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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영 신부님] “인간이 될 자는 이미 인간이다”

99(118.130) 2021.03.09 09: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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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영 신부님] “인간이 될 자는 이미 인간이다”

배아연구에 대한 반론

   난치병을 고치는 데 쓰일 ‘만능의 줄기세포’를 인간 배아에서 얻어내려는 연구가 국내에서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세계 처음으로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어냈으며, 폐기될 운명의 냉동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연구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생명공학의 쾌거’라는 국내 언론들의 찬사에 가려 ‘배아의 수난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배아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생명안전·윤리법의 내년 시행에 앞서 배아 연구의 가이드라인에 관한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배아 연구에 대한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위해 배아 연구의 윤리적 측면을 지적하는 전문가의 글을 싣는다

   얼마 전 국내 언론에 ‘장기복제 길, 한국인이 열었다’는 기사가 요란하게 보도됐다. 한국인 과학자의 힘으로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배양에는 동물의 난자에 사람 체세포의 핵을 이식하는 방법이 사용됐는데, 사람의 세포와 난자를 이용한 것으로는 세계 최초라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놀라운 일’이란 생명공학의 새로운 획기적 개발·성공을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놀라운 일’이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저질렀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세계 최초’니 ‘기적에 가까운 획기적 개발’이니 요란을 떨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 없다.

   오로지 배아 줄기세포 연구만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것처럼 부각할 뿐 그러한 연구에 뒤따르는 윤리적 문제나 부작용, 위험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과연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사실 인간 배아 복제 연구는 인간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간복제란 핵을 제공하는 ‘원본 인간’과 같은 유전자를 지닌 새로운 인간개체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인간 배아 복제 또한 그와 다른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복제라는 말과 배아복제라는 말이 사실 그 의미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굳이 말 표현을 달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인간의 기본적 양심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 결국 인간 배아를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는 결국 인간 생명의 가치를 발달단계에 따라서 차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래서 배아가 태아보다, 태아는 어린이보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가치가 없거나 적은 존재로 인정하게 되는 크나큰 모순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성체 줄기세포로도 난치병 치료가능

   또한 배아복제 과정을 통해 수많은 인간 배아들이 손상받을 것이며, 상당부분의 배아들은 쓰레기처럼 폐기 처분될 것이 뻔하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작은 인간 생명체들이 현미경 아래에서 갖은 폭력을 당하며 무참히 살해되는 셈이다. 항거할 수 없는 나약하고 연약한 인간 배아는 거대한 폭력 앞에 노출돼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놀라운 일’은 “동물이 아닌 사람의 난자를 이용하므로 윤리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동물의 난자를 이용한 인간 배아 복제도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됐는데, 인간의 난자를 이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인간 배아 줄기세포만이 난치병 치료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언론 보도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 하면 이미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인간 배아 복제에 대한 윤리문제 때문에 또다른 난치병 치료방법인 성체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런 성체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 결과를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에 적용하는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성체 줄기세포가 지닌 유용성과 가치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줄기세포란 간이나 심장 등 구체적 장기를 형성하기 직전 단계의 세포로서,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를 말한다. 이런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각종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재생함으로써 난치병 극복을 향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줄기세포는 크게 나눠, 발생과정이 끝난 성인이나 태반에서 얻을 수 있는 성체 줄기세포와 수정 뒤 4~5일 이내에 형성된 ‘포배’에서 추출하는 배아 줄기세포가 있다. 두 종류의 줄기세포는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니는데, 배아 줄기세포는 증식과 재생산이 쉽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1개의 세포에서 210종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전능 분화성’을 지닌다. 반면에 성체 줄기세포는 증식이 어렵고 쉽게 분화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실제 의학에서 필요한 장기 재생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식된 뒤 각 장기의 특성에 맞게 분화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수많은 종류의 난치질환들이 성체 줄기세포에 의해 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들이 계속 늘고 있으며 21세기 첨단의학과 생명공학의 장을 열어갈 새로운 가능성들이 제시되고 있다.

수정 24시간안에 ‘원시선’결정된다

   지난해 5월 국내의 한 생명공학 벤처기업은 세계 처음으로 탯줄혈액(제대혈)에서 성체 줄기세포인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중간엽 줄기세포의 분리·배양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신기술의 개발은 전세계 생명공학계에 획기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배아 줄기세포가 불치·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유일한 대안이라고 여겨온 일부 생명공학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줄기세포에 대한 두가지 착각은 분명 지적돼야 한다.

   첫째, 인간 배아 줄기세포만이 난치병에 활용될 수 있듯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한테 인간 배아 줄기세포만이 난치병을 정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일방적으로 심어줬다. 둘째, 성체 줄기세포가 배아 줄기세포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고 가치가 뒤진다며 성체 줄기세포의 단점만을 부각해온 점이다. 줄기세포 연구의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연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올바르게 이해할 때 우리 시대는 더욱 의미 있는 줄기세포를 통해 미래의 희망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과학잡지인 <사이언스> 2002년 7월4일치에 연구논문을 낸 헬렌 피어슨은 지금까지는 수정 이후 2주일 쯤 지나 배아에 ‘원시선’이 나타난 이후에야 결정되는 것으로 여겨진 현상들이 수정 24시간 안에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곧 수정된 배아의 어느 부분에서 머리와 다리가 생기며, 또한 어느 면이 등이 되고 배가 될 것인지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지 몇 분 또는 몇 시간 안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시선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수정 14일째 이후에야 인간 배아는 비로소 인간 생명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종래의 주장은 확고히 검증된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생명공학자들은 수정 14일째 이전에 배아는 단지 세포덩어리일 뿐 인간 생명이 아니라고 단정하여 주장한다. 그래서 실험, 조작, 폐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혹 배아가 성장하면 인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가. 곰이 된다거나 원숭이가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 인간배아가 성장하면 오로지 인간밖에는 될 수 없다. 배아가 세포덩어리이므로 실험하고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생명공학자들, 그 자신은 배아에서 성장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세기 저술가이자 법학자인 테르툴리아누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이 될 자는 이미 인간이다.”(Homo est qui est futurs)

– 이창영신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로마 라테란대학 박사· 생명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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