드라그(Pendrag)가 죽었던 것이다. 바로 게리온의 손에 의해. 지그마는 울프가르트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은 아자젤과 소년을 놓치고 만다. 그 소년은...





그들은 절벽들을 따라 난 한 숨겨진 암붕에서 주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들 뒤로는 암석들과 골짜기를 통과하는 거친 산길이 구불구불 나있었습니다. 이는 저 북녘의 황량한 지형으로 연결되는 것이었습니다. 절벽 너머에는 아찔할 정도로 드넓은 전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기이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는 툰드라와 얼어붙은 지층, 저주받은 야생이 섞인 곳이었습니다. 지평선은 어른어른 빛나고 있었습니다. 대지와 하늘이 맞닿은 경계선은 양자가 맹렬히 뒤섞이며 흐릿해져 있었습니다.


아자젤은 저 지평선 너머의 세상이 지금도 더 기이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 땅은 더 이상 자연이나 인간의 법칙에 속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영원히 악몽과 카오스가 변천하고 있는 영역이며, 악의 넘치는 신들이 빚어낸 대지만큼이나 그 형질이 무너지고 가혹하게 몰아치는 곳입니다.


아자젤은 정확히 그 진실을 꿰뚫어보고 있었기에 미소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신들의 영역에서 쏟아지는 북부 권능의 숨결과 함께 파멸과 영겁의 악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와 카르 오다센(Kar Odacen)은 저 버림받은 야생 너머 멀리까지 나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광인들이나 위대한 북쪽 신들의 손길에 닿은 대기에서 오래도록 숨 쉬었던 이들에게나 알려진 길을 따라 나아가던 여정이었습니다.


이 순례는 그 둘 모두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비록 아자젤은 고대 전사의 웅장한 석조 무덤과, 그 수호자와 벌인 결투 외에는 거의 기억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북녘을 향했던 원정은 그의 이해를 넘어선 방식으로 그의 육신을 다시 빚어놓았습니다. 그의 신체는 이미 평범한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정도 이상의 빠르기와 힘을 지녔고, 그의 감각은 초자연적인 단계까지 연마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그 감각들이 이제 그에게 다시 저 광야로 모험을 떠나야 할 때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가 이 여정에서 돌아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오직 침묵만으로 답해주었지만 말입니다.


그와 소년은 절벽의 터널 속의 관통하여 마침내 산맥의 사면 높이 위에 난 숨겨진 골짜기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지금 위치한 곳은 하얀 절벽 위에 솟은 비밀의 협곡이었습니다. 이곳은 이 얼음 낀 영역의 경계를 표식처럼 차지하고 있는 장소였습니다. 또한 저 만 안에 자리 잡았던 정착지에서 피어오른 까만 연기가 마치 상복처럼 덮고 있는 것을 바라볼 수도 있었습니다. 백서른넷의 사람이 저곳에서 삶을 일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여인과 아이들이었고, 검을 들 수 있는 남자는 오십이었습니다. 그들 모두가 시체가 되었습니다. 바로 그가 한때 친구라 불렀던 남자에 의해 도살되었습니다.


아자젤은 마을 사람들과는 딱히 알고 지내지 않았었고 그들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모든 이가 살해당했으나, 딱 한 명의 소년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여기에는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반드시 그럴 것입니다.


아자젤은 어린 소년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는 깨끗한 사지를 지니고 있었고 제 나이에 비해서도 더욱 강인해보였습니다. 충격으로 센 금발머리는 거의 하얗게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소년이 지닌 높은 광대뼈는 그 노르시 부족의 숨길 수 없는 특징이었습니다. 아자젤은 소년이 아주 뛰어나게 의젓한 성년으로 자라날 것이라 보았습니다.


그 앳된 얼굴에는 검댕을 뚫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흐느낌으로 들썩이던 신체는 공포가 낳은 아드레날린으로 완전히 녹초가 되어있었습니다. 아자젤은 이 만남에서 운명이 한데 모이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 드높은 권세들의 음모가 뒤엉켜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카르 오다센이라면 이 둘을 함께 하도록 한 것이 모두가 신들의 뜻이라고 이야기했을 터입니다. 허나 아자젤이 기억하는 그 샤먼의 마지막은 광란에 사로잡혀 헛소리를 지껄이던 모습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아마 이는 신들의 뜻이었을 지도 모릅니다만, 그 누가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온갖 것들이 신들의 표식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분들의 의도를 해석하려 시도하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짓이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본능들을 따르는 것뿐이었습니다. 지금 그의 본능이 이야기해주는 것은 이 소년이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특별한 인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다시 저 남쪽으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선홍색의 돛을 한 제국 침략자들의 배가 로드 애툴프의 늑대선이 파도 속에 가라앉았던 지점을 통과하여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선박들은 곶을 통과하였습니다. 허나 해안선을 따라 새로운 학살 대상을 찾아나서는 대신에 그 끝이 날씬한 선수를 남쪽으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저들은 자기 집으로 가는 건가요?” 소년이 물었습니다.


