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971 인터뷰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3 15:33:40
조회 100 추천 1 댓글 0
														

  

viewimage.php?id=2bb8dc2aecdc31&no=24b0d769e1d32ca73fed80fa11d02831b68b1d4bae6818fe3ec5b78ec6914d155d1fa7fa573eb1c6d334056b3578b47d8753a461d59d646142c7731e4bc95073e99d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혁명전야'(1963)에서 훌륭하게 보여준것처럼 영화 업계에서 자신의 재능을 폭발시킬 수 있는 신인은 매우 드물다.

  물론 그에 앞서 파졸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더 전통적이고 전도유망한 '냉혹한 학살자'(1961)가 있었지만, 이 22살의 감독에게 즉각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게하고 막스 오퓔스상과 프랑스 젊은 비평가상을 안겨준 것은 열정적이고 폭력적이며 서정적이고 또한 정치적인 영화인 '혁명전야'였다.
 1941년 유명한 시인이자 영화평론가의 아들로, 파르마의 부르주아 가문태어난 베르톨루치는 (베르나르도 자신도 시인이고 1962년에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력한 시인상을 수상함) 그의 주된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감지해 자신의 강력한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재능을 언어에서 회화적 이미지로 재빨리 전환한다.

  1971년,'거미의 계략'과 '순응자'로 인해 베루톨루치의 모든 작업이 풍부하고 활기찬 미학과 급진적이고 정치적으로 헌신적인 영화를 동시에 창조하려는 인위적인 노력 사이의 심오하고 지속적이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충분히 명백해졌다. 이것은 그의 실제 삶에서 부르주아적 배경과 깊이 심취한 이념 사이의 긴장괴 유사하다.
 베르톨루치에게 있어 (래디컬한) 형태, 장식, 질감, 색감, 구성의 촉각적이고 감각적인 회화적 영화에 대한 심오한 느낌은 자본주의자의 쇠퇴기에 부르주아적 특권의 외로움과 공포에 맞닥뜨린 급진적 부르주아의 모순에대한 고통스러운 이해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감수성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계급적 뿌리를 포기힐 수 없는 그의 감수성은 그의 정치적 급진주의를 예리하게하는 동시에 회의주의와 심오한 모호함으로 그를 흐리게 만든다.
 지금까지 그의 가장 중요한 작업이자 그의 끝없는 딜레마에 대한 가장 노골적인 고백이기도 한 '혁명전야'의 서장을 여는 모토는 그 후의 영화에서도 고통스럽게 표현된다.  "오직 혁명 전을 살아본 사람만이 삶이 얼마나 달콤할 수 있는지를 안다."(딸레랑)


  그것이 베르톨루치가 애매 모호한 분위기와 부르주아 생활의 달콤쌉싸름한 에피소드ㅡ오페라의 저녁, 댄싱스쿨, 파리의 뮤제트댄스, 젊은(부르주아의)사랑의 환희, 혁명이 임박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유물론에 의해 이탈리아의 귀족사회가 붕괴될거라는 절망 ㅡ를 묘사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이유이다. ("내 영화는 공포를 쫗아내는(exorcise)내 나름의 방법이다")
 붉은 깃발과 부르주아 특권층 생활의 유독성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두가지는 베르톨루치의 삶과 작업에 있어서의 상수다. 그것들은 '파트너'(1968)의 정신분열적인 주인공으로 표현된다. 이 영화에서 피에르 클레망티는 혼자서 (한 사람의)부르주아적인 자아와 혁명적인 알터 에고를 둘다 연기한다. 그런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거미의 계략'(1969)에서 반-파시스트 영웅은 파시스트의 스파이였을지도 모르고, '순응자'(1970)는 가증스러운 살인자인 파시스트를 가장 애정 넘치고 노스탤직하며 심지어 로맨틱하기까지 한 무대와 상황하에서 묘사한다.

