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저 자는 현대인이야

99(118.130) 2021.03.09 09:44:01
조회 12 추천 0 댓글 0

저 자는 현대인이야

어떤 젊은이가 끝없는 사막을 횡단하다가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되었습니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는 금새 젊은이의 온 몸을 바짝 마르게 하였고
땀 한 방울의 물기마저 앗아가 버렸습니다.
젊은이는 거의 삶을 포기해야 할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저 멀리 광활한 지평선상에 검은 점이 가물가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아시스다. 이젠 살아났다.”

젊은이는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안간힘을 다해서 그곳을 향해 달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 갈수록 검은 점은 점점 푸른빛으로 시야에 들어왔고,
젊은이는 오아시스를 발견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에게 의심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설마 광활한 사막 한복판에 오아시스가 있을라구?
내가 잘못 본 것 일게야.
허기와 갈증으로 지친 나머지 헛것을 본 것일지도 몰라.
그래, 나는 지금 신기루를 보고 있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자 젊은이는 불안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눈앞의 광경도 흐려지고 맥이 빠지면서
다시 그 뜨거운 모래밭에 쓰러져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생에 대한 집착은 강하기 마련입니다.
젊은이는 그래도 혹시 진짜 오아시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기진한 몸을 끌며 오아시스로 향하였습니다.

넓죽한 팔마 잎새며, 푸른 풀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샘도 보이는듯 했습니다.
오아시스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심중에 한 번 일기 시작한 그 의혹은 쉽게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 광활한 사막에 팔마가 자랄 수 없어.
더군다나 샘이 솟다니 그럴 수 없어.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거야.
정신을 차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난 죽고 말 거야……”

젊은이는 속으로 외치며 눈을 비비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환상에서 깨어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놀리기나 하듯 시원스런 물소리까지 들려 왔습니다.

“아이구, 이번엔 환청까지….”

젊은이는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발광하였습니다.

“나는 살아야 해. 이 환상에서 깨어나 이 사막을 벗어나야 해.”
하면서 절규했습니다.

얼마 후,
두 명의 베두인이 낙타에게 물을 먹이려고 샘터로 왔다가
양손을 샘물에 늘어뜨린 채 죽어 있는 한 젊은이를 발견하였습니다.

한 사람이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습니다.

“쯧쯧…. 이해할 수 없는 일이군.
사막을 다 지나와서 샘물에 손을 담근 채 죽어 있다니….”

그러자 그 사람의 동료가 말했습니다.

“왜 그런지 알아? 저 자는 현대인이야.”

이 이야기는 독일의 신학자 J.칭크가 들려준 현대판 우화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현대인은 감각에는 흠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사고는 왜곡되어 있습니다.

보지만 보지 못하고 듣지만 듣지 못한 채
오아시스 속에서 사막의 희생물이 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주위에는 오로지 사막뿐이었습니다.
진실을 귀뜸해 주는 친구 하나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현대의 모든 인간이 이 젊은이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과학, 기술, 경제, 상업의 세속화된 세계 안에서
인간은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모든 것은 물론 자신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 삶의 터,
샘물이 샘솟는 곳에서도 사막의 한가운데 버려져 있는 듯한 느낌으로
자기 자신도 모르게 점점 자신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이야기는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 대해
실존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이에 대한 암시적인 해답을 주고 있습니다.

