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난장판이구만?"

여기저기 널브러진 이불과 베개, 각종 책들과 설거지조차 안 된 싱크대.

누가 봐도 급하게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난장판이긴 한데... 가치있는 건 없나"

딱히 유의미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종교에 관련됐다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바닥에 흩어진 책들도 그렇고,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도 대부분이 종교 관련 서적이에요."

"이걸로는 뭘 엮기가 모자라. 좀 더 특이하거나 확실한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데......"

책꽂이, 옷장, 서랍, 그 외 각종 가구를 뒤져봐도, 그런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인데, 첫 끗발도 조져버리면 안 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던 순간, 우 순경이 박수를 짝 쳤다.

"아! 그리고 보니, 여기 집 주인은 아들이랑 같이 살았겠죠?"

"어? 어. 그랬겠지? 아, 아...!"

종교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런 걸 아들에게 보여주긴 꺼려졌을 것이다.

애초에, 이렇게 난장판을 치고 떠난 건 정리할 시간조차 없이 도망갔다는 뜻. 그럼에도 최소한 그런 정보들은 아들이 찾지 못할 곳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아들이 찾지 않은 게 아니라, 정말 어지간하면 찾지 못할 만한 곳."

책장 뒤쪽, 장롱 뒤편, 살짝 뜯어져 있는 벽지를 전부 확인해 보았다.

거기서는 잘게 찢어진 종이 조각들이 나왔다. 무언가를 쓴 흔적이 있는 종이 조각들이 있었다.

"흠, 뭐라 썼는지 모르겠네... 이게 다 끼워 맞춘다고 한 장이 완성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도, 공통점은 있어요. 여기, 이것도 보시면, 이 문양들이......"

종이 조각들 중 몇 개에는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다. 특이한 건, 문양은 절대 찢겨지지 않고 온전한 상태였다.

"종교와 관련된 일이라면, 이 문양이 그 종교의 심볼 같은 건 아니었을까요?"

"......일단 가져가서 보고하자."

"그래서, 이 문양이 종교의 심볼일 가능성이 있다?"

팀장님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고민하더니 혀를 찼다.

"솔직히 그럴 것 같긴 해. 근데 이걸로는 부족해. 뭐 더 없었나?"

"더 있었던 거는 딱히......"

서로 턱이나 입, 이마에 손을 대고 고민하고 있을 때, 이강훈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그냥 다른 실종자들 집도 뒤져 보면 되잖아요. 거기도 이런 거 있지 않겠어요?"

박 형사님이 표정을 구겼다.

"하... 완전 쌩노가단데 그럴 수밖에 없나?"

"아뇨. 그러면 안 돼요. 헛수고에요."

갑자기 날아들어온 우 순경의 태클에 이강훈의 표정이 구겨졌다.

"뭐? 야, 그럼 뭐 어쩌자고. 헛수고? 너 뭔데?"

딱히 틀린 말 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예민하네.

"아 얘 말이 맞을 수도 있지. 네가 정확한 것도 아니잖아."

"뭐? 이 새끼가... 너 몇살인데 이 새끼야."

계급으론 안 되니까 나이꼰대질이냐.

"아 너보단 많이 먹었다 좆밥새끼야 어?"

"근데 이 개새끼가......"

"이 새끼들이 지금 팀장 앞에서 뭐 하는 거야!"

팀장님의 일갈에 나도, 이강훈도 입을 다물었다.

"죄송합니다. 제 사랑스러운 후배가 겐세이를 당하는 걸 참을 수가 없어서요."

"언제부터 우 순경이 네 후배야? 아무튼, 지금은 정석대로 갈 수밖에 없어. 각자 흩어져서 다른 실종자들 집 뒤져 봐. 어차피 대부분 빈집이니까 신경쓰지 말고, 누가 있으면 경찰이 실종 관련 수색을 다시 하러 왔다고 해. 알았지?"

"네, 팀장님."

우리는 일제히 대답한 이후 회의실을 나섰다.

운전을 하던 도중, 문득 우 순경이 말했다.

"저, 감사합니다. 커버쳐 주셔서."

"오글거리게 뭔. 말이나 좀 적당히 편하게 해. 근데, 너 아까 헛수고라 했잖아?"

"네? 네. 그랬죠. 김태성의 경우가 특이했던 거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없을 게 분명해서요."

"그럼, 넌 어디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데?"

"최오단 의원이 살던 자택요."

"이거 미친 새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