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4시간 정도 공부하고 나머지는 전부 노는 데에 써. 그래놓고 자긴 노력했다고 뿌듯해 해. 하루 일과 중에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일은 겨우 그거 하나밖에 없으면서, 용돈이 모자라고 생활이 궁핍할지언정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지언정 알바는 안 해. 인터넷에서 너보다 하루 2배 이상은 더 열심히 노력하는 인간들을 보며 조롱하고 또 분수에 맞지 않는 훈수를 둬. 그게 그 사람한테까지 전해질 일이 없단 걸 알기에 더더욱이. 만약 전해진다면 그 사람은 네 뺨을 후려갈기고 코웃음을 칠 거야. 그래도 넌 아무 말 못하겠지.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가혹하면서 본인에게는 마치 갓난아이를 대하듯 조심스럽고 또 위하는 태도를 보여. 스스로가 저지른 여러 번의 실수는 '어쩌다가 그럴수도 있는 것'이지만 남이 저지른 한 번의 실수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만행'으로 치부해. 

네 눈에는 항상 타인밖에 보이지 않아. 타인의 실수, 타인의 잘못, 타인의 불행. 너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너는 마치 그것 때문에 자신이 무언가 큰 피해를 입은 것처럼 망상을 부풀려 말해. 그건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적도 없고 상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상에 불과하지만 네 손으로 쓰여진 순간부터 네 안에선 이미 현실이 되어있지. 

세상은 문 밖에 존재해. 위이잉 하며 돌아가는 컴퓨터 속도 아닌, 네가 앉은 의자 위로 접혀진 두 겹의 살더미 사이도 아닌, 한 번도 열리지 않아 문틈에 먼지가 수북히 낀 저 철문의 너머에 있다고. 네 눈으로 봐! 남의 눈으로 본 세상이 아닌, 네 오감으로 느낀 세상을 알고, 외치라고! 

너에게 인정을 강요하는 건 아냐. 이해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야. 적응은 네 스스로가 택하고 하는 거야. 그러니, 거부해도 상관없어. 제발 아주 일부분이라도 좋으니 '네 세상'에 있어봐. '네 세상'을 살아가봐. 숨쉬고 먹고 자고 그런 건 인생이 아니야. 사육이야. 너에게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발이 있어. 무엇이든 느낄 수 있는 눈 코 입 귀 피부가 있어.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손도 있어. 

모두에게 있는 건 너에게도 마땅히 주어져 있어. 

근데 왜, 그들과 달리 너는 너의 세상을 살아가지 않고 타인의 세상을 기웃거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