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반지전쟁 (War of the Ring, 2012, 8.5, 4.09)

아래 이거 살까 말까 고민하는 글 있길래 쓴다.

장점 : 이걸 아직도 안 샀다고? 당장 사라.

단점 : 이걸 샀다고? 당장 팔아라.

장난이고,

장점 : 높은 테마성, 미니어처 뽕맛에 최적

단점 : 극심한 주빨망, 낮은 카빨망

정도가 되겠다.

긱 12위, 테마틱 4위의 갓겜이다. 얘보다 높은 테마틱은 1위 글룸, 2위 팬데믹 레거시, 3위 스타워즈 : 리벨리온 정도다. 뭐 글룸이나 팬레는 워낙 혁신적인 제품들이었으니 빼고 스타워즈 리벨리온은 북미에서 따라잡는게 불가능한 IP니 이 대진운이면 4위여도 충분히 명예롭다. 특히나 오래된 테마인데.

테마는 그냥 딱 반지원정대 영화 그 자체다. 아예 게임과 영화를 비교한 글도 있으니 참조해볼 것. 몰입도가 더 높아질거다. 근데 해보면 저 원정대 루트로 갔다가는 사우론이 그냥 이긴다. 보드게임 입장에서 보면, 영화 사우론은 호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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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1탄, 2탄

승리조건은 간단하다. 반지원정대(이하 자유군대)는 리븐델에서 시작해 모르도르에 도착하면 승리한다. 혹은 적 성을 뺏어 승점 4점을 얻거나.

암흑 군대는 프로도가 모르도르에 오기 전에 타락시키거나, 적 성을 뺏어 10점을 얻으면 승리한다.

(그 이전 일종의 프리퀄로 반지 추적이라고 있다. 반지전쟁 팀이랑 + 화이트채플 팀이 만났댄다. 프로도가 반지를 가지고 일단 리븐델에 도착하는게 목표. 1차로 반지 추적을 하고, 2차로 그 결과를 반지전쟁에 적용하는 특수룰도 가능하다.)

자유군대의 군사 승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일단 처음 깔리는 군사들 수부터 넘사벽이다. 게다가, 암흑군대의 병사들은 죽으면 풀로 돌아가 추후 액션을 통해 다시 생성이 가능하지만, 자유군대의 병사들은 바로 게임에서 제거된다. 소비전으로 가면 필패라는 것.

또 약간 귀찮은 룰로 정치트랙이 존재한다. 영화를 봤으면 알겠지만, 인간 군대들은 사우론이 쳐들어 온다고 원정대 애들이 뽈뽈 돌아다니면서 빼액 거려도 안믿는다. 특히 로한. 이건 카드를 통해서도 구현되어있다. 그나마 예지력이 있는 엘프들만이 지원을 하는 모양새고.

이걸 게임에 반영한게 정치 트랙이다. 정치트랙은 활성화 / 비활성화가 있고 액션을 통해 한칸 씩 내려가며 최종적으로 At War(전쟁 돌입) 단계에 들어간다. 이때가 되야 비로소 병력 생산이 가능해진다. 혹은 그냥 맞으면 내려간다. (해당 부대가 공격당하면 & 죽으면? 뺏기면?-이건 좀 기억이 애매함)

안해본 사람들은 문양을 봐도 모르겠지만, 그냥 암흑군대가 전쟁 돌입에 훨씬 가깝다. 자유 진영은 병사 뽑으려 하는데도 한세월이 걸린다.

대충 룰을 여기까지 듣고나면 초플들은 '자유군대가 방어하고, 암흑군대가 공격하는 가운데 어찌어찌 프로도 들이밀면 끝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기 쉽다. 큰 착각이다. 때로는 두서너번 한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갖고 접근하는 점이 있다.

정반대다. 게임은 프로도가 공격하고, 암흑군대가 막는 게임이다. 암흑군대의 10점은 그냥 카운트일 뿐이다. 자유군은 그냥 프로도만 믿고 달리자. 로한이나 곤도르 공격받는다고 그거 지켜야지! 이랬다가는 그냥 플레이타임만 길어지고 질 뿐이다. 소모전은 암흑군대 못 이긴다니까. 더 자세한 이유는 이따 후술. 이렇게는 암흑군대도 이겨봤자 재미없다. 졌으면 반성하고. 프로도도 달리고 암흑군대도 달려야 끝까지 쫄깃하니 재밌지.

게임의 단점은 주빨망이 극심하다는 거. 워게임은 다 주사위 굴리지 않나요? 그거 해서 사상자 처리하잖아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얘는 좀 도를 넘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게임은 '액션'을 주사위로 결정한다. 맨 위 세줄 빼고는 본판에 없으니 무시할 것. 컬렉터스 에디션인가 커스텀인가 그럴꺼다.

