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사는 에렌과 미카사가 도피한 세계임. 이 세계에서 모종의 이유로 미카사는 ‘다녀와 에렌’이라는 말을 남기게 되고 그 말을 들은 에렌은 진격의 거인의 능력을 사용해 1화 시점으로 루프함.

그 이유는 미카사의 머리카락으로 설명할 수 있음. 미카사의 머리카락은 세 종류인데 어린 시절 미카사의 장발, 1부 시점/도피한 시점에서의 단발, 2부 시점의 숏컷임.

1화에서 ‘다녀와 에렌’을 말하고 있는 미카사는 단발이며 따라서 도피한 세계의 미카사임을 알 수 있음.

또한 에렌이 진격의 거인 능력을 사용해 루프하는 과정에서 미카사는 도피한 세계의 기억을 상실하게 되었음. 그러나 아커만 일족의 능력 때문에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지는 않았고, 그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르려고 할 때마다 ‘두통’이 생김. 그리고 이번화에서 결국 도피했던 세계의 기억을 되찾게 됨.

에렌이 루프한 후의 줄거리는 왕정편까지 우리가 보았던 대로 전개되었고 에렌은 히스토리아와의 손키스를 계기로 모든 미래를 봄.

여기부터가 중요한데, 이때 미래를 보여준 사람은 ‘도피하지 않은 세계의 미래의 에렌’이고, 이 에렌이 보여준 미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 행복한 결말임.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지금부터 이 이유를 설명하겠음.

먼저 121화에서 에렌은 자신이 본 미래의 경치를 떠올리며 황홀한 표정을 지음.

또한 그리샤는 원래 시조 탈환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에렌이 보여준 어떤 아름다운 미래를 보고 시조의 거인을 빼앗기로 결정함. 그럼에도 그리샤가 주저했던 이유는 그 미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잔혹하고 참혹했기 때문임. 지크에게 에렌을 막아 달라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

여기서 그리샤가 말하는 무서운 일=땅고르기. 하지만 에렌은 그리샤를 계속 압박해서 결국 시조를 탈환함. 어쨌든 여기서 핵심은 에렌과 그리샤가 본 미래가 이상적이고 아름다웠다는 점임.

그런데 생각해보자. 이번화에서 애니, 피크가 가족들과 재회한 직후에 그들이 거인으로 변하고, 라이너 엄마가 라이너 눈앞에서 거인으로 변하고, 엘디아인과 마레인이 극적으로 화해한 직후에 모두 거인으로 변하는 것이 과연 ‘아름다운’ 미래일까? 

심지어 쟝, 코니는 에렌의 조사병단 동기인데 오직 동료를 위해 땅고르기를 실행한 에렌이 이들이 거인화되는 것을 바랬을까? 난 절대 아니라고 본다.

내 생각에는 139화에서 또 한 번의 중요한 전개가 있을 것 같고, 그 중심은 유미르라고 생각함. 지금까지의 내용을 토대로 유추해 보면 유미르가 원하던 것은 ‘관계’라고 볼 수 있음. 유미르가 에렌에게 힘을 빌려준 것도 자신을 노예가 아닌 인간으로 대해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고, 아르민/지크와 선대 계승자들이 길에서 만나도록 해준 것도 그들이 관계를 맺는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임. 

이번화 마지막컷에서 유미르는 키스하는 에렌과 미카사를 보며 웃었음. 이 장면의 뜻하는 것=에렌과 미카사가 유미르가 원하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유미르를 만족시켰다.

그래서 유미르가 뭔가를 하지 않을까 싶음. 예를 들면 지금 거인화한 사람들을 모두 되돌리고 아홉 거인의 임기 제한을 풀어 주거나 아니면 지네를 없애거나...

이후 남은 사람들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게 됨. 그리고 이 시점에서 에렌은 과거의 자신에게 지금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줌.

이렇게 되면 에렌과 그리샤가 본 미래가 아름다웠다는 것이 설명되고 에렌이 왜 이렇게까지 싸웠는지도 설명됨. 그리고 137화에서 작가가 아르민과 지크의 대화를 통해 인간 찬가를 표현한 것과도 맥락이 통함.

결국 2부 시점부터 에렌이 이렇게 싸워 온 이유는 거인과 증오가 사라진 미래에 다다르기 위함이었음.

요약)

1. 에렌과 미카사 도피

2. 도피한 세계에서 미카사는 ‘다녀와 에렌’을 말함

3. 모종의 이유로 에렌은 진격의 거인의 힘을 사용해 1화 시점으로 루프하고 기억을 잃음

4. 그 이후 왕정편까지 우리가 본 대로 스토리가 전개됨

5. 에렌이 히스토리아 손등에 입을 맞춤.

6. 에렌은 자신이 미카사와 도피했던 것, 그 이후 루프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 미래의 에렌으로부터 아름다운 미래를 봄

7. 에렌과 미카사는 유미르가 갈망하던 관계를 보여줌.

8. 이에 뭔가를 느낀 유미르가 거인화된 사람들을 되돌리거나 지네를 소멸시키는 등의 행위를 취할 것임.

9. 모든 것이 정리된 후에 에렌, 미카사, 아르민은 함께 바다를 보러 감.

10. 에렌은 전쟁이 끝난 평화로운 모습과 증오가 사라진 세계, 바다의 아름다운 경치를 과거의 자신에게 보여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