  이탈리아 영화의 급진화의 기수인,이탈리아 영화업계의 반항아인 베르톨루치는 확고한 반-파시스트적 입장과 (그 자신이 변절자적인 후손으로서 속해있기도 한) 쇠퇴중인 한 사회계급의 로맨틱한 색감과 인테리어에 대해 애정어린 집착이 드러난 '순응자'를 통해 전세계의 리버럴한 예술영화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완벽한 상업 영화를 만드는데 위험할 정도로 근접했다. 그러나 베르톨루치의 작업에서 가장 독창적인 것은 충격적이고 풍부한 그의 회화적 감각과, 대담하고 난폭한 편집과 카메라 장치를 이용해 시적인 영화를 만들려는 그의 미학적으로 혁명적인 시도이다. 그것은 고다르와 알랭 레네를 제외하면 어떤 상업영화보다도 먼 지점까지 나간 것이며, 전세계의 많은 언더그라운드 영화들이 이룬 유력한 업적들을 능가하는 것이다.

  베르톨루치가 1970년 뉴욕영화제에 영화 두편 (거미의 계략,과 순응자)을 출품한 유일한 감독으로서 방문했을 때 이뤄진 다음의 인터뷰에는 그의 삶과 자신의 강점간의 고통스러운 모순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영화제에서의  두 영화의 현저한 성공과 세련된(그리고 부르주아인)영화제 관객들의 격찬은, 두 영화의 본질적이고 아름다운 모호함과 결부된 채 명확하게 이 감독의 차기작이 직면할 위험을 가리킨다. 운이 좋았던 소수에게만 인정받았던 '혁명전야'의 따돌림받던 천덕꾸러기가, 저 파라마운트사를 통해 '순응자'를 개봉할 정도가 되었다. 전작들의 급진성-심오하고 본능적인 독창성-은 완화되고 더 관습적으로 변형되며 근작의 탁월함이 성취됐다. 베르톨루치가 자신의 열망대로 확고한 혁명가가 될것인지 아니면 리버럴 부르주아 계급의 연인이 될것인지는 미래에나 밝혀질 것이다.




viewimage.php?id=2bb8dc2aecdc31&no=24b0d769e1d32ca73fed80fa11d02831b68b1d4bae6818fe3ec5b78ec6914d155d1fa7fa573eb1c6d334056b3578b47d8753a461d59d62624dc7234f45c95073d329




=<인터뷰>=



-제 생각엔 시네마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봅니다. 시각적인 영화와 문학적인 영화. 그리고 전 가끔, 문학적인 시네마는 시네마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시각요소(Visuals)를  오로지 스토리나 플롯을 위한 삽화로밖에 활용하지 못하기때문입니다. 시각적인 영화들이 이미지를 다룰 때 문학적인 영화는 말을 밀거래합니다. 저는 1년이면 기백편의 영화를 보는데 그 대부분이 아마 눈을 감고 봐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이 영화들이 정확히 오늘날 대중영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영화들이라는 점때문에 이건 매우 이상한 문제입니다. 감독님은 "비주얼"시네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신인감독들 중 하나이신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싶습니다.

  저는 "문학적"이라는 표현을 당신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있어 "문학적"이란건 "시각적"이란 것과 매우 밀접합니다. 말씀하신 "문학적"이라는 표현 대신에 전 "연극적" 또는 "촬영된 연극"이라는 표현을 쓰고싶습니다. 영화는 연극보다는 문학이나 시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종종 어떤 영화는 그저 스토리의 삽화에 불과하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특히 소설을 영화화할때 마주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이죠. 모라비아의 소설을 토대로 한 '순응자'를 만들 때 제가 마주한 가장 큰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영화판에서는 일상적인 일이기도 하죠. 많은 필름메이커들이 각본이 소설에서 유래한 것인양 사용하기때문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각본을 삽화화한 영화를 만듭니다. 반면에, 저역시 굉장히 정밀한 각본에서 시작은 합니다. 다만 저는 오로지 그걸 파괴하는게 목적이죠. 저에게 있어 영감은 오직 실제촬영의 순간에만 존재합니다. 그 이전이 아니라요. 저에게 영화란 제스처의 예술입니다. (un art gesture)