아자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보이는구나.”


“잘됐어요.” 소년은 흐느꼈습니다.


아자젤은 강하게 소년의 뺨을 내리쳤습니다. 소년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쓰러졌습니다. 소년은 그 즉시 다시 두발로 딛고 일어섰습니다. 소년의 슬픔은 분노에 모두 가려져버렸습니다. 소년은 있지도 않은 검을 향해 손을 뻗으며 아자젤에게로 몸을 던졌습니다.


“널 죽여 버리겠어!” 소년을 울부짖었습니다.


아자젤은 슬쩍 옆걸음질을 하며 소년의 돌격을 피했고, 다시 소년을 밀어 바닥으로 내쳤습니다. 소년이 다시 일어서려하기도 전에, 그는 부츠를 신은 발로 소년의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분노는 네가 믿을 게 못된다, 소년.” 아자젤이 말했습니다.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라, 그렇지 않으면 내 지금 당장 너를 이 절벽에서 던져버릴 것이다. 내 말을 들어라. 아주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너는 네 부족의 마지막 사람이다. 그 누구도 너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노예로서는 가능성이 있겠지만. 또한 네가 머리를 굴리지 못한다면 이 땅은 바로 너를 죽여 버릴 테지. 우리는 앞으로 저 북쪽을 향해 여행을 떠날 것이고 너는 내가 말하는 그대로 따라야만 할 것이야. 그렇지 못하면 바로 우리 둘에게 죽음이 내릴 것이니까. 나는 네가 살아남는 데 필요한 것은 모조리 가르쳐줄 생각이다. 허나 네가 내 말에 단 한번이라도 복종하지 않는다면, 나는 바로 너를 죽일 것이다. 모두 이해했겠지?”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슬픔과 격노 모두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대신 끓어오르는 원한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징조였습니다. 이것이 시작일 것입니다.


그는 소년에게로 손을 내밀었고, 두발로 서도록 끌어당겨주었습니다. 분노가 낳은 붉은 자국이 아자젤이 내려친 소년의 뺨에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가르칠 교훈들 중 첫 번째이다.” 아자젤이 말했습니다. “이것이 결코 마지막은 아닐 것이며, 가장 덜 고통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소년은 자기 뺨을 문지르고 똑바로 몸을 세우더니, 싸늘하게 그를 응시했습니다.


“저기를 보아라,” 아자젤은 대양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무엇이 보이지?”


“약탈자들의 배요.” 소년이 말했습니다.


“그래, 저들은 자신들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바로 너를 증오하는 땅이지.”


“저들이 돌아올까요?”


“그럴 것 같지는 않구나. 남부인들은 언제나 이런 추위에는 익숙해지지 못했지. 우도즈(Udose)조차도 우리가 지금 선 이 땅의 겨울을 버텨낼 수 없었어.”


소년은 입술을 비쭉 세우며 냉소를 담아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은 마치 당신이 우리 종족들 중 하나인 것처럼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네요.”


“나는 네가 앞으로 될 그 어떤 존재보다도 이 대지에 더 가깝게 소속된 자이다,” 아자젤은 미래를 들추어본 듯 말하였습니다. 그는 이제 가물거리기 시작한 선박들에게서 몸을 돌려, 절벽 위로 난 통행로로 힘차게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것이 그들이 걷게 될 여정의 첫 순간이었습니다. 누구도 이 길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알지 못했습니다.


소년은 폐허가 된 자기 고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들을 정성들여 바라보다가, 종종걸음 치며 그를 따라갔습니다.


“우리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까요?” 소년이 물었습니다.


“오, 물론이란다.” 아자젤은 약속했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그럴 거란다. 내 약속하지. 아마 수많은 세월이 흐른 후일 테지만, 우리는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해한 그 모든 것들에 복수를 하게 될 것이야.”


“잘됐어요.” 소년이 말했습니다. 그는 입을 악물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의 푸른 눈은 더욱 싸늘하고 무감각하게 변했습니다.


아자젤은 무언가가 마음에 떠오른 듯 잠시 멈춰 섰습니다.


“네 이름은 무엇이지, 소년?” 그가 물어보았습니다. “사람들은 너를 뭐라고 불렀었지?”


소년은 어깨를 주춤하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모카르(Mork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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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나는 바이킹 느낌은 역시 스켈리게 브금이지!


세계 최초의 에버초즌이 지그마의 실수에서 출발해, 운베로겐 출신 전사의 손으로 완성된 운명의 아이러니


아자젤이 카오스 5판 내용이랑 소설 내용이 합쳐져 있어서 설정붕괴도 있고 설명도 좀 왔다갔다 함



일년 반 전 사건이라고만 언급되는 미덴하임 공성전은 예전 번역참고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680370



아래는 저 노스카 장례의 아주 완벽한 예시(1분 5초부터)

소설에서는 같이 따라죽을 여자도 없는 굴욕적인 장례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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