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귀가 안 트이는 게 최고의 축복이다.

발망치, 물 내려가는 소리, 세탁기 소리, 애 울음 소리, 문쾅, 대화 소리...

몰랐던 것들이 어느 순간 소음으로 변하면 그 때부터 지옥이다.

1. 일단 귀가 트였으면 올라가지 말고 대응해라.

위층에 올라가는 순간 '이제부터 아래에서 나는 모든 소음은 내가 내는 거다~' 하고 선전포고하는 꼴과 같다.

만약 말로 할 생각이라면 최대한 정중하게 말하되, '언제 몇 시부터 어디서 주로 발 쿵쿵 소리가 들린다' 이런 말은 더더욱 하지 마라. 오히려 약점만 제공하는 셈이고 층소충들은 그 때만 파고든다.

2. 대응을 시작하려면 신중하게 해라.

윗집과 아랫집의 싸움은 아랫집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윗집은 발망치만 때려도 아랫집을 고통받게 할 수 있지만 아랫집은 반드시 다른 집에 피해를 동반하는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3. 대응은 오직 쉐이커본 뿐이다.

쪽지, 경비실, 관리사무소, 층간소음위원회, 경찰, 내용증명은 소용없다. 쑥뜸은 안 해봐서 모르겠다.

애초에 말로 해서 알아들을 사람이었으면 층간소음을 내지도 않는다. 무조건 쉐이커본 사서 대응해라. 사람은 절대 기계를 이길 수 없다.

4. 누가 찾아와도 문을 열어 주지 마라.

윗집에서 온다? 나도 위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해라.

아랫집에서 온다? 나도 위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해라.

경찰이 온다? 나도 위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해라. 그리고 수색영장 가지고 오라고 해라.

너는 쉐이커본이 뭔지, 우퍼스피커가 뭔지도 모르고 써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5. 가족이 있으면 이사해라.

혼자라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거나 위에서 찾아왔을 때 싸울 수 있는데, 가족과 같이 산다면 차라리 이사하는 편이 낫다.

네가 없을 때 가족이 문을 열어 줬다가 싸우게 되면 그 때는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진다.

내가 그 동안 잘못된 대응을 하면서 느낀 점들임.

윗집 짐승들 이사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나도 주변에서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15년 동안 살던 집에서 조만간 이사 갈 생각이다.

이대로만 하면 나처럼 본인까지 피해보는 일은 겪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