 제가 세트에 배우들과 조명들과 함께 있을 때, 특정 시퀀스나 상황에 대한 "해법"이 사전에 생각했던 아이디어에서 오는게 아니라 배우들,조명,카메라,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공간 사이의 음악적인 교감에서 온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카메라를 마치 그것으로 제스처를 하듯이 움직입니다. 영화란게 언제나 제스처의 영화라고 느낍니다. 스탭이 50명이나 있더라도 매우 직접적이거든요.
 그러나 이런 "제스처들"에게는 제국주의라는 적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감흥들을 하나의 총체적인 제스처로 집합시켜버리는 그 제국주의의 순간은바로  영화의 편집입니다. 그건 프로듀서가 실권을 넘겨받는 순간이자, 감흥들 속의 직접적이고 "제스처화된"(gesticular) 모든 것을 누군가가 잘라내버리는 순간입니다. 프로듀서가 영화의 심전도계를 차지하고는 그래프를 평평하게 만든답시고 모든 고점을 쳐내버리는 겁니다. 전 미국에서는 프로듀서가 최종편집권을 원한다는걸 압니다. 비록 촬영기간동안에는 완전한 자유를 주더라도 그 결과물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편집하고싶어하는것이죠. 제가 '파트너'를 만들때 제게 강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 순서대로 배열하는것 외에는 편집을 피하려고 했지요. '파트너'이후에 전 제가 이 문제에 대해 너무 신경증적이었단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순응자'와 '거미의 계략'에선 다른 해결법을 찾았습니다. 영화의  "제스처화하기"(gesticulation)를 강조하는 편집을 채용한 겁니다.

-정밀한 각본을,오로지 파괴하기 위해 원한다고 하셨는데, 그 각본엔 어떤게 들어있나요. 씬과 대화에 대한 설명? 카메라 세팅과 무빙에 대한 구체적인 숏의 지시?

  오직 상황과 대사만 있습니다. 카메라나 카메라의 배치나 실제 숏에 대한건 전혀 없습니다. 각본은 제게 있어서 그냥 시작점일뿐입니다.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죠..


-그럼에도,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단지 양식적인 면만이 아니라 편집 면에서 보더라도 굉장히 복잠하고 진보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왜 감독님이 촬영과 편집을 대치시키시는지 명확하지가 않군요. 예를 들면 '혁명전야'에는 아고스티노라는 젊은이가 바이크를 타고있는 씬이 있죠. 여기서 아고스티노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인데, 이는 들쭉날쭉한 카메라 무빙, 중단되는 동작, 아무런 전조 없이 롱샷에서 클로즈업 및 줌으로 넘어가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전달됩니다. 카메라와 배우의 프레임 안에서의 움직임, 그리고 숏의 순서와 길이, 템포의 편집이 창조해낸 매우 짧고, 신비하며 예측불가능한 아름다운 시퀀스였습니다. 편집과정에서 없어질 수도 있는 씬이었는데요.

  글쎄요, 전 그것들이 그렇게 될거라는걸 그냥 알고 있었어요. 사실 그건 제가 왜 영화란 관습적인 거라고 생각하는지의 예입니다. 저는 촬영하는 순간에 이미 영화의 모든 것이 빈틈없이 갖춰져야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당신이 얘기한 그 시퀀스를 봤을때, 전 조작(manipulation)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이 시퀀스는 두 대의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한 대는 광각렌즈, 한 대는 줌렌즈였죠. 이것 자체가 이미 이 시퀀스에 대해 제가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걸 가리킵니다. 그리고 저는 마치 복싱경기를 하듯이 이 씬을 찍었죠. 그러면서 나중에 편집을 통해 수정하먄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제게는 그건 좋지 않은 겁니다. 편집을 통해 얻을 수 있는건 오로지 약간의 조작뿐이거든요.

-음.."조작"은 어느 시퀀스에나 내재된 것 아닌가요. 특정한 템포와 캐릭터를 위해 사진이 찍히고, "셋업"되고 편집된다는 의미에서요. 예술은 끊임없이, 그리고 필연적으로 현실을 조작하는것 아닙니까?

