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 명소민은 이성만 필요한 부분에선

(학업, 논문, 범죄, 상황 분석 후 판단 등)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되지만,

감정적인 부분이 들어가면 어린아이보다

더 어리숙하고 어리석은 존재로 나옴.

우선 고등학교 시절만 봐도 명소민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뭔지도 잘 모름.

명소민은 류솔이 자신이 아닌 구지훈과 가까워지고

그를 선택할 때마다 매번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왜 자신의 기분이 상했는지 원인을 잘 찾지 못함.

질투를 느끼는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형태로 반응함.

1) 자신이 질투를 느끼는 사실 자체를 부정 or 외면하거나

2) 질투하고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경우.

명소민은 자신이 느끼는 불쾌감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게 뭔지 몰라서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이러고 있음.

류솔을 만나기 전에는 질투라는 감정을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함.

다음은 명소민의 보물상자에 대한 내용

‘중요한 거 모아두던 상자’란 표현이 나오는데

상자 속에는 중학교 때 학습지와 필기노트가 전부임.

보통 평범한 사람이라면 가족 사진이나

자신이 동경하는 연예인, 좋아하는 작품들,

취미나 추억에 관련된 것들이 담겨있어야 할텐데

명소민의 중요한 것이 담겨있던 상자 속에는

그저 공부에 관련된 것들이 전부임.

문제는 고등학생 시절 명소민에게 공부는

사실 그렇게 소중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었음. 아무런 꿈도 목표도 없었기 때문에

이 당시 명소민이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은

언젠가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혹시라도

후회할까 봐서였음.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여러 수단을 미리 확보해놓는 것은 합리적이니까.

나는 이 내용들을 보면서 명소민이

류솔을 만나기 전엔 그 어떤 것도

간절하게 원해본 적이 없었다고 생각하게 됨.

명소민은

너무 완벽한 집안에서 외모도 능력도

거의 완벽에 가깝게 태어났기 때문에

인생에서 결핍을 겪은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무언가에 대한 욕망도 없었음.

그저 공허함과 지루함에 지쳐있었을 뿐

그래서 류솔을 처음 만났던 당시의 명소민은

욕망도 없고 감정도 옅어서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모습과

긍정적으로 보는 속마음만 나옴.

평범한 여고생처럼 겁도 많고

류솔을 만나기 전이나 만난 직후까지만 해도

명소민은 당연히 불편하고 불쾌한 상황이 주어져도

(류솔 엄마가 무시하듯 인사를 안 받아준 것)

먼저 자신의 탓을 하거나, 꾹 참고 넘어가기만 함.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이라도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류솔의 모습에 자기반성을 함.

그래서 사람들이 명소민을 길소명이라고 착각한 것임.

그렇게 바라는 것도 없고, 소중한 것도 없어서

이성적으로만 행동하던 명소민은 류솔을 만나서

처음으로 뭔가를 갈망하게 되고

평생 경험한 적 없는 감정들을

느끼게 되면서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함.

그리고 다양한 감정 중에서도

가장 악영향을 준 것은 질투라고 생각함.

질투라는 감정을 느끼기 전 명소민은

구지훈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판단을 함.

‘선이 굵고 몸도 좋고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명소민에게 주어진 정보는 외형적인 것이나

담배 좀 피는 등의 단편적인 것 뿐이었으니

그나마도 처음 본 류솔한테도 그러했듯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속마음이 나옴.

그런데 질투를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평가가 급변함.

양아치 새끼라 한 장면은 59화에서 나온 장면.

구지훈이랑 류솔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직후

이때까지 구지훈은 류솔이랑 친하게 지냈을 뿐,

때린 적도 없고 성병을 옮긴 적도 없는데

그저 류솔이랑 사귄다는 것이 싫어서

‘선이 굵고 몸도 좋고 운동하는 사람,

류솔이 왜 좋아하는 지 알겠다.’라던

긍정적인 평가에서

>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느낌이 안좋다.’

> ‘딱 봐도 양아치 새낀데, 보는 눈이 이렇게 없다고?’

까지 평가가 급속도로 수직 하락함.

류솔을 만나기 전이나 직후 명소민이 했던

생각 패턴과는 너무나도 다른 비이성적인 행동임.

그리고 ‘마치 유기견과 같이 모두가 마뜩잖게

여기는 것을 주워서’라는 대사는

고등학생 명소민이 아니라 류솔을 죽인

미래의 명소민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내용이라 생각함.

그 근거는 ‘그때의 심정을 비유하자면’이라는 대사.

실제로 2부에서 나오는 명소민이 하는 독백들은

성인이 된 명소민이 과거를 회상하는 경우가 많음.

위 사진은 57화에서 나온 장면,

여기서도 ‘그때’라는 표현이 나옴.

성인이 된 명소민이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기에 과거의 시점을 지칭하는

‘그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임.

그러니까 유기견 어찌고 한 독백은

류솔을 살인한 명소민의 생각일뿐

고등학생 명소민은 그저 류솔이

구지훈과 헤어지길 바랬을 뿐임.

쇠가 녹슬어 없어지듯이 질투심은

자신의 격정에 의해 마음이 지치고

정신적으로 황폐화되는 것이다.

-안티스테네스(Antisthenes)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키니코스 학파의 창시자, 디오게네스의 스승]

(As iron is eaten away by rust, so the envious are consumed by their own passion.)

고등학생 명소민은 질투라는 감정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격정에 이성이 짓눌려서

점점 황폐해져 가는 중이었는데,

류솔의 행동이 계속 부정적인 영향을 줌.

말도 없이 오랜 기간 잠수를 타버리거나,

본인이 필요해졌을 때만 찾는다던지,

누가 봐도 당연히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도

구지훈한테만 집착을 한다는 등의 행동들

명소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최선의 사랑이었던

‘헌신’을 류솔에게 부정당한 이 시점을 끝으로

명소민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뭔가를 성찰하거나 반성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은 절대로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함.

그래서 나는 명소민이 처음부터 사이코패스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것임.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만 봤을 때

류솔을 만나기 전의 명소민과

류솔을 만난 이후의 명소민은 너무나도 다름.

명소민을 길소명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물론 이걸 보면서 명소민은 원래부터

자기중심적으로만 사고하는 인간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사실 이것도 감정적으로 어리숙한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임.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라는 성선설로 유명한 맹자가

말하는 사단(四端) 중 하나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뜻은

‘타인을 불쌍히 여겨서 (내가) 언짢아하는 마음’임.

인간은 원래부터 모든 것을 자아를 중점으로 두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이타적인 마음조차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함.

인간이 타인을 돕고자 하는 것은

결국, 그러한 사실을 내가 감각 기관을 통해서

인지했을 때 ‘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임.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아프거나 소중한 사람에게

문제 생기면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음.

엄마가 아파서 친구가 아파서 ‘내 마음이 아프다.’

명소민이 네가 그러면 ‘내 기분을 너무 속상하게 하잖아.’

라고 한 것은 사이코패스라 악한 존재라서 그렇다고

하기보단 그냥 어린아이에 가까운 사고방식과 행동임.

진짜 선천적 사이코패스였다면

류솔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임.

그래서 나는 류솔한테서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의 명소민의 행동들은 나름의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보는 것이고

물론 류솔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버린 순간,

절대로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명소민은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그 사실을 계속해서 부정하고 또 부정하지만

명소민의 삶에서 류솔을 빼면 정말 아무 것도 남지 않음.

명소민의 주요 행동들 중 이성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은 전부 류솔에 대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들임.

첨부 이미지가 너무 많고 길어서 끊어서 올려야겠음.

50개 제한 걸려서 못 올림. 2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