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물이다. 식용으로 이용하던 초기에는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감자가 결국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는데 한몫을 담당하게 된다. 미국의 〈라이프〉지에서는 수백 명에 달하는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역사에 영향을 끼친 100가지의 사건’을 중요도에 따라 정리했다. 그 100가지 사건 중 감자 재배가 39번째 중요도를 가진 사건으로 정의되었다.

대개 사람들은 감자를 어려운 시기에 허기를 채워주던 음식으로 여기거나 값싼 음식의 하나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인류의 수많은 사건들 중에 감자 재배가 가지는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만큼이나 혹은 제2차 세계대전만큼이나 큰 역할을 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또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콜럼버스 탄생 500주년 기념관 고문이었던 헨리 홉하우스(Henry Hobhouse)는 〈역사를 바꾼 5가지 씨앗(Seeds of change)〉이라는 책에서 감자가 인류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수많은 사망자를 낳은 말라리아의 치료제 원료인 키니네, 미국 남북전쟁의 발단이 된 목화, 유럽문화를 바꿔놓은 차(tea), 서인도제도의 새 작물인 사탕수수, 인류를 기아에서 구한 감자 등을 인류역사를 바꿔놓은 5대 씨앗으로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사는 인간에 의해서만 변화하고 발전한 게 아니라 감자와 같은 자연산물에 의해 역사가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