  촬영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촬영은 그냥 "a happening"(이부분을 영어로 말함)입니다. 그건 저와 카메라, 그리고 거기 존재하는 것들간의 친밀함입니다.



viewimage.php?id=2bb8dc2aecdc31&no=24b0d769e1d32ca73fed80fa11d02831b68b1d4bae6818fe3ec5b78ec6914d155d1fa7fa573eb1c6d334056b3578b47d8753a461d59d6b631190254e44cf50739171



-그럼 모든 편집이 조작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피스, 에이젠슈타인, 베르토프의 편집은 조작적이지 않았습니다. 그건 위대한 발명이었죠.

-하지만 특히 아이젠슈타인은 지적 조작, 심지어 형식주의라고까지 비난받았는데요.

  아니요, 제 의견은 편집이 조작적이 되는 것은 오직 프로듀서에 의해 행해질 경우만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편집은 숭고한 발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비록 제 프로듀서가 저를 압박하지는 않더라도, 오늘날 편집 그 자체는 조작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프로듀서조차 없는 독립영화나 언더그라운드 필름메이커들의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영화들엔 심지어 일반 필름보다도 조작이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언더그라운드 영화들이 기득권의, 소위 상업영화들의 수용에 대해서 마치 특정한 젊은 부르주아들이 그들의 아버지에 대해 표시하는 것과 같은 거부감이 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아버지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기때문에 아들들은 어쨌든 사회로 통합되고 있지요. 언더그라운드 영화는 단순히 말해 할리우드 영화와 동전의 양면같은 관계입니다. 그건 할리우드의 틀 안에 머무는 반작용에 불과합니다. 더 단순하고 평범한 의미에서, 언더그라운드 영화에는 할리우드에 대한 지대한 애정이 존재합니다. 비뚤어지고싶거나 공식적인 도덕률에 반기를 들고자 할때 그들은 어린 여학생처럼 순박해집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스승(master)이 하지 말라는 모든걸 하는것에 불과하거든요. 자 그건 좋다 이겁니다. 그러나 그건 혁명이 아니죠.
 하지만 제가 여기서 편집에 대해 하는 말들이 이론가로서 하는 말은 아니란걸 주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단지 특정한 불만을 표시힌것 뿐이니까 말입니다. 열흘쯤 후엔 또 제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죠.

-'거미의 계략'에는 젊은 주인공인 아토스가 건물을 떠니는 씬이 나옵니다. 그는 오른쪽으로 걸어가 프레임아웃하죠. 그의 뒤에는 경이적인, 새파란 벽이 있습니다. 그는 이미 프레임 밖으로 벗어났는데 당신은 우리에게 그 파란 벽을 몇초 더 보여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자, 그건 편집 측면의 결정이죠.

  아니죠 그건 촬영 측면의 결정입니다.

-하지만 그 푸티지를 최종본에 남기기로 결정하고 그가 프레임을 떠났을때 컷을 하지 않은건 편집과정에서였죠.

  저는 이부분은 이미 촬영 전에 이미 결정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프레임아웃했을때 카메라맨한테 컷을 외쳤겠죠.

-그래서 결국 "신성한 순간"은 편집이 아니라 촬영에 있다는?

  "신성한"까지는 아닌데....

-그럼 최고의 인간의 순간(supreme human moment)은 촬영에 있다?

  네, 확실합니다.


-그건 다른 많은 감독들과는 다른 시각이군요. 초기 러시아의 혁명적인 감독들을 초함해서말입니다. 그들은 영화는 오로지 편집실에서 탄생한다고 하는데요.

  이 모든것에 대해 제가 말하고 싶은 근본적인 건 이겁니다. 촬영단계에서 아이디어가 없다면, 편집단계에서 뭔가를 추가할 수는 없다는겁니다. 어떤 아이디어이든 반드시 촬영중에 존재해야합니다. 예를들어 웰스의 '위대한 앰버슨가'에는 편집되지 않은 정말 긴 롱테이크가 나오는데 이건 비-편집(non-editing)의 놀라운 예시이죠. 아니, 촬영 순간의 영화적 창조라고 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편집을 제국주의적 도구라고 헸을때, 당신의 말을 참조하면 사실은 편집 자체가 아니라 프로듀서의 개입이 문제라고 하셨는데요.