여튼 저기 주사위에 표시된게 내가 사용 가능한 액션들이다. 라운드 시작에 굴리고 각 턴마다 주사위 하나씩을 소모하며 해당 액션을 하면 된다.

여기까지 들어도 쓰레기다. 내가 깃발 액션이 필요해도 칼만 뜨면 답이 없다. 특히 사우론군대 저 눈깔. 진짜 눈깔 진짜 눈깔 후...

뭐 주사위를 늘려가는 것도 전략이다. 자유군대는 4개, 암흑군대는 7개 가지고 시작하고, 캐릭터 생성을(백색의 간달프, 아라곤 / 사루만, 마법사왕, 사우론의 입) 주사위 추가가 가능하다. 반대로 캐릭터가 사라지면 주사위도 같이 사라지므로 캐릭터를 보내려 하는 것도 전략이다.

주사위의 용처는 크게 카드용 / 전쟁용 / 원정대용 으로 구분되는데 적당히 섞여 있으므로 자세한 건 룰북 참조 바란다.

(예를 들어 칼 주사위는 1. 원정대를 이동시킨다. 2. 캐릭터와 함께 있는 군대를 이동 시킨다. 3. 칼 카드를 사용한다.)

카빨망은 키카드가 몇개 있긴 한데 상황에 따라 키카드가 달라지기 때문에 엄청 카빨망은 아닌듯하다. 중요한 카드 잘 보관하는 것도 능력이지.

카드는 이벤트로 쓰이고, 전투 중에 추가 효과를 주는데도 쓰인다.

게임룰은 4점대인만큼 잔룰이 꽤 있는데 엄청 어려운 게임은 아니다. 보라서는 막 굉장히 어려운 게임 처럼 소개하는 모양이던데. 그런건 뉴비 겁주기라 생각.

일단 워게임 부분 룰이 쉽다. 보급도 없고 요격도 없고 그냥 전투만 남았다. 거기에 농성이랑. 그냥 서로 만나면 카드 내려놓고 주사위 굴리는게 다인데. 징병 룰도 쉽고.

사실상 웨이트를 높이는 부분들은 모두 원정대 규칙인데, 여긴 테마랑 어찌어찌 잘 엮으면 삐걱대면서 넘어갈 수 있긴 하더라.

본인이 룰마고, 룰 숙지가 좀 잘 되어있면 원정대 부분과 워게임 부분은 좀 나눠서 설명해주기를 바란다. 내 경험상 그러면 이해가 더 빠르더라. 무슨 말이냐면 다른 게임들처럼 각 액션별로 설명한답시고, 저 칼주사위처럼 캐릭터 이동들 설명했다가. 캐릭터가 있는 군대 이동 설명하다가, 캐릭터가 있는 군대가 공격하는 경우 설명하고, 캐릭터 이동 제한 이런거 설명하고 그러면 좀 난잡하다 이 말임. 말재간이 좋으면 이말은 그냥 무시해도 좋고.

농성이 참으로 강력하다! 미쳤다. 다른 워게임들(세키가하라, 한니발) 같은 게임들에서는 농성하러 들어간 애들은 그냥 턴 버는 용도이고 깔끔히 맞기만 하다 몰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에서는 무쌍을 찍는다. 전투 시 주사위를 굴려 5~6이 나와야 성공인데, 농성하러 들어간 애들 죽이려면 딱 6이 나와야 한다. 성공률 반타작. 거기에 간달프같은 사기캐릭이 들어가거나 주사위 리롤을 늘려주는 캐릭터까지 있다면 우주방어를 찍는다.

그런데 이게 또 문제가, 한번 우주방어에 맞들리면 자유진영 플레이어가 맨날 우주방어에 열을 올리더라. 그러지 마라....

이유는 간단하다. 곤도르랑 로한이 밀려버리는 꼴을 보면 자유진영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해진다. 영화에서는 안 이랬는데??? 싶을테니까. 이거 바로 털리는거 아니야? 싶고. 아니 그건 영화고. 사우론이 호구였다. 먼저 말해주자면 곤도르랑 로한 쿨하게 줘도 된다. 왜냐면 합이 7점 밖에 안되니까. 나머지 3점을 충당하려면 사진의 빨간점 (통칭 DEW 라인), 파란점 (로리엔 & 리븐델), 보라점 (기타 잡다)에서 충당을 해야하는데, 이들의 공통점이 곤도르 로한과 멀다. 그니까 곤도르 로한 밀겠다고 암흑군대가 병력 몰아넣고 뻘 쓰고 있으면 그냥 원정대 밀어넣으면 된다. 3점 다른 데서 먹을 사이에 게임 끝난다. 농성은 우주방어하라고 있는게 아니라 시간 끌라고 있는 거다.

