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평범하게 사랑받고 애낌받는 노루 보고 싶다
ㅇㅇ(14.38)2019.08.2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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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끝도 없이 아껴주고 싶은 감시자 중 하나가 사냥터지기임

그 화이트데이 코멘트 뭐시기에 이건 자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라는 둥 뭐 그런 거 보면 무슨 사랑이랑 담 쌓고 지낸 그런 건가 싶은데
밀렵꾼 그 사건 이후에는 지금처럼 감시자 모습이 되면서 분노밖에 안 남아 그런 거 같고 그 이전에 평범하고 성격 좋은 사냥터지기였을 때는 그냥 온화하고 정 많은 성격인데 일단 연애 경험은 없는 쑥맥이었을 것 같음
그런 애정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노루가 애정을 퍼부어 받는 게 보고 싶다

앞뒤는 엿 바꿔먹고 그냥 커다란 수인이 이상형인 뉴비 생존자 모브가 노루 졸졸 따라다니면서 당황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게임 참여 안하는 시간에 잠깐 밖에 나왔는데 모브가 먼발치에서 쪼르르 다가와서 인사하길래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인사 받아주는 것도 아닌 어쩡쩡한 반응 보였으면 좋겠다
모브가 인사하고 제 갈길 가는 것도 아니고 노루 가는 길에 옆에 따라붙어서 이름이라던가 장원에는 언제부터 있었냐거나 다음 게임 일정은 언제냐거나 재잘재잘 질문 던지니까 얘가 왜 따라오는지도 모르겠고 노루는 괜히 걸음 재촉하는 거야

인사받을 때까지만 해도 누구였더라 싶었다가 한박자 늦게 게임에서 끽해야 한두번 마주친 뉴페이스라는 거 떠올리는데 어쨌든 모브가 장원에서는 신입이라 별로 면식 있는 상대도 아닌 것도 있고
감시자랑 생존자랑 가깝게 지내는 경우도 몇 없어서 게임 진행 아닐 때도 같은 진영끼리라면 모를까 그 반대는 좀 어색한 경우가 많다고 치고 노루도 같은 감시자들이랑은 수수하게 잘 지내는데 생존자랑은 게임 없을 때 같이 다니거나 그런 적 거의 없기도 하고
그래서 노루는 잘 알지도 못하는 새내기 생존자가 갑자기 이러는 게 좀 당혹스러울듯
하여튼 노루가 걸음을 빨리하든 말든 모브가 의지의 스프린트로 따라오자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 따라붙은 상태로 가는 길 알려주기도 싫고 적당히 떨어지라는 느낌으로 물어보는 대로 대답하고 물어보는 대로 다 대답받고 나자 만족한 모브는 그럼 나중에 또 보자며 돌아감

근데 바로 다음날 생존자랑 따로 있는 감시자 숙소 같은 곳 앞까지 찾아와서 안뇽 베인! 안에 있어??? 이러고 자빠져있는 꼬라지 보고 노루는 들고있던 사슬 떨어트림
근처에 있던 감시자 몇몇이 생존자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다는 둥 베인 너 부르는 거 아니냐는 둥 옆에서 몇마디하면 노루는 속으로 환장하면서 급하게 나와 손 붕붕 흔드는 모브 한손으로 낚아채 대롱대롱 매달아 들고 장소 옮겼으면 좋겠다 노루 감시자 중에서 꽤 체격도 있는 편이니 풍선 없이도 한손으로 생존자 하나 정도는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겠지

잠깐 이러다 말겠지 하면서 모브가 서로 일정 빌 때마다 찾아오면 장원 어딘가에서 적당히 간식 같은 거 입에 물리고 말 붙여주기 내지는 혼자 떠드는 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로 시간 때우고 나면 돌려보내는 게 반복됨
생각과 달리 모브는 정말 꾸준히도 찾아오고 그게 점점 일상이 되어가니까 모브가 저만치에서 뽈뽈뽈 걸어오면 창문으로 그 모습 본 감시자가 바로 야 베인 걔 너 찾으러 왔어 하고 부르는 데 이르고
노루도 모브 올 때 즈음 기억하고 간단한 간식 챙겨서 미리 나서고 감시자들끼리 이야기 나눌 때 잠깐 그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나중에는 게임 대기실에서 생존자측 자리 확인할 때 무심코 자기가 모브 찾고 있었다는 걸 자각해버린 시점에서 안되겠다 싶었던 거야

그날 게임 끝내고 또 쫄래쫄래 찾아온 모브 붙잡고 왜 생존자 녀석이 감시자를 끈질기게 계속 따라다니냐는 둥 그런 식으로 쏘아붙이듯 물어보고
그럼 벤치 같은데 나란히 앉아있던 모브는 노루가 쥐여준 쿠키 갉아먹으면서 난 베인이 좋다고 그러니까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하는 거임 너무 곧이곧대로 대답하니까 오히려 노루가 당황해서 그래 이 녀석은 원래 말 하는 게 이런 녀석이었지 이러면서 괜히 얼굴에 손부채질하고
모브가 단추눈깔 반짝이면서 그럼 내 정성을 기특하게 여겨서라도 어쩌구저쩌구 이러고 있으면 노루는 그대로 뒷목 잡다가 한손으로 모브 집어들고 생존자측 숙소 앞까지 데려다가 떨궈놓고 아직도 쿠키 우물대면서 내일은 게임에서 보자며 손 흔드는 모브를 뒤로 곧바로 돌아옴

아무래도 노루가 사람에게 배신 당한 일로 크게 데인 적이 있다보니 마음을 연다던가 그런 건 쉽사리 가능하지는 않겠지 그런데도 혹은 그렇기에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정을 주기 시작하는 거야
남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매일같이 난 네가 정말 좋아 도라에모옹 이러고 있는 모브랑 무심하다시피 구는 노루 조합임
그래도 최소한 둘은 노루의 태도에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는 걸 인정할 거야

그냥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