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개인적으로 IMF 직전 우리나라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홍상수 데뷔작이며, 20세기 마지막 천재의 발견인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사그라들어버린 데카당한 세계이다.

21세기인 지금도 인간사에 있어 특히 치정은 차이와 반복을 변주하되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영화감독이 주인공이 아닌 점은 의외였지만, 원작소설(구효서)의 주인공인 소설가가 감독의 자화상임은 분명해보인다.

입봉하기 전이었으니 홍상수도 감독이 아닌 시나리오 작가였을 것이며,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이 피해의식이 강화된 터였을 것이다.

뒤틀린 관계를 테마로 잡았고, 현재까지 유지하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대단한 주제의식이라고 본다.

물론 감독의 후기작들은 이 영화의 결론만한 파국이 없고, 서늘함도 없다. 

드물게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이며 현실의 외형으로만 직조하여 어쩌면 피카소의 청색 시대 같은 느낌이다.

왜 소설가(감독)는 죽어야만 했나? 이영화는 홍상수를 위한 변명으로 삼기 충분한 영화이다.

수 년 전 영화 한 편 본 적 없을 일면식 없는 대중들은 그를 난도질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종업원이 옷을 더럽혔지만 제대로된 사과 한 번 못받고 

시비가 붙어 유치장을 다녀와야 했다. 

그의 죽음보다 변명조차 통용되지 않은 삶이 쓸쓸하다.

故 마광수 교수도 그렇지만 속 좁은 한국 땅에 남기엔 너무나 귀한 존재들이다.