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저는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해 왔습니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1.23 13:54:40
조회 211 추천 6 댓글 0
														


viewimage.php?id=28b9d73f&no=29bcc427b38677a16fb3dab004c86b6fcffb4afa74abd104249a460c522caa9202222db642032ddb95053c50459d1a99bd557de1cc4acd97b45e



아직 한 나라의 비밀 조직에 속해있는 몸으로 이름을 밝힐 수 없음이 유감스럽지만


그럼에도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이곳에...


언젠가 제가 살인을 끝내고 죄책감에 취해 들이켰던 그레이프Grape 와인처럼 망각忘却을 한 모금 들이켜 속세의 사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에 한 자 적어봅니다.



뭐랄까, 과거의 저는 살인 기계였죠.


이 나라는 6.25 전쟁을 마지막으로 사소한 암투를 빼곤 50년간 전쟁이라고 할 만한 사건을 겪지 않은 듯하더군요.


그래서 조금 공감이 힘드실 수도 있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사사로운 일로,


혹은 오로지 타인의 의도에서 비롯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정말 슬프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마냥 그들의 행동을 꾸짖을 수만은 없습니다. 저 또한 그런 그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죠.


(고뇌하듯 미간을 좁힌다.)

(살짝의 두통, 과거를 회상하는 그 얼굴은 불쾌함과 후회가 뒤섞여 격하게 일그러져 있다.)



저는 전쟁이 만들어낸 병기 그자체였습니다.


아군에게는 영웅으로 칭송받고 적에게는 두려움을 안기는 괴물, 그게 저였습니다.



어릴적 저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겠다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다운 꿈이요.


그 꿈은 스무살이 되도록 사라지긴 커녕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그런 제게 어느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유니세프의 광고가요.



계기는 가벼운 고민으로부터, 하지만 곧 무거운 사명감이 되어 제게 찾아왔습니다.


망설임없이 아프리카로 비행기를 타고 넘어간 저는,


평소 틈틈이 갈고 닦아왔던 무예 실력과 군대에서 배운 총술로 그 지역의 작은 마을을 전쟁의 광기로부터 구원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일시적인 평화일 뿐이었죠.


제 실력을 알아본 그 나라의 군수가 수천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와 마을을 포위한 뒤 제게 제안을 하나 하더군요.


자기 밑에서 꿈을 이뤄보지 않겠냐고.


이 혼란스러운 아프리카 대륙을 우리 둘의 힘으로 바로잡지 않겠냐고.



군수의 말재주는 예사롭지 않았고 아직 혈기가 왕성하던 저는 부풀은 꿈에 그만 그의 속셈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왜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까요.


나와 그의 관계는 정의의 사도와 후원자가 아닌, 계략가의 손에 들린 권총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마침내 깨달았을 땐, 이미 후회하기엔 너무나 늦은 뒤였습니다.


수만 명의 피로 물들인 손은 레테 강의 은혜를 입어도 결코 씻어내릴 수 없을 죄악이었죠.


도망치듯 군을 나와 망자같은 모습으로 자신이 구원했다 여겼던,


그러나 실은 그저 한 남자의 야망에 맞게 재단해 덧칠했을 뿐인 마을들을 누비던 저는 결국 도중에 지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대로 죽는다면 그것도 나을지 모르겠다고


그런 과분한 생각을 하던 제게, 한 소녀가 다가와 손을 내밀더군요.


아마도 저를 굶주림에 허덕이다가 쓰러진 빈민 정도로 생각했던 거겠죠.


먹을 걸 줄테니 자기 집에 와서 일손을 보태지 않겠느냐 묻는 당돌한 여자아이에게 저는 힘없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타인을 죽이는 일밖에 할 줄 몰라."



분명 질색하면서 뒤돌아서리라 생각했는데, 그런 제 예상을 뒤엎듯 소녀가 말하덥니다.



"그래? 괜찮아. 우리 아빠도 그랬었는걸. 요즘은 수리공 일이나 하며 살지만. 공짜로 기계를 고쳐 줄 때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고맙다고 인사해.


아버지가 말했어. 전쟁과 일상은 다를바 없다고. 결국, 아저씨도 지키고 싶은 게 있으니까 싸웠던 거잖아?"



그래요.


아무것도 아닌 듯 여기는 소녀의 말에 저는 구원받았던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온 세상의 평화라던지 만인의 평등과 행복이라던지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결코 놓지 않고 내 손으로 지키는 것.



그게 바로 나의 정의라고ㅡ.