  네. 정확히는 저는 아까 편집은 아름다운 발명이자 표현도구라고 했습니다. 마치 노동조합이 한때는 위대했던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 다음순간, 자본이 노조에 끼어들어 간섭을 하고있죠. 미국에서처럼 말입니다.



viewimage.php?id=2bb8dc2aecdc31&no=24b0d769e1d32ca73fed80fa11d02831b68b1d4bae6818fe3ec5b78ec6914d155d1fa7fa573eb1c6d334056b3578b47d8753a461d59d306c46c3224a449a50737ca5



-저는 '거미의 계략'과 '순응자'와 당신의 전작 '혁명전야'사이의 스타일 차이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새 영화들이 미학적으로 발전된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단순히 '혁명전야'의 스타카토같고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은 정열적이고 거의 자서전같은 주제였던 오로지 그 특정한 영화에만 적합했던것임을 가리키고싶은겁니까? 결국 당신의 최근의 두 영화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요소와 함께 관습적인 내러티브 영화에 훨씬 더 근접했습니다만.

  저는 이 세 편의 영화는 세 명의 서로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세가지의 서로 다른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사랑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거미의 계략'을 '순응자'를 만들기 직전에 만들었고, 비록 그 사이에 단지 몇달이라는 짧은시간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심리상태는 달라졌습니다. 그애서 이 두 영화가 그렇게 다른겁니다. 저는 '거미의 계략'을 멜랑콜리한 행복과 대단히 평온한 상태에서 만들었습니다. 반면 '순응자'는 엄청난 심리적 격변 속에서 만들었습니다. '혁명전야'때는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그건 영화 속에 나타나있는것같군요. '순응자'의 경우에는 정치적으로든(반파시스트 영화로서), 미학적으로든 미국의 예술영화관중들에게 쉬이 받아들여질겁니다. 하지민 '혁명전야'는 그렇지 못합니다. 굉장히 사적이고, 엄청나게 특별한 작업이고, 시실은 소수의  씨네아스트와 비평가들을 위한 컬트필름이니까요.

  그거 맘에드네요.

-컬트필름이 되었다는거요?

  아뇨, '순응자'를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대화힐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저는 실생활에서 커뮤니케이션에 서투르기에 영화를 만들고있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로 여러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지요. 이런 의미에서 빅터 플레밍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바람과 함끼 사라지다'를 만들었잖아요(웃음). 그는 모든 사람과 소통하고있는거죠.

-하지만 그 말씀을 들으니 전 당신이 '순응자'상영 후에 열린 뉴욕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그 영화를 "상업영화", "조금 몸을 판것같다"(a bit of whoring)라며 사악하게 미소지었던 그 이상한 발언이 떠오는데요?

  네,제가 그런 얘기를 했고 그건 진심입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길 바랍니다. 제가 악마같이 보였던건 '순응자'가 제 영화중 기장 난해한 영화라는걸 전 알았고, 그게 몹시 즐거웠기때문입니다. 제 영화중 가장 쉬운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단순하기때문에 가장 어려운 영화거든요. 관객은  "해석"(reading)의 첫 단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건 '혁명전야'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단계죠. '혁명전야'에는 여러 층위가 있었지만 영화를 보자마자 찾을 수 있는 해석의 첫단계란건 없었습니다. 반면 '순응자'에는 그런 첫 단계가 있기에 모두가 그를 통해 들어가지만 그 이상의 문제를 제기하진 않습니다. 대신에 그 영화는 다른 층위로 가득차있습니다. 이건 사실 위대한 할리우드 감독들의 트릭입니다. 유럽에선, 미국영화에는 그때까지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걸 젊은 프랑스 비평가들 덕에 우리가 알아채기까지 30년이 걸렸죠.