마찬가지로, 암흑군대는 곤도르랑 로한을 밀어봤자 이기지 못한다는 걸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단 시작병력의 우세로 쳐들어 가서 다 성안에 밀어 넣자. 성 함락 시ㅣ키려고 주사위 낭비하지 마라. 어차피 나중에 마법사왕(a.k.a. 성 해체왕) 뽑으면 해결된다. 농성에 걸리면 해당 지역은 병력 소집이 안된다. 캐릭터도 못들어가고. 병력 얼마 없고 캐릭터 없는 농성은 좀 고생하면 뚫린다. 마법사왕이 오시면 쉽게 뚫리고.

로한 곤도르 몰아 넣으면서 동부군으로 DEW라인(빨강), 근데 드워프가 좀 쎄보인다면 사루만 OR 사우론군으로 로리엔 & 리븐델을(파랑), 엘프도 쎄보이면 보라로 가면 된다.

그외에도 다양한 전략이 있고, 저 위 이야기에도 상술한 바 외에 추가적인 전략적 이점들이 있지만, 대충 두서너판 해보면 감을 잡을 테니 스킵한다. 위 이야기는 초플인 사람들이 우주방어하고 괜히 그거 뚫겠다고 시간낭비하다 한판에 대여섯시간 넘기는 걸 많이 봐서 노파심에 적어봤다. 제대로 달리면 게임 그렇게 오래 안걸린다.

총평 :

반지의 제왕, 한국인이 외국 보드게임으로 접하기에 가장 좋은 테마 아니냐? 크툴루야 아직도 대중적이지 못하고 스타워즈는 죽 쑤고 있고, 해리포터는 끝났고. 넷플릭스 반지의 제왕 드라마까지 나오면 다시 떡상하지 않을까 싶다.(반지전쟁 테마는 아니랜다) 테마가 워낙 몰입하기 좋다보니 미니어처 뽕맛에 맞기 딱 좋다.

물론 얘는 도색짤. 도색 안해도 미니어처 퀄 나름 괜찮다.

카드들도 테마 뽕맛에 감칠맛을 더한다. 예를 들자면, 원정대 친구들이 돌아다니면서 전쟁을 독려하는 카드라던가(조건에 맞다면 해당 국가를 바로 At War 단계로 내려버리는 카드도 있음), 영화에서처럼 미나스 티리스를 로한군이 구하러 오는 카드도 있고, 킹갓황트루엠페러 휴먼 로드 아라곤이 극적이게 등장하는 카드도 있다. 이름들이 기억 안나네. 테마뽕맛 잘 맞으면 한달은 기분 좋다.

단점으로는 주사위 저주받으면 반년은 기분 나쁘다. 예전에 사우론으로 게임 초반 6주사위 굴렸는데 5눈깔 나와서 게임 엎고 싶었던 적 있다. 그때는 날이 아니었는지, 상대방 손에 방금 뽑은 카드 하나 있길래 사루만 군대 뺐더니 바로 사루만 끔살당하는 카드였고 이후로도 주사위 구리게 나오고 이랬었다. 빨리 끝낸다 해도 세팅 포함 두세시간 걸리는 게임이 주사위 때문에 망쳐지면 정말 기분 나쁨.

아, 확장들도 두갠가 나왔는데 그건 안해봤다. 영웅이 바뀌고 그런다더라.

밸런스에 관한 질문들이 오래되었다. 근소하게 자유진영이 유리하다는 평이 많다. (그니까 괜히 성에서 버티지 말고 프로도만 잘 달려라 이말임)

요즘 같은 시국에 추천한다. 게임판이 커서 짧은 세로변으로 마주보지 말고 긴 가로변으로 마주 앉으면 얼추 사회적 거리두기도 충족될거다. 앞에 반지추적도 함께 한다면 룰 설명 포함해 거의 8~10시간 격리도 거뜬하다.

반지의 제왕 좋아하면 꼭 추천, 이거 하고 다시 영화 보면 또 감회가 색다르다. 주사위가 싫다면 비추천, 워게임이 싫어도 비추천, 오래 걸리는 게임이 싫어도 비추천.

사실 테마 안끌리면 안사도 됨. 테마 끌리면 사셈. 후회는 안함.

사진은 매번 긱과 룰북에서 가져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