여기까지가 제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직도 가끔씩 죄책감에 파묻혀 술로 과거를 잊고자 할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마시던 와인들처럼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그저 신문 사설이나 잡지에 가끔 등장하는 시민 영웅 정도의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이걸로 속죄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이번에는 악의 배제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닌


지켜봐 주고, 돌봐주는 사람이 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더는 정의의 사자란 호칭은 바라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게 딱 어울리는 별명은, 열혈 철부지 정도가 아닐까요.



이만 총총.























추천 비추천

6

고정닉 2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57 일부분만을 보고 전체를 말하려 하는 사람이 있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82 0
56 무언가를 시도함에 있어 계속해서 주저를 느낀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54 0
55 스트레스에 찌들어 있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90 0
54 내게 지금 상황을 변화시킬 만한 무언가의 재능이 있었다면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73 0
53 차별이 아닌 것은 없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91 0
52 휴지에 파묻혀 죽어간 벌레야 미안해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116 0
51 지금 기분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77 0
50 인간은 자신을 배신하는 동물이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80 1
49 나는 이 세상의 진리를 깨달았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85 0
48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는가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94 0
47 나 자신의 비천함을 안다. 전부 안다고 확실히 말할 순 없지만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97 0
46 신은 우릴 데려가지 않아 구원해 주지 않아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67 0
45 모든 생물들은 기록하기 위해 존재한다 [1]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176 0
44 외눈박이들의 섬에선 외눈박이가 아닌 사람은 외면당한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91 0
43 속내를 털어 놓자면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66 0
42 너무 오랫동안 혼자 지낸 듯해. 그렇지만, 앞으로도 주욱 혼자겠지.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88 1
41 (자아성찰) 네 세상을 살아라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88 0
40 난 솔직히 '이기주의적'이란 말이 이해가 안됨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108 0
39 인간 군상에 대하여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68 0
38 후에 누가 내 묘를 찾아와 '이 사람은 왜 죽었는가' 묻는다면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133 0
37 아침이 오면 멍청한 나는 또 다시 무언가의 헛된 꿈을 품고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98 0
36 어렸을 적 나는 내게 특출난 재능이 있다고 믿었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70 0
35 슬픔의 바다에 가라앉은 나, 눈을 뜨는 것도 귀찮아 fakeasmile(218.153) 16.01.24 95 0
34 내 꼬붕 색기들 여기 다 모여있는거 맞냐? 박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88 0
30 오늘패션 수면력99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110 0
29 나...좀..마..ㄹ...려....줘.... 우월한하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120 1
28 날씨 존내리 따뜻하네 씨벌 [2] 박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4 300 0
27 어둠에 삼켜져라! ㅇㅇ(66.249) 16.01.24 147 0
26 10년간 중2병을 평가해온 중믈리에다 (116.36) 16.01.24 146 0
25 죽음이란건 무엇일까? 23333(218.156) 16.01.24 68 0
24 릿카커엽다 릿카•(39.7) 16.01.23 103 0
23 네캎 중2병가본사람? acid17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3 184 0
22 자아는 타인을개입해선안 된 다 acid17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3 87 0
21 힘만이 정의이자 진.리.입니다. Yuigaha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3 155 1
저는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해 왔습니다.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3 211 6
19 세상에 유일한 마르지 않는 한가지 눈물(49.196) 16.01.23 105 1
17 아낰ㅋㅋㅋㅋ 힙갤에서왔는댘ㅋㅌ [1] ㅇㅇ(112.159) 16.01.23 290 0
16 오늘은 달빛이 참 아름답네. ㅇㅇ(175.223) 16.01.22 234 3
14 빛을 동경하는 어리석고 무지한 자여 2466(183.101) 16.01.22 182 5
13 나는 배운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머리도 좋은것도 아닌데 ㅇㅇ(218.51) 16.01.22 149 0
12 그리고 몇몇놈들이 이 갤에서 어중간하게 중2병 컨셉잡는거 진짜 혐오스러움 [1] ㅇㅇ(218.51) 16.01.22 311 1
11 인간은 살다보면 고독해지는거같아 ㅇㅇ(218.51) 16.01.22 146 0
10 나는 가끔 이런생각을 많이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환상이 아닐까 dd(218.51) 16.01.22 165 1
9 나의 눈은 내면의 공포로부터 피 흘리고 있어! ㅇㅇ(182.230) 16.01.22 158 0
8 나의 이름은 레이븐 =Raven=(14.34) 16.01.21 198 0
7 나는 검.신... 2466(183.101) 16.01.21 223 1
6 크킄. 중 2병이라. Yormungand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1 201 0
5 크큭..... 라면주세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1 197 0
3 1~5 ㄷ3(1.250) 16.01.21 223 0
2 망갤 노오오오력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21 27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