-'순응자'의 기자회견에서, 감독님은 또한 " '파트너'에서의 구조 파괴는 '순응자'에서 매우 확실한 구조로 이어졌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구조의 파괴"란 현대 영화의 , 고다르 영화와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표지판 아닌기요? 영화 뿐 아니라 현대의 문학,회화,음악,시에 있어서도 말이죠.

  네, 맞습니다. 영화에서는 고다르가 시작했죠. 음악에서는 쇤베르크였죠. 그러나 '순응자'는 저 자신이, 영화들을 둘러보다가 구조의 파괴 그 자체가 제 영화는 물론 다른 이들의 영화에서도 새로운 기득권이 되었다는걸 깨달았을때 만들게되었습니다. 저는 지금은 우리에게 더 많은 플롯과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두려움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잘 모르겠네요.

-'파트너'와 '혁명전야'에도 느슨하고 분열된, 현대적인 의미의 플롯이 있긴했죠.

  제 말은, 우리에겐 더 확고한 구조가 필요하다는겁니다. 어쩌면 이건 심미주의에 대한 두려움이자 아방가르드 자체가 부르주아적이라고 느끼는.....



viewimage.php?id=2bb8dc2aecdc31&no=24b0d769e1d32ca73fed80fa11d02831b68b1d4bae6818fe3ec5b78ec6914d155d1fa7fa573eb1c6d334056b3578b47d8753a461d59d326c47c1744911c850737b1b



-하지만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영화는 "선동"(agitprop)이 될수도, 예술이 될 수도 있죠.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혁명전야'에 드러난 감독님의 서정적인 '미학'이 고다르의 최근의 선동영화들보다는 정치적으로 효과적인데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모두 정치적인데 정치적인 영향력은 없어요. 왜냐하면 그 모두가 영화제에서만 상영되기때문에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만큼 충분히 광범위한 관객에게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감독님의 심미주의에 대한 새로운 공포는 본인의 강점이 정확하게 당신의 "미학"이란 점에서 위험해보입니다.

  알고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심미주의가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바람과같은, 바람의 본질은 아무것도 없다는거니까요, 영화를 만들게 될 수도 있고 그게 또 영화제의 관중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걸 알고있으니까요. 제가 그렇게 되는게 두려운겁니다. 심미주의는 언제나 실수입니다. 이탈리아어와는 이 단어가 함축힌 의미가 좀 다를겁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그 단어에 경멸의 의미가 담겨있어요. 저는 제 안에 미학에 대한 자각만큼 정치적 의식에 대한 욕구도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마도 제 최고의 작품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정치를 다루는 영화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래의 계급 없는 사회의 예술에선 가장 다양한 경향, 스타일, 유파가 꽃필거라고 믿지 않으십니까? 트랙터를 증산하는 법이나 제국주의에 맞서싸우는 법에 관한 선동적인 소책자가 아니라, 생을 찬양하는 "미학적인" 예술 말입니다.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싸우더라도 그걸 잃진 말아야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제가 심미주의를 잃는 분명  마지막 사람이 될것같습니다.

-아직 잃지는 않으신거죠, 그렇죠?

  네 아직은..

-그러나 잃었으면하시는군요.

  네, 그게 제 문제입니다. 전 보기보다 복잡한 사람이예요. "교양있는 부르주아"로 태어난다는건 어린 선동적 꼬마들 (agitprop kids)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일입니다. 저는 그들의 유명한 경구인 "영도"(Degree Zero)에 반대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모든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주장이죠. 전 그게 극도로 멍청하며 반-레닌주의적이라는걸 깨달았습니다.심지어 그건 약간 퍼시스트적이기까지한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많이 쓰이더군요. 우리가 제로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건 마치 우리가 동굴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것과 같은데 그건 신경증적이고 마조히스틱하고, 자기분열적입니다. 전 동굴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마음이없어요.

-"무의미힌 심미주의"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감독님의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씬은 바로 가장 미스테리어스하고, "무관계"하고(irrelevant) 시적인 씬들입니다. 감독님은 심미주의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이런 종류의 영화들을 만들기를 그만두실건가요?