** 주의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정병조 신부 지음 <생활성서사>** 중에서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2/28 - -
1688 [양승국 신부님] 주님 세례 축일 99(118.130) 21.03.09 12 0
1687 한국의 순교자, 이 루갈다의 편지 99(118.130) 21.03.09 15 0
1686 7일간의 휴가 <내가 만난 가톨릭> 99(118.130) 21.03.09 85 0
1685 숨어 계시는 예수님께 99(118.130) 21.03.09 17 0
1684 위로부터의 힘 99(118.130) 21.03.09 12 0
1683 [곱비 신부님을 통한 메세지] 오늘날도 그날 밤과 똑같이 99(118.130) 21.03.09 20 0
1682 우리의 엄마 : 1개 대대를 개종시킨 성모님 99(118.130) 21.03.09 45 0
1681 [예수님의 눈으로] 천주 성부님 99(118.130) 21.03.09 15 0
1680 [Sr. Consolata Betrone] ‘원치않는 생각들과 분심’ 99(118.130) 21.03.09 17 1
1679 [성녀 파우스티나] 숨길 수 없었던 발현 99(118.130) 21.03.09 23 0
1678 [성 콜베] 보속 99(118.130) 21.03.09 12 0
1677 일본의 26위 성인 99(118.130) 21.03.09 156 0
1676 [교황 프란치스코] 아시아 청년들과 만남 연설 99(118.130) 21.03.09 24 0
1675 [교황 프란치스코] “불법이 성하여 많은 이의 사랑이 식어 갈 것이다.” 99(118.130) 21.03.09 31 0
1674 [차동엽 신부님] 악을 굴복시키시는 하느님 99(118.130) 21.03.09 13 0
1673 아녜스 스텀프 – ‘비오 신부를 만난 사람들의 증언’ [1] 99(118.130) 21.03.09 36 0
1672 생명을 구한 묵주 99(118.130) 21.03.09 32 0
저 자는 현대인이야 99(118.130) 21.03.09 12 0
1670 [파티마의 성모] 첫토요일 신심 99(118.130) 21.03.09 12 0
1669 [오상의 성 비오] 어록#2 – “기도” 99(118.130) 21.03.09 21 0
1668 아이들이 많을수록 사랑은 커 간다 99(118.130) 21.03.09 15 0
1667 기도를 가르쳐 주신 예수님 (15기도 체험 수기) 99(118.130) 21.03.09 10 0
1666 쾌락의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성교육은? 99(118.130) 21.03.09 21 0
1665 [하워드 신부님] 스카풀라는 “위험에서의 보호”를 약속한다 99(118.130) 21.03.09 13 0
1664 사막에서의 편지 99(118.130) 21.03.09 16 0
1663 애정의 표시를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99(118.130) 21.03.09 11 0
1662 [준주성범] 내적 위로에 대하여 99(118.130) 21.03.09 16 0
1661 [연옥 영혼들의 놀라운 비밀] 자살한 영혼들 99(118.130) 21.03.09 29 0
1660 일본의 26위 성인 99(118.130) 21.03.09 71 0
1659 [교황 베네딕토16세] 2009년 성소주일 담화. “기도하십시오!” 99(118.130) 21.03.09 25 0
1658 “젊은이여 모두 다 기적의 패를 지니십시오.” 99(118.130) 21.03.09 20 0
1657 [림멜 신부님] 미사 성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교류 99(118.130) 21.03.09 17 0
1656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 하느님의 종은 성직자를 존경해야 합니다.* 99(118.130) 21.03.09 11 0
1655 무당 8명이 절두산에 가다. 99(118.130) 21.03.09 64 0
1654 [교황 요한바오로2세] 2004년 사순 시기 담화 99(118.130) 21.03.09 30 0
1653 [교황 요한바오로 2세] 사랑은 하늘이 준 선물 99(118.130) 21.03.09 26 0
1652 [오상의 성 비오] 왜 세상에는 악이 있는가? 99(118.130) 21.03.09 11 0
1651 완전한 기쁨, 거룩한 사부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 99(118.130) 21.03.09 13 0
1650 마리아? 난 예수님만!! 99(118.130) 21.03.09 24 0
1649 [성 콜베] 하느님의 은총과 성인의 길 99(118.130) 21.03.09 16 0
1648 [성심의 메세지] 게쎄마니 동산에서 잠자고 있는 사도들 99(118.130) 21.03.09 16 0
1647 그 아이는 마치 예수님 같았다 99(118.130) 21.03.09 27 0
1646 [전달수 신부님] 사적계시와 이상한 현상에 빠져있는 신자들을 어떻게 지도 [1] 99(118.130) 21.03.09 40 0
1645 [오상의 성 비오] “이 열쇠는 이제 아무 쓸모가..” 99(118.130) 21.03.09 15 0
1644 우리는 예수님을 위해 삽니다 99(118.130) 21.03.09 14 0
1643 [곱비 신부님을 통한 메세지] 모두 `천상 엄마`인 나를 바라볼 일이다 99(118.130) 21.03.09 30 0
1642 나는 배웠다 99(118.130) 21.03.09 9 0
1641 기도가 잘 되지 않을 때 99(118.130) 21.03.09 12 0
1640 [이창영 신부님] “인간이 될 자는 이미 인간이다” 99(118.130) 21.03.09 39 0
1639 [라칭거 추기경님] 이 험난한 세상에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99(118.130) 21.03.09 2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