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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
초반에는 힙스터픽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우상향하여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이러한 추임새의 원인은 소설의 폼 자체가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입소문을 통해 소설의 진가가 널리 드러났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바로 제목과는 달리, 괴담물이나 탈출물보다는 탑 등반물에 가깝다는 사실 말이다.
괴담호텔탈출기는 요즈음 보기 드물어진 탑등반물의 마지막 생존자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에게 반복적인 시련과 보상을 부과하는 탑등반물의 플롯은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천편일편률적인 파생작들의 범람으로 이제는 신작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런 추세의 원인 중 하나는 탑등반물의 구조 자체가 어쩔 수 없이 다소 정형적이라는 한계를 가진다는 것이었지만, 이 소설은 거기에 괴담물로서의 속성을 넣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초반의 괴담호텔은 여타 괴담물처럼 생존에 집중하는 전개를 보여줬다. 메뉴얼 괴담처럼 수상쩍은 규칙을 강요하는 호텔은 주인공 일행을 끊임없이 위기에 몰아놓고, 힘겨운 생존을 강요한다.
그런데 이러한 초반 전개는, 사실 탑 등반물의 초반 전개와도 매우 유사한 면이 있다
-정체불명의 세계에 떨어진다
-그곳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법칙이 존재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를 파악하고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특징은 괴담물과 탑 등반물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고, 이 소설은 이를 통해 괴담물로서 작품을 전개하면서 동시에 탑 등반물로서의 빌드업을 깔아가기 시작했다
이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내용으로 초반 괴담호텔이 단순한 힙스터픽으로 자리잡는데에 일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중후반부 탑등반물로서의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아무런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탑등반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1층의 모든 방에서 생존에 성공한 이후, 본격적으로 호실의 '해결'을 노릴 때부터이다.
호텔(탑)의 규칙은 잔혹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주인공 파티는 위기를 넘고 시련을 돌파하며 이러한 측면을 충분히 학습하고, 성장해왔다.
이러한 면모를 최대한 이용하고, 주어지는 기회와 정보를 총동원하여 호실을 공략하고 유산을 모으는 전개는 우리가 오랜 시절 사랑해왔던 탑등반물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면서도 괴담물, scp물로서의 성격은 후반부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돋워준다.
사실 탑등반물을 읽다보면 후반부 전개에는 아무런 기대감을 가지지 않게 되는 법이다.
어차피 현실 복귀해서 먼치킨 훈타물 찍거나 초월자랑 싸워서 세계의 법칙을 바꾸던가 그럴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담호텔은 그러한 불안감을 괴담과 코스믹호러, 어반판타지로서의 성격을 버무려 쇄신한다.
호텔은 어떤 존재인가? 호텔 안에 있는 존재들, npc들, 사건들, 죄수들의 실체는 무엇인가?
호텔 바깥의 현실은 어떤가? 이곳은 내가 알고 있는 현실인가? 나는 지금까지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었던가?
우리는, 정말로 호텔을 탈출하기는 한 건가?
이러한 과제들과 의문점들은 탑을 탈출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소설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며, '탑을 탈출한 탑 등반물'임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을 놓기는 커녕 더욱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소설을 이어 읽게 만들어준다.
이 글을 시작하며 괴담호텔이 탑 등반물이라는 이야기를 전제로 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사실 이는 잘못된 전제일지도 모른다.
괴담호텔은 탑 등반물의 요소와 괴담물로서의 요소를 동시에 아우르며, 또 탈출 후에는 어반 판타지와 능력자 배틀물로서의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어느 하나의 장르로서 정의 내리기보다는 수많은 장르들의 장점과 특징을 흡수하고 포용해 재해석에 성공한 작품으로서 이해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어쩌면, 이러한 평가조차도 위험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주인공 일행은 호텔에서 탈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이다. 지금 괴담호텔이 대단원의 마무리에 이제 막 들어선 상태인지, 혹은 그마저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니 현시점에서의 작품 평가는 무의미한 일이며 동시에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실컷 호들갑을 떨어놓고 결말 부근에서는 언급 한번 찾아보기 힘든 소설을 숱하게 보아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괴담 호텔 탈출기가 2024년 가장 기대되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소설 중 하나라는 것이다.
2023년에 그러했듯이, 찾아온 올해에도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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