  제 안에서 갈등이 있습니다. 매우 극심한 갈등입니다. 그리고 그 갈등이 아니었다면 전 이미 죽었을겁니다.


(인터뷰어: 아모스 포겔)


(完)


출처:     https://www.filmcomment.com/article/interview-bernardo-bertolucci-amos-vogel-the-conformist/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페데리코 펠리니 마이너갤러리는 메이저갤로의 승격을 사양합니다.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17 36 0
공지 페데리코 펠리니 갤러리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17 26 0
85 와다 마코토는 누구인가.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4 93 1
71 시시도 죠 인터뷰(1/2)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20 213 20
69 이시이 소고 <자기혁명영화투쟁> 인터뷰(2/6)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31 51 0
68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인터뷰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7 86 0
67 이시이 소고 <자기혁명영화투쟁> 인터뷰(1/6)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3 40 0
65 스즈키 세이준 인터뷰 by 야마구치 사요코(完)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9 117 1
64 스즈키 세이준 인터뷰 by 야마구치 사요코 (1/3)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7 53 1
63 하마구치 류스케 <우연과 상상> 인터뷰 (完)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4 40 1
62 하마구치 류스케 <우연과 상상> 인터뷰 (2/3)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3 90 0
61 하마구치 류스케 <우연과 상상> 인터뷰 (1/3)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3 101 0
60 구로사와 기요시가 말하는 영화감독 10인(9. 로만 폴란스키)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1 150 0
59 구로사와 기요시가 말하는 영화감독 10인(8. 에드워드 양)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0 94 0
58 구로사와 기요시가 말하는 영화감독 10인(7. 장 뤽 고다르)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0 115 23
57 구로사와 기요시가 말하는 영화감독 10인(6. 토브 후퍼)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9 23 0
56 구로사와 기요시가 말하는 영화감독 10인(5. 리차드 플라이셔)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8 52 0
55 구로사와 기요시가 말하는 영화감독 10인(4. 오즈 야스지로)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8 87 0
54 구로사와 기요시가 말하는 영화감독 10인(3. 테오 앙겔로풀로스)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8 85 0
53 구로사와 기요시가 말하는 영화감독 10인(2. 페데리코 펠리니)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7 89 0
52 구로사와 기요시가 말하는 영화감독 10인(1. 샘 페킨파) 벌새_김보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7 81 0
45 페펠갤러리 여러분께 :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26 58 1
44 펠리니를 좋아하세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0.22 81 0
41 페데리코 펠리니 100주년 기념행사 in Rimini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30 51 0
40 (약스포)하드코어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24 86 0
39 백인추장 [1]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21 108 0
38 8 1/2 촬영현장 [1]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5.14 104 0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971 인터뷰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13 100 1
36 인터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7(完)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12 62 0
35 인터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6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11 48 0
34 인터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5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9 45 1
33 인터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4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8 25 0
32 인터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3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8 44 0
31 인터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2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7 65 0
29 인터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4 122 0
28 GAME CHANGER: Camera Movement-폴 슈레이더 [1]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9 233 0
27 GAME CHANGER: Camera Movement (完)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9 68 1
25 GAME CHANGER: Camera Movement 5-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9 46 0
24 GAME CHANGER: Camera Movement 4-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9 46 0
23 GAME CHANGER: Camera Movement 3-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8 56 1
22 GAME CHANGER: Camera Movement 2-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8 56 0
21 GAME CHANGER: Camera Movement 1- 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8 96 0
20 GAME CHANGER: 편집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7 77 0
19 GAME CHANGER: 편집 5 (完)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7 48 0
18 GAME CHANGER: 편집 4-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7 88 0
17 GAME CHANGER: 편집 3-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6 42 0
16 GAME CHANGER: 편집 2-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6 44 0
15 GAME CHANGER: 편집 1-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5 103 0
14 GAME CHANGER: 클로즈업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5 141 1
13 GAME CHANGER: 클로즈업 3 (完)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5 63 0
12 GAME CHANGER: 클로즈업 2 -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4 38 0
11 GAME CHANGER: 클로즈업 1 -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3.24 166 1
1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