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요원, 변명이 있다면 지금 하게."

"...."

감사팀의 호출에 불려나온 파우스트는, W사 감사팀이 들려주는 자신의 녹음파일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그저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W사 2등급 정리 요원 파우스트. 회사의 영업비밀에 아주 관심이 많았군 그래. 그걸 녹음파일로 기록까지 한다라... 대체 무슨 배짱이었나."

W사 감사팀장은 녹음기를 흔들며 같잖다는 표정으로 파우스트를 바라보았다.

"...유출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파우스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파우스트의 머릿속은 그저 답할 수 없는 혼란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떻게 녹음기를 입수한 거지? 어떻게 하면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지?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파우스트는 여러가지 질문들 속에서 단 하나의 답도 찾지 못한 채로 그저 헤매이고 있었다.

"유출할 생각은 없었다라. 그래. 그렇군. 할말은 그게 다인가? ...생각보다 더 멍청하군."

W사 감사팀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며 파우스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파우스트 요원. 무슨 다른 회사의 산업스파이로 어마어마한 보상을 약속받고 W사의 영업비밀을 캐낸 것도 아니고, W사의 만행을 폭로해 어딘가의 기술해방연합처럼 회사를 무너뜨리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회사의 기밀을 캐고 다녔다는게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모르나? 차라리 산업스파이였으면 이해라도 하지. 멍청한 년."

"아닙니다. 저, 저는..."

파우스트가 입을 떼자 감사팀장은 말을 끊으며 주변의 감사팀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됐어, 처리해"

파우스트의 뒤에 서있던 W사 징계팀원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순식간에 파우스트의 머리에 팔다리를 구속하고 가죽 마스크를 씌웠다. 마치, 이런 일은 수없이 해봤다는 듯, 숙련된 솜씨였다.


"파우스트 요원. 당신은 W사 감사팀 규정에 근거하여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전부 차단 당한 채로 미지의 차원 안에서 영겁의 시간을 떠돌게 될 겁니다. U사의 기술을 활용한 라텍스 재질의 구속구는 아무리 움직이고 싶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고정될 겁니다. 특수소재를 이용한 안대는 그 어떤 시각자극도 들어올 수 없게 영구적으로 차단할 것이고, 귀는 라텍스 튜브를 이용해서 고막을 차단해 아무 것도 듣지 못하게 될 겁니다. 라텍스 튜브는 코에도 삽입되어 비강을 틀어막게 됩니다. 숨을 쉬는데 어려움을 겪겠지만 곧 익숙해질 겁니다. 익숙해지지 않아도, 시간은 많으니까요."

W사 징계팀원은 옅은 미소를 띄며 상기된 목소리로 파우스트에게 설명했다.

"목과 식도에도 라텍스 튜브가 들어가서 구강의 공간을 메꿀 겁니다. 이 상태로 당신은 차원의 틈으로 말 그대로 유기됩니다. 영원히 떠돌고, 탈출구는 없습니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도망치고 싶어도 손가락도 까딱할 수 없을 겁니다. 의식을 잃어버렸는지 아닌지조차도 분간하지 못할 겁니다. 어차피 당신이 이제 볼 수 있는 건 영원한 어둠뿐이니까요."

파우스트는 소리지르며 도망치려고 발작했지만, U사의 소재로 만들어진 구속구는 파우스트의 발악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았다.

"어때요? 아무리 움직여도 꼼짝도 하지 못하는 기분은? 절망스럽죠? 하하. 전 그 표정이 너무도 좋아요. W사의 기밀을 캐려고 했으면, 당연히 이렇게 될 미래를 예측했어야죠."

W사 징계팀원은 울먹이는 파우스트의 눈을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만 놀고 처리해" W사 감사팀장이 말했다. "쯧, 인사팀에게 한 소리해야겠군, 어디서 저런 멍청한 년을 입사시킨건지..." 감사팀장은 짜증난 목소리로 혀를 찼다.

"네, 그럼 다음 워프열차 운행시 쓰레기 처리 모듈에 넣어 차원속에 들어간다음 분리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W사 징계팀원은 감사팀장에게 말했다.

"아, 안타깝게도 이제 작별할 시간이네요. 안대와 튜브를 씌울 시간이에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W사 징계팀원은 파우스트의 눈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안대를 씌우기 시작했다.

"읍읍!! 읍!!!" 파우스트는 살려달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식도까지 채워진 라텍스 튜브 때문에 울부짖는 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럼 이제... 작별이네요. 부디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래요."

"안녕히"

W사 징계팀원은 마지막으로 파우스트의 귓가에 속삭인 뒤 파우스트의 고막에 라텍스 튜브를 밀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